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6월 4일
세계여행 제 35일 째 (2)
Bern, Switzerland


   

틈만 나면 그 날의 여행기를 글로 남기는 나.


생각보다 별 볼일 없었던 무제크 성벽을
내려와 우리는 호텔에서 캐리어를 끌고
또 미친듯이 달려서
아슬아슬하게 베른행 기차에 올랐다.
곧 죽을 사람처럼 헉헉거리면서
올라탄 열차는
꽉 차서 앉을 자리도 없었다.....................
OTL하던 순간, 열차칸 앞에 보이는 숫자 1.
오호라 1등석이로구나!
우리는 냉큼 짐을 끌고 1등석에 쳐들어갔다.
2등석이 있던 사람들이
"쟤네  1등석인거 모르고 들어가는거 아냐?"
라는 걱정스런 눈길을 보냈지만
우후~ 우리는 1등석 유레일패스거든요!
검표원도 웃으면서 펀치를 뚫어주셨거든요~
음하하하하



그렇게 1시간 30여분이 지나 드디어 스위스의 수도, 베른에 도착했다.
베른에서 로마로 떠나는 야간열치 시간까지 두세시간 남아있었고, 주영오빠와는 베른역 정문에서 만나기로 약속했었다.
우리는 이미 베른을 구경했었던 주영오빠의 조언을 듣고 장미공원으로 향했다.

곰공원이 있는 언덕에서 바라본 베른과 아레 강



루체른도 그랬지만 베른도 강을 끼고 있는 작은 도시였다. 생각해보니 정말 강, 아니면 바다를 끼지 않은 도시가 없구나.
서울과 한강, 런던과 템즈강, 파리와 세느강, 루체른과 로이스 강, 베른과 아레 강.
처음 도시가 생길때 식수와 농경수라는 필요조건에 의해 강 옆에 자연적으로 도시가 생겼지만
이렇게 강을 끼고 있는 도시들은 강 때문에 더 돋보이는 것 같다. 도시라는 곳에 강이 줄 수 있는 아름다움과 운치와 낭만.


음? 하늘로 올라가라고? ㅎ



곰공원에서 한참 걸어올라가 드디어 장미공원에 다다랐다.
근데....장미꽃이 만발해서 너무 예뻤다는 주영오빠의 말과는 달리;
전날과 오늘 비가 쏟아부어서인지 장미들이 죄다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ㅠㅠ
잉....또 이렇게 비때문에 장관을 놓치는거야?................................쳇.


쏟아지는 비에도 고개를 떨구지 않은 도도한 녀석들.


장미공원에서 내려다보는 베른의 구시가지.

비록 작은 도시이기는 하지만 베른은 중세의 유럽 모습이 가장 잘 남아있는 곳으로 유명하다고 한다.
루체른과 비슷비슷한 느낌의 도시였지만 확실히 베른이 훨씬 더 앤티크하고 올드한 느낌, 아기자기한 느낌이 강했다.
장미공원에서는 베른의 옛 시가지와 그 시가지를 끼고 도는 U자형의 아레강이 한 눈에 내려다 보였다.
빽빽하리만큼 오밀조밀 모여있는 빨간 지붕의 베른의 옛 시가지.
왠지 모르게 영화 '향수'가 머릿속에서 오버랩이 된다. 맞아..거긴 프랑스였지....하면서도-
난간에 걸터 앉아 마치 영화를 보듯이 베른 시내를 구경한다.
작은 성냥갑같은 집들 사이로 움직이는 사람들, 저 길을 걸어 집으로 들어가서 저녁준비를 할까?
자꾸 상상하게 된다. 뛰어가는 작은 소녀의 삶을 상상하고, 과일을 들고 걸어가는 중년 여인의 삶을 상상한다.

광속으로 움직이는 나의 입

해가 기울고 점점 날씨가 싸늘해지기 시작했다.

장미 공원 안에 고급스러워 보이는 레스토랑의 유리테라스에
하나 둘씩 불이 켜졌다.
점심때 배가 터지게 먹었는데 무제크 성벽을 뛰어다녀서였나,
배가 고팠다. 
히히, 점심때 몰래 싸온 빵이 있구나!
베른 시가지가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이 성벽같은 난간 위에 앉아서
나와 시은언니는 조금 딱딱하고 조금 눅눅해진 빵을 씹었다.
이런 적이 한 두번인가, 비참하지도 속상하지도 않았다.
여행하다보면 굶을 때도 있는데
빵도 있고 버터도 있고 잼도 있고 이정도면 호화롭지 ~
게다가 낮에 비싼 점심을 먹었으니까 !



날이 어두워지고 우리들은 사람도 없는 장미공원에서 내려왔다.
올때는 버스를 타고 왔지만 베른이 워낙 작은 도시라 돌아갈 땐 도심을 걸었다.
베른 관광의 하이라이트는 사실 아레강에 둘러싸인 옛 시가지 길이라고 가이드 책에 써있었다.
베른 중양역에서부터 곰 공원까지 슈피탈 거리, 마르크트 거리, 크람거리가 일직선으로 이어져 있고
그 거리 중간중간 16세기에 제작된 작은 분수들이 서있어서 그 분수들을 하나하나 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즐겁다.

가로등이 켜지기 시작한 크람 거리

이런 분수들이 길 중간중간 서있다.


