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n Pomeriggio @_@ 좋은 오후! 

이번 여행의 마지막 하이라이트, 산지미냐노(San giminagno)아그리투리스모(Aguritrismo, 농가민박)의 그 날이 왔습니다. (쏴리질러!!)

이번 이탈리아 여행에서 정말 좋았던 곳들이 많았다. 

북부의 알페디 시우시, 돌로미티, 베로나를 비롯해서 여러 도시들. 그리고 토스카나를 마지막으로

이 얘기까지 써버리고 나면 사실상 이탈리아 여행기도 곧 끝나기 때문에 시원하면서도 섭섭 ㅠ

이후로 코로나 때문에 새로운 여행이 없기에, 내 마지막 보물 상자 속 이야기까지 다 탈탈 털어버리는 느낌이랄까.

그래도 써야지. 

 

 

뜨거웠던 시에나에서 햇볕을 피해 도망치듯 (그런다고 피해질 햇볕이 아니지만) 30분간 차를 몰아 흙길을 달려달려

드디어, 가장 기대했고 그리고 이번 숙소중에 가장 비싸기도 했던 (데헷) 산 지미냐노의 아그리투리스모에 도착!

농가민박은 이미 이름에서 알 수 있지만, 도시가 아니라 포도밭에 둘러싸여 나홀로 우뚝 서있기 때문에 

왁자지껄하게 놀 거리는 없지만, 자연풍경과 하나 되어 힐링할 수 있다는 나름의 매력이 있다고 해서 

(솔직하게 말하면 수영장에 반해서) 큰 기대를 가지고 내가 왔다!!!  

두둥..☆ 

 

시원하게 뻗은 입구 -*

 

민박이라고 번역하기에는 너무나도 고퀄리티 숙소인 거시다. 우리 숙소 뒷뜰 

 

쭉쭉 뻗은 사이프러스 나무와 파란 하늘을 감상하며 휴식휴식 

 

저 멀리 우뚝 솟은 탑들이 있는 산 지미냐노 (San giminagno) 도심이 눈으로 보이는 곳이었다.

 

 

체크인 시간 맞춰 도착했던지라 그리 한낮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햇살이 너무 뜨거워 잠시 실내에서 노닥노닥 하다가

조금씩 해가 기울기 시작하자마자 때는 이때다 하여 수영장으로 돌진!

(내가 검색해 본) 대부분의 아그리트리수모가 농장 내부에 수영장을 가지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대형 호텔보다 투숙객이 많지 않다보니 수영장 이용이 너무나도 쾌척한 것이다.

게다가 풍경도 얼마나 예쁘게요....♡

 

짜잔 - 여기가 바로 수영장 되겠습니다.

 

풀장이 넓은데 나밖에 없쒀여.

 

그 와중에 탈까봐 벙거지햇을 꽉 눌러쓰었다...예전에 크로아티아에서 대책없이 태웠다가 고생했기에..

 

 

투숙객 규모에 비해 넉넉하게 지어진 수영장에는, 여댓명의 투숙객들이 썬베드에 누워 낮잠을 자거나 책을 읽고 있었다.

아무도 없는 pool에 첨벙 뛰어들어 고개를 들어 천천히 평영으로 물살을 가로지르며 나아가는데

피부에 차르르 감기는 시원하면서 편안한 이 물의 감촉, 

그리고 맑고 파란 하늘 아래 눈앞에 펼쳐지는 토스카나의 초록초록한 구릉들과 저 너머 뾰족한 탑들의 실루엣이 돋보이는 산 지미냐노의 모습.

여기가 바로 천국인가요. 

이탈리아 중부의 아주 작은 도시, 그리고 그 보다 더 깊이 숨겨진, 지도 속엔 점과 같은 곳.

이 곳 밖의 세상에서 미사일이 날라다니고 쓰나미가 몰아치고 그런 소란스러움에 정신이 없어도

여기 이 곳만큼은 언제나 이렇게 평온할 것만 같은 시간과 풍경 속에 들어와 있는 것 같았다. 

