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오랜만에 쓰는 여행기. 

어느 새 재작년 여행이 되어버린 이탈리아 여행...또르르 ㅠ

간간이 일상생활에 대한 포스팅은 올렸는데 여행기를 올리지 못한 이유는

그 사이에 '결혼'이라는 인생의 가장 큰 이벤트와 '코로나'라는 가장 큰 전염병의 탓이라기보다 (아예 없진 않겠지만)

결혼 전에 쓰던 내 데스크탑 사망 + 티스토리 에디터의 변경으로 다량의 사진을 편집해야 하는 여행기 쓰기가 너무 어려웠던 것이다. 

게다가, 오늘 쓰려고 하는 피렌체 편이 내 이탈리아 여행 중에 가장 재미가 없는 날이기도 했음.

그래도 여기를 넘어야 이번 여행의 원 오브 하이라이트를 쓸 수 있기 때문에 숙제하는 마음으로 쓴다. 

(바뀐 티스토리 에디터 정말 별로네요..ㅠㅠ 오히려 왜 역행하는 거지?)

- * - * - 

 

[오늘의 여정] 볼로냐에서 피렌체로!

 

어느 새 여행이 반을 넘어 3/4지점까지 왔다. 

원래 여행이 끝나갈 때 즈음엔 아쉬운 법인데, 그래도 아직 이 이탈리아의 여행의 하이라이트가 하나 남았기 때문에

아쉬운 마음보다는 아직도 설렌다. 

이래서 (항상 누누히 말하고 또 가능하다는 전제하에) 여행의 후반부에 가장 기대하는 곳을 넣어야 한다. 

사실 난 2008년에 피렌체를 한 번 들렀기 때문에 이번 여행에서 과감하게 뺄까 하다가, 

11년 전에 못갔던 우피치 미술관과 미켈란젤로의 언덕에서의 노을만 보겠다는 생각, 

그리고 날씨요정은 이탈리아가 처음이라 피렌체를 여정에 넣었다. 

우피치 미술관 투어는 오후라 오전엔 날씨요정에게 피렌체의 가장 유명한 두오모를 구경시켜주기로 했다.

 

피렌체의 상징, 두오모. 사진에 이래 보여서 그렇지 실제로 보면 생각보다 어마어마하게 크다.

 

흰색, 분홍색, 초록색의 대리석의 조화가 아름다운 지오토의 종탑.

 

두오모가 있는 광장에 들어서마자 두 가지에 깜짝! 놀라게 된다. 

첫번째는 두오모의 실물이 생각보다 거대하다는 점이고, 

두번째는 정말 지금까지 이탈리아를 8일 여행하면서 보았던 것보다 더 많은 사람을 두오모 근처에서 보게 되다는 점이다. 

거대한 두오모가 드러나기 시작하자 수많은 사람들이 놀라서 고개를 들고 우와 우와 하며 두오모를 쳐다보며 걸어오는데, 

이 때 갑자기 그림을 파는(척 하는) 남자 둘(사기꾼)이 잽싸게 바닥에 하늘 보고 걷는 관광객 발 앞에 그림을 깔기 시작했다.

두오모만 쳐다보면서 걸어들어오던 어린 여학생이 (밟으라고 놓아 둔) 그림을 밟자마자 

그 사기꾼들이 갑자기 화를 내면서 그림을 밟으면 어떡하냐며, 

너가 그림을 밟아 상품이 훼손됐으니 너가 사가야 한다며 윽박지르기 시작했다.

영문을 모르는 학생은 얼굴이 하얗게 질려서 그림 가격이 얼마냐고 묻고

이 사기꾼들은 그림을 돌돌 말아 주면서 그렇게 그림을 팔아먹었다. 

그 앞에 잠깐 서있었는데 워낙 두오모만 보고 들어오는 사람들이 많아서 순식간에 두명이 당했...ㅠㅠ

그렇게 당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어린 학생들이라 안타깝기도 하고, 

(나도 관광객이지만) 관광지 주변에 사람도 너무 많고 사기꾼도 많고 피렌체의 매력을 잃은 것 같아 안타까웠다. 

직전에 머물렀던 베로나에도 관광객이 꽤 있다고 생각했지만 피렌체에 비하면 그 곳은 그냥 사람사는 동네였다.

