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de AGOSTO, 2015 

Viaje en Sudamérica 14.

Buenos Aires

 

 

 

 

 

#21 de Agosto, 2015

 

 

 

라 보까를 보고 나니 이제 이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그리고 이 남미 땅에서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고작 3시간 남짓.

웬만큼 볼 건 다 본거 같으면서도 또 아직 돌아보지 못한걸 생각하니 시간이 너무 촉박하게만 느껴진다.

잠시 그저께 날씨가 좋으면 샌드위치를 사들고 다시 가리라 마음먹었던 레꼴레따에 다시 갈까도 생각했지만

무슨 마음이 들어서였는지 - 우리는 숙소에서 너무 멀어지지 않도록 5월 광장 근처로 이동했다.

 

겨울이란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날씨는 화창하고, 공기가 청량하다.

단 한 순간도 어디 실내에서 이 좋은 날씨를 낭비하고 싶지 않다 정말.

 

 

날은 화창하지만 마른 가지를 드러낸 나무가 겨울임을 실감하게 하네.

 

 

어디 실내에 들어가기 싫은 날씨이긴 하지만, 식사를 거를 순 없어서

마지막으로 가장 유명한 카페 또르또니 (Cafe Tortoni)를 찾아갔다.

카페 또르또니는 1858년 프랑스에서 온 이민자가 연,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가장 오래된 카페로

원래는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지식인과 정치인과 같은 유명인사들이 즐겨 찾는 곳이었지만 지금은 관광객에게 더 유명해진 곳이라고.

 

 

 

 

그랑 까페 또르또니. 원래 아이스크림을 파는 가게였나보다 "Venta de helados" 아이스크림 가게라고 적혀있네.

 

 

 

유명한 관광지(?)답게 조금 기다려서 자리를 안내받았다.

내부에 들어가니 고풍스러운 실내장식과 작은 테이블마다 손님들이 꽉꽉 들어차있다.

유명한 곳이니 와보긴 했지만 글쎄 - 굳이 카페를 가야 한다면 꼭 여기가 아니어도 상관없을 것 같다.

 

 

 

고풍스러운 분위기의 카페 또르또니의 실내

 

 

카페 또르또니에서 :) 스테이크 샌드위치. 빵과 스테이크 only.

 

 

 

 

 

여기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먹는 마지막 식사가 될 것 같아 이거 저거 많이도 시켜봤다. 라떼랑 샌드위치랑 케이크까지.

스테이크 샌드위치라고 해서 시켜봤는데, 미디엄으로 구운 스테이크만 끼운 샌드위치가 나와서 사실 깜짝 놀랐...

부실해보였다기보다는, 남미여행을 하면서 느낀건데 여기서 샌드위치라고 파는 것들이 원래 좀 단순한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는 기본이 BLT처럼 샌드위치 속재료가 많이 들어가는데 여긴 정말 한 두가지 속재료만 들어가는 것 같아.

어쨌든, 피가 뚝뚝흐르는 스테이크 맛이 일품이라 이렇게만 먹어도 정말 맛있었다.

 

 

 

이제 우리 첫날 노을 구경하느라 넋을 놓았던 5월 광장으로 가볼까?

금요일 점심시간인데도 5월 광장은 관광객들과 잠깐의 시위로 복작이고 또 한편 활기찬 느낌마저 든다.

 

 

하늘에 구름이 붓질처럼 흩어져있네.

 

 

 

 

이 맑은 하늘, 이 햇살, 이 푸르름을 정말 1초도 놓치고 싶지 않다.

날씨 덕분인지, 아니면 떠날 시간이 점점 다가와서인지 마음이 쿵쾅거린다. 두근거린다.

나는 복작거리는 5월 광장대신 대통령궁을 따라 그 뒤편으로 크게 한 바퀴 햇살을 받으며 걸었다.

한 도시안에서도 겨울과 여름을 오가는 것 같다.

대통령 궁 뒷편으로는 초록 잔디가 넓게 펼쳐져있고 큰 상록수 나무의 푸른잎이 바람에 산들산들거린다.

우리는 그렇게 크게 한바퀴를 돌아 다시 까사 로사다 (Casa rosada), 대통령궁 앞으로 돌아왔다.

 

 

 

파아란 하늘과 어우러지는 분홍색 대통령 궁

 

 

 

관광객 인증샷은 필수지

 

 

 

 

 

 

 

 

 

대통령궁 앞 잔디밭에는 사람들이 오랜만에 나온 햇살을 즐기고 있었다.

누워있기도 하고, 앉아있기도 하고 -

이제 더 이상 이 곳에서 가야 할 곳도, 갈 수 있는 시간도 남아있지 않다.

숙소로 돌아가야하는 얼마 남지 않은 시간동안 나는 그냥 여기 이 곳에서 남미에서 느낄 수 있는 마지막 햇살을 즐길래.

나도 잔디밭에 털썩 누웠다.

 

 

누운 자리에서 올려다본 하늘. 이 세상 하늘은 모두 같을까. 마치 가을 하늘처럼 손에 영원히 닿지 않을 것처럼 높게만 느껴진다.

 

 

 

대통령 궁 앞 잔디밭에 누워 얼굴을 스치는 바람을 느낀다.

첫 날처럼, 그냥 여기 이 곳에 이 시간에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이루 말할 수 없이 행복하다.

그 행복한 이유가 무엇 때문인지조차 모르겠다.

내게 행복은 대개 성취라는 결과와 함께 왔던 것 같다.

행복하기 위해서, 성취를 위해서는 나는 그 준비과정에서 느낄 수 있는 행복을 포기하고 희생해왔다.

