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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의 가을

■ 삶/IV. 삶 2020. 10. 19. 02:19

 

쩐지 근황을 글로 남기기 선뜻 어려운 요즘.

슬픔이 내 글의 원동력이었던 것일까? 아니면 혼자있는 시간과 공간이 없어서일까? 아니면 조심스러워서일까?

이상하리만큼 그 어떤 감정적인, 감상적인 마음의 물결이 일지 않는 서른 네살의 나날들. 

오랜 기간에 걸쳐 나를 괴롭혔던 불면증도 사라지고 말그대로 '평화의 시대' 라고 인정할 수 밖에 없다. 

(물론 현실적인 고민들과 신경쓰이는 것들이 있지만 대체적으로 그렇다는 말이다.)

평화롭고 평온하지만, 글로 남기고 싶은 그 어떤 소재도 떠오르지 않아서 조금 답답하달까. 

 

가을이 되면 커다란 나무들이 가을색으로 물들어 가고, 어쩐지 외국에 온 거 같은 느낌을 물씬 풍기는 이 곳. 

 

 

지난 토요일, 청명한 가을 날 - 코로나19로 외식 한 번 쉽게 하지 못하셨던 엄마아빠를 위해서

온 가족(엄마, 아빠, 동생, 나, 그리고 신랑!)이 청평으로 가을 소풍을 다녀왔다. 

봄에도, 여름에도 한 번씩 계획했었는데 이런 저런 사정으로 계속 취소하다가 가을이 되어서야. 

그래도 내 경험상 이 곳은 가을이 가장 아름다운 곳이기에 날씨만 맑다면 모두가 좋아할 것임을 믿어의심치 않았다. 

아무래도 날씨좋은 가을날이라 청평까지 가는 길이 많이 막힐까 걱정이 되기도 하고, 

또 결혼하고 나서 (이걸 글로 쓰면 왜이렇게 어색한지 모르겠다...) 남편(이것도 말로 하면 괜찮은데 쓰면 어색함.....)까지 

집을 벗어나 야외에서 모이는게 처음이었기 때문에 아무래도 평소보다 더 어색하지 않을런지,

모임 주최자인 나는 전날 밤 마음이 콩닥콩닥. 

 

밀릴까봐 너무 걱정해서 아침 7시반에 서울에서 출발한 탓에(;;) 양평 스타벅스에 들렀다가 안개 자욱한 청평에 도착했다.

도착하자마자 탁구장에 마음 설렌 아빠를 위해 한 시간 정도 탁구를 치고 나왔더니

안개는 어느 새 사라져버리고 우리 모두가 기대했던 맑고 청명한 가을빛이 반짝이고 있었다.

점심을 먹기 전에 가볍게 청평호를 산책했다.

 

뭐랄까. 나무 수종이 정말로 캐나다를 떠오르게 하는 면이 있다. 

 

잘 정돈된 호수의 산책로. 햇살은 따뜻했고 바람이 청량했다.

 

산책로를 걷는 아빠와 아들. 

 

 

드디어 점심시간이 되어 캠핑장으로 향했다.

어느 늦은 가을 날, 회사 사람들과 이 곳에서 야외 bbq 파티를 한 적이 있었는데, 

그 풍경과 정취, 그리고 그 날의 분위기가 너무 좋아서 언젠가 부모님 모시고 가을날에 꼭 한 번 와바야지 했었다.

그 날만큼 단풍이 완연하진 않았지만, 적당히 단풍이 든 나무들과 푸릇한 나무들이 섞여 아름답기 그지 없었다.

항상 카메라에 다 담기지 않는 이 풍경의 아름다움이 아쉬울 뿐. 

 

 

평화롭고 또 아름다운 풍경

 

고기와 새우와 소세지를 굽는 동생과 신랑 

 

아빠는 이렇게 앉아계시더니 나중에 토치한번 못잡아봤다고 아쉽다는 농담을....

 

 

그릴에 번개탄과 숯을 올리고 불을 붙였다.