이탈리아 북부에서의 자연 속에 파묻혀있다가, 혼이 쏙 나갈만큼 사람들로 복작거리는 도시 속을 헤메여서일까

한 템포 쉬어가는 이 풍경과 여유로움이 너무 달콤해서 정신이 아득할 정도였다. 

 

포도밭 위로 드리워지는 황금빛 노을 

 

토스카나의 풍경을 물들여가는 황금빛 노을. 이 풍경을 꼭 보고 싶었다.

 

지평선이 낮아서 해가 사라지고 난 뒤의 붉은 여운도 한참이나 즐길 수 있었다. 

 

수영장에서 한참을 놀다가 씻고 예약해둔 시간에 맞춰 저녁을 먹으러 갔다. 

대부분 아그리투리스모가 도시와는 멀찍이 떨어진 포도밭 한 가운데 있기 때문에 

레스토랑도 같이 운영하고 있어서 식사하기에도 너무나 편리...♡

레스토랑 건물 안에서도 식사가 가능하고 야외에서도 가능한데, 

해가 저물면서 날씨도 선선하고 산 지미냐노의 풍경도 볼 수 있기에 당연히 야외 착석. 

민낯으로 식사를 기다리는 행복한 나....

 

오랜만에 등장한 제대로된 음식. 라구파스타 먹었습니다. >.<

 

달다구리 디저트!

 

 

 

포도밭에 둘러싸인 아그리투리스모의 평화로운 분위기와, (심지어 당나귀들이 거닐고 있었다...!!)

쭉쭉뻗은 사이프러스의 시원한 풍경, 그리고 저 멀리 꿈결처럼 보이는 산지미냐노의 모습, 

여유로운 수영장에서 물을 가르던 시간, 그리고 밤이 내려앉은 야외에서 와인잔을 마주치며 먹었던 식사까지.

모든 것이 완벽했던 이 곳. 

너무 좋아서 너무 많은 사람들이 찾지 않았으면 하는 이 아이러니한 마음.

하루 밖에 머물 수 없어서 아쉬웠지만 (2주간 여행했던 숙소 중에 가장 비쌌다...^^;;)

너무 좋으니까 5년 이내에 꼭 다시 오리라.

그 때는 여기에 좀 더 오래 머물면서 시에나와 근처 작은 소도시들을 돌아보겠다고 기분 좋은 상상을 했는데,

코로나 때문에 아무래도 최소 +3년은 더 미뤄야겠지..?

다시 갈 때까지 그 때의 이 모습이 그대로 유지되었으면..♡

Posted by hone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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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여정. 피렌체에서 시에나로!]

 

Bon giorno! 좋은 아침 :)! (이탈리아 여행간다고 생활 이탈리아도 배워서 갔는데 다 기억에서 희미해진지 오래...)

이탈리아에서 맞이하는 8일째 아침! (실제 여행에선 10일째 아침!)

오늘은 피렌체를 떠나 시에나(Siena)까지 내려갔다가 산 지미냐노(San Giminano)로 살짝 올라오는 여정이다.  

산 지미냐노의 아그리뚜리스모(Agriturismo, 농가민박)이 이번 여행의 마지막 하이라이트여서 기대 만발인데 

체크인 시간까지 시간이 뜨는데 피렌체보다는 새로운 도시를 가보고 싶어서 시에나를 루트에 넣었다. 

피렌체에서부터 시에니까지는 차량으로 약 1시간 거리. 

오전에 부랴부랴 짐싸서 피렌체를 떠나 시에나로 왔는데 

야....이거 1시간씩 내려올때마다 8월 한여름의 햇볕 장난 아니다야.........(-ㅅ-;;)

심지어 오전에 이동하다보니 매번 제일 뜨거운 정오 한낮에 돌아다니게 된다는 함정이 ㅠㅠ

여름의 이탈리아 중부/남부는, 사실 너무 힘들다. 

어쨌든, 시에나 구도심 외곽에 차를 주차하고, 시에나의 관광의 핵심인 캄포광장(Piazza del Campo)으로 향했다. 