 

개인적으로는 이탈리아에서 피렌체는 추천하고 싶지 않지만, 

워낙 유명한 도시이고, 주변에 아울렛도 있고 여행에서 빼기 어려운 도시이니만큼 

피렌체 여행가시는 분들은 두오모 근처에서 ★그림팔이 사기단을 꼭 조심하세요!★

일단 걸을 땐 무조건 정면을 보고 걷고, 한 곳에 멈춰 서서 두오모를 쳐다보기!!!

걸으면서 두오모를 쳐다보면, 밟으라고 깔아놓은 그림 밟고 울며 겨자먹기로 돈을 뜯기게 될거에요!!

 

 

8월의 한 여름이라 땡볕은 너무 뜨겁고, 어딜 가도 사람이 너무 많아서 숙소로 돌아와 기진맥진 쉬다가

오후에 한국인 가이드가 설명해주는 우피치 미술관 투어를 시작했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미술관이나 박물관 같은 곳은 원데이 투어를 선호하는 편!

원데이 투어를 신청하면 표도 구매대행을 해주고, 또 미술관에 따라서는 우선입장이 되기도 하고

또, 잘 모르는 미술작품들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과 함께 지역 맛집에 대한 팁도 얻을 수 있기 때문!

나와 날씨요정도 가이드의 속사포 같은 설명을 경청하면서 열심히 사진도 찍고 화가의 이름도 외웠지만

퓨....뭔가 뿌듯한 마음은 그 날 뿐이고, 이렇게 시간이 지나면 우피치에 어떤 미술작품이 있었는지 조차 가물가물하다...ㅠㅠ

그나저나, 코로나 때문에 관광업이 가장 큰 타격을 입었는데,

이탈리아를 비롯해서 해외에서 가이드를 업으로 하시던 분들은 지금 어떻게 살고 계실런지 궁금하기도 하고 걱정이 되기도 하고. 

 

가이드 분이 중간에 어떤 음료(?) 아이스크림(?) 혹은 그 두개(?)를 먹어야 한다고 해서...

 

 

우피치 미술관 투어를 마치고 나와 날씨요정은 전열을 정비하고(?)

피렌체 Must to do No.1 미켈란젤로 언덕에서 노을보기를 하러 갑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고도 충분히 갈 수 있는 거리라서 천천히 걸어가는데 

구글맵을 볼 필요가 없을 만큼 많은 사람들이 모두 같은 방향을 향해 올라가고 있다. 

언덕까지 다다르니 여기에도 온 세상에서 모인 듯한 사람들이 복작복작거리며 노을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도 저녁이 가까워지니 살갗이 따갑도록 작열하던 태양의 기운도 한풀 꺾이고

(하지만 아랫동네에서는 더한 더위가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ㅠㅠ)

언덕에 선선한 바람이 불면서 마음이 당장이라도 살랑일 것 같은 기분이었다. 쿄쿄

 

계단에 앉아 노을을 기다리는 사람들. 마스크 없이 다닥다닥 앉은 풍경이 너무 낯설다. 흑흑

 

뜨겁고 정신없는 하루였지만, 노을지는 이 풍경만큼은 참 평화롭네 ♥

 

조금씩 해가 지평선을 향해 내려가기 시작하고 

은은한 아르노 강 너머에 압도적인 붉은 지둥도 노을 빛에 붉게 물들기 시작한다. 

오늘 낮에 겪은 저 곳은 소란한 세상 그 자체였는데 이렇게 멀리 떨어져 바라보니 그저 한 폭의 그림일 뿐이네. 

(물론, 미켈란젤로 언덕도 이 노을을 보려는 사람들로 소란 그 자체이긴 했지만 ㅎㅎ)

다들 뭐가 그렇게 궁금해서 피렌체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모여드는 것일까? 

십여년 전엔, (적어도 일본인과 한국인들에겐) <냉정과 열정사이>이라도 있었는데 말이지. 

그 때도, 사실 피렌체에 아주 큰 매력은 못 느꼈었지만..(피렌체를 좋아하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죄송합니다 -ㅅ-;; )

만일 이탈리아에 갈 수 있는 기회가 또 있다면, 

다음번엔 정말 유명한 도시보다 소도시들 위주로만 알차게 돌아다녀보고 싶다. (베로나는 필수!)

 

그래도 사진 한 장 안남기면 서운하니까요! :)

 

자, 이제 내일이면 이번 여행에서 가장 기다리고 기다렸던 곳으로 갑니다. 야호!

 

 

Posted by hone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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