다들 캠핑장비는 처음이라 불을 붙이는 건 쉽지 않았지만 숯을 깨부시고 부채질을 하며 열심히 불을 피웠다. 

나랑 엄마는 준비된 밑반찬들을 차리고 동생과 도리(남편)는 그릴에 열심히 고기와 새우와 소세지를 구웠다. 

두 장정이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열심히 고기를 굽는데 뭐랄까, 집에 아들(?) 둘이 있어서 든든하다는 생각을 했다.

엄마아빠도 그런 생각을 하셨을까?

숯불향 가득한 고기로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후식으로는 집에서부터 챙겨온 드롱기 포트에 물을 끓여 카누와 함께 양평 스타벅스에서 사온 케이크를 꺼냈다. 

그늘 아래 있어 날이 좀 쌀쌀하기는 했지만, 따뜻한 커피가 든 종이컵으로 손을 녹이면서

동생의 파란만장했던 대학입시후기와 학부생활 얘기를 들으며 다들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다들 저녁엔 약속도 있고 또 늦게 출발하면 서울 가는 길이 막히기 때문에 귀가를 채비하던 때, 

삼각대와 카메라를 꺼냈다.

언젠가부터 졸업식, 결혼식, 같은 행사가 아니면 가족사진을 찍은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엄마는 나이가 들어서 이제 사진에 예쁘게 나오지 않는다고 사진 찍는걸 별로 좋아하지 않으시기도 했지만

나도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이젠 부모님과 함께 하는 시간, 그 순간의 기록들을 많이 그리고 오래오래 남겨놓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 부터 사진을 위해 항상 예쁘고 젊을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했다.

뒤돌아보면 오늘의 우리가 가장 젊었고, 소중한 추억을 만든 행복한 오늘이 가장 예쁜 것이었다. 

언젠가 이 날을 되돌아보면서 참 좋은 날이었다고 기억할 수 있는 사진이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감사하게도 날씨도 좋았고, 풍경은 아름다웠으며, 음식도 맛있었고, 분위기도 화기애애하고 모든 것이 완벽했다.

이 날의 사진엔, 그 모든 기억들이 다 아름답게 스며있을 것이다. 

 

5인가족사진 (초상권 허락을 받지 않은 Son & Son in law. 나의 자리 배치 미스 때문에 얼핏보면 형제같음....ㅋㅋ;;)

 

 

아빠는, 정말 너무 오랜만에 코로나를 생각하지 않았던 시간이라고 하셨다. 

코로나가 터져서 외부 출입을 거의 삼가고 다른 사람들과의 만남도 거의 없는 터라 아빠가 많이 힘들어하셨는데 

이렇게 아주 잠깐이나마 생기가 넘치는 시간을 선물 드릴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돌아오는 길은 올 때의 2배 정도 걸렸다. 

돌아와서 가족 단톡방에 찍은 사진을 올렸는데, 

아빠가 오래만에 바람도 쐬고 탁구도 치고 고기도 구워먹고,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멋진 하루가 되었다고.

또 도리(남편)과 오손도손 단란한 모습도 보기 좋았다고 답을 하셨다.

(도리(남편)이랑 오손도손 단란했던 특별한 기억이 없는데 ... ㅎㅎ)

그런 아빠의 카톡을 받으니, 이제 결혼하고 내가 꾸린 가정에서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보여드리는게 

부모님이 바라고 또 기대하는 모습이시겠구나..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초새벽부터 집에 돌아오기까지, 주말 이틀 중에 하루를 온전히 내어주고 

장인어른하고 열심히 탁구도 치고, 처남이랑 열심히 고기도 굽고, 와이프에게 새우도 까주고, 

돌아오는 길엔 긴 운전도 묵묵히 해준 도리에게 고마웠다. 

나로 인해 가족이란 이름으로 묶였지만 그래도 아직은 많이 어색하고 낯선 부분이 있을텐데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려 많이 노력해 준 우리 도리. (이 포스팅은 못 보겠지만) 고마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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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hone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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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뚱한 청평 나들이 ♬

2013. 5. 11. 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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