여느 이탈리아 중세 도시가 그렇듯, 구도심안으로 들어오면 중세시대에 들어온 듯, 영화 세트장에 온듯 

지금껏 내가 살아온 세계와는 전혀 다른 공간 속을 걷고 있는 듯한 착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난 참 이탈리아가 좋더라. 2008년에도 그랬고, 2019년에도 그랬고. 

 

저 멀리 우뚝 솟은 만지아의 탑(Torre del Mangia)가 보이는 곳이 캄포 광장이닷!

 

 

캄포광장(Piazza del Campo)는 부채꼴 모양으로 생긴 광장인데

고대 로마의 공회당과 시장 자리에 1293년 시에나 의회가 공공장소를 만들기 시작하면서 조성되었다고 한다. 

여기 캄포 광장에서 시에나 대표 축제인 팔리오(Palio)도 개최되는데, 나는 아슬아슬하게 그 축제를 비껴서 가게 되었다. 

원래 여행자들이 여기 광장에 드러누워서 토스카나 하늘을 즐긴다는데, 

지금 이 시간에 여기 누웠다가는 화상각...

부채꼴 모양의 광장을 조망하려면, 광장의 푸블리코 궁전(Palazzo Pubblico)만지아의 탑(Torre del Mangia)에 올라가야 하는데 

계단이 무려 500개나 됩니다요.......무릎 괜찮은 분들만 추천드립니다. 

 

캄포광장은 중심지답게 그리고 관광지 답게 관광객들이 복작복작 거렸다.

그래도 피렌체에 비하면 출퇴근길 2호선에 있다가 한낮의 널럴한 2호선을 탄 듯한 느낌이다. 휴.

피렌체는 전 세계 관광객이 다 모인 것 같은 느낌이라면, 시에나는 주로 유럽 관광객들이 모인 것 같은 느낌.

 

 

캄포광장을 한 장에 찍기 어려워서 광각으로 찍었다. 만지아의 탑 그늘에 옹기종기 모여앉은 사람들 ㅎㅎ

 

 

한때 시에나 시청으로 사용되었던 우아한 푸블리코 궁전과 만지아의 탑 

 

 

만지아의 탑이 너무 높아서 사진 찍기 참 어렵죠잉 >.<

 

 

 

 

정오를 지난 시에나의 햇살은 정말 뜨거웠다. 사진이고 뭐시기고 찍고 싶지 않을 만큼 뜨거움....ㅠㅠ

오늘 일정의 핵심은 시에나가 아닌 아구리트리스모였기 때문에 시에나에서 머물 시간이 넉넉하지 않았다. 

그래서 점심은 캄포광장의 카페테리아에서 샌드위치와 신선한 샐러드, 그리고 오렌지쥬스로 간단히 해결!

사실 내 여행에서 맛집 기대하면 안된다. 엄마아빠 닮아서(?) 굶거나 대충 때우면서 관광하는 스타일임..(-ㅠ-)

점심먹고 그래도 시에나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 두오모(Duomo)로 가봅니다. 

 

구도심 건물들 분위기가 베로나, 피렌체와는 또 다른 느낌. 훨씬 앤티크한 느낌이랄까.

 

 

캄포광장에서 두오모는 그리 멀지 않은 거리에 있는데 입장권을 사는 줄이 또 한참 늘어져있다.

거대한 이 두오모는 무려 12세기에 시작되어 200여년에 걸쳐 완성된 로마네스크와 고딕의 혼합양식 교회인데 

원래는 세계에서 가장 큰 교회가 되었을지 모르지만 14세기 페스트 때문에 설계대로 완성되지 못하고 

지금 규모에서 멈추어버렸다고 한다. 

두오모의 전면부는 마치 밀라노 두오모의 축소판 같고, 대리석으로 지어진 부분은 피렌체 지오토의 종탑의 어딘가를 닮은 것 같다. 

그나저나 두오모를 짓기 위해서 200년이라니, 유럽에 몇백년씩 걸려 지어진 성당들이 워낙 많긴 하지만

종교의 힘은 대단하다.