베른의 상징, 1530년에 제작된 시계탑



밤이 되어서인지 조용해진 베른의 구시가지를 타박타박 걸어 중앙역으로 돌아왔다.
아직 약속시간 전인데 주영오빠가 중앙역 정문앞에 서 있었다.
이제 만난지 3일째 되는 사람인데 약속 장소에 서 있는 모습만 봐도 왜이렇게 반가운지.
오빠는 로잔에 갔는데 거기도 하루종일 비가 내려서 별로 구경도 못하고 기차만 실컷 타다 왔댄다.
차라리 우리랑 놀았으면 심심하지라도 않았을텐데 ㅋㅋ

사실 주영오빠는 우리랑 이탈리아 여행을 하면...난감한 상황이었다.
우리는 로마로 내려가서 피렌체, 베네치아쪽으로 1주일동안 올라오는 계획이었고 (남>>북)
주영오빠는 2주뒤에 로마에서 바르셀로나로 가는 비행기표가 예약되어있기 때문에 북쪽에서 남쪽으로 이동해야 했는데
과감하게 우리와 함께 1주일동안 북행했다가, 우리랑 헤어지면 다시 1주일동안 남행한다는 계획으로 우리를 따라나선거다.

사실, 처음 라우터브루넨에서 맘속으론 우리랑 같이 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도
너무 무리한 일정이라, 상식있고 이성적인 사람이라면 그런 무모한 결정은 하지 않을꺼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덜컥 따라나선다니. 어쨌든 이탈리아는 오빠와 함께한다!


드디어 기차가 들어오고 다들 기차에 올랐다.
처음에 표를 같이 끊은 시은언니와는 같은 칸을 쓰고, 나중에 따로 표를 끊은 주영오빠는 다른 칸으로.
처음 6인용 쿠셋에 타는 거였는데 (그전까지 호텔차만 탔었다...;;) 한쪽 벽면에 3층 침대모양으로 6명이 눕게 되어 있었다.
호텔 차보다 침대간 높이도 짧고 세면대도 없고 정말,,,,타면 누워서 잠만자야 할 것 같은 그런 답답한 구조 ㅠ
다행히도 3층침대중에 언니랑 나 모두 1층 침대에 배정받았고
침대에 누워서 다음 일주일동안 여행하게 될 이탈리아 책을 읽다가 잠이 들었다.
굿바이, 스위스.




+) 뮈렌에서 빼먹은 폴라로이드

하이디 뒤에 물음표 있습니다.

Posted by honey,H
,
2008년 6월 4일
세계여행 제 35일 째 (1)
Luzern, Switzerland



스위스에서의 마지막 날.
전날 뮈렌을 오르면서 티틀리스나 리기를 꼭 오르리라 했는데...
진짜 난 날씨 운이 없나봐...........어제는 화창하기라도 했지, 오늘은 비가 왔어..............................................제길
그래서 그냥 어제 못다한 루체른 구경을 마저 하기로 했고,
이미 루체른과 베른을 다 구경한 주영오빠는 로잔을 보고 베른에서 만나기로 했다.



여유로운 루체른의 로이스 강.


오전부터 추적추적 내리는 비에 마땅히 갈 곳도 없고,
우리는 루이스 강변이 한눈에 보이는, 강변의 어느 조용한 카페의 파티오에 앉아 커피를 한 잔 시켰다.
비는 내릴듯 말듯 그렇게 촉촉히 적셔왔고 오전이라 그런지 시내는 조금 한적했다.
살짝 쌀쌀한 바람을 받으며, 화창한 모습이 새겨진 루체른 엽서에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비록 티틀리스도 리기도 올라가지 못했지만 커피한잔을 마시며 편지쓰는 여유는 꽤나 마음에 들었달까.

내가 시킨.......카푸치노였나?;

아빠와 슬뽕이에게 편지 쓰는 중.


카푸치노를 마시면서 ...



커피 한 잔으로 비오는 날의 스산함을 떨친 나와 시은언니는, 호프교회에 잠깐 들렀다가
루체른의 옛 시가지 안으로 들어왔다.
어제는 밤이라 골목골목길을 살펴보지 못해는데, 낮에 보니까 아기자기한 중세시대 느낌의 루체른 옛 시가지.
곳곳에 스위스 관광상품을 파는 기념품샵도 보이고 옷가게도 보이고..

귀여운 목각 인형과 함께 :)


카펠교가 아닌 슈프로이어교에서 바라본 루체른의 모습



옛 시가지를 걷고 걸어 루이스 강의 상류쪽으로 올라갔다. 가다보니 슈프로이어교가 보인다.
1568년에 세워졌다는 목조 다리.
이 다리에는 17세기 창궐했던 전염병을 그린 <죽음의 춤>이라는 67개의 패널화가 걸려있다.

우리는 옛시가지쪽에 이름난 카페&베이커리인 HUG에 찾아 들어갔다.
다행히도 운이 좋아서 로이스강변이 바로 보이는 창가에 앉았다는 거!
가격이 대략 20 스위스 프랑(한화 2만원 정도)으로 조금 쎈 가격이었지만
어제까지 선식과 요구르트와 바나나로 배를 때운 것 치면 지금이야 말로 배부르게 먹을 차례 +_+
특히 예산에 쪼들리던 주영오빠가 없을때라 더더욱 배를 채워놔야 한다는 사명감에 불타올랐다

밥은 언제나오나요?


이게 다 나의 세트메뉴에 있던 빵(몇개야;) 주스와 커피.

오믈레도 나오고...


