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 → 하프문베이




본격 미국 서부 여행 3일차!


말이 3일 차이지 교육일정부터 포함하면 나는 사실 샌프란시스코 일대에 11일째 머무르고 있다. 

꽤 오래 머무르고 있지만 대부분의 시간을 도심(파이낸셜 디스트릭트)에서만 보냈기 때문에 

오늘은 다운타운 보다는 근교로 나가볼까하는 마음!

멀리까지는 빅서(Big Sur)까지도 가보고 싶었는데 몸이 따라주지 못했다.

이제 나이가 드니까 여행에서 '피곤하지 않기'가 중요한 요소가 된 듯..ㅠㅠ


빅서(Big Sur)까지 가려면 편도가 2~3시간이라 바지런히 움직였어야 했는데 

좀 피곤해서 밍기적 거렸더니 점심시간...또르르

구글링에서 찾은 햄버거 맛집에 가서 햄버거를 먹고 기운을 낼 줄 알았는데

날씨가 흐려서 그랬는지, 아니면 11일째의 강행군에 좀 지쳤었는지 컨디션이 나빠

결국 점심먹고 숙소로 퇴각했다. 또르르 



혀를 내밀고 있는 것 같은 베이컨 버거! Roam Artisan Burger @ San Francisco



한숨 자고 나오니 어느새 맑게 갠 하늘 :)





점심 먹을때만해도 하얀 구름이 가득하고 스산한 느낌이 있었는데 

숙소에서 한 숨 자고 일어났더니 쾌청한 여름날씨가 되었다!

교육받으러 온 첫 날 오후를 빼고는 일주일 가까이 샌프란시스코는 초겨울마냥 우중충 했는데

난 그래서 샌프란시스코 날씨는 사시사철 한국 초겨울 같은 줄 알았다.

그런데 제법 여름같은 날씨라니!!!

우리 회사 사람들 패딩만 입다가 한국 돌아갔는데 ㅠㅠ



칭구랑 나는 사실상 빅서(Big Sur)에 가기는 글렀고,

미션 돌로레스 공원을 갈까 아니면 하프문베이(Halfmoon Bay)를 갈까 하다가 

빅서(Big Sur)만큼은 아니겠지만 하프문베이(Halfmoon Bay) 낙점!

날씨가 좋으니까 오늘은 금문교에서 노을을 볼 수 있을것 같다. 

맛만 보고 돌아오자라는 마음으로 붕붕!


확실히 운전이 가능하면 여행의 공간적 범위가 넓어진다는 게 좋다.

우버가 잘 되어 있긴 하지만, 왕복 2시간 거리를 우버타고 다니기엔 부담스럽고

뚜벅이 여행자는 쉽게 도시 근교로 나가기가 어렵다. 

투어상품이 있기는 하지만 유명한 관광지가 아닐 경우엔 투어가 없기도 하고.

확실히 미국 서부는 도심만 관광할 게 아니라면 렌트를 하는 게 더 풍부한 경험을 할 수 있어서 좋다.

그래서 내가 여행을 위해서 운전을 다시 배웠다. 헤헤 

하프문베이도 렌트를 안했다면 갈 엄두를 못냈을 거다.





샌프란시스코에서 1시간여를 달려 하프문 베이 도착!



하프문베이의 바닷가 풍경.



Three Rocks : 말 그대로 Three Rocks라고 한다.



Three Rocks에 촘촘히 앉아있는 갈매기/기러기들과 함께



우리는 사실 하프문베이를 잘 몰라서, 

일단 구글맵에 하프문베이에 있는 리츠칼튼 하프문베이를 목적지로 지정해서 갔다.

별 생각 없이 갔는데 호텔부지에 골프클럽이 딸려 있어서 그런지 바닷가를 배경으로 굉장히 잘 관리된 잔디밭이 너르게 펼쳐져 있고

하프문베이를 따라 트레일도 잘 조성되어 있었다. 

으아 생각보다 분위기도 고급스럽고 조용해서 힐링하기 너무나도 좋은 곳이었다. 



※ 하프문베이 드라이브 팁 - 무료로 주차하기 ※


렌트의 좋은 점은 기동성이 좋다는 것이지만 대신 주차할 곳을 찾는 것이 난관입니다.

어떻게 하면 무료주차/저렴하게 주차할 수 있을까 항상 고민 ㅠㅠ

렌트카를 이용하여 하프문베이로 드라이브가시는 분들은 리츠칼튼 하프문베이를 이용해보세요.

리츠칼튼 하프문베이 출입구에서 Coast Trail 때문에 방문했다고 말하면

주차장으로 진입할 수 있는 Code Number와 함께 1장짜리 Trail Course 지도를 받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주차비는 무료랍니다. :)

차를 호텔에 주차하고서 Trail을 따라 걷고 해변에도 내려가보시길 :)



멋진 해안절벽을 따라 잘 가꿔진 트레일 코스와 골프잔디


굴곡진 해안절벽이 참 멋졌던 곳. 갑자기 영국이 떠오른건 무엇..


평온한 바닷가 풍경






사실 큰 기대하지 않고 여유롭게 드라이브나 해볼 겸, 바닷가나 구경할 겸, 렌트카도 써먹을겸 갔던 하프문베이였는데

복작거리는 도심에 있다가 잘 정돈되고 꾸며진, 그러면서도 자연과 함께 어우러진 하프문베이 풍경에

오길 정말 잘했다라는 마음이 불쑥 불쑥 솟아올랐다.



샌프란시스코에 살았던 친구한테서 리츠칼튼 하프문베이 브런치가 괜찮다고 추천받았었는데

이렇게 좋을 줄 알았으면 낮에 햄버거 먹지 말고 여기와서 브런치 먹고 더 여유부리며 놀다 갈껄 ㅠㅠ

와보니 너무 좋아서 일찍 오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ㅠㅠ



하프문베이도 서쪽이라 바다로 떨어지는 멋있는 일몰을 볼 수 있을 것 같았지만

내가 오늘만큼은 금문교와 함께하는 노을을 보겠다고 마음을 단단히 먹었던 탓에

해가 서서히 기울어질 때를 맞춰 돌아가야했다.

너무 평화롭고 목가적인 풍경에 맘이 홀려서 조금만 더, 조금만 더..를 외치며

아쉽게 돌아섰던 하프문베이.



다음에...............

라고 쓰고나니까 내가 미국 서부를 정말 무슨일로 또 올까 싶은데

무슨 일이 생겨서든 다음에 미국 서부에 또 오게 된다면 (하지만 향후 5년간은 더이상 오고 싶지 않다...후)

조금 더 여유롭게 다시 와보고 싶다!



그리고 재미삼아 검색해봤는데 The Ritz-Carlton Halfmoon Bay 1박 요금이 약 $900....^^

언제오더라도 그냥 샌프란시스코에서 당일치기에 만족하는 것으로....

이제 대망의 금문교 노을을 보러 샌프란시스코로 출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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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hone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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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semite National Park 


오늘 방문할 곳은 터널뷰와 미러호수








새벽 6시. 

알람이 울렸다.

