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을 신

■ 삶 2010. 4. 7. 15:16





사실 깨지고 아프고 실패하는 것 따위는 하나도 두렵지 않다.
그로 인해서 내가 이 세상 살아가는데, 올바른 사람이 되는데 교훈을 얻을 수만 있다면
나는 기꺼이 깨지고, 기꺼이 아프고, 기꺼이 실패를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다.
인생에 단 하나의 실수나, 단하나의 오점없는 PERFECT LIFE는 거져 준대도 노땡스다.


깨져도, 아파도, 실패해도 좋은데 - 아무런 교훈 한 줄 남기지 못하는 것이라면
혹은 이미 얻었던 교훈을 고대로 다시 배워야 하는 일이라면
그건 그냥 시간낭비이자 체력소모이고, 감정낭비일 뿐이라
그런 경험들을 겪어내야 하는 건 좌절이 아니라 짜증이 치민다.
교훈은 한 번의 경험으로 얻으면 족하다.


그럼에도 원하든 원치않든 자꾸 겪게되는 무용지물의 교훈이 있는데
그건, '사람은 믿으면 안된다'라는 것이다.
(이미 확정적으로 알고 있었지만 0.001%의 일련의 미련으로 기다렸던) 그 일이 오늘로 결정이 되고
또 최근에 겪은 일련의 일들은 또다시 '사람은 믿으면 안된다'라는 교훈만 되풀이해주고 있다.


게다가 난 별로 이 교훈을 좋아하지 않는데 - 일단 '부정적'인 교훈인 것은 차치하고
이 세상 살아가는데 철저히 현실적으로만 유용하고, 
내 어리숙한 정신을 지키고 싶은 나의 순진무구한 생각에는 무용하기 때문이다.
또 이 교훈을 한 번 얻는데는 그 어떤 정신적 데미지와는 비교할 수 없는 마음의 데미지를 극복해야 하고
역시 사람을 믿으면 안돼,라는 교훈을 마음에 새기면서도
또 이번만큼은, 이 사람만큼은 믿어봐도 되지 않을까....하는 헛된 기대가 문득문득 나를 유혹하기 때문이다.


사람이, 날 속이고 싶어서 - 혹은 내 믿음을 배신하고 싶어서 그런 건 아니겠지.
사람이다 보니 마음이 변하기도 하고, 또 상황이 변하기도 하고, 사람이 통제할 수 없는 불가항력의 문제이기도 하고.
그 모든 사정들을 다 통틀어서 사람을, 사람의 말을 믿으면 안된다는 것이다.
특히 그것이 내가 더 마음을 써서 이뤄지기 바라고, 꼭 그 일이 이뤄지길 기다리는 일이라면 더더욱 그러하다.
누군가는 간절히 바라면 이뤄진다고도 하고, 진심으로 기도하면 이뤄진다고도 하는데
그런 건, 정말 이루어 낸 사람이니까 하는 말이고,
나는 인생을 통틀어서 정말 눈물로, 진심으로 바라고 정말 오랫동안 기다렸던 몇가지 일들이
나에 의해서, 남들에 의해서, 그리고 너와 내가 아닌 그 누군가들에 의해서 산산조각나버렸던 기억들
때문에 혹은 덕분에, 사람은 믿을게 못된다......라는 원치않지만 필요한 교훈을 얻었다. 



앞으로 얼마나 똑같은 교훈을 얻어야 하는 일들이 생길까.
또 앞으로 얼마나 이 교훈을 알고도 마음을 흔들리게 하는 사람들이 찾아올까.
난 그때 지금까지 배운 교훈들을 잘 지켜낼 수 있을까.







'■ 삶'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바람이 분다2  (2) 2010.04.20
그래도 캠퍼스엔 낭만이 있으니까.  (2) 2010.04.09
Be a good writer.  (0) 2010.04.06
사랑과 우정 사이  (0) 2010.04.04
夜밤생각  (0) 2010.04.02
Posted by honey,H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