치즈세트와 라즈베리 요거트도;;

...많아서 좋긴한데;;



하하, 저게 다 내가 시킨 점심세트....(...) 빵만 몇갠지..; 정말 배터지게 먹고는 남은 빵은 몰래 챙겨왔다.
싸달라고 하면 아무렇지 않게 싸줬을텐데 (외국은 그런문화가 잘 되어있으니) 왜 그때 몰래 숨겨서 나왔는지.-_-;;
점심을 먹고 유람선을 타러 가려다가 옛 시가지의 쇼핑 골목에 완전 사로잡혀버렸다.
여행시작하고나서 스페인 zara에서 산 티셔츠 하나 빼곤 쇼핑다운 쇼핑을 못해서인지,
날씨도 꾸리꾸리한데 완전 삘 받아서 이리저리 걸쳐보고 입어보고 살까말까 고민하고...
오랫만에 이쁜 옷들 입어보니까 기분은 참 야릇야릇 좋더라구요...꼭 사고 싶은 옷이 있었는데 꾹 참았다. ㅠㅠ


자진해서 모델이 되어주신 이 사랑스러운 커플..아직도 사랑하고 계신가요?



한참 옷에 정신팔려있다가 정신을 차려 유람선을 타러 갔더니, 아뿔싸! 5분전에 출발했단다 ㅠㅠㅠㅠ
다음 유람선은 한시간 뒤에나 있는데 타고 갔다가 돌아오는 것까지 계산하면 베른으로 가는 기차를 놓치게 된다....헐..
스위스에 도착한 날, 베른에서 로마로 떠나는 야간기차를 미리 예약해놓은 탓에 제 시간에 맞춰 베른으로 가야했다.ㅠ
아...이거 뭐지.....

비와서 티틀리스/리기 오르는것 포기하고 오전에 카페에 앉아서 여유타령하며 놀았는데;
점심먹고는 옷 구경하는데 정신팔려서 유람선도 놓치다니;;!!
스위스에서 꼭 해야할 알프스오르기와 유람선을 못타다니;! 무려 3일이나 있었으면서;;!!!!

밀려오는 자괴감과 후회....ㅠㅠ 스페인에서의 늘어지는 여행에 너무 익숙해져있었나..........

터덜터덜 호텔로 짐을 찾으러 가는데 갑자기 시은언니가 무제크 성벽에라도 빨리 갔다오자고 말을 꺼냈다.
기차시간까지 남은시간은 한 시간, 그래 40분동안 뛰어올라갔다가 20분동안 짐찾아서 돌아오는거야 +_+
그래서 우리는 미친듯이 뛰어서 무제크 성벽으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정말 단 1초도 쉬지 않고 뛰어 올라갔건만 철조망과 나무에 가려 별로 보이는 건 없었다 OTL



무제크 성벽에서 내려다본 루체른 전경



올라가서 보니 루체른 호수와 그 시내를 둘러싸고 있는 산들.
산의 계곡 사이사이에서 하얀 구름이 연기 피어나듯 피어오르고 있었다.
하늘이 낮은건지, 아님 산이 너무 높은건지 구름이 산을가로질러 하늘을 메우고 있었고
저 구름 위에도 파란 하늘일까 싶었다.
왠지 그 위엔 신이 있을 것 같은 왠지 모를 근엄함이 느껴지기까지 했다.

-2008. 06. 04  Travel 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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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hone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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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6월 3일
세계여행 제 34일 째 (3)
Luzern, Switzerland




원래 계획대로라면 유람선을 타고 루체른으로 들어가고 싶었는데-
뮈렌에서 걸어내려오는 바람에(;;;) 시간이 너무 지체되서 유람선을 놓치고 말았다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기차를 타고 이동 +_+
나와 시은언니는 모두 1등석인데 주영오빠가 2등석이라서 선심쓰듯(..) 2등석에 앉았다.


스위스의 에메랄드빛 호수!


서로 일기를 쓰느라 바쁜 주영과 칸민

ㅋㅋㅋㅋ



차창밖으로 스위스의 때묻지 않은 황홀한 자연환경이 펼쳐졌다. 특히나 에메랄드 빛으로 빛나던 호수.
우리들은 각자 여행기를 쓰면서 김광석의 '바람이 불어오는 곳'을 흥얼거렸다 .

바람이 불어오는 곳 ~그곳으로 가네~ 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덜컹이는 기차에 기대어~ 너에게 편지를 쓴다. 꿈에 보았던 길. 그 길에 서 있네

-김광석, 바람이 불어오는 곳


어쩜 이렇게 노래와 지금 우리의 모습이 딱딱 맞아떨어지는지!
그러나 새벽부터 패러글라이딩하고 알프스를 뛰어다녀서 완전 피곤했었는지 곰새 무한 잠의 나라로 빠져들었다...;;
옆에 에메랄드 빛 호수들이 날좀 보소~ 하고 손을 흔드는데.....
눈은 떠야겠는데....보긴 봐야게...ㅆ.....음.ㄴ..ㅑ......
으......



한참 헤드뱅잉을 하다가 눈을 떠보니 어느새 루체른에 다왔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
에메랄드 빛 호수는 없어지고
라우터브루넨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던 현대식 건물과 공장들이 차창밖에 나타난 것이다.
갑자기 왠지모를 거부감이 들었다. 라우터브루넨이 간직한 스위스다움에 푹 빠져있어서였을까.
어쨌든 루체른 도착!


나와 시은언니는 미리 예약해 놓은 호텔로 짐을 옮기고, 주영오빠는 없는 돈을 쪼개어 호스텔을 잡았다.
(당시 주영오빠는 5일치정도의 숙박비밖에 가지고 있지 않았다;;;여행은 3주 남았는데)

중세도시스러운 루체른의 모습, 로이스 강변..


