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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01월 25일
미국 서부 여행 제4일째 (4)
Horseshoe Bend, AZ







아...이 여행 빡세..
나도 여행 빡세게 하는 편이지만, 그래도 식사는 다 먹고 했는데.....
그랜드 캐년에서 뽕 뽑듯(?) 관광을 마무리하고, 나는 이제 밥을 먹으러 가는 줄 알았다.
그런데, 숙소인 페이지(Page)에 가기 전에, 홀슈밴드 (Horseshoe Bend)에 들르겠다고.....@.@).노을이 멋지다나...
원래 오늘 일정이 그랜드캐년을 따박따박 보고, 해가 지기전에 홀슈밴드에 가서 노을을 보는 것이었는데
우리가 그랜드 캐년의 장관에 심취한 나머지 일정이 너무 늘어진 것이었다.




배고파.....밥줘..................ㅠㅠ



해가 지면서 슬슬 구름이 가득해지는 길. 전편에서 말했지만, 레스토랑은 커녕 가로등도 없는 허허벌판이다. 나중엔 이 가로등 없는 길이 내게 그런 선물을 줄 거라고 상상도 못했지만.


그랜드캐년에서 홀슈밴드까지 두어 시간 걸리는데 이미 어둑어둑해지기 시작했다. 




Horseshoe Bend

말발굽 모양을 닮아 붙여진, 애리조나의 페이지(Page)근처의 콜로라도 강 곡류.

글렌 캐년 댐과 Lake Powell로부터 약 8.0km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Page로부터는 약 6.4km 떨어진 곳에 위치한다.

일출과 일몰의장관이 유명해서 사진찍는 사람들이 많이들 찾는다고.



이리가 약간(?) 페달을 힘주어 밟은 덕분에 어쨌든, 해가 다 떨어지기 전에 홀슈밴드에 도착했다.
그래도 이미 해가 거의 진 터라, 노을은 커녕 홀슈밴드가 보일까도 걱정.
우리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냅다 뛰기 시작했다.




내가 1빠로 뛰어갔다. 사진은 기술의 힘으로 엄청 밝아보이는데, 사실은 정말 어두컴컴했다는거.


그런데 홀슈밴드를 보려면 이런 모래산을 한참 뛰어올라가야 한다. 밥도 안먹고 뛰어서 엄청난 체력고갈...ㅠㅠ




사진찍기를 좋아하거나, 노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잘 알겠지만,
해가 지는 순간은 정말 순식간이다. 
노을이 거의 끝나가는 시점에서는 정말 눈깜짝할 새에 해가 떨어져버리고 어둑어둑한 어스름만 남는다.
나와 대장오빠는 Muse의 Time is running out을 흥얼(?) 거리며 전속력으로 홀슈밴드 view point로 뛰어갔다.





View Point에서 내려다본 홀슈밴드의 모습.


iso를 최대감도로 높여서 겨우겨우 기념사진.


사실은 이렇게 노을의 여운만 남은 캄캄한 밤이었다.




힘껏 달려갔지만, 사실 노을은 이제 거의 사라진 뒤였고,
어둑어둑한 가운데 사진에서 보았던 말발굽모양의 홀슈밴드만 덩그라니 보였다. 
홀슈밴드를 내려다볼 수 있는 view point도 역시 깎아지르는 절벽위에 있어서 꽤 위험하다.
어쨌든, 모두들 홀슈밴드를 구경하고 다시 차로 돌아가기 위해 온 길을 되돌아가는데,
마치 모래사막을 걷는 것 처럼 보이지도 않는 모래 언덕에서 발이 푹푹 빠져서 걸어 올라가기가 힘이 들었다.


변시를 치면서 거의 하루에 한끼밖에 먹지 않았던 터라 체력이 정말 바닥인 채로 여행을 왔는데,
아침도 제일 조금먹고, 간식으로 바나나 하나먹고 하루종일 뛰어다닌데다 홀슈밴드에서 전력질주를해서인지
나는 헉헉거리며 걷다 그냥 주저 앉아버렸다. 
사람들에게 먼저 올라가라고 겨우겨우 손짓으로 사람들을 보내고,
나는 모래언덕에 뒤돌아 앉아 사라져가는 노을의 여운을 한참 바라보았다.


그랜드캐년에서의 기적같고, 축복같았던 풍경들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겨우 두세시간 전인데도 그 순간들이 오늘이었는지, 꿈이었는지 잘 구분이 되지 않았다.

그날 밝은 척 뛰어다녔지만, 사실 신경쓰이고 속상한 일이 있었던 지라, 아무도 없는 모래바닥에 앉아서 찔끔찔끔 눈물을 흘리다가
겨우 자리를 털고 일어났는데, 되돌아가는 길은 정말 한치앞도 보이지 않는 캄캄한 밤이었다.



난감해하며 푹푹 빠지는 발을 빼서 모래언덕을 기어올라가는데
저 먼 정상에서 누군가 핸드폰을 켜서 휘휘 흔들고 있었다.
순간적으로, 나에게 그렇게 불빛을 비춰줄만큼 친한 사람은 대장오빠 밖에 없다는 생각이 스치면서
동시에, 대장오빠는 그렇게 배려심깊은 사람은 원체 아니라는 생각(;)과, 대장오빠는 핸드폰을 안들고 다니니 카메라를 흔들거란 생각을 했다.
그럼 저건 대장오빠가 아니야..


등대같은 그 불빛만 보고 한참을 걸어올라가니, 
모래언덕 꼭대기에서 이리가 한 손은 주머니에 꽂은채로 시크하게 날 기다리고 있었다.




이런 깜깜한 밤이었다. 저기 반짝이는 불빛이 Page.




"기다려줘서 고마워"


"아니야 뭘. 내려가자. 저기 가까운데 불빛있는 마을 보이지? 우리 저기 가서 묵을꺼야."


"저기가 페이지구나."




혼자 걷는 길보다 둘이 같이 내려오는 길은 무섭지도 외롭지도 않았다.
사실 이날까지 나는 이리가 나와 동갑인 남자애라는 것만 알았을 뿐, 이름도 제대로 몰랐는데
뒤쳐지는 나를 위해서 기다려준 이리가 고맙기도 하고, 그냥 단지 같은 차를 share하는 사이가 아닌 동지애 같은 것도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한편으로는, 사실 3년간 친하게 지낸 대장오빠가 날 기다려줄줄 알았는데, 대장오빠가 아니어서 좀 야속했던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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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지에 도착해서 숙소에 짐을 풀고, 다같이 배에 기름칠을 하러 갔다.
점심도 굶고 하루종일 뛰어다니고 사진찍느라 고생했으니 든든하게 오늘 저녁은 스테이끼!!!!!!!
미국에서 파는 스테이끼는 우리나라에서 파는 것과 크기부터가 다르다. @.@ 
난 많이 후천적 소식가라...(;;) 키즈메뉴 스테이끼.



 

키즈 스테이끼인데 아주 배부르다!이래봬도 거의 사람 팔뚝만한 크기의 립. 










그리하여, 우리 모두는 배불리(혹은 배터지게) 먹고 행복한 하루를 마무리하였답니다. 
우후훗. 






스테이크 샌드위치...라는 메뉴를 주문했더니........









Posted by hone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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