 

시에나의 두오모(밀라노 두오모와 피렌체 지오토의 종탑을 어딘가 믹스매치한 느낌ㅎ)

 

 

두오모로 들어가니 다소 캄캄하기는 하지만 내부 장식이 압도적이다.

황금빛으로 번쩍번쩍하는 성당이라든지, 스테인드글라스로 영롱한 빛감의 성당들은 많이 보았는데,  

얼룩말 같은 흑백 줄무늬의 대리석 기둥들과 밤하늘 별이 총총 쏟아지는 것 같은 천장은 

(많이 보지는 못했지만) 지금까지 보았던 그 어떤 성당/교회의 모습과는 다른, 시에나 두오모만의 독특한 느낌. 

나중에 출처없이 사진만 보더라도, 시에나 두오모는 한 눈에 알아 볼 수 있을 것만 같다. 

 

대낮이지만 마치 밤하늘을 구경하고 있는 것 같은 시에나 두오모의 천장

 

 

흑/백 조합의 대리석 기둥도 참 인상적이다. 흑과 백은 시에나의 문장을 상징한다고 한다! 아하!

 

 

사진에는 잘 보이지 않지만 바닥의 모자이크도 대단하였다. 56개의 종교적 장면을 표현했다고 한다

 

 

두오모에서 나와 왼편 건물로 가서 내려가는 계단을 따라가면 세례당(Battistero)이 나온다. 

이 곳은 두오모내부와 다르게 황금빛으로 번쩍번쩍하는데 정교한 프레스코화 장식에 입이 떡 벌어졌다.

 

천정이 황금빛으로 번쩍번쩍

 

두우모 통합권에는 원래 두오모, 세례당 그리고 두오모 오페라 박물관까지 입장이 가능했는데 

두오모 오페라 박물관은 바로 입장되지 않고 시간대마다 오픈인원을 제한하고 있었다. 

땡볕에 사람들이 진짜 땀을 뻘뻘흘리면서 거의 악에 받쳐서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음....ㅠㅠ

여기까지 오고 티켓도 산 거, 웬만하면 오페라 박물관까지는 보고 가고 싶었지만 

이런 땡볕에서 15분이상 기다리다가는 날씨요정과 철천지원수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곱게 포기하고 돌아섰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한여름 땡볕의 이탈리아 여행은 심각하게 다시 생각해보셔야 합니다.... 

 

지금의 이탈리아는 1800년대 후반에 통일된 나라이고, 중세시대에는 도시국가로 이루어져있었다. 

잘 알려진 피렌체, 시에나, 밀라노, 베네치아, 나폴리 같은 도시들이 중세시대에는

피렌체공화국, 시에나 공화국, 나폴리 공화국 같은 하나의 나라를 이루고 있었다고 한다. 

공화국마다 조금씩 문화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유산도 다르고, 심지어는 언어도 달랐다고.

그래서 지금의 이탈리아에 문화유산이 이토록 많이 남았다고 한다. 

지금의 우리 눈에는 모두 한 나라의 여러 도시들 중에 하나일 뿐인데,

몇백년 전에는 모두 다른 나라여서 서로 경쟁하고 심지어 싸우기도 했다니. 

이탈리아 여행이 한 나라 여행이 아니라 여러 과거 나라의 여행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 

여행을 하면 할 수록 이탈리아의 역사와 문화를 더 잘 알아보고 싶은 욕심이 마구 생겨난다. 

시에나는 15세기까지 교통과 상업의 교통지였는데 그 이후 피렌체에 밀려 쇠락했다고 한다.

관광지로서도 피렌체가 압도적으로 유명한 탓에, 시에나에 대한 자료도 풍부하지가 않아서

시에나를 짧게나마 돌아보면서도 아는게 없어 너무 겉핥기식 둘러보기만 한것 같아 아쉬웠다. 

다음에 다시 한 번 기회가 된다면....(끊임없이 다시 올 핑계를 구상하는 중)

시에나에 대해서 깊이 공부해보고, 조금은 더 선선한 날에(핵심) 시에나에서 느긋한 시간을 보내며 찬찬히 둘러보고 싶다.

