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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2월 18일 * 이베리아 여행 제 3일 째 * Barcelona, Spain



이번 스페인과 포르투갈 여행에서 가장 걱정되었던 건, 아무래도 날씨였다.
항상 화창하고 좋은 날씨를 자랑하는 이베리아 반도이지만 겨울철이 '우기'이기 때문에.
실제로 출국하기 전에 구글로 검색했던 날씨도 일주일 내내 Heavy Rain 이 경고되고 있었으니까
(급기야 알함브라 궁전에 가는 그라나다는 Thunder가 예고되고 있었다. 여행시작부터 기를 꺾는 이 일기예보)

바르셀로나에 도착했던 첫째날은 비는 오지 않았지만 날씨가 흐리고 으슬으슬춥기까지 했는데
둘째날은 감사하게도 날씨가 아주 화창했다. 우리가 기대했던 그 초가을 날씨처럼.
1년 반, 처음 구엘 공원에 가는 날에도 하늘은 파랗고 햇살은 따뜻했었다. 초여름 날씨처럼.



작년에는 오르지 못했던 구엘공원의 꼭대기에선 바르셀로나의 시내와, 바르셀로나의 상징인 사그라다 파밀리아와 바다까지도 한눈에 들어왔다.
개선문에서 바라보는 파리의 전경처럼 뭔가 정갈하고 잘 계획된것처럼 보이지는 않지만 난 그런 바르셀로나의 전경을 좋아했다.
이쁜건 이뻐서 좋다는 그런 그럴싸한 이유라도 있는데, 바르셀로나는 그런 그럴싸한 이유들이 없다. 그냥 - 그냥 좋을 뿐.


행복해보인다.



여행오기 전 급하게 샀던 무려 분홍색 디키즈 후디. 예전같으면 엄마가 이제 취직해야하는데 무슨 후디냐고 핀잔을 줬을테지만
다시 공부하러 학교로 돌아가게 되면서, 엄마말로 "대학교 1학년"같은 옷을 아무말 없이 사주셨다. 표정은 좀..탐탁지 않았지만.
어쨌든, 이번 여행에서 징크스를 만든게 있다면, 날씨가 좋은 날엔 항상 이 분홍 후디를 입고 있었다.
내가 이 옷을 입으면 날씨가 좋앗던건지, 날씨가 좋으면 이 옷을 입었던건지 알 수 없지만, 아무렴 뭐 어때.




구엘공원 한 가운데에는 이렇게 얼굴없는 신사가 홀로 서 있었는데, 사진찍을 때 보니까 딱 티피컬 스패니쉬 남자더라.
처음보는 여자의 허리를 확 끌어안아 잡는걸 보니. 아, 혹시 여자였나...............확인할 길이 없군.........................

여전히 헨젤과 그레텔을 떠올리게 하는 과자같은 집.


여전히 최고 인기몰이를 하는 구엘공원의 도마뱀



그리고 짭짤한 수입을 올리고 있는 저 도마뱀도 여전히.


태양을 닮은 구름을 보았다.



구엘공원은 산 꼭대기에 지어져 있다. 버스를 타고 가면 바로 올라갈 수도 있고 지하철을 타고 가면 계단+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간다.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잔디가 있고 산책로가 있는 전형적인 공원이 아니라,
산을 따라 걷는 산책로도 있고 넓은 공터도 있고 타일로 꾸며진 발코니도 있고 과자로 만든것 같은 건축물도 있는 가우디만의 공원이다.

나는 가우디를 특별히 존경하지도 천재적이라 생각하지도 좋아하지도 않지만,
그의 작품들을 보고 있으면 천진난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비록 그는 머리를 뽀개가며 설계를 했을지라도)
천진난만하다라.....바르셀로나를 만날때 느끼는 나만의 느낌.


 
Posted by hone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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