그리고 나서 얻는 성취의 행복은 강렬했지만 그 행복이 항상 오래가지는 않았다.

 

그런데 가끔 이렇게 나는 존재만으로 행복하기도 하다.

하늘이 맑고 파랄 때, 햇살이 따뜻하게 내리쬘 때, 살갗을 스치는 바람이 쾌청할 때.

그리고 지금처럼 눈치보지 않고 그냥 나답게, 자유로울 수 있을 때.

잔디밭에 풀썩 누워서 이 순간을 즐긴다. 

나는 이 순간을 목표로 하지 않았지만,

이 순간이 정말 행복하다.

이 순간의 내가 너무나도 좋다 . 

행복하다고- 온 세상에 소리치고 싶다.

 

 

 

 

 

 

안녕 - 안녕 - 안녕.

부에노스 아이레스.

마지막 순간을 행복가득하게 떠나게 해줘서 고마워.

언젠가 다시 올테니까 아디오스라고 인사하진 않을게.

Hasta Lue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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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de AGOSTO, 2015 

Viaje en Sudamérica 14.

Buenos Aires

 

 

 

 

 

#21 de Agosto, 2015

 

 

부에노스 디아스! (Buenos días)

나의 14일간의 남미 여행의 마지막 날.

 

항상 그렇듯이, 언제나 그랬듯이

떠나는 날은 항상 절망적일 정도로 화창하다.

최근 2~3년동안의 나의 모든 여행에서

단 하루도 빼놓지 않고 떠나는 날은

눈이 부실정도로 화창하고 반짝거렸다.

 

여행하는 내내 맑고 화창해줬으면 좋으련만,

그래도 마지막날이라도 화창한 날씨인 것에 감사하다.

오늘은 바로 형형색색 화려한 라 보까(La boca)에 갈 테니까!

 

 

마침 호스텔에서 공항까지 셔틀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어서

우리는 셔틀버스를 예약하고 짐을 맡겨놓고선

택시를 타고 라 보까(La boca)지역으로 향했다.

 

 

 

 

라 보까(La boca)는 원래 아르헨티나 최초의 항구였는데, 이 항구를 통해서 들어온 이민자들로부터 탱고가 시작된 근원지로도 유명하다.

무엇보다도 까미니또(Caminito)라는 골목길의 형형색색의 양철 판자집으로 그 지역 자체가 하나의 전시회장 같은 곳이랄까?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다른 지역에서는 접할 수 없는, 원색의 향연이 펼쳐지는 특색있는 곳이다.

찐찡이가 보까 주니어스 경기장 관람을 하고서 까미니또 길을 향해 걸어갔다.

 

 

 

 

 

 

평일 오전인데도 유명한 관광지답게 각 국에서 온 사람들이 저마다 기념사진들을 찍고 있었다.

관광객들을 끌어들이는 이 원동력은 무엇일까?

단순히 탱고의 발상지라는 것일까? 아니면 이렇게 화려한 색채의 아기자기한 비현실적인 공간의 매력 때문일까?

적어도 나에게는, 100% 후자이다.

 

 

 

 

알록달록한 양철 판잣집이지만 그 자체로 멋진 작품같다.

 

 

 

까미니또의 골목길에서 :)

 

 

 

벽에 걸린 그림보다도 더 그림 같은 곳

 

 

 

이 까미니또의 길을 따라 가다 보면 프란치스코 교황의 인형이 반기는 Havana가게 건물이 있다.

Havana는 아르헨티나 인기간식인알파호르(Alfajor)로 유명한 가게다!

마치 초코파이처럼 생겼는데, 한국에 선물로 사들고 가기 좋지만 엄청나게 달다는 거!

단걸 좋아하지 않는 남자들한테 선물로 주면 별로 좋아하지는 않을 거다.

 

Havana건물의 2층은 원래 기념품 가게인데 2층으로 올라가서 베란다에서 사진만 찍고 나오면 된다!

 

 

 

 

 

프란치스코 교황과 함께.

 

 

 

 

 

Havana가 있는 건물 앞은 작은 공터였는데 사진을 찍는 사람,

기념품을 파는 사람, 멋진 탱고복장을 입고와서 사람들과 사진을 찍어주는 사람(물론 돈을 받고 기념사진을 찍어 주는 거다)

북적북적거리고 정신이 없었다.

하지만 뭐랄까,

부에노스에서 맞이한 그 어느 아침보다도 활기찼고 따사로웠으며 사람들은 행복해보였다.

덩달아 내 마음에도 햇살이 한가득 비추는 것처럼 따뜻하고 행복한 기운이 넘쳐흘렀다.

 

 

마라도나와 함께!

 

 

 

 

노래가 흘러나오자 좁은 골목길에서 노부부가 서로 손을 맞잡고 탱고를 춘다. 그들은 지금 너무나도 행복하다.

 

 

사람들로 복작복작거리는 까미니또 길을 벗어나니 한적한 뒷골목이 나왔다.

가이드북에는 치안이 좋지 않으니 조심하라고 써 있었는데

치안이 좋지 않다고 하기에는 부랑자도 없고 위험한 사람도 없어보였다.

그냥 한적하고 조용한 작은 마을처럼 느껴졌다.

 

 

기념사진을 남기기에는 까미니또 길이 훨씬 더 인기가 있겠지만

여기 한칸 벗어나 걷는 작은 골목길은 또 다른 매력이 넘치네.

 

 

 

기찻길이 지나가는 작은 마을

 

 

 

이런 순박한 느낌의 마을도 참 좋다.

 

 

 

비록 도로는 거진 비포장 도로같이 생겼지만.

 

 

 

따뜻한 햇살과 함께 꾸미지 않은 매력이 넘쳐나는 곳.

