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하프문베이 드라이브를 끝내고 일몰시간에 맞춰 샌프란시스코로 돌아왔다. 

열흘가량의 샌프란시스코 여행을 마무리하는 피날레는 바로, 

금문교(골든게이트 브릿지)와 함께하는 노을 구경하기!



사실 이 금문교와 샌프란시스코는 나에게 애증의 여행지이기도 한 것이

2007년, 2016년, 그리고 2018년.

10년의 시간동안 이 도시에 3번을 왔지만 

단 하루도 맑은 하늘 아래 빨갛게 빛나는 금문교를 본 적이 없었다. OTL

여러분, 맑은 날 빨간 금문교를 보는게 이렇게나 어렵습니다아아!

인터넷이나 TV에서 보던 광경을 당연히 볼거라고 생각하면 속상해질거에요 ㅠ



첫 번째 왔을때는 그냥 오늘 날씨가 안좋은가보지 했지만, 

두 번째 왔을 때는 분명 공항에선 맑았는데 택시타고 가다보니 심각하게 안개가 자욱했고

세 번째 그러니까 올해는 그래도 여름이니까 화창할거라 기대했는데

아무리 샌프란시스코 도심이 맑아도 어쩜 그렇게 금문교는 안개가 자욱하던지.

정말 끝끝내 나에게 파란하늘 아래 오롯이 붉게 빛나는 그 모습은 보여주지 않을 것인가 낙담했기 때문이다. 

(2016년 3박 5일 미국 여행기 ☞ 클릭[샌프란시스코 너 나한테 왜이러니] )



하지만, 오늘은 분명하다!

맑다! 아주 맑다!

분명히 금문교 근처도 맑을 것이다!

우리는 금문교를 건너 배터리 스펜서(Bettery Spencer)로 갑니다!



슬래커스 힐을 따라 구불거리는 지점 마다 뷰 포인트들이 있습니다.




슬래커스 힐을 오르다보면 가장 먼저 보이는게 배터리 스펜서(Battery Spencer) 주차장인데

우앗! 만차다 만차!

배터리 스펜서까지 걸어들어가야 하는 입구 바로 앞에 십여대 쯤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있지만

가장 인기가 많아서 바로 차를 대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우리는 일단 금문교에서 가장 먼 퍼블릭 뷰(Public View)에 차를 세웠다. 




1. Golden Gate Public View 


골든게이트 퍼블릭 뷰(Golden Gate Public View)에서 바라본 금문교!



우앗우앗!

금문교가 한 눈에 보인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여기 퍼블릭 뷰(Public View)에서는 

슬래커스 힐이 두 개 밖에 없는 금문교의 교각 한 개를 가린다.  ㅜㅠ

그래, 그럼 이 곳은 딱 이만큼만 보면 되겠다.

우리는 왔던 길을 되돌아 두 번째 포인트인 골든 게이트 뷰 포인트(Golden Gate View Point)에 가보자!!




2. Golden Gate View Point


두 교각이 모두 또렷이 보이는데다가 한 층 가까워진 금문교.



확실히 퍼블릭 뷰(Public View)에서 보다 훨씬 가깝게 보인다!

하지만 역시 슬래커스 힐이 가까운 쪽 교각을 살짝 가리네. 

각도가 아쉽다 ㅠㅠ


그리고 신기하게도, 

5분전까지만 해도 금문교 위를 가득 떠돌던 먼지 같던 구름들이 

거짓말처럼 사라져버렸다. 

그 이유는, 바람이 말도 못하게 심하게 불어대기 때문이다....


Golden Gate View Point 에서 기념으로 한 컷!


하지만 머리카락을 붙잡지 않고서는 머리카락에 싸대기를 맞을 수 있음!






3. Battery Spender


자, 이제 대망의 피날레를 장식할 배터리 스펜서로 가보자.

두번째 View Point에서부터 배터리(Battery Spencer)는 멀지 않아서

차는 Golden Gate View Point 주차장에 세워두고 바람을 맞아가며 배터리 스펜서까지 걸어갔다. 



어느 순간 탁 트인 전망과 함께 웅장한 금문교, 

그리고 그 너머의 샌프란시스코 풍경이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촤르르 펼쳐졌다. 

힝...아름다워서 말잇못.....



배터리 스펜서에서 바라본 금문교와 저 너머 샌프란시스코


살포시 머리를 붙잡고 웃어봅니다 :)


웅장한 금문교의 위용과 도시 위를 감싸는 노을의 여운이 어우러져 영화같은 장면을 연출해주었다.


아득하게 보이는 샌프란시스코 풍경이 낭만적인 순간.


마지막으로 토해내는 발그란 대기층이 아름다운 그라데이션을 그리네요.


공중에 더 있는 듯한 금문교의 웅장한 교각



 

샌프란시스코는, 그 이름 만으로 서부의 아기자기하고 로맨틱한 도시 이미지인데

사실 나에게는 그 이미지가 과장되었다고 느껴질 때가 많았다. 

