2021년 12월 20일 Day 4. 

어제 물놀이를 하고 잠을 너무 푹 자서였을까? 생각보다 이른 시간에 잠이 깼다.

오늘은 바로, 하와이에서 스냅사진을 찍는 날!

난 사진을 "찍는 것"은 좋아해도 "찍히는 것"을 아주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심지어 돈들여서 찍으면 결과물에 대한 기대치가 커지는 반면 실망도 커지는 일이 다반사라서...ㅠ)

그래서 결혼식 전에 찍는 스튜디오 촬영도 Full day로 하지 않고 2시간 짜리로 진행했는데

이번 하와이 여행을 준비하면서 무슨 바람이 불어서인지 스냅사진을 예약했다. 

알아만 볼까?...하고 인터넷으로 검색을 했다가 색감과 구도가 내 맘에 쏙 드는 업체가 있었고, 

카톡으로 연락을 했는데 작가님이 원래 3시간 짜리 상품인데 2시간으로도 가능하다고 안내해주었고

고민을 많이 하면 왠지 미래의 나 자신이 예약안할 것 같아서 바로 그 자리에서 예약을 해버렸다. 

결론 : 예약을 안할 것 같은 미래의 내가 싫어서 현재의 내가 예약해버림.

 

어쨌든, 스냅사진을 예약을 하긴 했는데

이 자리를 빌어서 고백하자면 나는 .......꾸밈똥손이다. 

평소에도 화장을 안하고 고데기는 아예 못한다. ㅠ_ㅠ

스냅사진 한 번 찍을 용도로 화장품도 사고 원피스도 사고

(심지어 맘에 드는 원피스 찾아 3벌이나 샀음. 스냅사진보다 준비비용이 더 나가는 것 같은 느낌적 느낌....)

출국하는 오전에 당일에 부랴부랴 미용실에 가서 머리도 조금 다듬었다. 

오늘 촬영을 잘 할 수 있을까? 일찍 일어나 걱정 반 설렘 반으로 호텔 창문을 열었는데

 

으악!!!!

 

안그래도 발코니로 향하는 슬라이딩 도어가 무거워서 잘 안열렸는데

힘주어 열다가 슬라이딩 도어가 과하게 밀렸고 밀리는 문 사이에 손바닥 살이 끼어들어간 것이다

왼쪽 손바닥 날 쪽에 살점이 짖이겨져서 들렸고 찢어진 아래 피부가 3초간 하얗게 질려있더니

조금씩 안쪽에서 피가 차오르기 시작했다. ㄷㄷㄷㄷㄷㄷㄷ

너무 놀라서 오른쪽 엄지손으로 떨어진 살점을 위에서 누르며 지혈을 시도하는데

이제 막 깨서 비몽사몽하는 도리가 수돗물로 피를 씻어내라고. 

꽥!!! 상처를 수돗물에 왜 씻냐구! 빨리 프론트에 전화해서 소독약이든 밴드든 뭐 좀 달라고 해바바 ㅠㅠ!!!!!

놀라고 아프고 흥분해서 도리한테 와다다다 퍼부었다. (미안하다)

5분 정도 뒤 프론트에서 알콜스왑과 밴드를 가져다 줬는데 그 사이 꽉 누르고 있었던게 도움이 됐는지

다행히 더이상 피가 스며 나오지는 않았다.  피가 멈춘걸 보니 일단 잠시 안정이 되었다.

 

하지만 난 아직 씻지도 않았고, 화장도 해야하고 챙길게 많은데 한바탕 소동으로 준비 시간이 ㅜㅜ

촬영할 마음이 싹 사라졌지만 이제와서 취소할 수도 없고 ㅠㅠ

다친 손을 천정으로 들고 한 팔로 겨우겨우 샤워하고 겨우겨우 얼굴에 팩트만 발랐는데 

어느 새 작가님과 만나기로 한 9시 ㅠㅠㅠ

급하게 카톡으로 손을 다쳐서 10분만 기다려달라고 말씀드리고

정말 허겁지겁 필요한 물건들을 다 백에 구겨넣어서 헐레벌떡 호텔 로비로 내려갔다.

그래도 대충 잘 챙겼거니.....했는데 

둘다 정신없어서 웨딩밴드를 안끼고 와버림....^_^...........................................

 

우여곡절끝에 작가님 차에 타고 촬영장소까지 이동하면서 흥분한 마음을 겨우겨우 가라앉혔다. 

다행히 작가님이 한국인이셔서 편하게 말을 걸어주셔서 조금씩 진정이 됨....ㅠ_ㅠ

차를 타고 한 15분 가량 왔을까,

다운타운 같은 와이키키와 달리 현지인들의 주거지 같은 동네로 들어와 한적한 바닷가에 차를 세웠다. 

작가님이 부케며, 코사지며 기본적으로 필요한 소품들을 많이 챙겨와주셨는데

나는 그 중에서 가장 심플하게 하와이의 상징인 플루메리아 코사지와 하얀 부케를 골랐다. 

그리고 이제부터 나와 도리가 연기만 잘하면 된다....