 

 

 

워낙 유명한 고싱기에 일정에서 뺄 곳도 아니었지만, 와보니 상상 이상으로 좋았다.

화려한 양철집이 주는 그림같은 매력도 좋았지만

그 까미니또 길을 둘러싸고 있는 아담하고 사람 사는 분위기의 정감있는 작은 마을의 경치도 좋았다.

잠시 놀이터 근처에 앉아 3일만에 느끼는 이 따뜻한 햇살과 시원한 바람을 느끼고 있자니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간다.

행복하다. 

그리고 이렇게 화창한 날에 -

여기에 오게 되어서 다행이다. 그리고 이 모든 여행이 끝나가고 있지만- 감사하다.

 

Posted by hone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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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de AGOSTO, 2015 

Viaje en Sudamérica 13.

Buenos Aires

 

 

 

 

 

# 20 de Agosto, 2015

 

 

어제 잔뜩 몰려왔던 구름들이 가시지 않았는지 아주 화창한 날씨는 아니다. 

오늘도 날씨가 제법 쌀쌀하다.

그리고 나는 어제도 추워서 쉽게 잠들수가 없었다.

찐찡이는 그렇게 춥지 않다는데, 나는 밤새 정말 얼음장처럼 차가워진 몸을 잔뜩 웅크리고서

온 몸의 뼈와 근육이 아플때까지 벌벌떨어야 했다. 뭐가 문제인걸까?!

 

 

오늘이 이 사랑스러운 도시 BA에 온전히 있을 수 있는 마지막 날이다.

내일은 반나절 밖에 없으니 마지막으로 놓치지 말아야 할 것들을 꼼꼼이 해나가자!

 

 

그렇게 해서 처음 온 곳은 떼아뜨로 꼴론(Teatro Colon).

첫 날 오후에 잠시 스쳐지나갔었는데 - 오늘은 내부 관람을 할 예정이다.

꼴론 극장에서는 매 시간마다 영어와 스페인어로 하는 가이드 투어가 있다!

가격은 꽤 비싸지만 (180px) 그래도 공연을 보는 것보다는 싸지 않을까 싶어 (← 공연을 보는게 더 싸다는 것을 나중에 알았다...)

우리는 가이드 투어를 하기로 했다!

 

 

앗...그런데 -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사실 이 꼴론극장 관람의 묘미는 화려한 오페라 극장 내부를 관람하는 건데

오늘 오후에 공연이 예정되어 있어서 지금 모든 불을 꺼놓고 무대 조명 리허설 중이라고 한다.... ㅜㅠ

 

 

만약 꼴론 극장을 가볼 예정이라면

1) 꼴론 극장에서 하는 공연을 알아본다.

2) 가이드 투어를 하려거든, 공연이 없는 날 가도록 한다.

이 두 가지 방법을 추천하고 싶다.

 

 

어쨌든, 화려한 꼴론극장의 가이드 투어가 시작되었다.

영어 투어는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들이 함께 한다.

 

 

꼴론 극장의 화려한 내부 시설

 

 

 

화려한 유럽풍의 꼴론극장 내부

 

 

 

샹들리에가 멋지게 늘어선 꼴론극장의 복도

 

 

 

기념 사진 한장 찍고 가요@@

 

 

 

무려 180px나 내고서 가이드를 따라 열심히 설명을 들었는데, 난 정말 장기 기억력은 좋지 않나 보다.

아아아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냥 캄캄한 오페라 극장에 앉아 무대조명을 구경한 것 뿐..

 

 

그렇게 꼴론 극장에서 나와 그리 멀지 않은 레스토랑 겸 카페에 들어갔다. 이름하야 Cafe Iberia.

 

 

 

 

 

아르헨티나에서 꼭 먹어봐야 하는 빵이 있다면, 바로 반달모양의 크로와상처럼 생긴 메디아 루나(Media Luna)라고 한다.

메뉴판에 뭐 여러가지의 종류가 있어서 다양하게 시켜보았다. 나는 그냥 메디아루나 세트와 카페라떼를

찐찡이는 치즈메디아루나, 그리고 Traviata(뜨라비아따)는. ..비슷켓이었나보다.

 

 

 

여러가지 종류의 메디아루나 :)

 

 

먹을 것 앞에서 항상 행복한 나 :P

 

 

메디아루나 인증 :)

 

 

 

아르헨티나에서는 주로 나이가 지긋한 아저씨뻘의 경력있는 웨이터들이 많은데,

우리를 자리로 안내해준 웨이터(Camarero)가 우리에게 와서 물었다.

 

- Coreanas? (한국인들이니?)

 

- Si, Corea del sur (응. 남한이야.)

 

알고보니, 어제저녁 북한이 또 뭔가 사고를 친 모양이었다.

카페에 걸려져 있는 티비에 "Otra vez, tension entre las coreas"

(또 한차례 남한과 북한 사이의 긴장) 이라는 타이틀의 뉴스가 계속되고 있었다.

 

우린 괜찮아. 라고 대답해줬지만 우리 나라는 도대체 언제쯤 괜찮아질까?

 

 

 

 

Cafe Iberia에서 간단하게 배를 채우고서 그 다음 향한 곳은 국회의사당 (Palacio del Congreso).

가이드 북에 국회의사당이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가장 큰 96m의 녹색 돔이 멋진 건물이라고 소개되어 있어서

또, 유럽식 건물을 사랑하는 나로서는 스쳐지나갈 수가 없었다.

 

꼴론극장에서 몇 블럭(?)되지 않아서 걸어가기 시작했는데

아 - 점점 국회의사당이 가까워질수록 - 그 동안 다른 지역에서는 느껴보지 못했는데,

굉장히 치안이 위험한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부랑자 같은 사람들이 의회광장에 모여있고, 거리도 그다지 깨끗하지 않았다.