금문교가 유명하다는 것 외에는 다른 세계 유명한 도시들에 견줄만한 유니크함이 적은 것 같았고

게다가 사계절을 가리지 않는 스산한 날씨, 골목 골목을 장악한 노숙자들 탓, 

관광객들을 우습게 보던 피어(Pier) 상점에서의 경험 등

샌프란시스코는 미디어에서 만들어준 이미지에 비해서 나에겐 조금 실망스러운 도시이기도 했다.


하지만, 오늘, 여기 배터리스펜서에서 노을 색에 물들어가는 금문교와 샌프란시스코를 바라보았을 때

거대한 교각 너머 언덕을 따라 울렁거리는 샌프란시스코의 모습,

그리고 그 위로 붉게 물드는 노을의 여운이 한 데 어우러지고 

하늘색이 푸르게 붉게 그라데이션을 그려가는 그 모습을 보았을 때

어딘지 아련하고 먹먹함이 느껴지고

나는 이 곳을 세번이나 방문하고나서야

이 도시가 로맨틱한 느낌이 있구나. 생각했다


바로 이 풍경에 이 도시의 사랑스러움의 진가가 드러나는구나.




※ 금문교 관람하는 팁 ※ -  뷰 포인트에서 보는 금문교 비교


앞서 여행기에 적은 것처럼, 금문교를 넘어가서 금문교를 보는 포인트는 여러 군데가 있습니다. 

슬래커스 힐을 따라 올라가다보면 자연스럽게 뷰 포인트마다 

그 앞에 10여대 정도 주차할 수 있는 주차장을 보고 알아채실 수 있을 거에요.

그 중에서도 제가 다녀온 3가지 포인트에서 각각 금문교가 어떻게 보이는지 비교해드릴테니 참고 하세요 :)

개인적으로는, 역시나 ③ 배터리스펜서가 가장 가깝고 웅장하게 보여서 가장 좋았어요!


① 골든게이트 퍼블릭 뷰② 골든게이트 뷰 포인트③ 배터리 스펜서

슬래커스 힐을 따라 구불거리는 지점 마다 뷰 포인트들이 있습니다.





해가 바다 아래로 떨어졌는지 이제 태양빛은 사라지고

우리는 다시 샌프란시스코 다운타운으로 돌아가 저녁을 먹었다.

그리고 친구를 한 명 더 픽업해서 다시 배터리 스펜서로 꼬우꼬우!

오늘이 샌프란시스코 마지막 날이라 내친 김에 야경까지 보고 오기로. 


저 멀리 샌프란시스코 도심의 야경과 베이브릿지까지.


휘영청 밝은 보름달. 달빛이 저리도 밝은 줄을 새삼스럽게 깨달았다.


※ 금문교 관람하는 팁 2 ※ -  렌트카 이용시 톨게이트 전자지불 시스템 수수료 (Convenience Fee) 아끼기


미국 여행을 하다보면 우리나라 유료고속도로와 같이 톨(Toll) 비용을 받는 구간이 있습니다.

(샌프란시스코의 경우 금문교와 베이브릿지가 Toll Bridge입니다)

렌트카를 이용해 여행할 경우, 렌트가 업체들마다 톨게이트 전자지불 시스템을 이용해서

톨게이트를 통과하는 차량 번호판을 인식한 뒤에 

렌트할때 이용했던 신용카드를 통해 톨게이트 비용을 처리해줍니다. 


이 때, 톨게이트 전자지불 시스템 이용 수수료가 자동으로 함께 청구된다는 사실!

제가 렌트했던 Hertz의 경우에 PlatePass라는 시스템을 이용하는데

비에 더해서 PlatePass를 이용한 수수료료 $5.95의 Convenience Fee가 추가로 청구된다고 해요. 

하지만 약간의 수고를 더하면 이러한 수수료를 아낄 수 있답니다.


톨게이트 전자지불 시스템의 수수료(Convenience Fee)를 아끼는 법!


1) 베이브릿지를 통해 샌프란시스코로 들어 올 때 : 

    ☞ Toll gate에서 Cash Line을 이용하세요! 잠시 멈춰야 하지만 수수료를 아낄 수 있습니다.


2) 금문교를 통해 샌프란시스코로 들어 올 때 : 

   ☞ 금문교에는 Cash line이 없어서 강제로 전자지불 시스템을 이용할 수 밖에 없습니다. ㅜㅜ

   이 때 PlatePass System을 통해 자동으로 차량번호가 인식되어서 톨 비용과 수수료가 청구됩니다. 

   이 수수료를 아끼려면, 금문교를 통과한 뒤 48시간 내에 

   ① FasTrak(☜ 글자클릭)에 접속! 

   ② Golden Gate Bridge Toll을 클릭 

   ③ Pay Online Now 를 클릭 

   ④ 렌트카 차량 번호와 금문교를 지나갔던 시간, 카드 정보 입력하면 끝!


그리고 무엇보다도, 렌트할 때 받는 서류를 꼼꼼히 읽어보시면 좋아요!