 

우리는 두시간 동안 해변가도 같이 걷고 뛰고, 야자수 앞에서 포즈도 취하고, 나무 위에도 올라가고

작가님께서 자리 선정과 포즈를 잘 지휘해주셔서 편안하고 즐겁게 촬영할 수 있었다.

두시간이 짧진 않을까 걱정했는데 나같은 사진 뚝딱이한테는 두 시간도 길었음.ㅋㅋㅋㅋ

 

아래는 작가님으로부터 받은 원본사진.....................사실 수정본을 골라서 보냈어야 했는데 못보냈다.....

원래도 과한 보정보단 자연스러운 사진을 좋아하는데

원본사진 중에 마음에 드는게 많아서 딱히 수정본을 골라야 할 큰 필요를 못느껴서인듯 ㅠㅠ

(그렇다고 보정 안한 제 얼굴이 만족스럽다는 거슨 아닙니다)

도리 얼굴만 모자이크 처리한 원본사진 나갑니다용.

 

내 기준 베스트샷 ♡

 

두 시간 찍었는데도 마음에 드는 사진이 너무 많았지만서도, 내 기준 베스트샷.

연하늘색 하늘 아래 연두빛 잔디의 배경,

심플한 아이보리 슬립 원피스도 그렇고 와이트와 베이지로 톤을 맞춘 도리까지. (도리 옷도 내가 고름)

배경과 스타일링 모두 마음에 쏙 든다. (❁´◡`❁) 어헝 열심히 준비한 나 자신 칭찬해 (❁´◡`❁)

결혼준비를 겨울에 하다보니 스튜디오 사진도 실내에서 찍었는데 

이렇게 자연광 가득한 야외, 그것도 하와이에서 자연스러운 스냅사진이라닛! 

 

내 기준 베스트샷 2

 

웨딩사진인데 코 뽀뽀가 빠질 수가 없지! 

웨딩사진을 찍어보면 알겠지만 뽀뽀보다 뽀뽀할 듯 닿을랑 말랑한 포즈를 많이 시키신다.

이날 우리도 작가님 지시에 따라 열심히 뽀뽀하는 척을 했다. (*/ω\*)

 

자연스럽게 걷는 척 하면서 한 컷....

 

이건 포즈 잡는 도중에 찍힌 사진인데 자연스러워서 ㅋㅋ

 

독사진도 많이 찍어주셨는데 의외로 독사진은 잘 안보게 됨

 

사실, 평소에는 내가 운동신경도 좋은 편이고 오히려 도리가 약간 뚝딱이 기질이 있는데

이상하게 작가님들이랑 사진만 찍으면 도리가 프로포션이 좋아서 그런건지 사진이 엄청 잘 나온다.

게다가 내가 평소에 도리보고 활짝 웃는게 이쁘다고 사진 찍을 때마다 활짝 웃는 훈련(?)을 시켜서 그런지

이제는 사진기만 들이대면 알아서 자동반사로 활짝 잘 웃음......

그래서 웨딩 작가님들이 사진찍을 때 이렇게 잘 웃는 신랑은 처음본다며 너무 좋아하셨는데

여기 하와이 스냅 작가님도 매우 만족하셨다.

난 마음은 도수코 미션샷 찍는 마음이지만 막상 사진 찍어보면 Shift+delete 완전 삭제

 

그래도 여기는 하와이라서, 정말 얼굴이든 비율이든 뚝딱이든 간에 배경이 다해주었다.

출국 전 내리 비가 온다는 기상예보가 무색하게 다행히 날씨가 화창해서 좋았다.

하지만 바닷가라서 바람이 많이 부는 건 어쩔 수 없다.

아무리 열심히 드라이하고 가도 바랏바람 세번맞으면 다 헝클어짐 ㅋㅋㅋ

 

오전이라 더더욱 한적했던 아름다운 바닷가에서

 

그림같은 하와이 못잊어 ;ㅅ;

 

 

우리가 따로 부탁드려서 두 시간짜리로 촬영했음에도 불구하고

작가님께서 스타일링도 섬세하게 봐주시고, 배경이라든지 포즈도 많이 바꿔주셔서 예쁜 사진을 정말 많이 남겼다. 

화장이랑 헤어를 못하는데 어떡하지? 촬영하는 날 비오면 어쩌지? 찍었는데 안 이쁘게 나오면 어쩌지?

괜히 헛돈 쓰고 시간만 버리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원본 사진을 받아보고서 그동안 내가 미러리스랑 삼각대 들고 다니면서 찍은 거랑은

한 다섯 차원 다른 사진인라는 걸 깨달았다. 

웨딩 사진이 실내사진 밖에 없었는데 웨딩 컨셉의 야외사진도 남기고, 

프사도 바꾸고 프레임 티비에 넣는 사진도 바꾸고 대만족 ><

휴, 일정이 바쁘지 않다면 꼭! 하와이 스냅사진 한 번 찍어보시길 추천합니다!

오래 오래 돌려보며 행복한 하와이의 순간들을 떠올릴 수 있을거에요!

그리고 나는 얼른 보정본 사진 고르자.......................

 

🎀 스냅 : 하와이동네사진사 

🎀 슬립원피스 : 베일즈 미란다 리본 백리스 드레스 

 

 

Posted by hone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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