그렇게 시에나에 대한 깊은 아쉬움을 뒤로 하고, (그땐 너무 더워서 아쉬운줄 몰랐다...)

드디어 아구리뜨리스모(Aguritrismo)가 있는 산 지미냐노(San giminagno)로 출발! 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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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랜만에 쓰는 여행기. 

어느 새 재작년 여행이 되어버린 이탈리아 여행...또르르 ㅠ

간간이 일상생활에 대한 포스팅은 올렸는데 여행기를 올리지 못한 이유는

그 사이에 '결혼'이라는 인생의 가장 큰 이벤트와 '코로나'라는 가장 큰 전염병의 탓이라기보다 (아예 없진 않겠지만)

결혼 전에 쓰던 내 데스크탑 사망 + 티스토리 에디터의 변경으로 다량의 사진을 편집해야 하는 여행기 쓰기가 너무 어려웠던 것이다. 

게다가, 오늘 쓰려고 하는 피렌체 편이 내 이탈리아 여행 중에 가장 재미가 없는 날이기도 했음.

그래도 여기를 넘어야 이번 여행의 원 오브 하이라이트를 쓸 수 있기 때문에 숙제하는 마음으로 쓴다. 

(바뀐 티스토리 에디터 정말 별로네요..ㅠㅠ 오히려 왜 역행하는 거지?)

- * - * - 

 

[오늘의 여정] 볼로냐에서 피렌체로!

 

어느 새 여행이 반을 넘어 3/4지점까지 왔다. 

원래 여행이 끝나갈 때 즈음엔 아쉬운 법인데, 그래도 아직 이 이탈리아의 여행의 하이라이트가 하나 남았기 때문에

아쉬운 마음보다는 아직도 설렌다. 

이래서 (항상 누누히 말하고 또 가능하다는 전제하에) 여행의 후반부에 가장 기대하는 곳을 넣어야 한다. 

사실 난 2008년에 피렌체를 한 번 들렀기 때문에 이번 여행에서 과감하게 뺄까 하다가, 

11년 전에 못갔던 우피치 미술관과 미켈란젤로의 언덕에서의 노을만 보겠다는 생각, 

그리고 날씨요정은 이탈리아가 처음이라 피렌체를 여정에 넣었다. 

우피치 미술관 투어는 오후라 오전엔 날씨요정에게 피렌체의 가장 유명한 두오모를 구경시켜주기로 했다.

 

피렌체의 상징, 두오모. 사진에 이래 보여서 그렇지 실제로 보면 생각보다 어마어마하게 크다.

 

흰색, 분홍색, 초록색의 대리석의 조화가 아름다운 지오토의 종탑.

 

두오모가 있는 광장에 들어서마자 두 가지에 깜짝! 놀라게 된다. 

첫번째는 두오모의 실물이 생각보다 거대하다는 점이고, 

두번째는 정말 지금까지 이탈리아를 8일 여행하면서 보았던 것보다 더 많은 사람을 두오모 근처에서 보게 되다는 점이다. 

거대한 두오모가 드러나기 시작하자 수많은 사람들이 놀라서 고개를 들고 우와 우와 하며 두오모를 쳐다보며 걸어오는데, 

이 때 갑자기 그림을 파는(척 하는) 남자 둘(사기꾼)이 잽싸게 바닥에 하늘 보고 걷는 관광객 발 앞에 그림을 깔기 시작했다.

두오모만 쳐다보면서 걸어들어오던 어린 여학생이 (밟으라고 놓아 둔) 그림을 밟자마자 

그 사기꾼들이 갑자기 화를 내면서 그림을 밟으면 어떡하냐며, 

너가 그림을 밟아 상품이 훼손됐으니 너가 사가야 한다며 윽박지르기 시작했다.

영문을 모르는 학생은 얼굴이 하얗게 질려서 그림 가격이 얼마냐고 묻고

이 사기꾼들은 그림을 돌돌 말아 주면서 그렇게 그림을 팔아먹었다. 