루체른의 상징 카펠교. 1333년에 세워진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 다리이다.


민 단독샷

주영오빠와 시은언니의 신혼여행컨셉;




내가 좋아하는 사진♥....꽃의 뒷모습은 항상 그립고 아련한 느낌을 말하는 것 같다.


이미 루체른 관광을 해봤던 주영오빠의 가이드를 받아 우리는 루체른의 유명한 빈사의 사자상을 보러 갔다.
프랑스 혁명 당시 루이 16세 일가를 지키다가 죽은 스위스 용병 786명의 충성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기념비로
심장을 찔린 사자가 프랑스의 상징인 흰 백합의 방패를 마지막까지 지키는 모습으로 조각 되었다고..



노련한 가이드 주영오빠를 따라 무제크 성벽으로 가려고 하는데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졌다.
우린 급히 버스정류장으로 뛰어들어갔다. 정말 5초만 길가에서 어영부영했더라면 폭우를 맞을 뻔 봤다.
금새 그치겠거니 하며 버스 정류장에 앉아 비가 그치기만을 기다리며 또 흥얼흥얼 노래부르기....


빗물에 비친 색색의 전광판.


비야..언제 그칠꺼니...?




한참을 기다렸건만 비는 그칠줄을 모르고 끊임없이 내렸다.
조금만 더 가면 무제크 성벽이지만 아쉽게도 우리는 다음을 기약하며 다시 숙소로 발길을 돌려야했다.
갑자기 쏟아진 비에 다들 추워서 오들오들 떨다가 빗방울이라도 피하자며
주영오빠의 후디를 활짝 펼쳐들고 뛰기 시작했다.
지나가던 스위스인들이 다들 저게 뭔가 하고 쳐다봤지만 ㅎㅎ
이렇게 후디 한장아래 겨우 비를 피하며 뛰고 있으려니까
영화 클래식도 생각나고, 연애소설의 포스터도 생각나고 마치 우리가 영화 주인공이 된 것 처럼.
비록 우린 손예진처럼 이쁘지도, 조인성처럼 잘생기지도 않았지만 아무렴 뭐 어때
이렇게 루체른의 비오는 밤, 낯선 도시에서 비를 피하려 후디 하나아래에서 셋이 발맞춰 뛰던 추억은
우리들 유럽여행에서 잊지못할 추억이 되었는걸 ...:)


Posted by hone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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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6월 3일
세계여행 제 34일 째 (2)
Murren, Switzerland



패러글라이딩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오니 주영오빠가 일어나 주섬주섬 짐을 챙기고 있었다.
원래 우리의 계획은,바로 융프라요흐로 올라가는 것이었는데 라우터브루넨역의 웹캠으로 산정상을 보니..
하얀 눈보라만..........휘몰아................역시,,,,나는 자연경관의 목격과는 거리가 먼 것인가?
요세미티의 폭설, 나이아가라의 폭우, 록키산맥에서의 폭설......에다가 융프라요흐의 폭설까지...4종세트 만들어봐?


그리고 이미 올라갔다 온 사람들이 눈보라치는 날에 잘 못 갔다가는 아무것도 못보고 내려온대서
우리는 어물쩡어물쩡 하다가, 라우터브루넨 옆 동네에 있는 Murren(뮈렌)에 올라가기로 했다.

뮈렌이 어떤곳이냐고?

우리 나라 여행자들 사이에서 조금씩 알려지고 있는 뮈렌은 외국 동화책 속 마을을 그대로 옮겨다 높은 곳이다. 시간이 한참이나 뒤로 가버린 듯, 지나가는 소 떼의 방울 소리에 아침잠을 깨고 그 흔한 자동차 하나 볼수 없는 마을. "여행자로서 이곳을 찾았지만 너무나 예뻐 다른 사람들로 인해 변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한 여행자의 말은 뮈렌이 어떤 곳인지 잘 말해준다.
....라고 소개되어 있다. 은근 끌리지 않은가? 남들 다 가는 융프라요흐가 아니라 우리는 독특하게 뮈렌을 간다!!

뮈렌으로 올라가는 기차안에서. 주영오빠 머리칼을 흐트러뜨리는 바람의 느낌이 떠오른다.

흐아, 그야말로 알프스로군요!


뮈렌에서 딱히 구경할 것은 없다. 그냥 길따라 걸으며 자연경치를 구경하면 그걸로 끝!
마을과 마을 사이가 걸어서 30~40분정도 걸린다고 나와있길래,
우리는 가장 가까운 마을인 김머발트를 향해 출발했다.
뮈렌에 오르니 그리 멀지도 않은 곳에 융프라요흐(로 추정되는) 산이 때때로 구름에 가려다 드러났다를 반복했다.
융프라요흐에 오르지 못한다는 아쉬움이 컸지만 내일 루체른에 가면 리기나 티틀리스를 가기로 하고..오늘은 뮈렌!

잠시 구름속에서 그 모습을 드러낸 융프라요흐


커다란 체스판.


알프스에 만발한 튤립!

알프스에 만발한 튤립2!



가이드 북에 써있는 대로 그야말로 한적한 알프스 마을 그대로였다.
보고만 있어도 하이디가 어디선가 튀어나올 것만 같은 그런 분위기!
때때로 관광객 한 둘이 우리 앞을 스쳐 지나갔을 뿐, 사람들도 없고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과 형형색색 꽃들과 가끔 울리는 소방울소리.