물론 영어로 빡빡하게 적혀있어서 괴롭지만 의외로 유용한 정보들이 빼곡히 적혀있답니다.

저도 별 생각 없이 Hertz 렌트 서류를 뒤적거리다가 이런 내용을 발견하고 Convenience Fee를 아낄 수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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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 → 하프문베이




본격 미국 서부 여행 3일차!


말이 3일 차이지 교육일정부터 포함하면 나는 사실 샌프란시스코 일대에 11일째 머무르고 있다. 

꽤 오래 머무르고 있지만 대부분의 시간을 도심(파이낸셜 디스트릭트)에서만 보냈기 때문에 

오늘은 다운타운 보다는 근교로 나가볼까하는 마음!

멀리까지는 빅서(Big Sur)까지도 가보고 싶었는데 몸이 따라주지 못했다.

이제 나이가 드니까 여행에서 '피곤하지 않기'가 중요한 요소가 된 듯..ㅠㅠ


빅서(Big Sur)까지 가려면 편도가 2~3시간이라 바지런히 움직였어야 했는데 

좀 피곤해서 밍기적 거렸더니 점심시간...또르르

구글링에서 찾은 햄버거 맛집에 가서 햄버거를 먹고 기운을 낼 줄 알았는데

날씨가 흐려서 그랬는지, 아니면 11일째의 강행군에 좀 지쳤었는지 컨디션이 나빠

결국 점심먹고 숙소로 퇴각했다. 또르르 



혀를 내밀고 있는 것 같은 베이컨 버거! Roam Artisan Burger @ San Francisco



한숨 자고 나오니 어느새 맑게 갠 하늘 :)





점심 먹을때만해도 하얀 구름이 가득하고 스산한 느낌이 있었는데 

숙소에서 한 숨 자고 일어났더니 쾌청한 여름날씨가 되었다!

교육받으러 온 첫 날 오후를 빼고는 일주일 가까이 샌프란시스코는 초겨울마냥 우중충 했는데

난 그래서 샌프란시스코 날씨는 사시사철 한국 초겨울 같은 줄 알았다.

그런데 제법 여름같은 날씨라니!!!

우리 회사 사람들 패딩만 입다가 한국 돌아갔는데 ㅠㅠ



칭구랑 나는 사실상 빅서(Big Sur)에 가기는 글렀고,

미션 돌로레스 공원을 갈까 아니면 하프문베이(Halfmoon Bay)를 갈까 하다가 

빅서(Big Sur)만큼은 아니겠지만 하프문베이(Halfmoon Bay) 낙점!

날씨가 좋으니까 오늘은 금문교에서 노을을 볼 수 있을것 같다. 

맛만 보고 돌아오자라는 마음으로 붕붕!


확실히 운전이 가능하면 여행의 공간적 범위가 넓어진다는 게 좋다.

우버가 잘 되어 있긴 하지만, 왕복 2시간 거리를 우버타고 다니기엔 부담스럽고

뚜벅이 여행자는 쉽게 도시 근교로 나가기가 어렵다. 

투어상품이 있기는 하지만 유명한 관광지가 아닐 경우엔 투어가 없기도 하고.

확실히 미국 서부는 도심만 관광할 게 아니라면 렌트를 하는 게 더 풍부한 경험을 할 수 있어서 좋다.

그래서 내가 여행을 위해서 운전을 다시 배웠다. 헤헤 

하프문베이도 렌트를 안했다면 갈 엄두를 못냈을 거다.





샌프란시스코에서 1시간여를 달려 하프문 베이 도착!



하프문베이의 바닷가 풍경.



Three Rocks : 말 그대로 Three Rocks라고 한다.



Three Rocks에 촘촘히 앉아있는 갈매기/기러기들과 함께



우리는 사실 하프문베이를 잘 몰라서, 

일단 구글맵에 하프문베이에 있는 리츠칼튼 하프문베이를 목적지로 지정해서 갔다.

별 생각 없이 갔는데 호텔부지에 골프클럽이 딸려 있어서 그런지 바닷가를 배경으로 굉장히 잘 관리된 잔디밭이 너르게 펼쳐져 있고

하프문베이를 따라 트레일도 잘 조성되어 있었다. 

으아 생각보다 분위기도 고급스럽고 조용해서 힐링하기 너무나도 좋은 곳이었다. 



※ 하프문베이 드라이브 팁 - 무료로 주차하기 ※


렌트의 좋은 점은 기동성이 좋다는 것이지만 대신 주차할 곳을 찾는 것이 난관입니다.

어떻게 하면 무료주차/저렴하게 주차할 수 있을까 항상 고민 ㅠㅠ

렌트카를 이용하여 하프문베이로 드라이브가시는 분들은 리츠칼튼 하프문베이를 이용해보세요.