 

8년전, 샌프란시스코에 갔을때가 생각나네. 길 하나를 두고 한 지역은 엄청 깨끗하고 안전했는데

바로 그 반대쪽은 지저분하고 술 취한 부랑자들이 많아서 벌벌떨던 기억.

그 때도 시청에 가고 있었는데.. (ㅜㅠ)

 

 

 

 

 

이 사진 한장만 찍고서 얼른 자리를 피했다!

 

 

 

 

위험 천만해보이는 국회의사당 지역을 벗어나서 택시를 타고 달려간 곳은, 어제의 그 레꼴레따 묘지 주변!

여기 레꼴레따 묘지 근처의 가게들을 느긋하게 둘러보고서 나는 부에노스 아이레스 Local brand인 Peter Kent라는 브랜드에서

나에게 주는 선물로 저렴한 가죽 지갑을 하나 샀다. 

지갑에 Buenos Aires라는 글자가 같이 박혀 있어서 도저히 사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달까.

사실 여행다니면서 나를 위한 물건이나 쇼핑은 하지 않는 편이라서 - 

예상에 없던 이 지출이 여행지에서의 괜한 허영심은 아닐까 고민했는데

돌아와서 아주 아주 잘 쓰고 있다! 

심지어 한 번 지하철에서 잃어버리기까지 했는데 다시 찾았다 :) 

 

 

 

 

세번째 아이스크림 가게 VOLTA

 

 

 

 

그 다음은 라틴 아메리카 미술관 (MALBA = Museo de Arte Latinoamericano de Buenos Aires).

2001년 아르헨티나의 재벌이 중남미의 현대미술을 연구하고 보존하기 위하여 설립한 미술관이라고.

참고로 삼성 핸드폰을 가지고 가면 1인 가격에 2명이 입장할 수 있다!

마침 거의 고물이 되다시피한 Galaxy S3핸드폰을 쓰고 있었는데 -

표를 사면서 Samsung제품을 가지고 있다고 하니 1명 입장료에 2명 입장권을 주었다! YES!!!

 

 

 

 

 

 

 

꼴론 극장도 보고, 국회의사당도 보고, 쇼핑도 하고 MALBA도 관람했건만 -

오늘 우리의 스케쥴을 끝나지 않았다.

 

바로 마지막 밤을 기념할 밀롱가 Night이기 때문!

사실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여행을 오면 화려한 탱고쇼 패키지를 많이들 보는데,

나와 찐찡인 왠지 관광객을 위한 그런 쇼는 썩 내키지가 않았다.

 

그런데 마침 Y언니가 이 날 저녁 자기가 좋아하는 밀롱가 모임이 있다고 우릴 초대해서

우리는 밤 10시에 La catedral club이라는 공연장엘 찾아갔다.

2층으로 올라갔는데, 캄캄하고 약간 퀴퀴한 것 같기도 했다. 좋게 말하면 Cozy하달까.

뭔가 격식이 있지는 않지만 자유로운 분위기의 공연장이었다.

 

 

Y언니 뿐만 아니라, 첫 날 만났던 여행작가와 Y언니의 아르헨티나 친구 샤넬, 폰투스 그리고 새로 보는 아르헨티나 청년인 Nico까지.

우리는 동그랗게 모여앉아 맥주를 한 병씩 마시기 시작했다.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우리는 이 세상에 이런 사람들이 있는지조차 몰랐는데

어느 새 한국인 4명과 아르헨티나인 2명과 북유럽사람 1명이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한 허름한 공연장에 모여앉아

술을 마시고 얘기를 나누고 있다니.

Y언니도 사실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처음 만났지만 -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 누구보다 더 친근하게 느껴지고

언니의 친구들도 마치 내 친구가 된 듯한 느낌이었다.

이 술자리가 전혀 어색하거나 불편하지 않았다.

밴쿠버에서 가끔 친구들과 밖에 나가 놀던 때가 생각났다.

 

 

- Me gusta Buenos Aires! (나 부에노스 아이레스 좋아!)

 

- Por qué? (왜?)

 

- Porque..hay muchos hombres guapos! (잘 생긴 남자들이 많아서!)

 

 

그런데 갑자기 Y언니가 박장대소를 하면서, 여기 아르헨티나는 정말 여자들에게 천국같은 곳이라고 했다.

그죠 언니? 잘생긴 남자들이 지나가면 인사해주고, 웃어주고, 이쁘다고 해주고, 윙크해줘요!!!

한국에서는 절대 받아볼 수 없는 환대에요!

 

나도 열렬히 동의했더니, 샤넬과 니코가 "Chamuyar"라는 단어를 알려주었다.

아르헨티나 남자들 특유의 친절하고 느끼한 그런 행동들을 뜻하는 단어라고.

참 좋은 나라다...참 좋은 나라야..

 

 

독특한 분위기의 La catedral club

 

앞에 나가서 밀롱가를 추는 사람들

 

 

한참을 떠들고 놀았더니 어느 새 시간은 새벽 1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낯선 도시에서 낯설지만 친구같이 편안한 사람들과 웃고 떠드는 이 순간이 너무 즐거워서

마음같아서는 밤이라도 같이 새면서 놀고 싶었다.

 

하지만 우리는 내일이면 이제 이 도시와 이 나라를 떠나 33시간의 비행으로 돌아가야 했고

아침 체크아웃을 위해서 돌아가서 커다란 짐가방도 챙겨야했다.

그리고 아침부터 쌀쌀한 날씨에 하루종일 여기 저기 쏘다닌 탓에 지치고 피로하기도 했다.