걷고만 있어도 저절로 기분은 그야말로 룰루랄라. ♬
신나서 콧노래를 부르기 시작하다가 사람도 없고 눈치도 안보이고 그야말로 대놓고 고성방가....(...)까지는 아니고 ㅋ
나랑 시은언니랑 주영오빠랑 추억의 노래들을 끄집어내며 그 날 노래방 18번들은 다 꺼냈다는...(...)
한국에 돌아가서 다같이 노래방에 가자고 결의까지 했다.;;;;

한가로이 풀뜯는 소들 뒤로 패러글라이더가 날아가고...

걷다걷다 중간에 단체 거만샷

이번에는 착한모드샷


파란하늘 아래 민들레 씨앗!

눈 돌리는 곳마다 베스트 포토죤.



...........후.............



분명 가이드 책에는 40분만 걸어내려가면 김머발트가 나온다고 했는데
우리가 너무 노래부르고 사진찍고 앉았다 쉬었다 놀다가 왔나? 아무리 걸어도 김머발트가 나오질 않아...........(...)
정말 뮈렌은 한 걸음 걸을때마다 이뻐서 감탄하고 또 감탄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릴적 동화책이나 티비만화에서나 봤을 법한 그런 천혜의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으니까.
아무리 이쁘게 찍으려고 해봐도 카메라에 담긴 모습으로는 뮈렌의 진짜 매력을 담을 수가 없다.
그래서 더더 한걸음 걷고 한박자 쉬어가며 뮈렌에서의 순간 순간을 즐기고 싶었는지도 몰라.


귀여운 닭

이 들판이 온통 꽃이었는데 카메라론 찍어낼 수 없었어..ㅠㅠ

아름다운 뮈렌 동산


한참 걷다보니 배가 고프다. 점심먹을 시간!!
근데.....이.....동네는 보다시피 꽃도있고 풀도 있는데 슈퍼가 없어와.....요...
그럴줄 알고 우리는 이미 라우터브루넨에서 가볍게(?) 점심거리를 사들고 올라갔다는 거!+_+ 선경지명 제대로!
우리가 챙겨간 점심거리는 스위스 플레인 요거트와 바나나 세 개......
3 명이 먹는건데..진짜 단촐하다.............(....)

어쨌거나 스위스 정통의 플레인 요거트 맛 좀 볼까요?^------------------------^ 



표정으로 말하는 스위스 플레인 요거트의 맛....



네..아무리 오리지날이 좋아도 말입니다.....
우리 여행지에서는 함부로 오리지날에 덤비는 대범함은 쓰레기통에 고이 접어 버립시다..
스페인에서 Spanish Chocolate에 한 번 당했는데 스위스에서 또 당할 줄이야..........OTL

스위스플레인 요구르트는...한국 플레인 요구르트와 차원이 다르다는거....단맛따위 0.001%도 없다는 거...
시고 쓰고 텁텁하다는거....유의하시길..........................웩.............

두근두근 플레인~

너무 시고 쓰고 텁텁해서 바나나 투하!!




어쩄거나, 바나나를 통으로 투하한 요구르트로 겨우 배를 채우고,
또 뮈렌 꼭대기에서 한국의 그리운 사람들에게 또 엽서를 썼답니다. :)
(나 편지쓰는거 너무 좋아해! 특히 이렇게 여행하면서 편지쓰는거 너무 낭만적이잖아!)
사실 여기에서 쓴 편지를 누구한테 보냈는지는 기억이 안나요...........누가 받으셨나요...............;;;;

그리고 우리는 플레인 요구르트만큼이나 어마어마한 실수를 저지르고야 말았.....
케이블 카를 타려고 역에 가다보니, 라우터브루넨까지 연결된 등산로 표지판이 있지 않겠나요?
뮈렌을 걸으며 한껏 부푼 분위기와 돈도 아낄겸 (;;) 라우터브루넨까지 걸어내려가자고 의기투합해버린거....
아...누군가 한명이 뜯어 말렸어야 했는데, 이상하게도 여행지에서 만난 세명이 어쩜 이리 죽도 잘맞는지...........


...등산로는 등산로였는데........알프스 등산로라는거..................
멀쩡히 걸어내려오다가 나중엔 엉금엉금 기어서 내려왔다는거..........................
발 끊어지는 줄 알았네.........................휴.........


발품파는 배낭여행도 좋지만..우리 알프스를 걸어내려오는...그런 짓은 하지 맙시다 ^^

내려오다가 만난 어느 계곡에서.이미 얼굴에 지쳤다고 써있다.


Posted by hone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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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6월 3일
세계여행 제 34일 째
Lauterbrunnen, Switzerland



어제의 여흥을 다 즐기기도 전에 새벽일찍 잠에서 깼다.
패러글라이딩 예약이 되어 있거든! 야호!
오늘 오후엔 루체른으로 옮길 예정이라 졸린 눈을 비벼가며 짐을 쌌다.

옆 침대에 세상모르고 잠들어있는 어제 만난 주영오빠.
어제 얘기할때 다음 여행지는 이탈리아인데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고 했다.
그래서 딱히 정해진 여행지가 없으면 우리랑 같이 가지 않겠냐고 살살 꼬드겼는데
흔쾌히 그러노라 대답은 했는데, 정작 어제 웃고 떠들고 노느라 앞으로 어떻게 할지 정하지 않고 잠이 들어버린거다.
시은언니는 설마 진짜 우리를 따라오겠냐고 그냥 짐을 빼자고 했지만
주영오빠가 아침에 눈을 떴을때 여행같이하자던 사람이 쏙 사라져버리면 얼마나 허탈할까 싶어
일단은 패러글라이딩하러 간다는 쪽지를 남기고 패러글라이딩을 하러 나왔다.