리츠칼튼 하프문베이 출입구에서 Coast Trail 때문에 방문했다고 말하면

주차장으로 진입할 수 있는 Code Number와 함께 1장짜리 Trail Course 지도를 받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주차비는 무료랍니다. :)

차를 호텔에 주차하고서 Trail을 따라 걷고 해변에도 내려가보시길 :)



멋진 해안절벽을 따라 잘 가꿔진 트레일 코스와 골프잔디


굴곡진 해안절벽이 참 멋졌던 곳. 갑자기 영국이 떠오른건 무엇..


평온한 바닷가 풍경






사실 큰 기대하지 않고 여유롭게 드라이브나 해볼 겸, 바닷가나 구경할 겸, 렌트카도 써먹을겸 갔던 하프문베이였는데

복작거리는 도심에 있다가 잘 정돈되고 꾸며진, 그러면서도 자연과 함께 어우러진 하프문베이 풍경에

오길 정말 잘했다라는 마음이 불쑥 불쑥 솟아올랐다.



샌프란시스코에 살았던 친구한테서 리츠칼튼 하프문베이 브런치가 괜찮다고 추천받았었는데

이렇게 좋을 줄 알았으면 낮에 햄버거 먹지 말고 여기와서 브런치 먹고 더 여유부리며 놀다 갈껄 ㅠㅠ

와보니 너무 좋아서 일찍 오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ㅠㅠ



하프문베이도 서쪽이라 바다로 떨어지는 멋있는 일몰을 볼 수 있을 것 같았지만

내가 오늘만큼은 금문교와 함께하는 노을을 보겠다고 마음을 단단히 먹었던 탓에

해가 서서히 기울어질 때를 맞춰 돌아가야했다.

너무 평화롭고 목가적인 풍경에 맘이 홀려서 조금만 더, 조금만 더..를 외치며

아쉽게 돌아섰던 하프문베이.



다음에...............

라고 쓰고나니까 내가 미국 서부를 정말 무슨일로 또 올까 싶은데

무슨 일이 생겨서든 다음에 미국 서부에 또 오게 된다면 (하지만 향후 5년간은 더이상 오고 싶지 않다...후)

조금 더 여유롭게 다시 와보고 싶다!



그리고 재미삼아 검색해봤는데 The Ritz-Carlton Halfmoon Bay 1박 요금이 약 $900....^^

언제오더라도 그냥 샌프란시스코에서 당일치기에 만족하는 것으로....

이제 대망의 금문교 노을을 보러 샌프란시스코로 출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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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2. 27. fri.

3박 5일 무모한 미국여행  

Seoul ▶ San Francisco 

 

 

 

 

 

 

 

 

 

어쩌다보니 충동구매한 미국행 비행기표.

고작 주말을 보내고자 미국에 가는 나.

비행기에 타고서도 헛웃음이 쳐지는데 기어코 간다.

캘리포니아, California.

 

 

원래 오후 6시 샌프란시스코를 향해 출발할 예정이던 첫 비행기는

아침부터 딜레이된다는 통보를 주더니, 보딩시간도 늦어지고 출발도 한참이나 늦춰져서는

정확히 오후 10시 1분에서야, 우렁찬 엔진소리와 함께 캄캄한 하늘로 떠올랐다.

 

 

어쨌든, 샌프란시스코라니!

물론 조금 자란 뒤에는 미국은 얼마든 여러번 갈 수 있는 나라라는 생각을 하곤 했지만.

샌프란시스코에 또! 간다니.

언젠가 한 번은 다시 갈 거라 생각했지만

이렇게 빨리, 또 이렇게 짧게 또 갈 줄은 몰랐는데.

 

 

 

많은 여행지중에서도 샌프란시스코는 내게 조금 특별한 곳이기도 하다.

2007년 겨울방학 길고 긴 미국 서부 여행을 시작한 도시였고, 그만큼 설렘이 생생한 도시이기도 하다.

가뜩이나 짧은 여행이라 최종 목적지인 샌디에이고만 집중해도 부족할 것 같았지만,

노을지는 풍경의 골든게이트브릿지를 보고 싶어 일부러 샌프란시스코에서 스탑오버를 했다.

다른건 다 필요없어.

난 그거 하나만 보면 돼.

파란 하늘 아니면 노을 지는 풍경의 골든게이트 브릿지.

(그런데 왜 슬픈 예감은 항상 틀리지가 않는지....)

 

 

연착으로 손님들을 옮기는 탓에 텅텅빈 좌석!

 

 

 

연결편 비행기 때문에 몇몇 손님들을 다른 항공사로 옮겨 태운 탓에 비행기는 좌석이 꽤나 비었다.

심지어 내 옆좌석은 모두 비었다.

여행하면서 이런 일은 정말 처음이다. 신난다!

 

나는 팔걸이를 모두 열어제끼고 다른 좌석에 앉아있는 K를 불러 같이 자리를 나눠 누웠다.

4좌석 연석이긴 해도 키 165cm, 170cm인 다 큰 여자 둘이 누우려니 좁긴 좁구나.

그렇게 한참을 뒤척이다 잠시 잠들다를 반복하다보니 어느 새 도착하기 1시간 전이다.