으으. 밤새 추워서 뒤척인 탓이 잠을 설쳤다. (나중에 보니 머리맡 창문이 열려있었다. @@ 커텐에 가려져서 당연히 닫혀있는 줄)

그리고 밖을 내다보니 어젯 밤 산속의 칠흙같은 캄캄함이 가실 기미가 보이지도 않는 것 같다. 


내가 터널뷰에서 일출을 보자고 했는데 막상 일어나니, 

일출은 무슨 일출이냐. ㅠㅠ 어디서든 해는 뜨고 지는데 ㅠㅠ 포기하고 잠이나 더 자고 싶다 ㅠㅠ


쿄쿄쿄 간사한 내 마음

그래도 본격적인 여행 처음부터 이러면 안될 것 같아서 칭구를 깨워 옷만 껴입고 터널뷰로 출발 ↗

(이후에도 일출 퍼레이드는 계속 됩니다....)





차츰 세상이 밝아지더니 오묘한 보라빛 하늘이 되었다. 그리고 또렷하게 떠 있는 어제의 보름달.






숙소에서 터널뷰까지는 차로 15분 거리.

숙소를 출발했을 때만 해도 밖이 컴컴했지만 순식간에 하늘이 밝아져오기 시작했다.

그러는 와중에 서쪽 하늘에는, 이제 들어갈 준비를 하는 보름달이 휘영청 빛나는데

요세미티 밸리 계곡의 실루엣과 그 사이에 떠있는 달의 풍경이 환상적이어서

일출을 보러가던 길에 잠시 차를 멈추고 한 폭의 그림같은 순간을 만끽했다. 




터널뷰에서 바라본 해뜨기 전의 요세미티 밸리의 풍경




연기 없이 깨끗한 아침 6시 vs. 연기가 자욱한 어제 저녁 7시








아침해가 뜨기 직전인 요세미티 밸리를 배경으로 @ 터널뷰






터널뷰(Tunnel View)에 도착하니 아직 해는 뜨지 않았지만 날은 완전히 밝은 느낌이었다.

아무래도 해가 2700m 가량 높이의 암벽들을 넘어서 뜨려니, 실제 일출시간보다는 조금 더 시간이 걸리는 것 같았다. 

어제 저녁에 왔을땐 사람들이 꽤 있어서 사진 한 번 찍으려면 화면에 좀 부대끼는 느낌이 있었는데

오히려 일출시간에 오니 우리 말고 몇 명 없다. ↖('ㅅ')↗

역쉬 부지런한 새가 모이를 잡고 부지런한 인간이 좋은 풍경을 본다. 이거슨 진리!

게다가, 어제는 연기가 자욱해서 제대로 보이지 않던 요세미티 밸리의 풍경과 저 멀리 하프돔의 모양도

이른 아침에 와서 보니 연기 걱정은 접어도 될 만큼 깨끗하고 또렷하게 보인다. :)



요세미티 밸리(Yosemite Valley)는 빙하의 침식으로 생긴 계곡으로 그 길이가 13km로

하프돔(half dome)과 엘 캐피탄(El Capitan)과 같은 화강암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소나무가 빽빽하게 자리 잡고 있다. 

터널뷰에서 바라보면 가장 멀리 보이는 하프돔까지 그야말로 요세미티 "밸리", 계곡이란 말을 실감나게

침식작용에 의해 깎여나간 절벽들이 겹겹이 포개져 있는 장관을 볼 수 있다. 

(갑자기 고등학교때 배운 한국지리가 생각나는 순간 ㅋㅋ 나 한국 지리 엄청 좋아했는데...☞☜)



이번 요세미티 방문때 가장 유명한 글래이셔 포인트(Glacier point)가 폐쇄되어서 조금 아쉬웠지만

그 아쉬운 마음을 터널뷰에서 훌훌 날려보낼 수 있다.

어짜피, 내가 직접 안보면 얼마나 아쉬운지도 잘 모름 쿄쿄





하프돔 너머로 마치 광선을 내뿜뜻이 떠오르는 해




드디어 2700m의 거대한 화강암석들을 너머로 해가 떠올랐다! 햇살이 밸리 곳곳을 비추던 장엄한 그 순간






자다 일어나서 약간 초췌하지만 그래도 좋다! (헤헤)





그렇게 새벽부터 일어나 씻지도 않은 채로 달려나가

요세미티 밸리 계곡 위로 힘차게 떠오르는 일출을 보았다.

화강암벽에 둘러쌓여 컴컴했던 계곡이 해가 떠오르는 각도에 따라 점점 황금빛으로 반짝이던 그 모습이란!


어제 숙소도 별로 안좋고 창문이 열린지도 모르고 자서 잠을 설쳤는데

그래도 이렇게 국립공원 숙소에 머물다 보니 일출도 보는구나.

갑자기 요세미티 숙소의 진가를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사실 이런 산장 말고 요세미티 내에 호텔들도 있는데

Full Booking이라 어쩔 수 없이 산장에 묵었던 것도 있다.

만약 요세미티 여행을 (아주아주) 미리 계획 할 수 있다면 꼭 호텔로!



 

일출을 보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 마치 그림을 그려놓은 듯한 암벽과 햇살을 받은 노쓰돔(North Dome)





그리고 요세미티의 상징 하프돔(Half Dome)





내가 묵었던 하프돔 빌리지의 산장!



숙소로 다시 돌아와 채비를 마치고

숙소 앞 테이블에 앉아 숲속 풍경을 만끽하며 아침으로 사과를 씹어먹었다.

나무들은 하늘을 향해 쭉쭉 뻗어있고, 그 사이로 아침 햇살이 경쾌하게 내리 쬐었다.

숲에서 맞는 아침은 상쾌함 그 자체였다. 

뭐랄까, 도시를 여행다니면서는 절대로 겪어볼 수 없는 그런 경험.

정말 자연 한 가운데 들어온 것 같은 느낌. 

그땐 그렇게 좋았는지 잘 몰랐는데 막상 여행기를 쓰는 지금, 

여행이 다 끝난 지금 되돌아보니 그 아침은 유난히 특별히 좋았다고 떠올려본다. 헤헷




미러호수로 출발하기 전에 요세미티의 풍경을 가득가득 담아 (여행기 타이틀의 흰 티셔츠 등장)





테나야 호수도 보았고, 엘 캐피탄과 하프돔도 보았고

터널뷰에서 요세미티 밸리도 보았지만 이렇게 돌아가기는 아쉬우니까 짧게나마 하이킹을 하기로 했다.

오후엔 다시 샌프란시스코로 돌아가야하니까 무리가 되지 않도록 가장 쉬운 코스를 골랐다.

바로 미러 호수 (Mirror Lake) 트레일!

하이킹도 하고 어제 테나야 호수 처럼 미러 호수에서도 샌드위치를 먹으며 피크닉을 하는거얏!


그렇게 기분좋게 룰루랄라 약 1.8 mile 정도를 걸어 미러 호수에 도착했는데, 

읭?

.......





호수라면서 물은 어디 있나요?





땨댠 ! 난 호수 한 가운데 서있다!





그랬다.

분명 호수랬는데,

물은 커녕 사막같은 모래벌판만 가득한 미러호수에 도착한 것이다.

