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한살하고도 5개월이 지나간다.
지금 회사에서도 만 4년차가 되었다.
유난히 예민하고 신경이 곤두섰던 2016년 겨울과 2017년의 봄을 보내고
고개를 들어 거울을 보았을 때
짜증으로 칙칙해져 폭삭 늙은 것만 같은 내 얼굴을 보았다.

20대처럼 어리고 생기발랄한 나이는 아니어도
꾸미지 않아도 빛나는 절세미인은 아니어도
나는 항상 생글생글 웃는 얼굴이었던 것 같은데
거울 속의 나는 웃음을 잃어버린 사람 같았다.

직장에서 받는 스트레스로 마음이 지쳤고
내적으로는 어른이 되는 성장통에 아프고
외적으로는 어려선 없던 알러지에 피부가 간지럽고 따가워 아프니
만사에 삐딱하기만 하고 웃고 싶지가 않았다.
어쩌면 나는 웃기를 스스로 거부했던 것도 같다.
제발 나 좀 건들지 말라는 얘기를 인상 쓴 얼굴로 대신했다.

그러다 거울을 봤을 때,
딱딱하게 굳어 있는 내 얼굴이
못생긴 것보다도 늙어가는 것보다도
더 안타깝고 께림칙한 얼굴이란 걸 깨달았다.

나는 무표정마저 아름다운 냉미녀도 아니고
앞으로 계속 눈가에 주름이 지고 피부가 늘어지겠지만
그리고 그 사실은 바꾸지도 막지도 못하겠지만
웃는 얼굴은 내가 할 수 있는 거잖아.

어른이 되니 웃을 일이 많이 없다고 투정하지만 말고
그냥 아무 일이 없어도 입꼬리를 올려보기로 했다.

입꼬리는 올라갔는데 광대근육이 뻑뻑하다.
하지만 며칠 입꼬리를 열심히 올렸더니 그 다음엔 광대근육이 웃고
뒤이어 자연스럽게 눈도 웃게 되었다.

광대 근육과 눈까지 웃고 있으니 언젠가 어디에선가 즐거웠던 느낌이 되돌아오는 것 같다.
웃는 척 하고 있는 건 줄 알았는데 괜시리 정말 좋은 일이라도 있는 것처럼 기분이 좋아진다.
이 볼록한 광대근육이 마치 즐거운 기분을 소환하는 버튼 같아.


우리 웃을 일이 없는 무미건조한 일상이더라도
눈가에 하나씩 주름이 지고 거울 속 모습이 조금은 초라하게 느껴져도
미소를 잃지 말자.
그럼 분명 웃고있는 주름마저도 아름다운 내 얼굴을 갖게 될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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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hone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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