특히 찐찡이는 많이 힘든데 겨우겨우 버티고 있는 것 같았다.

 

Y언니가 새벽 1시부터가 아르헨티노들이 놀기 시작하는 시간이라고 했지만

우리는 내일이 마지막이기에 - 마지막 인사를 하고서 숙소로 돌아가는 택시를 탔다.

그렇게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의 마지막 밤이 지나고 있었다.

 

 

 

Posted by hone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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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de AGOSTO, 2015 

Viaje en Sudamérica 12.

Buenos Aires

 

 

 

 

 

# 19 de Agosto, 2015

 

 

 

 

햇살이 쨍하던 오후가 지나고 어디선가 구름이 몰려오기 시작하니 날씨는 급속도로 쌀쌀해졌다.

쌀쌀하다기보다 으슬으슬하다는 표현이 더욱 정확할 것 같아.

레꼴레따 묘지에서 나온 나는 몸을 녹일 따뜻한 커피 한 잔이 절실해졌다.

찐찡이는 레꼴레따 주변 가게들을 둘러보고 싶다고 해서 보냈고,

레꼴레따 묘지 근처 삘라르 성모 교회 맞은편에 있단 모던한 분위기의 PERSICCO(뻬르시꼬) 아이스크림 가게에 들어갔다.

뻬르시꼬도 부에노스에서 유명한 아이스크림 체인점이라고 하네.

근데 난 추우니까 아이스크림은 패쓰!

 

 

"Un cafe con leche, por favor." (라떼 한잔 주세요)

 

"Por aquí o para llevar?" (여기서 마실꺼야 아니면 take out할꺼야?)

 

"??..mm....para llevar" (...-뭐래는거지- 음..take out 할게)

 

"para llevar?" (Take out 하는거지?)

 

"no. para llevar" (아니, Take out할꺼야)

 

....

 

참고로 중남미도 스페인어를 쓰지만 지역마다 발음이 조금씩 다르다.

그중에서도 특히 아르헨티나가 심하다고 들었는데

엘례 (Ll)발음을 스페인에서는 [예]라고 발음하는데, 아르헨티나에서는 [셰]라고 발음하다.

그래서 나와 점원은 똑같은 단어인 Llevar를 가지고 서로 [예바르] [셰바르] 하며 한참 옥신각신을 한거다.

웃긴 해프닝이었지만, 이럴 때 스페인어를 배우길 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지 직원과 스페인어로 옥신각신 하다니!

이러다 여행할 때마다 그 나라 언어 다 배워 갈 기세.

 

 

처음엔 Take out을 해서 조금 걸어볼 생각이었는데

귀찮다. 춥다. 엉엉 나는 조금 쉬어야겠다.

삘라르 성모 교회가 보이는 창가에 앉았다.

 

 

 

 

날씨 좋은 날에 바깥에서 커피마시면 정말 좋겠다!

 

 

 

take out하겠다고 서로 밀당(?)하다가 결국 모그잔에 받았다. 초코볼도 서비스 :)

 

 

 

구름 너머 노을이 지는가보다. ..

 

 

 

한 시간 정도 지났을까, 찐찡이가 돌아왔다.

은근 괜찮은 샵들이 많은 것 같다고-

이제 따뜻하게 몸도 녹였으니 우리 남은 부에노스 레꼴레따 지역을 한 번 산책해볼까?

 

 

 

가로등에 불이 켜지네요. 아름다운 도시에 운치가 더해집니다 .

 

 

 

 

 

우리가 지금 보러 가는 것은, 플로라리스 에네리까 (Floralis Genérica).

세계에서 가장 큰 꽃 조형물인데 해가 피는 낮에는 피고, 밤에는 접히는 움직이는 꽃이라고 한다. 

 

가는 길에 얕은 언덕모양의 잔디밭이 있었는데, 알베아르 광장(Plaza Torcuato de Alvear)라고 하네.

뭐랄까. 아담하고 아기자기한데 사람들 몇몇이 앉아있어서

날씨만 따뜻하고 햇살이 내리쬐면 당장이라도 샌드위치를 사서 가서 누워있고 싶을 정도였다.

아쉬운 마음에 계속 뒤돌아보면서 여유가 있으면 꼭 다시 오자, 꼭 다시 오자 하면서 앞으로 걸었다. 

하지만, 여행은 항상 내게 모든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날씨가 좋으면 다시 오자고 다짐했지만 나는 끝내 다시 돌아가지 못했다.

정확하게 말하면 돌아가지 않았다일까?

어쨌든 나는 날씨가 좋았던 마지막 날에 알베아르 광장을 포기했다.

인생도 그런 것이 아닐까.

눈 앞에 보이면서도 다른 선택때문에 놓치는 것들,

나중에 기회가 또 올거라고 믿으며 지나가지만

영원히 돌아오지 않는 기회들이 있다.

여행은 짧은 인생 같다.

인생에서 긴 시간 동안 배우는 것들을 짧은 시간 동안 깨닫게 된다.

 

 

걷다보니 갑자기 젊은 청년들이 점점 늘어나고, 

하나 둘, 이른 저녁에 가벼운 차림으로 열심히 조깅하는 젊은이들이 우리 곁을 스쳐지나갔다.

 

오...역시.....

 

가다보니 그리스 신전같이 생긴 부에노스 아이레스 대학 법학부 (Facultad de Derecho, Universidad de Buenos Aires)다. 

법대만 이렇게 따로 있는걸까? 구글링을 해보니 부에노스 아이레스 대학(UBA : Universidad de Buenos Aires)는 첫날 가봤던 갤러리아 빠시삐꼬 근처에 있네.