OTL

요세미티 안내 책자에도 미러호수가 여름에는 Dry한다고 써있긴 했는데

물이 조금 부족한 정도인 줄 알았지 

이렇게 싸그리 다 말라서 바닥이 다 드러나는지는 몰랐다. 

나는 그래도 그럭저럭 이것도 나름 멋있는 풍경이라고 생각했는데

칭구는 옆에서 배신감에 부들부들 ㅋㅋㅋ

그럼 안내 책자에 완전히 마른다고 써놔야 하는 거 아니냐며..

(자네...변호사 한 번 해보지 않겠나?)




1988 Honey,H vs. 2018 Honey,H






한국에 돌아와서 사진첩을 보다가 발견한 사진!

어디서 많이 본 돌산인것 같아서 여행사진을 찾아봤더니

우왓!

요세미티의 미러 호수였다!!!

미러 호수 뒤의 산이 똑같이 생겼어!!!

신기방기 @@

이 사진 배경이 어디인지 몰랐었는데 이번 여행으로 30년만에 알게 되었다. 

두 사진을 비교해보니, 30년 동안 

펭귄같던 나도 이렇게 자라고

나무들도 자라고

그때도 물은 별로 없었구나?

그리고 난 그때나 지금이나 하얀 모자를 ....(//)




미러 호수에서 돌아오는 길에 만난 메르세드 강줄기, 정오가 가까워지니 점점이 연기가 시야를 뿌옇게 만든다.ㅠㅜ





웃는 것 처럼 보이지만 실은 데일것 같이 뜨거운 날씨에 부들부들 거리는 중!





요세미티 국립공원에서 4시간을 달려 이제 샌프란시스코로!







허무하게 끝난 미러호수의 트레일과 요세미티 국립공원을 뒤로 하고

장장 4시간거리를 달려 다시 샌프란시스코로 돌아왔다. 


사실 샌프란시스코에서 편도로만 4시간 이상 걸리는 데다가

한동안 화재때문에 폐쇄할만큼 상황이 안좋아서 요세미티 국립공원을 갈까 말까 고민을 많이했는데

(게다가 엄마를 비롯해서 요세미티에 가봤던 친구들이 거대한 한국山같고 이국적이지는 않다고 했다 ㅠ)

그래도 과감히 가자고 결정했던 나 셀프 칭찬해주고 싶다 헤헤.


햇살에 반짝이던 테나야 호수도 정말 좋았고

그림처럼 등장했던 엘 캐피탄도 정말 웅장했고

칠흙같이 어두운 밤 야외에 앉아 먹었던 피자도 정말 맛있었고

숲속에서 일어나 맞이했던 아침도 정말 상쾌했고

터널뷰에서 바라보았던 요세미티 밸리의 풍경도, 일출도 멋있었다. 

사실 여행다닐 때 99% 자연환경으로만 보는 여행은 좋아하지 않는데

이번 여행은 산과 호수와 일출과 짧은 하이킹까지 어우러져 

딱 적당해서 좋았던 1박 2일, 즐거운 요세미티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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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INTRO 

한동안 블로그를 거의 방치 상태로 놓아두었다가 

뒤늦은 여름휴가를 다녀오고서야 여행기를 써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문제는 작년 여름 캐나다 로드트립 여행기도 쓰다말았고 

심지어 이번 여름휴가는 2007년에도, 2013년에도, 2016년에도 다녀왔던 (그리고 여행기도 남겼던)

미국 서부였기 때문에 이 곳이 새롭지도 않고 새롭게 보거나 느낄 만한 것이 없을 것 같아

여행하는 동안에는 여행기를 쓸 마음도 전혀 없었다. 

사실 여행 가기 전부터 여행에 대한 기대가 거의 없었다고 고백해야 할 것 같다.


샌프란시스코에서의 교육 1주, 그리고 휴가 2주. 

사실상 총 3주의 시간을 보내고 돌아오니 폭염으로 들끓던 한국은 어느 새 선선한 가을이 되어 있었다.

점점 길어지는 저녁 시간을 엉뚱한 생각 안하고 알뜰살뜰히 보내는 방법으로 여행기만한 것도 없을 것 같았다.

2주간의 여행기를 쓰다보면 꿀렁 꿀렁 시간도 잘 흘러갈테고 

그 후엔 기다리는 사람도 돌아오겠지. 



이번 여행기 제목은 This lazy, Crazy, day of summer.

여행 내내 거의 단벌신사 급으로 입고 다녔던 흰 티셔츠에 새겨져 있던 문구다.

사실 이번 여행은 lazy하지도 crazy하지도 않았다. 

그래도 기억 속, 사진 속 활짝 웃는 내 모습 속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문구라 

유난히 내 마음에 남았다.



사실 여행기를 염두해두지 않기도 했고 

또 모두 2번 이상 방문했던 도시/지역들이라서 특히 도시에서는 관광보다도 휴식하는 겸 보냈기에

되도록 짧고 간단하게 쓰면서 여행기에 너무 부담 갖지 않고 

무엇보다도 추운 겨울이 되기 전에 꼭 완결을 내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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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1. (8/26)  Yosemite National Park 






서부 로드트립의 본격적인 시작은 요세미티 국립공원!

요세미티 국립공원은 2007년 겨울에 1 day 투어로 갔었는데 하필 그날 폭설이 내려서 하얀 눈밭만 보았던 기억이 난다.

(사실 자연환경 관광에 날씨 운이 없는 편이라 트라우마 생길 정도 ;ㅅ;)



그래서 이번 서부 여행 중에 은근히 요세미티 국립공원 여행을 기대했었는데, 

지난 7월부터 요세미티 국립공원에서 근처에서 큰 화재가 발생했고 

급기야 7월말부터 약 일주일간 요세미티 국립공원이 폐쇄되었다.



다행히 폐쇄기간이 길지는 않았지만 사실 근처에서 화재가 나면 공기질이 워낙 안좋기 때문에 

시야에도 좋지 않고 폐건강에도 나쁠 것 같고 (한국에서 이미 미세먼지 많이 마시고 있는데 ㅠㅠ)

무엇보다도 작년 캐나다 로키여행 당시에도 연기로 가득한 풍경을 보고 너무나도 실망했었던 탓

요세미티를 계속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이 많았더랬다.

같이 교육갔던 회사 동료들도 요세미티 투어 패키지를 신청했다가 나파 밸리 투어로 바꾸었다고 하고. (ㅜ.ㅜ)



그래도 이미 숙소도 예약했는데 놓치기가 아쉽고 또 언제 가보나 싶어서 (=미국 서부를 또또또또 오고 싶지 않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요세미티 국립공원 인스타그램 계정을 팔로우 하면서 상황을 체크했다.

보아하니, 가장 유명한 관광포인트들이 모여 있는 요세미티 밸리는 여전히 연기에 영향을 받고 있지만

타이오가 로드를 타고 너머 가면 한결 깨끗한 풍경을 볼 수 있다고 해서 큰 마음 먹고 요세미티 고고!



