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여정] 베로나에서 볼로냐로!

 

Bon giorno! 좋은 아침 :D 

이탈리아 여행기에서 만나는 6일째 아침 (실제 여행에선 8일째 아침!)

오늘은 사랑스러웠던 도시 베로나(Verona)를 떠나 볼로네제 파스타를 먹으러 볼로냐(Bologna)에 갈 예정입니다!

(이후 볼로냐에서 피렌체로 이동할 예정!)

아침에 짐을 챙겨서 안드레아 할저씨의 차고에 넣어놓은 차를 빼러 나왔는데, 

문득, 베로나는 젊은 남자보다도 중년 남자들의 너무나 스타일리쉬하고 멋있는 도시라는 생각이!

원래 이탈리아 남자들은 거지도 잘생겼다(?)라는 농담도 유명한데 여행다니며 실감한 적은 없었단 말이지.

그런데 베로나에서 희끗희끗한 머리인데도 스타일 좋은 중년 아저씨들이 왜이렇게 많던지,

젊은 남자들보다 오히려 중년 남자들이 더 멋쟁이 같이 느껴지던 이 곳, 베로나.

나중에 내 미래의 남편도(?) 이렇게 중후한 멋이 느껴지는 아저씨로 늙어줬으면....(과연ㅋㅋ)

 

그저 서서 전화할 뿐인데도. 

 

짱구 원장님st.  자켓을 입고도....

 

어쨌든, 다음에 베로나는 꼭 다시 한 번 와봐야겠다는 다짐과 함께, 

베로나를 떠나 대학의 도시 볼로냐(Bologna)로 출발!

볼로냐를 여행 루트에 넣은 이유는 정말 단순했다.

라구 알라 볼로네제 (Ragu alla Bolonese) 파스타를 먹으러! 

원래 나는 크림 베이스의 파스타를 좋아하고 토마토 베이스 파스타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유일하게 토마토 베이스의 라구 파스타를 좋아한다. 

그래서 꼭 볼로냐에서 볼로네제 소스의 라구 파스타를 먹어보고 싶었음!

그리하여 피렌체로 가는 길에 두어 시간을 달려서 볼로냐(Bologna) 도착!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가장 유명한 파스타 가게를 찾아갑니다. 총총

(그런데 여기 주차장에 가다가 아무래도 ZTL 위반한 것 같다. 조심한다고 했는데도 ㅠㅠ

볼로냐경찰서(?)에서 차적조회한 기록이 떴음 ㅠㅠ 현재 벌금용지 기다리는 듕...)

 

베로나와는 또 다른 볼로냐의 도로 풍경 

 

지나가던 길에 만난 성 스파테노 성당 (Basilica di S. Stefano) 

 

볼로냐에서 굉장히 높은 평점의 파스타 가게(Sfoglia Rina)가 있었는데 가보니까 점심시간이 훌쩍 넘은 시간에도

가게 밖으로까지 줄이 길게 늘어져 있었다.  OTL

시간도 이미 점심시간을 한참 지난 2시고, 곧 있으면 다른 레스토랑은 Break time이 시작될 것 같아서

부랴부랴 구글에서 다른 라구 파스타를 파는 곳을 찾아 갔다. 레스토랑 이름은, Drogheria della Rosa.

 

뜨거운 햇살이 느껴지는 테라스의 풍경

 

도착해서 자리를 잡고 앉았는데, 여기는 관광객보다는 주민들이 편하게 찾는 분위기인 것 같았다.

서버들이 자리를 세팅해주고 여자주인이 나와서 빠른 이탈리아어로 (아마 주인은 또박또박 말해준다고 생각했을 거야..)

오늘 주문할 수 있는 메뉴를 읊어주었다.......메뉴판으로 주면 안되겠뉘? (원래 메뉴판이 없음ㅋ)

그래서 나의 버킷리스트인 라구 파스타와....그 중에 알아들을 수 있었던 유일한 메뉴 라자냐...를 주문! 

그랬더니  와인잔을 꺼내서 와인도 따라주고, 치즈도 주고, 작은 애피타이저도 갖다주는데

분명 우리가 시킨 적은 없는데 ㅠㅠ

영어가 안통하는 지라...물어볼 수도 없고..이렇게 눈뜨고 바가지를 쓰는구나..ㅠㅠ

싶었지만 돈이 없는 것도 아니고 뭐 까짓거 돈 좀 더 내고 이탈리아 스타일로 먹지..싶어서 와인도 다 마시고 내어다 준 건 다 먹었다!

내 와인잔이 비자 서버가 상냥하게 한 잔 더 따라줄까? 라며 물었지만

더이상 호구가 되고 싶지 않아서 웃으면서 괜찮다고 사양했다 ^^...

하지만 나중에 계산하면서 알았는데 이 모든 서비스는 공짜였음..............................@ㅁ@ 으아니!!!!