사실 남미 한 번 갔다왔더니, 그 뒤로 8~9시간짜리 비행은 별거 아니라는 생각까지 든다. (헐)

 

 

 

밥 한번 먹고 자고 일어나서 밥 먹으니 어느 새 샌프란시스코.

 

 

 

 

 

현지시각으로 오후 2시.

드디어 비행기가 SFO(샌프란시스코 공항)에 육중한 몸을 내려놓는다.

이 때까지만 해도 모든 것이 순조로울 것만 같았다.

꽤나 앞좌석에 앉았기 때문에 금세 빠져나가서 우버를 타면

노을이 지기 전에 배터리 스펜서(Battery Spencer)에 도착해서

노을 지는 배경의 골든 게이트 브릿지를 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중간에 입국심사에서 K가 붙들리는 바람에 약 1시간 정도를 공항에 발을 동동 구르며 묶여있어야 했다.

 

 

 

 

공항 근처는 이리도 맑았는데..

 

 

 

 

어쨌든!

우버를 부르고서 공항 밖으로 나가자

북미 특유의 새파란 느낌의 맑고 시원한 바람이 머리카락을 흐트러뜨렸다.

경민이가 몇 시간이 지나도록 못나오면 어쩌지, 설마 추방당하는 건 아니겠지..혼자 고민했던 것들을

말끔히 떨쳐줄만큼 아주 상쾌한 날씨였다.

우리를 태운 우버는 신나게 샌프란시스코 도심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이렇게 맑은 날씨라면 노을은 끄떡없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런 기분 좋은 상상도 잠깐.

다운타운으로 들어오자 안개가 자욱하게 내리기 시작했다.

심지어 건물 2층이 안보일 정도의 엄청난 안개였다.

얼른 호텔에 짐을 풀고 다시 우버를 불러 Hawk Hill로 향하기 시작했는데

심지어 골든게이트 브릿지 위를 달리는데도 안개가 너무 심해 기둥이 보이지가 않았다.

그리고 우버가 Hawk Hill을 오르기 시작하자마자 정말 한치 앞도 분간할 수 없을만큼 온 세상이 하얗게 변해버렸다.

우버기사가 아주 안타까워 할 정도였다. (ㅜㅠ)

 

 

 

"너네 정말 여기서 내릴꺼야? 여긴 돌아가는 택시도 없는 곳이야...ㅠㅠ"

 

"ㅜㅜ.......그냥 아까 왔던 골든게이트브릿지로 돌아가줘 ....ㅠㅠ"

 

 

 

 

샌프란시스코는 왜 이렇게 항상 가혹한 것인가.

그것도 겨우 반나절짜리 Stop over일뿐인데.

2007년에도 이 도시는 안개에 휩싸여 내게 실망감을 주었는데 ..ㅜㅠ

또 오라는 계시인걸까?

 

 

 

어쨌든, 결국 우버를 돌려서 골든게이트 브릿지를 다시 건넜고

그리고 2007년 12월, 바로 그 곳에 다시 섰다.

그래도 조금 안개가 걷혀 교각이 제법 드러났다.

 

 

 

아쉽지만 이렇게 다시 한번.

 

 

안개에 불빛이 휩쓸려 마치 불타는 것 같은 골든게이트 브릿지

 

 

이건 2007년 겨울의 나. 하하하.

 

 

 

 

 

그래. 이 정도라도 보여줘서 고마워.

살다보면 인생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이지.

비행기가 4시간 딜레이 되고, 공항에 1시간 넘게 붙잡혀 있지 않았다면

어쩌면 화창한 하늘 아래 이 다리를 보았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이 번에도 그런 장면을 볼 적절한 때가 아닌가보다.

 

 

그렇게 추억의 장소에서 또 한 번의 추억을 남기고, 우리는 28번버스를 타고 Fisherman's warf로 이동했다.

 

 

여전한 꽃게표지판, 반가워라!

 

신나는 금요일밤에 다들 어디간 것일까?

 

 

 

그런데 금요일밤인데, 다들 어디로 간걸까.

내 기억 속 샌프란시스코는 복작복작 했던 것 같은데.

심지어 Fisherman's warf 뒤쪽 골목은 저녁 7시인데도 사람이 다니지 않을 정도였다.

우리는 Boudin을 찾아 클램차우더와 샌드위치로 여기 샌프란시스코에서의 처음이자 마지막 끼니를 해결했다.

 

 

 

클램차우더를 먹으러 들어온 Boudin.

 

Boudin에서 파는 거대한 빵들. 제일 윗줄에 악어도 있고 꽃게도 있다.

 

 

Boudind의 시그니처 메뉴인 클램차우더와 샌드위치.

 

 

 

 

 

지나가는 길에 8년 전 보았던 가게들도 보았다.

그 땐, 길을 걸으며 한 가게, 한 가게 들어가보고 보이는 곳에서마다 사진을 찍었었는데.

참 어리고 순진하고 호기심도 많았었지.

가보지 않았던 세상들이 너무나도 커다랗고 거대하게만 느껴졌는데.