※ 캐나다 서부/미국 서부 여름 여행 팁 

한국 여름 휴가시즌인 7~8월은 사실상 매년 산불이 크게 번지는 시기이기 때문에 

심각할 경우에는 국립공원 폐쇄/하이킹 트레일 폐쇄, 현지투어가 불가능할 수 있으며

심각하지 않더라도 화재로 인한 연기 때문에 미세먼지 낀 것 같이 뿌연 풍경만 감상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미국/캐나다 서부의 국립공원의 경우 7~8월 여행을 추천하지 않지만, 

부득이한 경우 항상 각 국립공원 공식 홈페이지나 뉴스, 또는 SNS 등을 통해 현재 상황을 파악하면서 

1안, 2안 루트를 준비하고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목적지를 변경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게 좋습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출발해서 120번 도로를 타고 테나야 호수(Tenaya Lake)까지 쭈욱쭈욱 갑니다. 

보통은 가장 유명한 요세미티 밸리로 빠지지만, 나와 친구는 연기를 피해 타이오가 로드를 타고 밸리를 너머 갑니다. 







요세미티 국립공원 입구의 공식 간판 앞에서 인증샷!

나이가 들었는지(?) 이런 간판에서 인증하는게 좋아졌다. 

심지어 이 사진을 찍으려고 국립공원에 입장했다가 차를 돌려 다시 나왔을 정도.

뭐랄까. 

30년 전 엄마 아빠가 미국에서 찍은 사진들을 보면 이렇게 간판 옆에서 찍은 사진들이 종종 있는데

어쩌면 나는 그 사진들을 보면서 부러웠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 미국 서부 그랜드 써클 로드트립 팁 - 미국 국립공원 연간 이용권 


미국 국립공원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미국 국립공원 연간 이용권 비용과 비교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각 국립공원 입장시에 자동차 1대를 기준으로 입장료를 받는데 2018년 기준 $25 (그랜드캐년) ~ $35 (브라이스캐년) 정도입니다.    

한편, 국립공원 연간 이용권은 자동차 1대 기준 $80으로, 국립공원을 3개 이상 방문할 것이라면 연간 이용권을 구매하는 것이 더 이득입니다.

따라서 연간 이용권을 구매하시려면 국립공원 입구를 지나면서 Annual Pass를 달라고 요청하시고, 

뒤에 사용자 이름을 기재하신 뒤 (2명까지 기재 가능) 다음 국립공원 입장할때 Annual Pass와 여권을 함께 제시하면 됩니다.


다만, 여행목적지가 미국 국립 공원인지 아닌지는 꼭 미리 확인해보세요.

그랜드 써클 루트에 종종 포함되는 안텔로프 캐년과 모뉴멘트 밸리는 Navajo 인디언 관할 지역으로 미국 국립공원에 해당하지 않는 점 유의하세요.







장장 4시간을 넘게 달려서 드디어 테나야 호수 근처의 옴스테드 포인트(Olmsted Point)에 도착.

옴스테드 포인트에서 저 멀리 하프돔이 보이는데 확실히 하프돔 (요세미티 밸리) 지역이 뿌옇게 보인다. ㅠㅠ

다행히도 요세미티 밸리 지역을 등지고 바라보는 풍경은 상당히 공기가 맑은 편이었다.






이번 여행에 줄기차게 등장하게 될 나의 하얀 벙거지 모자의 첫 등장. 헤헤 

여행 가기 전 날 챙이 넓은 밀집모자 같은걸 사러 갔다가 저 하얀 벙거지 모자에 완전 꽂혔다. 

(살 때는 힙합밀당녀 느낌으로 샀는데 여행 동안에 힙합 스웩이 부족했음) 


좀 더 어릴 땐 선글라스끼고 잘 다녔는데 이제는 그냥 모자로 햇빛 자체를 차단하는게 제일 좋은 것 같다.

아무리 선크림을 잘 발라도 햇빛이 닿으면 너무 따가워서 ㅠㅠ

인생샷보다도 우리들 피부는 소듕하니까요..(☞☜)




옴스테드 포인트를 보고 조금 더 달리다보니 첫 목적지인 테나야 호수(Tenaya lake) 도착!

사실 요세미티를 관광하러 오는 한국인들에게는 아주 유명하지는 않은 곳이다.

당일치기로 왔다 가는 경우가 많은데 유명한 관광포인트들은 모두 요세미티 밸리에 모여있고 

이 곳 가지 오고 가는데 시간이 꽤 걸리기 때문이다.

우리는 1박 2일이라 시간도 넉넉하고 뿌연 공기 피해 갈만한 곳을 찾다 보니 테나야 호수까지 오게 되었다. 




짜잔 테나야 호수의 파노라마 샷!





하얀 암석과 짙푸른 침엽수림, 그리고 검푸르게 빛나던 호수의 환상적인 풍경 





이리 보아도 저리 보아도 정말 평화롭고 아름다운 풍경 그 자체였다. ♡.





드넓은 호수의 풍경을 감상하는 나


 


함께 보드를 타는 아빠와 아기. 너무 평화롭고 행복해보이는 풍경.





테나야 레이크 호숫가 근처에는 피크닉을 나온 가족단위의 관광객들이 구석구석 모여 앉아있었다.

친구랑 나도 아침에 미리 준비해온 샌드위치를 짜잔! 

돗자리도 있었으면 딱 좋았을텐데!


약간 뿌옇긴 했지만, 따뜻하고 명랑한 햇살이 내리쬐었고 

그늘을 스치는 바람은 살갗이 조금 서늘하다 느껴질 정도의 상쾌한 바람이었다.

얕은 모래사장에선 아이들이 모래를 퍼내고, 친구들이 햇빛을 즐기며 책을 읽고

잔잔히 일렁이는 호수에는 어린 아이와 아빠가 함께 보드를 타며 이 늦은 여름을 만끽하고 있었다.  


가끔 까르르 웃는 아기들의 웃음소리와 조그마한 모래사장을 철썩이며 적시는 호수의 파도소리를 말고는

어떤 소란한 소리도 들리지 않는, 잔잔하고 평화롭고 행복한 테나야 호수였다. 

요세미티 공원은 주로 커다란 암벽과 계곡을 보러 가는 곳인데 흔하지 않게도 호수를 봐서였는지

(게다가 이후의 그랜드써클 투어에서도 계속 암석 관광)

여행 이후에 평화로웠던 순간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곳이 테나야 호수다.

웅장하거나 거대하거나 장엄하지는 않지만, 오히려 고요하고 평화롭고 잔잔히 찰랑거려서 더 마음에 남는 곳. 





요세미티 밸리로 돌아가던 길의 이름을 알 수 없는 Look Out Point!





요세미티 밸리(Yosemite Valley)의 상징 중 하나인 엘 캐피탄(El Capitan)





테나야 호수에서 나와 가장 유명한 관광지인 요세미티 밸리(Yosemite Valley)로 진입했다. 

한참 달리고 있는데 옆에 하얀 돌벽이 보이는 것 같더니, 

차로의 가로수가 장막처럼 펼쳐지면서 눈 앞에 거대한 암벽인 엘 캐피탄(El Capitan)이 말그대로 등!장! 했다.

정말, 가로수 사이가 커튼이 열리는 것 처럼 드라마틱 하게 등장한 엘 캐피탄.