아직 이름 아침이라 추위에 덜덜 떨며 라우터브루넨 역 맞은편에서 서있는데
저어기 커다란 짐가방을 멘 남자가 휘적휘적 걸어오더니 패러글라이딩 타냐고 묻는다. 응!
그리하여 우리는 케이블 카를 타고 알프스의 이름모를 산꼭대기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케이블카에서 내려서 한참을 걸어올라가고 평평한 언덕배기에 이르렀다.
패러글라이딩 조종사는 둘이었는데, 우리에게 선택권을 주겠단다.
그래서 나는 나랑 계속 얘기하고 있던 조종사를 냉큼 찍었다.
패러글라이딩도 조종사에 따라그 재미가 복불복이기 때문에 조종사를 잘 찍어야 했다 ㅠ


헬멧을 쓰고 방한복을 입었다. 몸에 낙하산(?)을 장착하고 이제 남은건 하늘로 날아오는 것 뿐!

비행시작 전, 대략 고도가 1700m정도 된다.

먼저 뛰어내린 시은언니!



시은언니가 먼저 도약하고 내 조종사 Dino가 이륙법을 일러줬다.
앞으로 전속력으로 달리는데 뒤에서 당기는 느낌이 나도 계속 달리라고,

Are you ready??? YES!!!
RUN, RUN, RUNNNNNNNNNNNNNNN !!!


언덕아래로 힘차게 달리기 시작했는데 금새 등 뒤로 강하게 당기는 느낌이 나더니
점점 발이 땅에서 떨어져 허공을 휘젓기 시작했다. FLY!!!

신나서 입이 귀에 걸릴것만 같네요!


저 멀리 시은언니가 알프스 계곡사이를 날아갑니다.


끼야아아아아아! 정말이지 기분은 Fantastic!!!!
비록 조종사에 매달려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지만 하늘을 나는 느낌이 이런걸까?
갑자기 아빠가 마구마구 부러워지기 시작했다. 아빠는 얼마나 이런 하늘 속을 날았을까?
나도 모르게 자꾸 튀어나오는 어마어마한 감탄사들...ㅠㅠ 감동이야...


구름이 나의 발 밑에 있군요 하하하하하


정말이지 알프스 계곡 계곡을 돌아 하늘을 날아다니는 느낌은 최고!
처음엔 좋아서 비명만 지르다가 조금 정신을 차려서 Dino와 수다떨기에 재미를 붙였다.
Dino는 원래 컴퓨터 프로그래머였는데 하루종일 사무실의 컴퓨터앞에만 앉아 있다가는 병들어 죽을 것 같아서
패러글라이더로 직업을 바꿨다고.
정말 최고의 선택인것 같아 ㅠㅠ이렇게 알프스 하늘을 몇번이나 날아다니면서 돈도 벌 수 있다니...

어제 우리가 놀러왔던 폭포

폭포랑도 사진 한 방!


바람에 이리저리 휘날리며 비행하며 점점 하강하고 있는데
갑자기 Dino 뭐라고뭐라고 물어보는데 제대로 못알아들어서 그냥 YES라고 해버렸는데
알고보니 직접 조종해보라는 얘기였다! 진짜야??!?!?!?!?!!!!!

Dino가 잡고 있던 조종간을 내가 잡고 오른쪽을 당기면 왼쪽으로 돌고, 왼쪽을 당기면 오른쪽으로 돌고 이히히히히!
거기다가 Dino가 핑고핑고를 해보겠냐고 해서 뭔지 모르겠지만 한다고 했더니....
갑자기 급 스핀!!!!....알고보니 "빙글빙글"을 말한 거였다.

끼야호!!!!

이전 사진들의 내 손은 할일없이 놀고 있었는데 이 사진은 조종간을 잡고 있다!

발 밑의 라우터브루넨.

사진의 왼쪽 들판이 착륙할 곳이래요


이제 점점 땅에 가까워져 간다. 길가던 사람들이 얼굴을 들어 손 흔들며 인사해준다.
안녕하쎄요~ 코리아에서 온 칸민이에요~
Dino가 착지할때도 이륙할때처럼 열심히 달리면 된단다. 좋아 +_+
슬슬 가까이 다가오는 땅. 열심히 공중에서 발구르기를 하다가
땅에 발이 닿으면서 타다다닥 달리다 앞으로 고꾸라졌다.
패러글라이딩 성공! Good Job!!!!

이 이쁜 꽃밭으로 착륙했다. 꽃밭으로 떨어지는 기분도 판타스틱!



아하하하하 완전 최고의 재미를 선사했던 패러글라이딩이 끝나고 Dino는 비행중에 찍은 사진을 CD로 구워주었다.
시은언니 말을 들어보니 시은언니는 비행사와 별 말도 안하고 조종도 안하고 핑고핑고도 안하고 그냥 앉아만 있다가 내려왔다고 ㅠㅠ
아, 역시 내가 조종사를 잘 뽑았어. Dino최고!!

최고였어, Dino!

새벽부터 패러글라이딩하느라 초췌했지만 아드레날린은 폭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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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6월 2일
세계여행 제 33일 째 (3)
Lauterbrunnen, Switzerland



앞 편에 이어서, 라우터브루넨 동산 오르기. 이번 편은 사진감상으로....:)


철길옆에 핀 이름모를 꽃.