 

 

UBA 법학부 건물. 단대 건물 치고 어마어마한 크기네.

 

괜히 사진 한 장 찍어보아요.

 

 

 

 

 

학교근처라서 그런지 젊은 아이들도 많고, 관광지보다는 사람이 사는 곳 같이 자연스러워 괜시리 기분이 좋아졌다.

사람 사는 건 다 똑같구나..싶기도 하고 - 이렇게 사방 팔방 조깅하는 데는 UBC말고도 또 있구나 싶기도 하고.

그러다보니 어느 새 플로라리스 헤네리까가 눈 앞에 보이기 시작했다.

 

 

 

 

이미 꽃잎을 접어버리는 플로라리스 헤네리까. 저 위에 초승달을 바라보고 있다.

 

 

 

가까이서 보면 이런 금속 모양의 조형물이다.

 

 

 

날이 점점 어두워지고..

 

 

 

 

레꼴레따 지역에 충분히 걸어볼만한 거리 안에 은근히 볼 것들이 많다.

조금만 뒤돌아서 UBA 법대로 돌아가면 그 근처에 국립미술관 (Museo Nacional de Bellas Artes)이 있다.

역시 그리스 신전 처럼 생긴 분홍색 건물인데, 전시는 무료 :)

종료 시간까지 1시간 30분정도 남아있어서 얼른 입장했다.

 

 

 

 

 

밤이라 안타깝게도 분홍색 건물이 티가 나질 않네.

 

 

 

 

국립미술관에는 나같은 미술 문외한이어도 충분히 감상할 수 있는 좋은 작품들을 갖추고 있었는데

특히, 아르헨티나 출신 작가의 한 작품이 눈에 들어왔다.

Cándido Lopez라는 작가의 그림인데 아르헨티나의 풍경과 또 스페인이 남미땅을 정복해오는 과정을 그린 그림들이었다.

사진을 찍을 수 없기 때문에.. 그 중에서도 가장 맘에 들었던 국립미술관 링크에서 캡쳐해왔다.

 

 

 

 

 

 

(El Origen -출처-  ☞ http://mnba.gob.ar/coleccion/obra/7120)

 

 

그런데 글을 쓰면서 다시 보니, 얼마전에 <꽃보다 청춘>에서 나온 아프리카의 워토홀과 비슷한 이 느낌은 뭐지....(...)

어쨌든, 짧지만 알차고 만족스러운 국립미술관 관람을 끝내고 -

우리는 첫 날 찾으려다 실패한 -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 중 하나인 <El Ateneo>에 가려고 택시를 탔다.

엘 아떼네오 (El Ateneo)는 원래 오페라 극장이었는데 이를 개조해서 서점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그런데, 택시를 타고 엘 아뗴네오에서 내리는데 젊은 남자 택시 기사가 잘가라면서 윙크를 한다....

어제부터 느끼는 건데 여기 아르헨띠나 남자들 왜 이러니...윙크해주시면 감사합니다..

좋은 곳이다. 좋은 곳이야.

 

 

어쨌든, 드디어 엘 아떼네오에 들어가봅니다.

 

 

 

2층에 올라 서서 본 엘 아떼네오의 정면

 

 

층층이 색겨진 조각들과 전구들이 어우러져 블링블링하다.

 

 

오페라를 보러 온건지, 책을 보러 온 건지 헷갈립니다.

 

 

 

 

 

 

 

오페라 극장을 개조해서 만들었다는 엘 아떼네오의 내부느는 정말 오페라 극장이었던 것이 실감날만큼 고풍스럽고 우아한 느낌이다.

우리같은 외국인 관광객들은 와서 책을 살리는 만무하지만 - 이렇게 특색있는 경관으로 관광명소로 이름을 날리는 것도 멋있는 것 같다.

참고로 발코니 석에 가면 소파가 한 두 개씩 있어서 잠시 앉아 쉴 수도 있고 책도 읽을 수 있다.

오페라 극장 처럼 생긴 서점의 발코니 석에 앉아서 책 읽는 기분은 또 색다른다는 거!

엘 아떼네오에 간다면 꼭 추천~! 저는 거기서 셀카를 열심히 찍었습니다.

 

 

 

 

엘 아떼네오까지 임무를 완수하고 나니, 어느 새 시간은 9시.

한국인 기준으로 하면 저녁시간이 한참 지났다.

하지만 이 곳 부에노스 아이레스는 이제부터가 저녁 시작이라는 거.

우리는 잠시 엘 아떼네오가 있는 그 거리를 방황하다가 바로 그 근처의 Buenos Aires Gril이라는 레스토랑에 들어갔다.

내부 경관이 점심 때 갔었던 Las Cabras보다 한 층 고급지고 약간 나이 있는 분들이 많아서 너무 비싸면 어쩌지..하고 걱정했는데

- 메뉴를 보니 걱정할게 없다.

아르헨티나에서 물가 때문에 배고플 일은 절대 없을 것 같다.

 

 

이런 저녁 레스토랑 같은 분위기

 

 

 

 

소고기 부위에 대한 그림과 이름. 아르헨티나 여행을 하려면 꼭 필요한 것 중에 하나다. 물론 소고기를 봐도 나는 무순부위인지 모른다는게 함정.

 

 

 

 

 

일단, 아르헨티나식 만두인 엠빠나다 (Empanada)하나 주문이요!

남미 여행을 하기 전에 찐찡이랑 예행연습을 한다며

남미 음식을 파는 가게에서 엠빠나다를 먹어본 적이 있었는데

오리지날이 아니어서 그런건지, 아니면 거기가 특별히 못해서 그런건지

생각보다 별로여서 엄청 실망했던 적이 있다.

