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LICE of LIFE

어젯밤, 모두가 잠든 민박집 부엌에서 언니 오빠들은 과감하게
우리들의 힘만으로 이탈리아 남부로 내려가는 결정을 내렸다.
주인 아저씨가 그렇게 가면 힘들고 제대로 못본다며
하루짜리 속성 투어를 알선해준다 하셨지만
청개구리 우리들은 결국 1박 2일 배낭여행을 결정했다.
가이드 북에도 자세히 나와있지 않은 그 곳,
 이탈리아 남부로.

정말 새벽일찍 일어나 짐을 챙겨 민박집에 맡겨놓고
떼르미니 역에서 8시 27분 나폴리행 기차에 몸을 실었다.
우리의 오늘 예상 계획은, 넉넉잡아 오후까지 폼페이를 구경하고
거기서 저기 이탈리아 구두굽끝인 포지타노까지 내려가는 것.
똑같은 배낭여행인데도, 가이드 북에 나와있지 않은 곳을 간다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나는 너무너무 들떴다.

로마에서 나폴리까지 기차로 걸린 시간은 2시간. 쎄쎄쎄를 하면서 갔기 때문에 2시간 따위 하나도 지루하지 않았다 -_-
원래 나폴리가 세계 3대 미항으로 유명하지만, 갔다와본 사람들이 생각보다 별로라고 했을 뿐더러
당시 나폴리에서 쓰레기 전쟁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당국이 6개월동안 쓰레기를 치우지 않았다나 어쨌대나)
우리는 나폴리는 가볍게 건너뛰기로 했다. 갈곳이 많으므로!

여기 나폴리에서 폼페이로 가는 사철을 타고 또 50분을 달려 그 유명한 고대 화산 유적지, 폼페이에 도착했다.
아 감동의 쓰나미.
사실 폼페이에 가이드 없이 가면 그냥 돌띵이라 그래서 우린 저렴한 가이드, 오디오 가이드를 빌려 입장했다.


그 옛날 화산폭발에 묻혀져 사라진 폼페이, 그 역사적이고 뜻깊은 곳에 와있다는 사실에 내 마음은 둑흔둑흔.
또 은근 한국인들이 많이 안오는 희소가치에 괜히 어깨가 들썩들썩. 역시 나는 도전에 강해. 훗.

처음 입장해서 사람들이 몰려있는 곳으로 갔더니,
용암에 그대로 비명횡사한 이들의 뼈를 전시중인 곳이 있었다.
뜨거운 용암에 다 녹아없어졌을 것만 같은데
마치 뼈에서 살가죽만 벗겨낸것처럼 너무나도 적나라하게 보존되어 있는 뼈들.
그런데 표정이 너무 생생해서 차마 오랫동안 보고 있지를 못하겠더라...

아..근데 영어가이드도 모르겠고 지도를 봐도 모르겠다.
우리는 폼페이의 도시에서 헤메는 꼴이 되어버렸다.
여기가 어디메요.

비록 가이드 설명도 없고 책도 없고 사전지식도 없는 터라 폼페이의 역사적 가치를 홀라당 날려먹었으나,
정말 기원전에 만들어진 이 도시가 이 정도 수준일 수 있는가에 대해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마을과 도로는 굉장히 잘 구획되어 있었고, 길은 인도와 마차도로가 구분 되어 있었으며
집안 내부는 화려하고도 섬세한 그림으로 치장되어 있으며, 바닥도 모자이크 타일로 화려하게 장식되어있었으니까.

완전 뜨거운 뙤약볕 아래서 누구네 집, 누구네 집, 어느 길, 어느 길을 미로처럼 헤메이다
드디어 그 유명한 폼페이의 하이라이트, 홍등가로 가는 길을 찾았다. 야호 ....! 응?

이 시대에도 매춘이 존재했다니!!!
그중에서도 유명한 홍등가에 들어가는 입구엔 벌써 줄이 길게 늘어섰다........역시 사람들이란....
어렸을 적에 티비에서 본 적이 있는데, 이런 매춘하는 집에는 각종 체위들이 적나라하게 다 그려져있다고.
(그래서 이렇게 다들 줄을 선거야?)
나도 줄서서 기다리며 옆의 외국 가이드의 설명을 잠깐 엿들었는데,
외국인들이 이 곳에 오면 말이 통하지 않기 때문에 천정에 그려진 체위의 그림을 보고 그 중에 원하는 걸 선택했단다.
....와...진짜 장삿속도 장난 없구나.....

어쨌든, 우여곡절 끝에 폼페이를 이러저리 헤멘 끝에 (사실 잘 몰라서 시간낭비도 많이 했다 -_-)
우리는 땡볕아래서의 폼페이 관광을 끝마쳤다.
폼페이의 진가를 많이 놓친것 같아 아쉽지만,
1. 고대 화산 유적지인 폼페이에 내 발을 디디고 돌아다녔다는 것.
2. 폼페이 미라를 보았다는 것.
3. 폼페이의 하이라이트 홍등가를 구경했다는 것.
요 3가지만으로도 나는 내 나름의 폼페이에 가야할 이유를 다 찾았으니까. 후회없다.

이제는 우리의 휴식처, 포지타노로 갈 시간!

으하하하하. 벌써 80번째 이야기....................근데 아직 한참 남았다규! 끈기있게 읽어달라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