 

 

이제는 내가 마음먹으면, 시간과 돈을 들일 마음만 먹으면

어디든 갈 수 있고, 갔던 곳을 이렇게 또 오기까지 하지만

그 때 그 천진난만하고 순수했던 마음은 영원히 되돌릴 수 없겠지.

마치 시간여행을 하는 것처럼,

옛 추억과 마주한 거리에서 나는 한참이나 싱숭생숭했다.

 

 

 

이것도 2007년. Fisherman's Warf의 어느 가게였던 것 같다.

 

 

그땐 클램차우더가 아니라 대게를 뜯...볼살 통통 'ㅅ'

 

 

 

애시당초 계획도 없었지만,

그나마 있던 한 가지 계획마저도 이루지 못하고

어두컴컴한 Fisherman's Warf에서만 헤맨 것 같아 괜시리 마음이 싱숭생숭했다.

샌프란시스코가 처음인 K에게 더 이쁘고 아기자기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괜히 스탑오버해서 이도 저도 아닌게 된건 아닐까 그런 후회까지 조금 밀려왔다.

하지만 후회는 그만.

 

 

그래도 내일은 샌디에고에 가니까.

그곳에선 햇살이 반짝반짝 비추길 :)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내일은 맑기를 바라면서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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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2월 17일

여행 3일째(2)


시청에서 나오니 구름은 꼈지만 비가 올 것 같지는 않았다.
그래서 골든게이트공원으로 가기위해 버스정류장을 찾아 나섰다.
가이드 북에 나온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반 부랑자+반 펑크족 같이 생긴 퀭한, 여성인지 남성인지 구분 못할 백인이 다가와서
어디에 가냐고 묻는다.
그래서 골든게이트공원에 간다고 했더니
그러면 6번 버스를 타야 한다고, 그 버스를 타라고 그게 지름길이란다.

그래?

긴가민가 하는 사이에 6번 버스가 왔다.
지름길이라고 가르쳐준게 고맙지만 가르쳐준 사람의 행색이 못내 못미더워
버스기사에게 골든게이트공원에 가는 버스가 맞냐고 물어봤다.
대답은

"NO"

......헐.
우리 바로 앞서 탄 그 사람은 자기는 모르는 일이라는 듯 시치미를 뚝 떼고 버스에 앉아있다.
뭐야, 지금 우리가 멋모르는 동양인 관광객이어서 무시하는거야?
기분 나빴지만 엉뚱한 동네에 가지 않음에 감사하며 무사히 제대로 된 버스를 탔다.
....고 생각했지만 그닥 제대로 된 버스도 아니었다.
거의 기어가다시피 하던 그 버스는 갑자기 운전기사가 승객과 버스를 내팽개치고
어디론가 사라져버리는 바람에 길 한복판에 15분이나 서있어야 했다.
....어젯밤부터 샌프란시스코 이러기냐...


어쨌든 우여곡절끝에 골든게이트공원의 근처까지 도착했다.
공원까지는 몇 블럭 걸어내려가야 했는데
그 길이 마치 홍대주변처럼 예술의 혼이 물씬 풍기는 길목이었다.
슬슬 허기가 진 우리는 마지막 여행지인 멕시코에 대비할겸
인테리어가 제법 괜찮아 보이는 멕시코음식점에 들어갔다.
들어갔는데 메뉴판에는 정말 무슨 음식인지 하나도 알 수 없는 음식들 뿐,
게다가 주문 받는 사람도 영어를 잘 못해서 대충 제일 싼 걸 시켰다.
선희언니는 그 안에서 사람들이 먹고 있는 음식을 물어물어 시켰는데
그것이 우리가 여행중에 처음 맛본 , 아니 살아 생전 처음 맛본 '브리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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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장식이 독특했던 멕시칸 음식점




우리가 이 날 이 곳에서 맛 본 브리또는 앞으로 영영 못 먹어볼 만큼 맛있었고
이 날의 브리또 덕택에 미국 여행내내 허기지면 '브리또' 만 생각나는 후유증에 시달렸다.


쨌거나, 이쁜 음식점에서 맛있는 음식먹고 배 든든히 채워 나온 우리는
골든게이트 공원 입구에서 자전거를 빌렸다.
나는 전날 밤을 새워 쓴 크리스마스 카드들을 반드시 이 날 부쳐야 했기에
빌린 자전거를 타고 다시 번화가 거리로 나왔고
언니는 먼저 골든게이트 공원으로 들어갔다.

우체국이 어딨느뇽 하고 두리번 거리다가 "우체국 뒷집" 이라는 간판의 옷가게를 발견했고;
덕분에 우체국을 찾아 무사히 크리스마스 카드들을 한국으로 보낼 수 있었다.

치마를 입고 있었지만 난 뭐 그런거에 개의치 않아,
자전거 페달을 밟아 골든게이트 공원으로 돌진했다.
지도상으로 공원은 오늘 안에도 다 못돌아 볼 만큼 어마어마해서
공원 한 바퀴를 도는 건 포기하고 대충 이리저리 녹음을 뚫고 바이킹을 즐기다
언니와 만나기로 한 공원 내의 박물관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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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커트입고도 달리는거다.




