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하고 선선한 바람이 쉬지않고 불어온다.
지금 저기 올림픽 평화의 문과 몽촌호수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산책로의 벤치에 앉아
시간이 멈춘듯 길게 늘어진 오후를 즐기고 있다.
오사카성공원이나 오호리공원이나 올림픽공원이나 다 비슷할거라 생각하면서.

창립기념일 덕분에 3일 쉬게 된 이번 주 주말.
오사카나 후쿠오카라도 다녀올까 싶어 몇번이나 비행기표와 숙소를 예약할까말까하다가
(그래서 주말에 약속도 일절 잡지 않았는데)
어제 빔 결국 가지 않기로 했다.
그렇지만 매일 가는 그렇고 그런 서울 속에서 뭉개고 싶지도 않았다.

요즘 내 마음이 그렇다.
새로운 곳에서 답답한 일상을 시원하게 떨치고 싶으면서도
낯선 곳에서 긴장하고 고생하고 싶지 않다.
마음이 편안한 곳에 가자니 너무 익숙한 나머지 새롭지가 않고
새로운 곳에 가자니 익숙치가 않아서 마음이 편치 않다.
이도 저도 아닌 상태에서 마음의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갈팡 질팡하고만 있다.

지금 매사가 그렇다.
가능성 있는 것들과 해야할 것들을 다 늘어놓고는 어떤 것을 어떻게 할지
무엇을 선택하고 무엇을 포기하고 또 무엇을 감당하며 무것을 책임질지
나는 머릿속으로 셈이나 하면서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내가 왜 그러는 걸까.
어디로 갈지 모르고 갈팡 질팡하는 것만큼 괴로운 것이 없다.
제대로 가고 있다는 확신이 있을 땐 페달을 밟고
잘못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 멈추고 방향을 돌리면 되지만
어디로 가는지를 모르는데 움직여야만 한다면
가긴 가는데 가다 서다 머뭇거리다 기웃거리다 그런 것이다.
지금 내 삶이 딱 그런 지점에 있는 것만 같다.
이대로 밟아도 되는걸까?
여기서 이제 그만 브레이크를 밟고 유턴이라도 해야 하는 건 아닐까?


이런 고민들도 다 지나가게될까?
내가 이런 괴로움 끝에도 그 답을 못찾으면 어쩌나.
시간이 언제나 이런 오후와 같지 않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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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hone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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