 

 

그래서 다시 한번 본토에서 도전하는 엠빠나다.

고기가 들어간 엠빠나다를 하나 주문했는데

겉은 방금 튀겨서 바삭바삭하고

내부는 부드러운 고기와 속재료로

사진을 찍을 새도 없이 눈깜짝할 새에 먹어버렸다.

 

 

그러고 나니, 메인 코스인 스테이크가 나왔다.

 

 

 

 

 

 

 

 

 

 

 

진짜다! 진짜가 나타났다!

촉촉하고 야들야들한 식감의 진짜 스테이크가 나타났다.

점심 때도 스테이크를 먹어서 (게다가 약간 실망했었음) 저녁으로 또 스테이크를 먹으면 질리지 않을까 했는데

헷, 잘 구워진 고기는 살살 씹혀서 또르르 목구멍으로 넘어갔다.

참고로, 나는 또 갈비구이를 시켰고 찐찡이는 스테이크를 시켰는데 - 찐찡이게 훨씬 맛있었다.

엠빠나다 하나에, 손바닥보다 큰 소고기 갈비에, 음료수까지 시켜먹었는데 총 155페소. 당시 환율로 한 10달러 조금 넘으니 우리나라돈으로 12000원?

지금은 달러 환율도 올랐고 - 페소환율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작년엔 달러 환율도 좋았고, 페소가치가 급락하고 있어서 정말 페소 무서운 줄 모르고 여행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것도 참 운이 좋았던 것 같다.

불과 3년전에 여행했던 언니는, 당시 아르헨티나 페소가 강세여서 내가 낸 금액의 2배정도씩 더 비싸게 주고 돌아다녔다고 했다.

 

 

 

그렇게, 알찬 오늘 하루가 이렇게 갑니다.

이제 남은 여행은 고작 하루 하고 반나절.

점점 아쉬워지네

그나저나 제발 오늘 밤은 방이 좀 따뜻했으면 좋겠다...

Posted by hone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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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de AGOSTO, 2015 

Viaje en Sudamérica 12.

Buenos Aires

 

 

 

# 19 de Agosto, 2015

 

 

 

 

 

Anotherday in Paradise.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의 두번째 아침이다. 그래도 가장 오래 머무는 도시인데 이제 돌아갈 날이 코앞이라

자꾸만 마음속으로 며칠이 남았는지 세어보게 된다.

아직 2일하고도 오후 하루가 더 있어. 괜찮아!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가장 유명한 호스텔에 시설도 좋고 2인실이라서 편했는데

도대체 왜 그렇게 추운건지, 밤새 덜덜 떠느라 잠을 제대로 잘 수가 없었다.

푸석푸석한 얼굴로 로비에 아침을 먹으러 내려왔는데 아주 익숙한 멜로디가 로비에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누구의 버전인지는 알 수 없지만 - 분명 Anotherday in Paradise.

그런데 이 노래를 알아챈건 나 뿐만 아니었다.

거기, 아침식사를 하러 내려온 전 세계에서 모여든 사람들이 다같이 이 노래를 흥얼거리기 시작했다.

함께 노래를 흥얼거리는데, 이유를 알 수 없는 묘한 동지애같은 것이 느껴졌다.

 

음악은 참 대단하지.

이렇게 인종도 성별도 국적도 다른 모든 이들을 함께하도록 만들다니.

문득, 작년 크로아티아의 스플리트에서도 모두가 함께 노래부르던 때가 생각났다.

 

더 많이 배우고 경험하고 알아가고 싶다.

작은 세상에 갇혀있고 싶지 않아.

이들이 흥얼거리는 노래를 나도 흥얼거릴 수 있어 얼마나 좋은가.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왔으니, 이 곳 사람들처럼 느긋하게 하루를 보내보자!

오늘은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청담동(?) 팔레르모에서 아르헨티나의 소고기 스테이크를 먹을테다!

 

어제 만난 Y언니가 소개해 준, Las Cabras로 고고!

팔레르모 지역은 어제와는 다르게 현대식 건물들이 늘어서 있군.

 

분명 느긋하게 나온다고 나온건데, Las Cabras에 도착했을 땐 우리가 첫 손님인 것 같았다.

 

"Está abierto?" (열었나요?)

 

"Sí, sí"

 

 

초록색 벽에 빨간 포인트가 인상적이던 Las Cabras

 

 

야외석도 있지만 실내에서 먹겠어요.

 

 

 

 

아르헨티나에서 꼭 먹어야 할 음식 중 하나인 소고기 스테이크.

찐찡이는 스테이크(BIfe de Chorizo)를 시키고 나는 Y언니가 추천해준 갈비구이(Asado de Tira)를 주문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어마어마한 크기의 스테이크가 등장했다.

아아...한국돈으로 단돈 1만원도 하지 않는데, 내 손바닥 크기 3개 크기의 스테이크다.

 

 

포크와 칼과 비교하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갈비 산(山) 이랄까아 -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으로 딱이다!

 

 

아르헨티나에서 처음 먹는 소고기 스테이크라서 아주 기대를 많이 했는데

음 - 저 당시에 턱관절이 조금 좋지 않아서였는지 나한테는 조금 질겨서 씹어넘기기가 힘들었다....... ㅜㅠ

분명 턱이 더 좋았다면 더 맛있었을거야. ... ㅜㅠ

어쨌든, 가격대비 엄청난 양을 자랑하는 곳이니 가볼만한 가치가 있다.

 

 

양이 너무 많아서 다 먹지도 못하고 우리는 근처 팔레르모 지역을 둘러보러 밖으로 나왔다.

겨울이긴 했지만 대낮의 햇살이 내리쬐고 있어서 포근한 오후였다.