미리 약속장소에 도착해 셀카짓을 하며 깐죽거리던 나는 선희언니를 만나
공원내에 있는 일본식 정원에 들어갔다.

세계 어디에 있는 차이나타운이 어딘들 다르지 않듯이
세계 어디에 있는 일본식 정원도 항상 거기서 거기인 느낌이다.
작고 앙증맞고 구불구불한 소나무에 연못이 있고 작은 돌탑들도 있고.
봄이었다면 벚꽃이라도 만발하였을텐데
겨울인지라 약간의 을씨년스러움이 느껴지는 그런 일본식 정원이었다.
.....게다가 코딱지만한 정원에 무려 $4달러나 입장료를 받았다...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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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 왤케 얼굴이 뭉개진거지? ;ㅅ;






대충 골든게이트공원 라이딩을 끝나고 일몰시간에 맞춰 그 유명한 금문교로 향했다.
언니나 나나 둘 다 모를땐 무작정 붙잡고 물어보는데는 일가견이 있어서
길따위 좀 몰라도, 버스 번호 따위 좀 몰라도 걱정없다. 우리는 간다. 하하하

골든게이트 공원을 나올때쯤엔 구름이 잠시 걷혀서 노을속의 금문교를 보겠구나! 하며
기대하고 둑흔둑흔 하며 갔는데, 왠걸, 구름 도로 꼈다. 쳇.

어쨌든 샌프란시스코의 영원한 상징, 금문교다-
선희언니말로는 원래 이 곳이 안개가 자주 끼는 곳이라
멀리서도 잘 보이도록 다리를 붉은색으로 칠한거란다.
중요한 건 <원래 안개가 자주 끼는 곳> 이라는 거.
그러니까 날씨 좀 안좋다고 낙담치 말고 즐겁게 관광해야지 ♬

확실히 금문교는 관광포인트여서인지 관광객들이 꽤 많았다. 바글바글바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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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는 안좋아도 기분은 좋아요 :D





이리저리 자리를 옮겨가며 금문교와 기념사진을 찍는데 번뜩 요상한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다.
어떤 생각이냐고? 그럼 밑에 사진을 한 번 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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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둘 , 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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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mp !!



....이 무슨 쪽팔린 짓이냐고 할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저건 대 히트였다 분명!!
지나가던 사람들도 키득키득 거리며 쳐다보고는 나를 따라 같이 뛰기 시작했다.
그동안 나의 엽사에 혀를 끌끌차던 선희언니도 이건 재밌어 보였는지
몇번 해보라고 채근했더니 낼름 올라가서 뛰었다.
그리고 여러번의 엉거주춤 자세 끝에 대박 사진을 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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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베스트샷!




한참을 저 자리에서 이리 뛰고 저리 뛰다
금문교까지 온김에 딱 금문교 반절까지 걸어갔다.
차들이 쌩쌩 지나다녀서 다리도 흔들리고 조금 위험한 느낌도 들지만
보행자를 위한 인도도 넓고 또 다리를 건너는 관광객들이 많아서 건너볼 만 하다.
(그리고 반대쪽에서 보는 금문교 경치도 멋있다고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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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다 지친건 결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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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둘씩 가로등도 켜졌다.


반절쯤 건너오자 날이 꽤 어두워져서 서서히 가로등이 켜지기 시작했다.
시간이 좀 더 넉넉했다면 금문교 끝까지 걸어가보고도 싶었지만
이미 날은 어둑어둑해졌고 갔다가 되돌아오려면 넉넉잡아 한 시간 반은 걸릴 것 같아서
이쯤에서 기념사진 한 방 찍고 온길을 되돌아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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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팔짝뛰고 난리부르스를 추던 그 곳으로 돌아오니 어느새 이리도 컴컴하게 날이 어두워졌다.
그렇지만 되돌아와서 본 금문교는 처음 보았을 때 보다 훨씬 운치있었달까.
처음 도착했을땐 구름도 잔뜩 끼고 안개가 뿌옇게 껴서 다리마저 침침해보였는데
오히려 날이 어두워지고 가로등을 켜니 반짝반짝 이쁘다.
이제서야 내가 상상하던 금문교같다.

화창한 날씨의 금문교를 못 볼바에야 차라리 이렇게 느즈막한 시간의 금문교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아니, 오히려 더 운치있고 분위기 있다고 생각했다.


날이 어두워지기는 했지만
사실 그리 늦은 시간은 아니었다.
오후 5시쯤.

이대로 호스텔로 돌아가자니 뭔가 아쉬웠다.
내일은 요세미티, 내일 모레는 몬터레이와 카멜 투어를 예약해놓았기 때문에
더이상 샌프란시스코 시내를 돌아다닐 시간이 없었다.