예상하지 못했던 거대한 엘 캐피탄의 등장에 나도 모르게 WOOOAh!









우리 숙소가 있었던 하프돔 빌리지 (Half Dome Village)

오두막처럼 생긴 캐빈에 묵었었는데 시설이 많이 낙후되고 청결도 면에서 관리가 여실히 부족한 느낌. ㅠㅠ

텐트까지는 아니었고 그래도 화장실까지 딸려있는 오두막을 예약한 것이었는데도 하루니까 참고 잔다는 마음으로 ㅠㅠ

(내가 웬만하면 숙소 불평은 잘 안하는데 ㅠㅠ 심지어 이번 모든 여행숙소 중에 가장 비쌌음 ㅠㅠ)


사실 요세미티 국립공원 내에 여러가지 형태 숙소가 있는데 예약하려면 수개월 전에 미리 예약을 해야한다.

요세미티 국립공원 내에 숙박을 못잡으면 국립공원 밖에 있는 숙소밖에 이용할 수가 없는데

보통 숙박시설이 갖춰진 마을들이 국립공원 입구에서도 1시간 가량 떨어져 있는데다가, 

국립공원 입구에서 주요 관광포인트까지도 1시간 가까이 걸리기 때문에 (결국 편도 2시간!)

요세미티 관광포인트까지의 접근성이 현격하게 떨어지는 문제점이 있었다. 


숙소는 낡고 기본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수준의 청결도보다는 수준이 낮은 것 같아서 실망했지만

그래도 요세미티 국립공원 안에 있어서 노을도, 별도 달도, 일출도 볼 수 있다는 최고의 장점이 있으므로

하룻밤 정도는 눈감아 주기로!





센티널 다리에서 바라본, 메르세드 강에 비친 노을 빛의 하프돔 




터널뷰에서 바라본 연기 자욱한 요세미티 밸리 (ㅠㅠ)






숙소 체크인을 하고 짐을 옮기고 어쩌고 하다보니 어느 새 노을이 지는 시간이 되었다.

아무래도 거대한 암석들 사이의 계곡에 있다보니 지는 해가 암석에 걸려, 

계곡에는 실제 해가 지평선에 떨어지는 시간보다도 더 빨리 어둠이 찾아왔다. 

그래도 찰나의 순간에 하프돔 빌리지 근처의 센티널 다리에서 하프돔에 비추는 빨간 노을 빛을 보고

터널뷰로 달려갔는데, 노을은 고사하고 요세미티 밸리가 연기로 꽉 막혀있었다. 

그래서 터널뷰는 내일 아침에 다시 와보자!



※ 미국 서부 그랜드 써클 로드트립 팁 - 화재연기를 피해 관광하는 법 


2년 연속 캐나다와 미국의 국립공원을 연기 때문에 100% 즐기지 못했던 경험자로서 한가지 팁.

국립공원 근처(심지어 300~400km 밖에서 화재가 나도 영향을 받습니다) 화재로 연기가 걱정된다면?

하루를 기준으로 침이 가장 공기가 맑고 가시거리가 좋습니다. 

따라서 보기에도 더 아름답고 사진도 더 이쁘게 나오겠죠?

같은 장소라도 오후가 되면 점점 연기가 자욱해져서 또렷한 풍경을 보기가 어렵기 때문에

만약 꼭 보고 싶은 아름다운 풍경이 있다면 조금만 더 부지런히 이른 아침에 방문해 보시기 바랍니다. 





보름달이 떴다. :)








하프돔 빌리지에서 가장 유명하고 인기가 많은 피자가게! (사실 하프돔 빌리지에 레스토랑이 손에 꼽는다.)

저녁시간이 조금 지났는데도 줄이 길게 늘어서있고 야외 테이블에는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다.

주문하면 바로 바로 만들어서 구워주는데 피자를 좋아하지 않는 나임에도 불구하고

갓 구워낸 미국식 피자가 너무너무 맛있어서 2조각 반이나 먹었다! 

강력추천!!!



피자를 먹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은, 9시 정도 밖에 안되는 시간이었지만 정말이지 도시에서 겪어보지 못했던 칠흑같은 어둠이었다.

국립공원이고 가로등이 없으니 당연한 얘기이지만 도시에 있다가 갑자기 가로등하나 없는 산속으로 들어오니 5분~10분 밖에 안되는 짧은 길이었는데도

갑자기 야생에 던져졌다는, 본능적인 두려움이 몰려왔다. 

무서워서 칭구랑 꽉 붙잡고 부들부들 떨면서 숙소로 돌아왔다.

휴, 나는 국립공원에서 캠핑하고 이렇게는 무서워서 못할 것 같아.



그럼 얼른 자고 내일 아침에 터널뷰에 일출 보러 가야짓 ♬

여러분, GOOD NIGH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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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hone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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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01월 23일

미국 서부 여행 제 2일째

LA > Pheonix

 

 

 

 

드디어!

진정한 미국 서부 여행 시작의 날이 밝았다.

나는 초새벽부터 씻고, 호스텔에서 주는 아침도 꼬박 챙겨먹고

어제 만난 일본인 할머니가 LA공항으로 가는 버스도 알려주셔서

아침 8시, 활기차게 배낭을 메고 호스텔을 나왔다.

 

 

아니..근데...아침 8시면 우리나라는 출근대란인데 여기는 이제야 막 청소부들이 길가를 청소하고 있어.  

나 혼자 초새벽에 부지런하게 나온 느낌...(...)

 

 

사실, 호스텔을 나오기 전에 (즉, wifi가 잡힐때) 앤아버에 있는 창이에게 연락을 했다.

엄마 아빠가 정 그 여행팀에 못끼면 그냥 미국에서 가고 싶은데를 가라고 했는데

미국 서부, 동부를 이미 다 볼만큼 구경해서 다시 구경하고 싶지도 않고

앤아버에 창이가 있으니까, 세창이도 보고 디트로이트랑 시카고도 보면 좋을 것 같아서

창이한테 연락 해서 허락도 받고 비행기표도 알아보고 호스텔을 출발한 것이다.

발걸음이 가벼운덴 다 이유가 있지..후후훗.

 

 

 

 

-

 

 

어쨌든, 대장오빠가 인디애나 폴리스에서 LA로 9시 30분에 도착한다고 해서

나는 AA가 도착하는 터미널에서 써프라이즈로 대장오빠를 마중나갔다.

한국에서 맨날 보던 사람을 미국에서 보니까 조금 낯선데

한국에서 맨날 보던 사람을 미국에서 보니까, 갑자기 미국이 한국인 것마냥 낯익어지는 이상한 느낌이 시작되었다. (-_-)

 

 

나와 대장오빠는 다른 사람들을 만나기 전에 일단 자동차 렌트를 예약한 곳으로 가서

원래 예약했던 7인승 닷지 캐러반을, 추가비용을 내고 쉐보레 타호(Tahoe)로 업그레이드를 했다.

원래는 내가 추가비용을 다 낸다고 하고 따라갔던건데 착한 대장오빠가 추가비용을 반반 부담하자고 ㅜㅜ 오빠 고맙...ㅠㅜ

 

 

이 커다랗고 튼튼하게 생긴 (심지어 이쁨) 타호가 우리 차!