평화로운 꽃밭속의 작은 기차역

바구니를 들고 밝게 인사해주셨던 친절한 스위스 여인.

집 옆의 아름드리 나무가 너무 탐나더군요...

나무 위에 걸어놓은 그네가 바람에 흔들흔들..

폭포와 어우러진 라우터브루넨..


이 조용하고 한적한 라우터브루넨의 평화로움을 혼자서 만끽하고는 저녁시간에 맞춰 다시 호스텔로 돌아왔다.
한국인 민박집도 아닌데 이상하게 한국인들로만 바글거리는 이 특이한 스위스 호스텔.;
그래도 오랫만에 한국인들끼리 모여서 한국음식을 해먹는 이 즐거움!
오늘은 시은언니와, 또 같은 방을 쓰게 된 주영오빠까지 함께 하는 저녁.
주영오빠가 여행경비가 거의 바닥난 상태였기 때문에(근데 그 상태로 3주나 더 여행해야한다는;;)
저녁은 간단하게 볶음밥!
나의 벤쿠버에서의 자취실력을 십분 발휘해볼까!!!..............라고 했는데 볶음밥 볶을 식용유가 없다네요....헐.................


옆 팀은 퐁듀를 만들고 우리는 볶음밥을 마가린으로 볶고;;



아니...그렇다고 오늘 밥 한번 해먹고 나면 밥해먹을 일 없을텐데 식용유를 사기도 그렇고...쩔쩔매는데
옆에 있떤 한국인분들이 "마가린 쓰세요 ㅋㅋㅋ 마가린도 기름이라 볶아지긴 해요...저희거 좀 드릴까요?"
라고 구원의 손길(?)을 내밀어와 마가린으로.....볶음밥을 볶았다는.....과연 맛은......


마가린볶음밥

하....이걸 무슨 맛으로 먹었을꼬


지금 생각하면 진짜 어이없지만; ㅋㅋㅋ
저때는 마가린으로 볶은밥도 (마가린 맛이 풀풀났어도) 배고프고 쌀밥이다보니 정말 불평불만 안하고 맛있게 먹었다.
옆팀에서는 맛있다고 나눠달라고 했을 정도!! ...(진짜??)


설거지 게임을 제안했다고 자폭한 바칸민씨....



오랫만에 저녁도 푸짐하게 먹고, 구경할 것도 없는 첩첩산중이라 다같이 스위스 와인에 치즈를 곁들이며
밤새 서로의 여행무용담 보따리를 풀어냈다. 체코에서 다이빙했던 이야기, 영국에서 지갑 잃어버린 이야기,
혼자 야간버스 타고 겁없이 국경을 넘나든 이야기, 낯모르는 외국인이랑 얘기하다가 내릴 역을 지나쳐서 미아가 된 이야기...


새벽 늦게까지 하하호호깔깔껄껄 거리며 그렇게 스위스에서의 첫날 밤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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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6월 2일
세계여행 제 33일 째 (2)
Lauterbrunnen, Switzerland




"현아는....아닌데요^^;;;"


그랬다. (당시)25살의 건강한 (?) 대한민국 청년 주영군은 그렇게 우리 앞에 등장하셨다.
우리와 정 반대루트로 프라하에서 독일을 거쳐 스위스로 흘러넘어온 주영오빠는
프라하에서 예상에 없던 스카이다이빙으로 프라하 하늘에 돈을 뿌려서 예산에 허덕이고 있었으며
스위스에 온지 3일째나 되었지만 편두통때문에 융프라요흐에도 못오르고 이렇게 그저 휴양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인이란 것 때문에 극 경계를 보였던 나였지만
그저 DSLR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사진찍기를 좋아한다는 공통점) 경계1호를 해제하고
또 얘기를 나눠보니 착하고 순수해보이고 마쵸니즘을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에 경계2호를 해제했다.
그리고 계속 둘이서만 여행하느라 슬슬 지루해질찰나에 새로운 대화의 상대가 생겨서 흥미가 발동하기도 했고.^^

다행히 오늘은 편두통이 많이 나았다는 주영오빠와 함께 주변에서 장을 보고
라우터브루넨 마을에 있는 폭포로 구경 나왔다.



시원하게 떨어지는 폭포수


아직은 거리감이 느껴지던 첫 만남.



폭포 뒤에 가려진 동굴로 들어갈 수 있는 계단.


폭포수 너머로 보이는 라우터브루넨의 아기자기한 모습



잠깐 폭포를 보고 다시 호스텔로 돌아왔는데, 라우터브루넨 이 작은 마을은 정말 할게 없는거다.
계획이라고는 패러글라이딩 하나였는데 그것도 예약이 꽉 차서 내일로 홀랑 넘어가고,
그렇다고 이렇게 오후 내내 호스텔에 앉아서 시간 죽이는 건 정말 싫어! 난 그렇게 못하겠어!!
....라고 생각한 나는 과감하게 우리 방 창밖에 보이는 언덕에 혼자 놀러갔다 오겠다며 나갈 채비를 했다.
날씨가 흐렸기 때문에 혹시라도 비가 올까봐 나의 만만준비 우비 착용!!
약 한달전 나이아가라의 폭풍우에 맞서줬던 용감한 나의 캐네디언 우비!!!

우비 입고 신나서 깡총깡총 뛰는 나...