그 앞에 잠깐 서있었는데 워낙 두오모만 보고 들어오는 사람들이 많아서 순식간에 두명이 당했...ㅠㅠ

그렇게 당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어린 학생들이라 안타깝기도 하고, 

(나도 관광객이지만) 관광지 주변에 사람도 너무 많고 사기꾼도 많고 피렌체의 매력을 잃은 것 같아 안타까웠다. 

직전에 머물렀던 베로나에도 관광객이 꽤 있다고 생각했지만 피렌체에 비하면 그 곳은 그냥 사람사는 동네였다.

 

개인적으로는 이탈리아에서 피렌체는 추천하고 싶지 않지만, 

워낙 유명한 도시이고, 주변에 아울렛도 있고 여행에서 빼기 어려운 도시이니만큼 

피렌체 여행가시는 분들은 두오모 근처에서 ★그림팔이 사기단을 꼭 조심하세요!★

일단 걸을 땐 무조건 정면을 보고 걷고, 한 곳에 멈춰 서서 두오모를 쳐다보기!!!

걸으면서 두오모를 쳐다보면, 밟으라고 깔아놓은 그림 밟고 울며 겨자먹기로 돈을 뜯기게 될거에요!!

 

 

8월의 한 여름이라 땡볕은 너무 뜨겁고, 어딜 가도 사람이 너무 많아서 숙소로 돌아와 기진맥진 쉬다가

오후에 한국인 가이드가 설명해주는 우피치 미술관 투어를 시작했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미술관이나 박물관 같은 곳은 원데이 투어를 선호하는 편!

원데이 투어를 신청하면 표도 구매대행을 해주고, 또 미술관에 따라서는 우선입장이 되기도 하고

또, 잘 모르는 미술작품들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과 함께 지역 맛집에 대한 팁도 얻을 수 있기 때문!

나와 날씨요정도 가이드의 속사포 같은 설명을 경청하면서 열심히 사진도 찍고 화가의 이름도 외웠지만

퓨....뭔가 뿌듯한 마음은 그 날 뿐이고, 이렇게 시간이 지나면 우피치에 어떤 미술작품이 있었는지 조차 가물가물하다...ㅠㅠ

그나저나, 코로나 때문에 관광업이 가장 큰 타격을 입었는데,

이탈리아를 비롯해서 해외에서 가이드를 업으로 하시던 분들은 지금 어떻게 살고 계실런지 궁금하기도 하고 걱정이 되기도 하고. 

 

가이드 분이 중간에 어떤 음료(?) 아이스크림(?) 혹은 그 두개(?)를 먹어야 한다고 해서...

 

 

우피치 미술관 투어를 마치고 나와 날씨요정은 전열을 정비하고(?)

피렌체 Must to do No.1 미켈란젤로 언덕에서 노을보기를 하러 갑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고도 충분히 갈 수 있는 거리라서 천천히 걸어가는데 

구글맵을 볼 필요가 없을 만큼 많은 사람들이 모두 같은 방향을 향해 올라가고 있다. 

언덕까지 다다르니 여기에도 온 세상에서 모인 듯한 사람들이 복작복작거리며 노을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도 저녁이 가까워지니 살갗이 따갑도록 작열하던 태양의 기운도 한풀 꺾이고

(하지만 아랫동네에서는 더한 더위가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ㅠㅠ)

언덕에 선선한 바람이 불면서 마음이 당장이라도 살랑일 것 같은 기분이었다. 쿄쿄

 

계단에 앉아 노을을 기다리는 사람들. 마스크 없이 다닥다닥 앉은 풍경이 너무 낯설다. 흑흑

 

뜨겁고 정신없는 하루였지만, 노을지는 이 풍경만큼은 참 평화롭네 ♥

 

조금씩 해가 지평선을 향해 내려가기 시작하고 

은은한 아르노 강 너머에 압도적인 붉은 지둥도 노을 빛에 붉게 물들기 시작한다. 

오늘 낮에 겪은 저 곳은 소란한 세상 그 자체였는데 이렇게 멀리 떨어져 바라보니 그저 한 폭의 그림일 뿐이네. 

