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01월 26일

미국 서부 여행 제 5일째 (2)

Monument Valley, AZ







험한 길을 달리고 있는 우리 차 앞을 막아선 것은 바로, 아주아주 쬐꼬만 들개였다! 



바로 이 녀석.




한적한 모뉴먼트 밸리를 돌고 있던 우리 앞에 나타난 반가운 생명체에 우리는 귀엽다며 꺄꺄 거렸다.

귀여워~귀여워~ (사실 그닥 귀엽지 않았음..-ㅅ-;;;) 하면서 창문을 열어 인사하고 다시 출발하려고 하니까

아 들개가 우리를 살살 뒤쫓아 오는 것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배가 고픈가보다...하고 우리 차 안에 있던 땅콩을 한 움큼 던져주었다. 

그랬더니 냉큼 달려가서 촵촵 주워먹는 들개.

그래, 그거 먹고 행복하렴...하면서 또 차를 출발했더니 이번엔 더 열심히 쫓아 오는 거다.


이그, 이 녀석 땅콩 맛을 알았구나? 하면서 땅콩을 또 한움큼 던져주었다. 

그런데 이게 화근이었다.

이 녀석은 땅콩을 몇개 주워먹지도 않고 무작정 우리 차를 따라 달리기 시작한 것이었다;

심지어 우리 차가 비포장 도로에서 속도도 못내는 상황에서 들개가 우리 차 앞을 막아서기까지;;!!



야....비켜줘....ㅠㅠ



그리하여, 우리는 땅콩을 또 한 줌 던지고,,,,또 한 줌 던지고....던지고...던지고

그 다음에는 마지막 남은 식빵 두 조각을 뜯어서 던지고...던지고...ㅠㅠ

앞서 그랜드캐년 편에서 강조했지만, 미국 서부에서의 이동에는 차 내의 비상식량이 중요하단 말이다.

첫 날 장본 이후로 아직 장을 못봐서 비상식량이 거의 바닥을 드러내서 아껴먹고 있었는데

우리는 그 날, 이노무 들개강도를 떼어내느라고 눈물을 머금고 비상식량을 모두 투척하였다.




...

들개노무녀석....나 배고파......ㅜㅠ



결국 땅콩과 식빵을 모두 투척(ㅜㅠ)하고 전속력을 밟아서 떼어놓은 들개강도.





흐규...우리는 그렇게 모뉴먼트 밸리의 들개강도에게 비상식량을 탈탈 털리고 

쫄쫄 거리는 배를 부여잡고 모뉴먼트 밸리에서 탈출(?)했다.



구름이 꼈어도, 아름다운 광경이다. 그렇지 않나요?


인간 우산..비가와도 기념사진은 잊지 않는다.


모뉴먼트 밸리, 안녕 -







그런데, 나갈 때 보니까 게이트에서 돈을 걷고 있다!!

우리 처음들어갈 때 분명 아무도 없어서 그냥 통과했는데!!

우리는 비가 와서 오늘은 돈을 안받나봐, 그래 이런날은 받지 않는게 양심적이지...이러면서 들어갔는데

아무래도 우리가 오프닝시간보다 더 일찍왔나봐......우후훗.




오로지 들개만이 인상적이었던 모뉴먼트 밸리에서 나와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빗길을 달렸다.

우리는, 모뉴먼트 밸리에서 다시 숙소가 있던 페이지(Page)를 거쳐, 내일 여정의 출발점인 Bryce Canyon(브라이스 캐년)으로 이동했다.






내가 진 판...-_ㅠ 늑대소년을 못지웠다.



차 안에서 할 것도 없고, 도란도란 얘기를 하던 와중에 

나랑 웅이랑 급 둘다 영화광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그때부터 무한 영화이야기, 

서로 어떤 영화 좋아하는지 어떤 영화가 좋은지 정신없이 얘기하다가

내가 영화로 빙고!(Bingo)를 하자고 제안했다. ㅋㅋ


여행하면서 딱히 할게 없을때마다 빙고를 하는데,

 은근 시간때우기 좋은 게임이다.

4명이서 영화이름으로 5X5 빙고게임을 하는 와중에

웅이랑은 특별히 5X10짜리 빙고게임을 둘이서 했다.

4명이서 하는 빙고게임은 웅이가 이기고, 

웅이랑만 한 50개짜리 빙고게임은 내가 이겼다는. ㅎㅎ!







중간에 대장오빠와 이리가 잠깐 구경할거 있다고 차를 멈춰세웠는데 아무도 관심 없음...빙고에 열중...(...)

나중에 사진 보니 글랜캐년댐을 관광하고 오셨더군.





대장오빠가 차에서 내려 관광하고 기념사진 찍는 동안 우리는 차안에서 무한 빙고중 'ㅅ');;;




세차게 내리는 비 ㅜㅜ


가는 길에 우리는, 

한 끼 든든하게 나오는 중국음식으로 배도 채우고, 

떨어진 비상식량도 한가득 사서 페이지를 너머 브라이스캐년쪽으로 이동했다.


대장오빠가 밤길운전을 되도록 안하고 싶어했는데

겨울이라 해가 짧기도 하고, 날씨도 안좋아서 

조금만 밍기적 거리면 금새 밤길운전이 되어버렸다.

여행 내내 6명 중에 대장오빠와 이리만 운전을 하게 되어서 많이 미안했다.

이 날, 관광목적은 조금 퇴색했지만

오랜 이동시간 동안 서로에 대한 얘기도 나누고, 장난도 치고, 

그러면서 우리끼리 부쩍 가까워진 느낌이 들었다.







F)모뉴먼트밸리에서 G)브라이스캐년까지 이동 :)



빗길을 달리고 달려서, 드디어 Bryce Canyon안의 Best Western Plus Ruby's Inn에 도착했다.

이 inn안에는 독특하게도 실내 풀장과 스파까지 있어서 수영복 없이 온걸 후회하며 방 안으로 들어갔다.

나는 달리는 차 안에서 빙고한 것 밖에 없는데, 이날따라 왠지 으슬으슬 추운것 같아서

야상 잠바까지 입은채로 이불 안에 기어들어갔다가 .....


애들이 밥먹자고 깨워도 ...옷 벗고 자라고 깨워도....세상모르고 잠들어서는

혼자 새벽 3시에 깨서 그제서야 옷도 갈아입고, (심지어 그 와중에 옷을 다 옷걸이 걸어서 정리까지 했더라는)

양치질과 세안까지 깨끗하게 다시 하고 잠이 들었다.




...여행만 했다 하면 폭풍수면.



여기가 브라이스캐년 초입의 Best Western Plus Ruby's Inn.


내가 퍼자는 동안, 살살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남들은 눈 때문에 내일 일정을 걱정했다는데, 난 정말 세상모르고 잤네. ㅎ







Posted by hone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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