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외승인 EUR  300.00, HSL ] 

 

 

도대체 이게 뭔가요....

결제된 시각을 보니 3일전 밤 10시 경. 

헬싱키 처음 도착한 날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거의 40만원가량 되는 돈을 쓴 적이 없는데.

이건 분명 해외에서 카드 도용 당한게 분명해!!!!

라고 생각하는데 저 알파벳 어디서 본 것 같다. ??

.....H....S.....L...

 

 

어디서 봤더라?

헬싱키 첫날 내가 이 카드로 뭐 했더라?

신용카드 쓴거라곤 헬싱키 자전거 밖에 없는데...?

 

 

 

우리 헬싱키 씨티 바이크 싸이트에 다시 들어가보자.

https://www.hsl.fi/en/citybikes

 

 

 

어라, 여기있네..HSL...?

뚠뚠뚠...점점 불안해진다.

 

 

 

 

 

 

그래. 여기 Register as a user. 클릭

 

 

 

 

 

 

 

그래. 24hours에 5유로 클릭했었지.

그리고 바로 결제를 했었지...

그런데...밑에 짤린 박스에 뭐라 써있노?

(이제 발견함 @.@)

 

 

 

 

 

 

" 최대 이용시간은 5시간입니다.

만약 최대 이용시간을 초과할 경우,

당신에게 80유로가 청구됩니다."

 

 

 

80유로가 청구됩니다..

80유로가...

8...C......8......

 

 

그랬다...

5유로 버튼 클릭에 정신이 팔려서,

주의사항을 1도 읽지 않았던 것이었다.

 

변명하자면, 아니 버튼을 클릭하기 전에 주의사항이 먼저 나와야 하는거 아닙니꽈?

스크롤을 다 안내리면 내 핸드폰에서는 주의 문구가 다 보이지도 않아여!!!

 

 

하...어쩌지,

이 물가비싸기로 유명한 북유럽에서 자전거를 하루종일 빌리는데 5유로만 받는게 이상하지...ㅠㅠ

 

 

정확히 말하면,

헬싱키 씨티 바이크의 이용권은 아래와 같은 룰을 따른다.

 

 

1. 24hours pass의 기본요금은 5유로이다.

2. 1회 이용(거치대에서 뽑아서 반납할 때까지)의 기본 이용시간은 30분이며,

    30분 이전에 거치대에 반납할 경우 추가 요금이 없지만,

    30분을 초과하여 반납할 경우, 30분 단위로 1유로씩 추가 요금이 붙는다.

3. 1회 이용은 최대 5시간까지이며, (즉, 1자전거를 최대 5시간까지 연속 이용)

   5시간을 넘겨 반납할 경우는 80유로의 Penalty가 부과된다.

 

 

...

 

종합하면, 24hours pass를 결제하고 나면,

24시간 동안은 거치대에서 1번 뽑으면 30분 내로 반납하고,

다시 뽑아서 반납하고를 무한 반복할 수 있다는 거다.

24시간동안 자전거 1개를 찜해놓고 다니지 말고...ㅜㅠ

(사실 서울에서 운영하는 따릉이도 1시간 단위로 반납하면 천원내고 무료로 계속 탐...)

 

 

하. 그러면 우리는 왜!!!

자전거 1개를!!! 12시간씩이나 끌고 다녔느냐!!!!

 

 

그건 바로 안장높이 조절하기 귀찮아서였다. (-_-).....쩝쩝쩝....

여기 북유럽 애들 다리길이 때문에 안장 높이가 다 우리 명치 근처야.

매번 갈아탈 때마다 명치높이의 안장을 내 다리 길이에 맞추기 귀찮아쒀..

그래서 그냥 1개를 맞춰놓고 내 자전거마냥 하루종일.......

 

(대여료+추가비용+페널티) x 자전거 3대 = 40만원.

 

 

오....자전거 한 대를 샀을 가격인데?

...