아....근데.....빗물에 젖은채로 접어놨더니 어디선가 꼬리꼬리한 냄새가 나....ㅠㅠ바로 쓰레기통으로 직통!
어쨌거나 혼자 디카들고 필름카메라 들고 룰루랄라 신나게 나갔다.
그럼 모두들 나와 함께 라우터브루넨의 언덕에 올라가 볼까요???!!


앗, 뭐라고 쓰여있는지 알 수 없어요...ㅠㅠ

알프스 자락의 아기자기한 라우터브루넨..

구름보다 높은 산 융프라요흐가 잠시 모습을 드러냈다.

가는 길에 달팽이를 만나서 카니발의 '달팽이'도 흥얼흥얼



그야말로 고요함과 평화로움, 여유로움...이런 수식어는 다 갖다붙여도 좋을 그런 라우터브루넨이었다.
처음, 시은언니가 라우터브루넨에 호스텔이 좋다고 예약하자고 했을때만해도
듣도보도 못한 작은 동네라서 내키지 않았는데..
뉴욕, 런던, 파리, 바르셀로나...사람들이 바글바글 한데 있다가 갑자기 평화로운 산 속으로 들어오니
그동안은 느끼지 못했던 그런 여유까지도 느껴질 정도였다.
오길 잘했다. 오랫만에 사람들한테서 벗어나 쉴 수 있다니.

노란 기차가 덜컹덜컹 달려옵니다.

한적한 철로...

귀여운 동물모양의 (도)자기들 :)



못다한 이야기는 다음편에서....:)
Posted by hone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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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6월 2일
세계여행 제 33일 째 (1)
Lauterbrunnen, Switzerland




밤새 의자가 불편하고 새벽은 추웠고, 거기에 국경을 넘으면서 불심검문까지 겹쳐서 잠을 설쳤다.
창 밖을 내다보니 바르셀로나에서는 보지 못했던 넓은 초원과 그 뒤로 높은 산이
그것도 아직 눈이 덮인 산이 보인다
알프스, 바로 스위스다.

-2008. 6. 2. Travel Book


스위스의 수도인 베른 (참고로, 스위스의 수도를 취리히나 제네바로 착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베른이다) 에서 내려
인터라켄 행으로 갈아타 오전 10시쯤 인터라켄 동역에 도착했다.

인터라켄 동역에서 '베른>로마'행 기차와 '베네치아>빈'으로 이동하는 야간 열차를
"아무 문제 없이", "프랑스와 달리" 너무나도 깔끔하게 예약하고
여행출발전에 미리 예약해 놓은 Valley Hostel이 있는 라우터브루넨(Louterbrunnen)행 열차에 올랐다.
이 날 우리가 Valley Hostel에 가게 된 것은 나의 운명의 책에 이미 정해져 있던 것이었을까.
우리가 프랑스에서의 일정이 하루 줄게 되었을 때, 스위스에서의 일정도 하루 당겨버렸다면
아마 나의 여행과 그리고 그 기억은 너무나도 다른 이야기가 되어버렸을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우리는 2008년 6월 2일 아침.
스위스의 잘 알려지지도 않은 작은 마을 라우터브루넨에, 그리고 Valley Hostel에 도착했다.


한국인에게 인기 최고인 Valley Hostel-



한국인들에게 유명한 Valley Hostel은 정말이지 시설좋고 깔끔한데다가
주인인 알프레도 아저씨와 아주머니도 너무 친절하고 좋았다.
창 밖으로 알프스가 펼쳐져있는 경치좋은 방을 배정받았는데
한국인으로 추정되는 사람의 짐가방이 한 쪽 침대에 풀어져 있었다.
여행하면서 한국인을 만난적이 별로 없는데다가 한국인들이랑 몰려다니는걸 좋아하지 않아서 경계하고 있었는데
왠지 혼자 여행온 사람인것 같아서...거기다가 DLSR 카메라 박스를 보고는 급 호감이 갔다.
널어놓은 수건에 "현아" 라고 적혀있는걸 보니 아마 여대생쯤 되나보다.

방 발코니에서 내다보이는 풍경...여기가 스위스군요.





어쨌든 우리도 짐을 풀고 기다리고 기다리던 패러글라이딩을 예약하려고 리셉션에 나왔다.
안내책자를 보면서 패러글라이딩을 할까, 스카이다이빙을 할까....하면서 고민하고 있는데

저어기 구석에서 노트북을 두드리고 있던 일본인으로 추정되는 남자가 갑자기 슬금슬금 걸어와서 너스레를 떤다.
"앗 한국인이세요? 패러글라이딩 타시게요? 제가 스카이다이빙 뛰어봤는데 스카이다이빙 하세요.
진짜 끝내줘요"


.................이 남자 뭐야............급짜증.........
한국인인것도 짜증나는데 만나자마자 스카이다이빙하라고 호객질이야...........


급 씹어주고 타이트한 예산을 고려해서 패러글라이딩을 결정했다.
그런데 오늘은 이미 스케쥴이 다 차서 내일 해야한단다 ㅠㅠ
으잉...우리의 계획은 오늘 패러글라이딩만 타고 쉰 다음에 내일 아침일찍 융프라요흐에 오를 생각이었는데!!!
!....또 꼬이냐..............
어쩔 수 없이 내일 제일 이른시간에 패러글라이딩으로 예약했는데
이 남자 계속 우리를 쫄래쫄래 쫓아다니며 말을 건다.
그래도 사근사근 친근하게 구는게 나쁘지 않아서 응대하고 있는데,




어머, 같은방? ............근데......님, '현아'님 수건이 걸린 침대에 걸터앉은신거 보니....당신이 현아? ^^






Posted by hone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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