가이드북에는 이 지역에 커다란 식물원과 동물원을 비롯해서 공원들이 많다고 했는데

공원은 가지 않는다. 그냥 골목을 조금 걸어보고, 지역 가게들을 둘러보고 싶었다.

 

 

 

 

나무아 하늘이 인상적인 공터가 나왔다.

 

 

 

팔레르모에서의 여유!

 

 

 

El Salvador. 구원이란 뜻이다.

 

 

 

그런데 분명 팔레르모가 우리나라로 치면 청담동 같은 곳이라고 했는데

왜 내눈에는 연희동처럼 느껴지지?

들어가면 들어갈 수록 알록달록한 파스텔톤의

local brand shop들이 많이 모인 곳이었다.

 

 

우리가 제대로 알고 온게 맞나...

동네는 앙증맞고 귀여웠고,

와인가게와 옷가게 몇개를 들어가보았지만

아무것도 사진 못하고 기웃기웃하다 나오곤 했다.

 

 

 

 

이렇게 작고 아담한 건물들이 늘어선 분위기. 청담동은 아닌게 확실한 것 같은데..

 

 

 

아르헨티나에서 꼭 먹으라고 하는게 아이스크림

 (엘라도 - Helado)

아마 이탈리아 이민자들이 많았던 데서 비롯되지 않았을까.

팔레르모 어딘가를 걷다가

아르헨티나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아이스크림 브랜드 중

Freddo를 만났다.

점심도 먹었으니, 디저트도 먹어야지?

이런 기회를 지나칠 리가 없잖아.

 

기억이 오래 되어 무슨 맛이었는지 기억이 안난다.

찐찡이는 뭔가 과일맛을 먹었던 것 같고 (망고? 피치?)

나는 초코렛을 먹었다.

미국식 아이스크림에 비해서 덜 밀키한 느낌.

상큼함이 입안에 가득 퍼진다.

 

 

 

 

 

팔레르모에서의 맛집탐방(?)을 끝내고서 우리는 어젯밤 맥주를 하러 왔던 곳,

그러나 사실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동묘지가 있기로 유명한 레꼴레따 지역으로(Recoleta)로 이동했다.

 

어느 순간 느낀 것인데,

이렇게 여행하면서 택시를 많이 타고 다닌 여행은 처음이었던 것 같다.

이런 것도 나에게 인상적이라니.

자유배낭여행 10년을 하면서 서서히 변해가는 것들 중 하나인 것 같다.

 

직장인이 되기 전까지, 나는 학생신분의 배낭여행자였고 그러다보니 돈이 없는 대신 시간이 많았다.

1day pass를 쓰거나 아님 어쨌든 항상 버스나 지하철같은 대중교통을 이용했는데

남미에와서부터는 택시를 타기 시작했다.

페루에서는 치안이 가장 중요해서였는데,

아르헨티나에서는...당시 환율때문에 택시값이 정말 저렴했고, 그리고 몇 번 타보니 인간적으로 엄청 편했다.

그리고 직장인이 되어 어느정도 예산에 여유가 있고, 또 직장인이기 때문에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간절약이었다.

어쨌든, 우린 치안과 저렴한 택시비를 무기삼아 아르헨티나 곳곳을 택시로 이동했다.

그리고 서울에 돌아왔을 때, 택시타고 다니고 싶은 충동에 너무너무 힘들었다.

 

 

 

어쨌든, 다시 우리는 레꼴레따 묘지에 도착했다. (Cementerio de la Recoleta)

내 머릿속의 공동묘지는 전설의 고향이나 납량특집에 나오는 그런 으스스한 모습인데,

여기 레꼴레따 묘지는 대부분 파리와 밀라노에서 수입한 대리석으로 만든 납골당과 조각상으로 박물관 못지 않다고 한다.

 

 

여기, 화려한 레꼴레따 묘지의 경관.

 

 

 

 

마치 작은 마을 같기도 하다.

 

 

작은 집처럼 생긴 납골당과 조각상들이 늘어선 레꼴레따 묘지는 마치 작은 마을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굉장히 화려하고 웅장한데, 그런데 왠지 모를 차가움이 맴돌았다.

대리석들이 내뿜는 기운 때문이었을까?

낮의 따뜻했던 햇살을 구름이 가리자, 쌀쌀한 겨울 날씨가 되었다.

 

분명 멋지고 (공동묘지를 차치하고서라도) 아름다운 곳이었지만

뭐랄까 - 뭐랄까 -

죽은 이들을 위해 이렇게 비싼 재료로 화려하게 꾸며놓은 것들에 대해 왠지 모르게 씁쓸해졌다.

납골당은 마치 서로 누가 더 화려하고 비싼 재료로 만들었나, 더 웅장하고 거대하고 아름다운가 과시하려는 것만 같았다.

물론 죽은 이를 위한, 그리고 가족묘로서의 최선을 다하고 싶은 마음은 알겠으나

왜 나는 이런 것이 부질없다는 생각이 들었을까.

어짜피 인간이 태어나서 죽는 것은 결국 자연의 일부가 되는 것이다.

어느 작은 땅위에 내가 살았었다는 작은 표식하나만으로도 충분할 것 같은데.

 

 

갑자기 날씨가 쌀쌀해진 탓에 컨디션이 가라앉은 탓일까.

햇살좋은 낮에 왔으면 이 곳이 따뜻하게도 느껴졌을까?

나는 더 이상 이 넓고 웅장하고 화려한데 어딘가 모르게 차가운 이 묘지를 걷고 싶지 않아졌다.

몸과 마음을 녹일 따뜻한 커피가 필요해.

 

 

 

 

Posted by hone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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