 

 

여기까지는 아주 순조로웠다.

그런데 지금부터 나와 대장오빠의 수난시대가 시작되었다.

 

 

1. 나타나지 않는 뉴욕 여자

 

이제 차도 빌렸겠다,

우선 10시반에 다시 공항으로 가서 뉴욕에서 오는 여자를 한 명 픽업하고,

그 담에 11시 반에 그레이하운드 터미널로 이동해서 남자 2, 여자 2을 픽업해서

피닉스로 이동해야 하는 나름 빡빡한 스케쥴인데

 

공항으로 오기로 한 뉴욕여자가.....나타나지 않아.............전화도 안받아....................도착시간이 한참 지났는데도!!!!!!!

 

 

나와 대장오빠는 공항을 돌다가 일단은 나머지 4명을 데리러 그레이하운드 터미널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도착하기로 한 시간보다 1시간이나 늦게서야, 그 뉴욕에서 온다던 분의 친구로부터

비.행.기.를. 놓.쳐.서.여.행.을.못.한.다.....는 문자를 보내왔다.

 

 

아니...뉴욕에서 LA까지 비행시간만 몇시간인데......................

왜 놓치고 바로 연락 안하고, 심지어 만나기로한 시간보다 한시간이나 늦게 연락주는 이런 비매너는 뭔데......

심지어 자기가 연락한것도 아니고 친구를 통해서!!!

처음부터 비행기 못탔다고 했으면 우리가  몇십만원 추가비용 들여서 차를 업그레이드할 필요도 없었는데!!!!

아무리 인터넷 공간에서 여행약속을 했다지만, 이런식으로 여행 펑크내는 건 정말 비매너 중에 비매너다.

뒷수습하는 모양새를 보아하니 비행기를 놓쳐서 여행을 못하는 것도 아니었을거다. (-_-)

이런 똥매너 뉴요커 !!!

 

 

 

 

 

2. 처음타는 LA도로에서 네비님 수시로 기절사태

 

어쨌든 우리는 열받은 채로 나머지 4명을 태우러 그레이하운드 터미널로 출발했다.

심지어 뉴욕여자 때문에 늦어서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한테 전화로 늦는다고 사과까지 했는데

 

이번엔 한국에서 데려온 핸드폰 네비님 말썽...ㅜㅠ

처음 타는 LA도로인데 네비님 툭하면 꺼지기 시작했다...하........................

길도 모르는 채로 운전하는 오빠도 돌아버리고, 네비를 다시 켜는 나도 돌아버리고.......우리모두 전인권...돌고...돌고.

그래도 대장오빠가 어떠게 북쪽으로 차를 잘 몰아서 그레이하운드 터미널 가까이 까지 왔는데

그레이하운드 터미널을 4km 앞두고서 반대방향 high-way를 타는 불상사까지 .....

LA운전 쉽지 않네요....................ㅜㅠ

 

 

Ps. 베가레이서를 쓰던 대장오빠는 한국 돌아와서 갤3 팝으로 핸드폰 바로 바꿔버리셨다능...

 

 

 

 

3. 첫만남

 

그리하여, 겨우겨우 그레이하운드 터미널에서 우리를 기다리던 4명을 만났다.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정신이 없는 상태로 인사도 하는 둥 마는 둥 대충 하고 차에 짐을 구겨 넣은 다음에 일단 모두 차에 탔다.

 

.....................뻘쭘 그자체.......................

 

 

심지어 점심도 한인타운으로 먹으러 가다가, 너무 멀어서 중간에 어느 버거킹에 들어가서는 햄버거만 먹고 나왔.......

지금 생각하면 좀 쑥쓰러워도 다같이 한번씩 자기소개든 뭐든 했어야 했는데 말이다.

지금 고백하는 얘기지만, 심지어 남자 2명이랑은 여행한지 한 3일?4일 지나서야 통성명을 했다는............(...)

 

 

 

그래도, 이 여행기의 주인공들이니까 내가 여행을 통해서 알게된 정보만 가볍게 여기에서 소개한다. 우선 남자 셋.

 

 

남자1. 대장오빠

남자2. 웅이

남자3. 이리


남자1. 대장오빠 (31)

이번 여행을 제일 처음 계획하고 일행을 모은 대장

나와는 대학원동기

아주 꼼꼼하고 철저한 준비로 이번 여행을 완벽하게 리드하심 (-_-)=b

+ 25G 어치의 사진으로 이번 여행 사진의 찍사도 겸비!

 

 

 

 

 

 

 

 

 

 

남자2. 웅이 (26)

처음 봤을때, 제법 덩치가 커서 나를 쫄게 만들었는데 알고 보니 나보다 동생(;;)

캐나다 오카나간에서 체리피킹한 경력

은근 진지하고 귀여운 구석이 있는 경상도 사나이

남자3. 이리를 따라서 여행에 합류

 

 

 

 

 

 

 

 

 

남자3. 이리 (28)

캐나다에서 어학연수 후 여행하다가 귀국 전 캐나다-미국 여행 중

사진 찍히는 것을 싫어해서 주로 뒷모습으로 사진찍는 아이

조용하고 말이 없는데, 가끔 던지는 농담이 촌철살인.

남자2.와 여행동지로 만나서 미국여행까지 같이 왔단다.

 

 

 

 

 

 


자. 이제 여자팀

여자2. 막냉이

 

 

 

 

여자1. Sue(27)

 

나랑 같은 빠른 87년생 동갑.

뉴욕에서 1년간 인턴하고 샌디에이고에서 어학연수 후 귀국길에 여행에 합류!

밝고 쾌활하고...무엇보다 나랑 개그 코드가 잘 맞아서 너무 즐거웠다는! 

 

 

 

 

 

 

 

 

 

여자2. 막냉이 (23)

우리 여행팀에서 가장 어린 막내 아이

캐나다에서 워킹홀리데이 후 역시 귀국길에 여행 합류!

자그마한 체구지만 씩씩하고 약간 엉뚱하기도 하고 여튼 귀요미.

 

 

 

 

 

 

 

 

 

여튼 우리 여행팀은 이렇게 서로 처음만난 (물론 나는 대장오빠와 친구지만) 남자 셋, 여자 셋은 통성명도 제대로 안한채로....(.....)

일단 차에 올라탔고, 이날의 여정은 오로지 LA에서 Phoenix까지 6시간동안 이동하는 것 뿐이었다.

대장가 운전석/조수석에 앉고

웅이이리가 중간 2열에 앉고

마지막으로 Sue막냉이가 3열에 앉았는데

그때부터 Sue와 막냉이의 폭풍수다 시작.....ㅋㅋㅋㅋㅋㅋ

 (여자들이란!)

 

 

 

캘리포니아의 LA에서 애리조나의 Phoenix까지! i-10도로만 따라서 쭈욱 달리면 된다. 거리가 약 600km라는거..

 

 

 

야자수가 쭉쭉 뻗은걸 보니 아직은 캘리포니아!