(물론, 미켈란젤로 언덕도 이 노을을 보려는 사람들로 소란 그 자체이긴 했지만 ㅎㅎ)

다들 뭐가 그렇게 궁금해서 피렌체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모여드는 것일까? 

십여년 전엔, (적어도 일본인과 한국인들에겐) <냉정과 열정사이>이라도 있었는데 말이지. 

그 때도, 사실 피렌체에 아주 큰 매력은 못 느꼈었지만..(피렌체를 좋아하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죄송합니다 -ㅅ-;; )

만일 이탈리아에 갈 수 있는 기회가 또 있다면, 

다음번엔 정말 유명한 도시보다 소도시들 위주로만 알차게 돌아다녀보고 싶다. (베로나는 필수!)

 

그래도 사진 한 장 안남기면 서운하니까요! :)

 

자, 이제 내일이면 이번 여행에서 가장 기다리고 기다렸던 곳으로 갑니다. 야호!

 

 

Posted by hone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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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여정] 돌로미티에서 베로나로! (실제 운전시간은 약 3시간 30분)

 

본죠르노! Bon giorno! 

돌로미티에서 맞이하는 4일째 아침 (실제 여행에서는 6일째 아침).

이제 여행도 중반부에 접어들기 시작하면서,

돌로미티에서의 트레킹 컨셉 여행이 끝나고,  소도시들을 들러 로마까지가는 로드트립 시작의 날이랄까?

원래는, 오늘 돌로미티 지역에서 유명한 호수 중 하나인 브라이에스 호수(Braies Lake)를 갈 계획이었는데

2019년 여름에 브라이에스 호수로 가는 통행로의 차량 진입이 금지되어서 버스를 타고 가야하는 불편함,

그리고 굳이 멀리 가지 않아도 여기 숙소 앞에 펼쳐진 평화로운 미주리나 호수를 즐길 수 있었기에

느긋하게 조식을 먹고, 마음에 길이길이 남을 숙소에서 나와 상쾌하게 미주리나 호숫가를 따라 한바퀴 산책했다.

 

맑고 깨끗한 느낌의 미주리나 호수. 아주 유명하진 않지만 이렇게 숙소 근처에 있어서 여유롭게 산책할 수 있었다.

 

미주리나 호수에서 여유롭게 카약을 타던 사람들. 캐나다인듯 스위스인듯 이탈리아라는 ㅎㅎ

 

 

미주리나 호수를 한 바퀴 산책하고, 먼 길을 떠나야 하기에 점심을 든든히 먹고

차로 장장 4시간 여를 달려서 북이탈리아 지역의 베로나(Verona)로 진입했다. 

4~5일을 건물과 인적이 많지 않은 청정지대에 있다가 점점 사람사는 도시로 들어서니 느낌이 남달랐다.

게다가 베로나 중심으로 들어가는 근교는 조금 허름한 느낌이 들어서 베로나 괜히왔나 싶었다. (하지만 큰 착각이었다.)

그리고,

베로나부터는 그 무시무시한 이탈리아의 ZTL (ZONA TRAFICO LIMITADO)가 시작되기 때문에 약간 긴장이 됐다.

다행히도 베로나 숙소에서 ZTL 등록을 해준다고 해서 크게 걱정이 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긴장되기는 마찬가지. ㅠㅠ

구도심에 돌아다니는 차가 우리 차 밖에 없고 모두 도보로 걸어다녀서 운행을 해도 되는지 찝찝했지만,

무사히 숙소 근처에 차를 댔고, 친절한 숙소 아저씨가 차를 유료차고에 넣을 수 있도록 해주었다.  

(다음날 숙소를 바꿔야 했는데 친절하게도 첫번째 숙소에서 우리가 베로나를 떠나느날까지 ZTL 존 내에 주차할 수 있도록 해주셨다 ♡

멋쟁이 베로나 안드레아 할저씨....♡)

아저씨가 지도를 펼치고 이 시간, 베로나에서 꼭 가볼 곳을 추천해주셔서 짐만 던져놓고 다시 밖으로 뛰쳐나왔다.

