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llo, Autumn :)



2018년 가을



흐드러지는 단풍길



석촌호수의 풍경


2018년 가을.

건강검진이 있어서 오전 반차를 냈는데

예상보다 건강검진이 일찍 끝났다. 

반차만큼은 내 휴가니까 남은 두어시간동안

석촌호수에 단풍을 보러 왔다. 


날은 청명하고 맑은데 갑자기 떨어진 기온 탓에 바람은 차다.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하지만 상쾌한 기분으로 

석촌호수를 따라 천천히 -

머리 위로 떨어지는 나뭇잎을 맞으며, 

떨어진 나뭇잎 중에 색깔이 고운 잎을 골라 주우며

마치 소풍 나온 아이의 마음으로 천천히 걸었다.


먼발치서 놀이기구를 타는 젊은이들의 행복한 비명이 아득히 들려온다. 

호수를 따라 붉게 노랗게 물들어가는 풍경은 여느 외국 못지 않은 것도 같다.

누가 보아도 아름다운 풍경 속을,

정점을 찍고 끝자락으로 치달아가는 가을 그 한가운데를 천천히 걷는다.


나는 특별히 아픈 곳도 없고 (가끔 두통이 있고 종종 피곤하긴 하지만)

이젠 직장인으로서의 나를 어느 정도 덤덤히 받아들였으며

(남자친구가 몇달 째 외국에 있지만) 나는 특별히 인간으로서 외롭지도 않다.


아, 나는 행복하구나.


그동안 내가 행복한 이유를 열심히 찾아가면서 

이 정도면 나는 행복한 사람이라고

행복한 이유가 있으니까 행복한 사람이라고 

행복함이 느껴지지 않는  내 자신을 애써 설득하며 살았는데

오늘은 그냥 문득 깨달았다.

이제는 일상에서의 평범한 내 자신도 참 행복하구나.

슬프려고 해도 슬프지 않고

외로운가 해도 외롭지 않다.

이제는 내 마음을 깊숙이 들여다 보아도 우울한 아이가 없다.


8년 전, 7년 전, 6년 전

나의 일기장에 이 시간만 끝나면 이 괴로움이 모두 끝날거라고, 

당시에 상상했던 행복한 그 모습 그대로

나는 드디어 행복하구나.


대단한 사람이 되지도 않았고 (혹은 못했고)

대박 부자가 된 것도 아니지만 (못했지만)

평범한 나, 그 자체로 

행복한 사람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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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국 시그니처 :-)


 


아직 여름 로키 여행기의 반도 쓰지 못했는데,
추석 연휴 동안 캐나다 동부 퀘벡주 곳곳을 다니며 단풍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이젠 열심히 일하면서 여행기를 쓸 일만 남았네요.
다들 즐거운 추석 연휴 보내셨길 바랄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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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hone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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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하연 그 세번째

■ 삶 2010. 11. 9. 20:10






아침햇살에 빛나는 이 단풍나무를 보았을 때, 그 기분은 표현할 수 없다.
문자그대로, 찰-칵. 하는 소리에 온 세상이 다 내 것 같은 기분.

우연이 아니라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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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하연 그 두번째

■ 삶 2010. 11. 8. 15:56





11월이면 이미 겨울이라고 생각해왔는데, 11월은 아직 가을이 맞나보다.
중간고사가 오기 전부터 벌써 가을이 성큼 다가와서 중간고사가 끝나고 나면 가을이 저만치 가 있을것 같았는데
지금, 가장 가을의 절정 속에 살고 있는 것 같다,
산속에 있는 학교여서 그런지 가을이 일찍 시작해서 이렇게나 늦도록 순간순간 그 모습을 바꿔가며 가을의 향연이 계속되고 있다.

이 학교를 겨울, 봄, 여름을 지나오면서  아기자기하기보다 휑하니 넓기만 하고, 역동적이기보단 정적인 학교라고 생각해왔는데
가을이 되고 나니, 그 넓은 공간들들은 각양각색의 색으로 가득 차있었고, 하루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다.
짧은 시간이나마, 학교 캠퍼스 곳곳을 밟으면서 - 매일같이 조금씩 달라지는 학교의 모습을 보면서 - 아름답다라고 생각한다.
이 아름다운 순간들이, 매일 같은 모습도 아닌 채로 일년 중 아주 잠시, 꿈처럼 펼쳐졌다 사라져가고 있다는 사실이 조금 슬프기도 하다.
내가 못보고 지나치는 아름다운 모습들이 있을 까봐 조바심이 나고,
이 순간을 놓치고 다시 이 모습을 보려면 다시 1년을 기다려야 한다는 생각에 아쉽기도 하다.


어쨌든,
내가 제일 처음 자하연을 봤던 08년도 여름의 자하연은, 그냥 청록색의 왠지 걸죽할 것 같은 그런 연못이었다.
벚꽃이 흐드러지면 아름답다고 했는데 이번 봄 벚꽃은 흐드러지게 피지 않아서였는지 아님, 너무 우중충한 날 봐서여서인지 아무 느낌도 없었다.


안개가 자욱했던 금요일,
우체국 가는길에 오랜만에 본 자하연은 정말 뭐라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웅장하고 아름다웠다.
아이폰 카메라로도, 필름카메라로도 내 눈이 보고 있는 그 순간의, 그 느낌의 자하연을 담을 수가 없었다.






지금, 가을의 절정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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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하루종일 살다시피 하는 법대건물 뒤엔 작은 나무 세그루가 서 있다.
지난주부터 한그루씩 물이 들기 시작하길래 하루하루 눈여겨 보고 있었다.
다들 가을이 오는걸 아는지 모르는지
단풍이 들어가는지 벌써 나뭇잎이 떨어져가는지 관심도 없어보인다.
내가 가끔 그 나무들을 가르키면서 단풍색이 곱다고 말하면 그제서야 그러네! 라며 언제 이렇게 단풍물이 들었지? 라며 머리를 긁적이니까..

이 곳에서 처음 맞은 봄- 여름- 그리고 이제 절정으로 달려가는 가을.
봄이 가고 여름이 가는 건 하나도 아쉽지 않았는데 가을이 가는 건 너무 아쉽다.
빨리 이 모든 과정들이 끝나버렸으면 좋겠다고 푸념할 때마다
내가 이 곳에서 이 계절들을 지켜볼 기회가 단 세 번밖에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매일 똑같은 하루하루가 조금은 색다르고 감사하고 소중하게 느껴진다.
그 중에서도 가장 아름답게 빛나고 또 가장 순식간에 사라질- 그것도 다가올 쓸쓸함과 스산함 앞에서 더욱 찬란한 가을은 더더욱 -


비록 주말에도 도서관에 나와 앉은 처지이지만
이렇게 이 안에서 무디게나마 밤낮의 흐름과 계절의 변화와
그리고 그 속에서 일상 속의 아름다움과 하루하루 순간의 소중함을 감사해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

스물 네 살의 가을-
지금 이 아름다운 가을빛처럼 아름다웠던 나날들로 기억될 수 있기를 .....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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