피닉스 가는 길에 아주 거대한 풍력발전소지대를 지나갔다. 스케일부터 어마어마 @_@

첫날 600km를 운전하신 대장. 절대로 규정속도를 넘기지 않는 안전운전자다. (-_-)=b

 

 

 

 

 

그렇게 서로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인사도 제대로 못한 채로

우리는 6시간동안을 꼬박 쉬지 않고 달려서 깜깜한 밤이 되어서야 피닉스(Phoenix)에 도착할 수 있었다.

조수석에 앉아서 네비님을 대신 했던 나는, 조수석에 앉아서 자면 안된다는 신념 때문에 6시간 동안 눈 한 번 못 붙이고

그렇게 출국전날/비행기에서/호스텔에서/자동차에서 3일동안 제대로 못 잤.......하...고문도 이런 고문이 없다..........................

 

 

피닉스 도착하자마자 숙소 문 열자마자 기절했다는 소문이.......Anyway, 이렇게 남자 셋, 여자셋 미국 여행은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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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01월 22일 (2)

미국 서부 여행 제1일째

LA (Santa Monica)

 

 

 

 

자전거를 타고 베니스비치까지 달려갔다가 돌아오니 슬슬 노을이 지고 있었다.

낮에는 긴 옷이 더울만큼 날이 덥더니, 해가 지기 시작하니까 날이 쌀쌀해지기 시작했다.

 

저 멀리가 베니스 비치. 낮에는 구름이 가득하더니 그래도 낮게 노을이 깔린다.

 

산타모니카 비치도 노을빛을 받아 주황빛으로 물들어간다.

 

물결에 비친 황금빛 물결이 참 마음에 드는 사진. 지붕위의 갈매기도 :)

 

 

날이 추워서 Pier에 있는 커피빈(;;)에서 핫초코를 한 잔 시켰다.

분명 레귤러 싸이즈를 시켰는데 우리나라 스타벅스 벤티 크기만 해..

 

속으로는 이 핫초코 다 먹었다가는 한 끼 칼로리 다 채울 태세라며 칼로리 타령을 하면서

겉으로는 한손에 커피빈 컵을 들고 분위기 있는 여자인 척을 하면서

Pier의 한적한 쪽에 자리를 잡았는데!

 

 

 

 

귀요미 갈매기 발견 !!

잘 보면 카메라를 보고 있다! 요기봐!

 

갈매기가 맞겠지?

귀엽고 작은 갈매기 한 마리가 내 옆의 크레인에 앉아서 한참을 같이 놀았다.

사람을 많이 봐서인지 가까이 다가가도 도망가지도 않고.

노을만 보고 있는 것도 조금 따분했는데 갈매기랑 기념 사진 찍는 즐거운 시간 :D

 

Santa Monica에서 보는 노을풍경. 사람들 모두 넋을 놓고 바라본다.

 

황금빛 하늘.

 

조금더 가까이. 구름때문인지 웅장해보인다.

 

 

초라해보이기만 했던 산타모니카도

노을의 힘을 빌어 찬란하고 아름다운 순간을 내게 선물했다.

이상하게도

그 어떤 곳도 햇살이 기울어지는 노을의 순간에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 된다.

가장 찬란하고, 가장 로맨틱하면서, 가장 애뜻한 모습이 된다.

 

 

 

어슴푸레한 빛만 남기고 노을은 사라졌다. 가로등이 켜진 Pier는 또 나름대로 운치가 있네.

 

 

 

해가 다 져버린 바닷가는 굉장히 쌀쌀하고 추웠다.

이틀밤을 새고 있는 컨디션 탓인 것도 같았지만

LA도 겨울은 겨울인지라, 조금 더 찬바람 맞았다가는 감기 걸릴 것 같은 그런 한기.

 

사실 시간은 오후 5시 30분쯤 밖에 되지 않았지만,

나는 노을을 보기로 한 오늘의 목적은 달성하였으므로

(UCLA가기, 게티센터가기는 모두 포기했....)

터덜터덜 호스텔로 발걸음을 옮겼다.

 

 

 

 

길게 뻗은 야자수가 이국적인 느낌을 준다. 5년 전에도 LA에서 이렇게 길쭉 길쭉한 야자수를 많이 보았던게 기억이 난다.

 

Santa Monica Pier의 야경 :)

 

 

숙소에 돌아오자마자 (겨우 6시였는데) 나는 바로 이층침대에 뻗어버렸다.

한 세시간쯤 잠이 들었었나, 조금 정신차리고 일어나서 옷도 갈아입고 씻고

내일 아침 일찍 대장오빠를 만나러 LA공항에 다시 돌아가야해서

다시 꼼꼼하게 가방을 쌌다.

 

 

사실, 원래 이 여행은 6명이 함께하기로 예정되어 있었고, 내가 마지막에 7번째 멤버로 끼게 된 건데

미국에 먼저 간 대장오빠가 이미 예약한 7인승 차를 보니 7명이 앉으면 짐 넣을 자리가 하나도 없다며 곤란해했었다.

나도 이미 비행기표를 끊어버렸고, 부모님이 추가비용을 다 내가 내더라도 8인승으로 차를 바꿔보라며 보내주셨지만

8인승으로 바꾸더라도 7명 짐을 다 실을 수 있을지

또 추가 비용이 얼마나 나올지

아무것도 알 수 있는게 없었다.

그리고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출발한 대장오빠인데

출국하는 날 붙잡고 끼워달라고 하는 바람에 오빠만 곤란하게 만든것 같아서 미안한 마음도 컸다.

 

Plan B도 없이 덜컥 미국에 도착은 했는데,

과연 내일 아침에 대장오빠를 만나 차 문제를 해결할 때까지

내 여행이 어떻게 흘러갈지 알 수 없어

불안한 밤을 지새웠다.

 

실은,

내가 설마.....했던 대로

내 침대 밑의 여자!! 투숙객이 밤새 코골이를 하셔서

나는 그렇게 머릿속으로 Plan B를 구상하며

원치않게 밤을 또 새게 되었다....

재워줘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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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01월 22일

미국 서부 여행 제 1일째

LA (Santa Monica)

 

 

2013년 01월 22일, 오전 11시 05분.

인천국제공항을 떠나 일본 나리타 공항을 거쳐, 다시 미국 LA로 연결되는 델타 비행기에 탑승했다.

짐은 아주 간단했다.

여행을 허락해준 학교오빠 (앞으로 대장오빠라고 부르겠다)가 차에 짐 실을 자리가 부족하니까

짐을 최대한 줄이라고 신신당부를 하는 통에 나는 여행 9년차에 처음으로, 캐리어 아닌 배낭하나만 딸랑 들고 출국길에 올랐다.

 

발권하고 바로 다다음날 아침 출국하는 급한 일정에 짐싸느라 밤을 꼴딱 새웠는데,

세상에, 도쿄에서 LA까지 가는 10시간이 넘는 비행시간 동안 한숨도 자지 않고 울어대는 어떤 아기 때문에

비행기 안에서 귀마개를 귀를 틀어막고 10시간 내내 참을 인만 새겨야 했다. ㅠㅠ....

호스텔은 여자 도미토리를 예약했으니, 설마 코고는 여자와 함께하는 불상사는 없겠지.....라고 날 다독이며. (과연...)