"언니, 그냥 돌아가기는 좀 아쉬운데, 안그래?"
"응. 근데 뭐 딱히 할 것도 없잖아"
"....그럼 야경보자! 트윈픽스에 가는거야!!!"


트윈픽스 !!
샌프란시스코의 야경 포인트로 꼽히는 한 곳이다.
느긋하고 여유로운 여행 따위는 쳐주지 않는다.

우리는 시간 낭비 없이 알차게 여행한다고 서로 박수치며 트윈픽스를 향해 떠났다.

극기훈련 뺨치는 야간등산이 기다리고 있는줄도 모르고....

Posted by honey,H
,
2007년 12월 17일.

여행 3일째

눈을 떴다.
날씨가 어제 만큼 좋지 않았다.
언니와 나 모두 나갈 채비를 하고 어디 갈지 정하기 위해 가이드 북을 펴고 앉았다.

대충 오늘 샌프란시스코 시청금문교를 가는 것 까지는 정했는데
선희언니는 골든게이트공원에 가고 싶다고 하고,
나는 공원보다도 모던아트뮤지엄이나
동성연애자의 거리같은 도시의 색채가 강한 샌프란시스코의 유명한 거리들을 가고 싶었다.

꼭 가봐야 할 곳이라던가 대충 그 곳을 돌아보는데 걸리는 시간이 정해져 있는
라스베가스나 로스앤젤레스와는 달리
도시 곳곳 전체가 하나의 관광지인 샌프란시스코는
어딜 가느냐에 따라 관광코스가 수십가지로 나뉠 수 있는 도시였다.
그야말로 어떤 것에 우선가치를 두느냐에 따라 관광의 내용이 아예 달라지는 것이다.
오늘만 넘기면 내일은 요세미티를, 내일 모레는 몬트레이에 갈텐데 쉽지가 않았다.
게다가 아직 여행 초반이라 각자 원하는 여행에 대한 욕심도 앞섰고
서로의 여행스타일이 어떤지 잘 모르고 있던 터였다.
그리고, 둘 다 각자 원하는 바를 포기할 마음이 별로 없는게 가장 큰 문제였다.
게다가 어제 체력소모도 심했고 날씨까지 찌뿌둥해서 몸도 기분도 불편했다.


비가 올 것 같이 음침한 분위기였기 때문에
일단 날씨를 봐서 비가 오면 박물관에 가고 비가 안오면 공원에 간다는 조건으로
시청을 향해 어제와 정 반대방향인 St, John을 따라 내려가는데
어제와 사뭇 다른 샌프란시스코의 모습에 나와 선희언니는 깜짝 놀랐다.
호스텔을 기점으로 어제 아기자기했던 북쪽 언덕길은 백인들 주거지였고
시청쪽으로 향한 남짝 아래막길은 흑인들과 부랑자들의 주거지였던 것이다.

과연 여기가 어제의 샌프란시스코가 맞을까 하는 의심이 들 정도로
어제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던 흑인들과 거지, 노숙자들이 넘쳐나는 길을 따라
몸을 한껏 웅크린채 빠른걸음으로 도망가듯 걸어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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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아치돔 형태의 샌프란 시스코 시청


날씨가 어제에 비해 많이 흐렸다. 이쁜 시청건물인데 하늘이 좀더 파랬다면 얼마나 더 이뻤을까...
가이드 북에 써있었듯이, 시청주변에 부랑자와 거지들이 너무 많아서
총총걸음으로 시청으로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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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에 안맞게 브이질 좀 해봤다 V-_-V



갑자기 우리나라 시청이 어땠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자세히는 모르지만 건물이 꽤나 오래되고 낡아서 새로 짓는다고 들었던 것 같은데.
내부로 들어가니 일단 짐과 몸수색부터 시작한다.
우리나라 시청에 들어가려해도 그런가?
시청도 끽해봤자 공무원들이 일하는 곳인데 짐수색 몸수색을 하다니,
역시 미국다운 발상이라는 생각 먼저 들었다.
어쨌거나, 시청 내부는 겉모습에서 예상할 수 있듯이 으리으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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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리석으로 조각된 시청 내부. 시청직원들은 어디서 일하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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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 종이학이 달려있던 크리스마스 트리




크리스마스라고 금빛학을 잔뜩 단 크리스마스 트리가 위의 사진에 보다시피
번쩍번쩍이며 성탄절 분위기를 물씬 내고 있었다.
결혼식촬영지로도 인기가 있는지
끊임없이 턱시도와 웨딩드레스를 입은 '중국인 신혼부부'들이 들어와
연신 사진을 찍어댔다. 물론 중국인답게 한 번 명소를 차지하면 자리를 비켜주는 법이 없다.
더 사진을 찍고 말고 자리를 뺏겨서 슬금슬금 시청을 둘러보고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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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다 분위기가 어제만큼 신나거나 발랄하지 않았다.
그래서 동상에 팔짱끼고 즐거운 척이라도 잠깐 해보았다.
근데 ....별로 안웃기는구나.

Posted by hone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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