 

 

 

우리가 주의사항을 안 읽어보고 하루종일 끌고 다녔으니

Penalty를 두들겨 맞아도 할 말이 없다...ㅜ.ㅜ

여러분, 헬싱키에서 자전거 타실때는 꼭 30분마다 한번씩 거치대에 꽂았다가 다시 뽑아주세요...(ㅜ.ㅜ)

 

 

 

 

 

 

 

허망한 자전가 폭탄 요금을 맞고 아침에 K와 J에게 이실직고하고 

공항에 가려하니 날이 엄청 흐리고 곧 비가 쏟아질 것 같다. 

원래는 마지막 날 택시타고 공항에 갈 예정이었으나, 

우리는 어제 자전거 비용으로 각자 13만원씩 지출한 관계로 ^^.....

반성하며 버스를 타고 공항으로 향했다.  ㅜ.ㅜ

결국 공항버스를 타고 가는 동안 기어코 폭우가 엄청난 기세로 내렸다.

 

 

공항버스를 타고 공항에 가는데

진심으로 내가 핀란드에 있는지 캐나다에 있는지 헷갈린다.

너무나도 닮았다.

몇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길거리에 영어간판 대신 핀란드어가 있고

동양인이 거의 없는 대신 엘프같은 백인들이 돌아다니고,

핀란드 시내가 조금 더 유럽식으로 정교하고 세련되었다는 거?

특히, 에어비엔비 건물 1층을 들어가면 느껴지는 약간 따뜻한 온도와

북미에서 느끼던 특유의 향 (러그냄새 같은)이 나는 좋았다.

포근한 느낌을 떠올리게 했다.

 

 

 

 

 

 

 

 

 

비록 자전거 대여료 300유로의 폭탄을 맞긴 했지만

헬싱키 여행은 정말 만족스러웠다.

계획도, 가이드북도 없었지만.

관광지를 보아야 한다는 기대나 욕심이 없어서

마음이 편했고 (사실 볼 게 없다...)

바다와 호수와 베이를 마음껏 산책하고

여유로이 앉아 있으면서 이 자연 그대로를 즐길 수 있어서 더욱 좋았다.

아무 카페나 들어가면 맛있었던 커피와,

대형브랜드에 눌리지 않는 각각의 고유성과 개성이 있는 샵들.

 

 

 

 

 

돌아가는데 아무 느낌도 없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일상.

일상에서 느꼈던 고민은 잠시 잊어버릴 수 있었다는 거다.

 

일 생각도, 가족 문제도, 동생문제도, 연애문제도.

나이가 든다는 슬픈 생각도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뭐. 다이어트 걱정만 했네.

 

홀가분하다.

다시 고민이 시작되더라도

한결 가볍게 버텨낼 수 있을 것만 같다.

그게 이번 여행이 주는 마지막 선물인 것 같다.

 

키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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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토요일.

사실상 이 여행의 마지막 날. 내일은 떠나는 일 밖에는 없으니까.

이 도시를 다 즐긴 뒤 (정말?;) 내리는 비 덕분에 오늘은 모처럼 여유롭다.

 

K와 J는 새벽부터 헬싱키 근교의 아울렛에 간다며 가버리고 나만 홀로 숙소에 남았다.

여행할 때는 물론이거니와 사실 살면서도 별로 쇼핑을 좋아하는 성격은 아니라서

아울렛에 따라갈 마음은 눈꼽만큼도 없었지만

그래도 새벽댓바람부터 나가버리고 홀로 남겨지니 서운한건 왜일까?

 

 

 

Hietalahden tori가 보이던 우리 에어비앤비. 첫날은 휑했는데 이틀만에 사람사는 집 같이 포근해졌다. 

 

 

 

오늘은 정해진 일정도 없고 날씨도 촉촉해서 처음으로 혼자 여유를 부리다가 나왔다.

길 가다가 들어온 카페 Agata bakery & Cafe.

러시아에서는 스타벅스 아니면 커피같은 커피 마실 곳이 없었는데

헬싱키에서는 그냥 길가다 Cafe라고 쓰인 곳 아무 곳이나 들어와도 커피가 맛있다.

분위기도 좋다.  

그런데 지금 구글로 찾아보니 폐업으로 나온다.....ㅜ.ㅜ 왜?

 

 

정성스럽게 라떼아트 중인 바리스타님.

 

 

왜 유리잔에 주는지 모르겠는 따뜻한 라떼와 자그마한 시나몬 롤.