 

 

내내 눈오고 비왔던 서울하늘과 달리 쾌청한 미국 서부의 하늘 :)내내 눈오고 비와서 우울했던 서울하늘과 달리 시작부터 쾌청하다. :)

 

 

LA를 기준으로 2013년 1월 22일 오전 8시 30분. (한국 시간으로는 1월 23일 새벽 1시 30분)

예정된 시간 그대로 드디어 비행기가 LAX에 도착했다.

2007년 12월 25일 아침, 21살의 내가 헤멨던 그  LAX공항에,

2013년 1월 22일 아침, 27살이 된 내가 약 5년만에 다시 돌아온 것이다 !!!

그 때의 나는, 고작 5년뒤에 내가 이 미국땅을 다시 밟을 거라고 생각이나 했을까?! 전혀!

 

 

LA 아니랄까봐, 겨울인데도 아침 날씨는 너무나도 쾌청하고 따뜻했다.

이틀밤을 새는 중이었지만, 날씨가 얼마나 좋았던지 나는 콧노래가 절로 났다.

그러나...US Boarder and Customs에서 정확히 2시간을 잡혀있었다. 버스를 타러 공항밖으로 기어 나오니 아침 10시 반. =_ㅠ

 

 

사실 로드트립은, 23일부터였는데 싼 비행기표를 찾다보니 22일 도착하는 표를 끊었고

일단 22일은 나 혼자 LA에서 버텨야 했는데 이미 5년 전에 LA는 다 관광한 관계로 그닥 혼자서 관광객놀이를 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LA에 갈 데가 또 있나....검색질을 하다가 눈에 발견한 것이 산타모니카!!  

 

 

그래그래, 바닷가도 있고(혼자 놀기에는 바닷가가 좋음), 숙소비도 싸고, 공항에서도 그리 안멀고, 5년 전에 가보지도 않았고!!!!! 

내게 최적이다!!!!

 

하며 숙소만 덜렁 예약하고, 가는 버스편만 대충 알아놓고 일단 LA로 출발하게 된 것이었다.

심지어...........나는 숙소 주소.............도 적어가지 않았는데

(=_=...;;; 여행을 너무 자주하면 준비성이 떨어진다...닥치면 다 된다는 걸 알기 때문..)

천만 다행으로(?) 산타모니카행 버스를 함께탄 일본인 할머니랑 수다를 떨다보니 마침 같은 숙소에 머문다는 것이다.

올레 (/ +_+)/ 덕분에 나는 아주 무사히, 아주 빠르게 , 예약해둔 호스텔로 기어들어올 수 있었다.

 

 

 

End of the Trail.

 

 

 

 

원래 나의 계획은, 호스텔로 오자마자 씻고 바로 이 LA의 따사로운 햇살을 즐기러 나가서

UCLA와 게티센터를 보고 산타모니카 해변에서 유유히 노을을 구경하는 것이었으나...

전날 밤의 밤샘 + 장기간의 비행 + 애기 울음 소리 + 2시간의 US국경과 세관통과 + 시차.....때문에 거의 반녹초가 되어서

노을만 보자...고 나와 타협하며...호스텔 침대에 쓰러져버리고 말았다.

그래, 사람이 멀쩡해야 관광도 하지..

다행히 1시간 정도 잠이 들었다가 일어나서는 씻고 산뜻한 옷으로 갈아입고 휘적휘적 호스텔을 걸어나갔다.

 

 

혼자 하는 여행은 다 괜찮은데, (물론 다 괜찮을리 없다..-_-) 혼자 식사하는게 조금 뻘쭘하다.

처음엔 좀 쑥쓰쑥쓰....하다가 불끈! 용기를 내서 한 카페테리아에 들어갔다.

뭘 시켜먹었는지 기억도 안난다. =_=...오랜만에 팁문화의 나라에 와서 팁을 몇 퍼센트 줘야되는지만 한참 고민했다.

어쨌든! 뭘로 채웠는지 모르겠지만 뭔가로 배를 채우고! 드디어 산타모니카 해변으로 고고!!

 

 

 

 

 

 

저기 놀이기구가 있는 곳이 Santa Monica Pier. 주차장 위주로 찍어서 조금 삭막해보인다..

놀이기구가 있는 Santa Monica Pier. 타보지는 않았다.

 

 

....겨울이라 그런건가.....아니면 내가 그동안 온갖 세계를 다 들쑤시고 다니면서 너무 이쁜 해변을 많이 보아서 그런건가.....

산타모니카!! 뭔가 이름만 들어도 낭만적일 것 같은데......촘....실망했다.

우리나라 동해도 아니고 서해에 놀러온 느낌. 관광객과 잡상인으로 정신없기까지 하고....-_ㅜ

바닷가가 거기서 거기라며 나를 위로....

 

 

노을지기까지 조금 시간이 남아서 산타모니카 해변에서 자전거를 타기로 했다.

자전거를 빌려주는 아저씨가 베니스 해변쪽으로 가면 더 번화한 거리를 볼거라고 해서 베니스 해변 쪽으로 출발했다. :)

 

 

자전거를 타고 베니스비치를 향해 가는 길. 조금씩 노을이 지려나보다.

 

한시간 정도 달리고 돌아오는 길. 자전거 대여료는 한시간에 7달러 정도? 노을진다아.

 

나름, 기대를 하고 자전거를 탔는데 해변가를 달린다는 것 말고는 크게 인상적인 것은 없었다.

오히려, 뭐랄까 - 5년 전에 왔을때만 해도 거대하고 건강한 것 같았던 미국이, 뭔가 자꾸 초라해지는 느낌, 힘이 빠져버린 것 같은 느낌이

마음 깊은 곳에서 스믈스믈 밀려 올라왔다.

홈리스들이 잔디밭에 누워 자고 있었고, 거리는 조금 지저분했다.

번화한 거리를 볼거라돈 베니스 비치 근처의 가게들은 싸구려 기념품을 파는 가게들 뿐이었다.

 

기억조차 나지 않는, 아주 갓난 아기였던 87년에서 89년.

사진으로만 남아있는 미국의 모습은 항상 밝은 햇살이 가득하고, 활기차고, 힘이 있었다.

한국에서 자라는 동안 나는, 나의 어릴 적 사진, 어릴적 보았던 영화에서의 미국에 대한 밝고 힘찬 꿈같은 것들이 있었다.

 

 

여름에 왔어야 할 해변가를 비성수기인 겨울에 와서 그런건지,

아니면 내가 제일 처음 세계여행을 시작할 때와 다르게 그 동안 온 세계를 돌며 너무 많은 것들을 봐버려서인지,

그러니까 이제는 내가 어른이 되어버려서 미국에 대한 환상들이 깨져버린 것이지,

아니면 미국이 정말 조금씩 조금씩 쓰러져 가고 있는 것인지...

 

 

 

자전거 페달을 밟으면서 내내 그런 생각을 했다.

뭔가 , 어린 날 동경했던 것들이 막상 커보니 별거 아니게 되는 느낌이 싫어서

나는 자꾸만, 겨울에 와서 그런걸꺼라고 나를 설득하고 또 설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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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hone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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