 

Piazza Erbe 의 풍경, 이미 나는 중세시대로 들어온것 같다. 

 

Fiume Adige, 아디제 강을 따라 너무나도 운치있는 길 

 

이 곳이 바로 포토존이다 포토존이야!

 

베로나는 아디제 강 유역의 인구 약 26만명의, 중세의 모습을 간직한 작은 도시로

웬만한 거리는 다 걸어서 돌아다닐 수 있는 아기자기한 매력이 넘치는 도시였다.

나와 날씨요정은 숙소 주인 아저씨가 추천해준 노을 스팟을 찾아 피에트라 다리(Ponte Pietra)를 건너 

산 피에트로 성(Castel San Pietro)으로 천천히 걸어올라갔다.

아저씨는 푸니쿨라(Funicolare)를 추천해주셨는데, 푸니쿨라 안타도 될만큼 충분히 낮은 높이에 있다. 

 

굽어지는 아디제 강 유역과 저 빨간 기와지붕의 베로나, 그리고 저 멀리 붉게 물들어 가는 오늘의 노을

 

사랑의 도시라더니, 사랑스러운 도시였다...크흙

 

빨간 지붕의 낯선 중세 도시의 지평선 너머 하늘을 붉게 물들이며 떨어지는 해.

분명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인간이 지은 건물을 손을 셀 수 있을만큼 자연 속에 묻혀 있다 왔는데 

어느 새, 여기 이제 도착한지 막 한시간 밖에 되지 않는 베로나의 노을지는 풍경에 홀연히 마음을 빼앗긴다.

 

피에트라 다리위에서 저 멀리 노을의 마지막 풍경을 바라보며

 

 

노을을 보았던 저 산 꼭대기에도 불일 켜졌다. 

 

 

분명, 처음 베로나로 진입할때만 해도 뭔가 슬럼화 된것만 같은 교외 지역 풍경에

너무 별로면 어쩌나 베로나를 보기도 전에 실망할 것만 같은 쎄한 기분이 들었는데, 그건 모두 기우에 불과했다.

마치, 인테리어샵같이 모던하고 깨끗하게 꾸며져있던 숙소, 내일 Out하는데도 흔쾌히 하루 더 주차하게 해준 친절한 안드레아 아저씨, 

로컬주민들과 관광객들로 생기넘치던 작은 골목골목, 노을이 아름답게 내려앉던 베로나의 전경. 

이미 충분히 너무나 만족스러워서 다시 피에트라 다리를 건너 넘어오면서, 

내 흥에 취해서 나도 모르게 "보나 세라! (Buona Sera)!" 하고 허공에 이탈리아 저녁인사를 내뱉었다.

그런데 피에트라 다리 바로 앞의 코너에 위치한 레스토랑의 한 이탈리아 종업원이, 

테라스의 손님들 주문을 받아들고 들어가다가 내 인사에 나를 힐끔 쳐다보았다.

순간, 나도 모르게 흠칫 놀라서 동양인이라고 인상을 쓰는건 아닐까하는 생각이 스쳤는데, 

그 종업원은 레스토랑 안으로 들어가려다 말고 나와서 나에게 손을 흔들면서 큰 목소리로

"Buona sera!" 라고 외쳐주었고, 경쾌하게 골목길에 울려퍼졌다.

 

노을은 거의 사라져서 저녁 어스름이 가득메운 거리, 

해가 긴 여름 밤의 정취를 즐기기 위해 길거리마다 펴놓은 테이블엔

사람들의 행복한 얘기소리가 가득하고,

일하느라 바쁠텐데도 마음의 여유를 잃지 않고

어느 낯선 여행자에게도 경쾌하게 대답해주던 베로나 시민(아마도)의 반가운 환대가,

나를 더더욱 베로나의 매력으로 빠져들게 한다. 

 

밤이지만 오히려 낮보다 더 흥겨운 느낌. 다들 야외 테라스에 나와서 여름밤을 즐기고 있었다.

 

 

이미, 폭 빠져버린 베로나의 매력.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다시 돌아가고 싶다. ♡ 

여러분, 베로나는 사랑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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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hone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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