 

바가지 당하는 건 아닐까? 걱정하면서도 사진은 상큼하게!

 

볼로냐에서 먹는 라구 알라 볼로네제 딸리아뗄레 !  드디어 먹었닷 >.< 

 

 

이번 여행을 하면서 스스로 깨달은 것 중 하나는, 

내가 인종차별을 당하는 건 아닐까, 동양인이라서 혹은 여행객이라서 바가지를 당하는건 아닐까.

하는 노파심이 내 마음 한켠에 내내 곤두서있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친절하게 대해주면 그게 당연한 수준임에도 기뻐했고, 쌀쌀맞게 대해주면 애써 쿨한척 하려 했다.

12년 전, 처음 유럽여행을 다닐 때만해도 이런 마음으로 여행하지 않았던 것 같은데 

(실제로 차별을 당했을지라도 차별당한다고 생각한 적 없고, 뭘 몰라서였는지 바가지 쓸까봐 걱정한 적은 잘 없었던 것 같은데..)

언제부터 내 마음속에 이런 생각들이 자리잡게 되었을까?

12년 사이에 실제로 내가 여행하며 겪은 경험들이 누적되어서일 수도 있고,

Youtube나 블로그 등을 통해 다른 사람의 인종차별 썰을 너무 많이 본 탓도 있을거고. 

이렇게 여러가지 정보와 경험들이 누적되면서 생겨난 노파심이겠지. 

어쨌든, 조심해서 나쁠 건 없지만 어쩐지 내 마음속에 여행다니는 내내 눈치를 보는 마음이 생겼다는 사실에

어쩐지 마음이 씁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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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로냐에서 라구 알라 볼로네제 파스타를 먹겠다는 소원을 성취하고서

바로 볼로냐를 떠나긴 아쉬워서 그리 크지 않은 볼로냐의 중심가를 관통해보기로 했다.

볼로냐의 건축양식 중 특이한 점 하나는, 바로 긴 회랑으로 건물들이 이어져있었다는 것!

회랑덕분에 이 8월 한낮의 뜨거운 햇빛을 피할수 있기도 하고, 

또 건물들마다 다른 모양과 양식의 회랑으로 되어 있어서

자연스럽게 걸으면서 회랑이라는 공간이 자아내는 느낌을 구경하는 쏠쏠한 재미가 있다!

 

디테일한 장식이 돋보이는 회랑에서 

 

오후의 햇살에 아치 그림자가 멋지게 드리워진 회랑의 바닥 

 

오래된 옛것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 회랑 

 

지나가는 길에 엿본 볼로냐의 뒷골목. 자연스러운 삶의 모습 

 

볼로냐의 회랑 덕분에 뜨거운 햇살을 피해 볼로냐 중심을 가로질러, 

볼로냐의 핵심인 마조레 광장(Piazza Maggiore) 산 페트로니오 성당 (Basilica di San Petronio)에 도착했다. 

산 페트로니오 성당은 14세기에 고딕양식으로 건축을 시작했다가 중간에 중단되었다가 다시 짓고 하는 바람에

성당의 파사드 하단은 대리석으로 덮여 있지만, 위쪽 부분은 벽돌부분으로 아직도 완성되지 않은 형태라고 한다.  

 

흰색과 분홍색 대리석으로 마감된 성당의 하단 부분과 벽돌채로 보이는 윗 부분

 

내부도 매우매우 아름답다!

 

 

마조레 광장의 넵튠 분수 앞에서 :)

 

 

사실, 볼로냐에서는 라구 알라 볼로네제 파스타만 먹으면 된다는 단촐한 목표를 가지고 왔기 때문에

두어시간 머물면서 발길이 닿는대로 돌아다닌게 전부이지만

(변명을 해보자면, 그 앞의 돌로미티 여행 루트를 짜는데 온 힘을 다하고 후반부는 큰 계획이 었었...&

대낮의 햇살이 너무 뜨거워서 오래 돌아다니고 싶은 의욕도 없었음......)

대학의 도시라는 볼로냐의 별명처럼, 뭔가 로맨틱하고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듯한 베로나의 분위기와는 달리

좀 더 조용하고 학구적인 느낌, 꾸미지 않았아서 화려하진 않지만 그 자체로 진중한 멋이 느껴지는 도시였다.

여행 일정이 조금 더 넉넉해서 볼로냐에서도 1박을 했다면 조금 더 그 깊이를 느낄 수 있었을텐데

베로나에서 피렌체로 옮겨가는 와중에 잠시 볼로냐를 들르는 일정이어서 여유롭게 둘러볼 수 없었던게 지금 와서 많이 아쉽네.

 

그러니까, 이탈리아는 또 가야 할 것 같다...(나다운 결론)

여러분, 이탈리아는 사랑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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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hone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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