 

 

 

Agata Bakery & Cafe에서 보였던 풍경.

 

 

 

비가 내리기는 하지만 너무 세차게 내리지 않아서 공기는 상쾌하고,

도심을 살짝 빗겨난 작은 골목은 더더욱 여유롭다.

오후에는 키아즈마 미술관에 갈 예정이었는데, 그냥 또 어는 카페의 구석진 자리에 혼자 않아

카페에 흐르는 음악을 들으며 이 여유와 편안함을 즐기고 싶었다.

 

하지만, 난 계획한 것은 또 하는 사람이니까

비가 조금 멈춘 듯한 때를 틈타 키아즈마 현대미술관에 갔다.

 

 

그물망 같은 곳에서 편하게 앉고 누워 쉬는 사람들, 그리고 기타치던 아저씨

 

 

 

 

 

누움병이 있는 저도 누웠습니다. 

오늘은 사진찍어줄 사람이 없어서 셀카로..

 

 

 

 

키아즈마 미술관

 

 

 

 

블럭과 놀고 있는 천사같은 아가들. 내 아이가 아니라서 천사같아 보입니다.

 

 

 

 

키아즈마 미술관 전시홍보물 앞에서 기념사진도

 

 

 

키아즈마 현대미술관 관람을 마치고 나와서, 방금 막 헬싱키에 도착한 D오빠를 만났다.

휴가철이다보니 전 세계로 흩어진 친구들 사이에서도 이렇게 동선이 또 겹친다.

D오빠를 만나 카페를 찾아 가던 중에, 정말 아주 세찬 폭우를 만났다.

신발이 다 젖을 정도로 퍼붓는 빗 속을 걸어 허기진 D오빠의 배를 채워주고,

첫날 갔었던 Cafe Crusel에 갈까 하다가 숙소로 터덜터덜 돌아왔다.

 

 

 

 

 

저녁거리라도 살겸 건물 안으로 들어갔는데,

그 안에서 .<김치왜건>이라는 퓨전한국음식 가게가 있어서 따뜻한 쌀밥을 먹었다.

굉장히 쌩뚱맞은 곳에 한국음식점이 있네...('ㅅ')

 

 

그런데 저녁을 먹고도 6시.

날도 점차 개고 배도 꺼뜨릴겸 혼자 서쪽 해변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이제 어느정도 헬싱키의 규모와 거리가 머릿속에 다 들어와있어서

어제, 그저께 갔던 곳들이 굉장히 가깝게 느껴진다 .

 

 

 

 

 

금세 어제 저녁에 갔던 Cafe Cargo가 보이고

첫날 자전거를 타고 헤멨었던 공원(묘지)와 호수인지 바다인지 모를 산책로를 따라 즐겁게 걸었다.

걷다보면 Cafe Regatta가 나올 것 같다.

가는 김에 K에게 시나몬롤이나 사다줘야지 - 

 

 

Cafe Regatta까지 걷는 길은 평화 그 자체였다.

아는 길이라서 마음도 편하고, 

보이는 풍경도 자전거를 타고 갈 때보다 더 여유롭게 즐기며 볼 수 있었다. 

 

 

 

 

 

 

7시. 드디어 Cafe Regatta에 도착했다.

날씨는 완전히 개어서 첫날 왔던 때만큼이나 너무나도 아름다운 풍경이다.

해가 기울어서 더 아름다운 것도 같다.

시계는 7시 반을 가르키는데, 마치 오후 4시같은 빛깔이다.

어짜피 한국에 가면 이런 여유롭고 한가롭고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도, 즐길수도, 그럴 곳도, 그럴 시간도 없을 테니까.

 

 

돌아가는 길이 걱정되긴 하지만,

오길 잘 했다.

 

 

 

 

 

카페에 앉아 책을 읽던 할아버지.

나도 책이 한 권 있었다면 여유롭게 읽고 싶었는데.

 

 

K에게 줄 시나몬롤과 J와 내가 먹을 카넬리안 파이를 사서는

Cafe Regatta의 야외석에 앉아 그저께 보았던 풍경을 한참 바라보다가

아쉬운 마음을 꾹 참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주 약간 걸어올라가니 호숫가인지 바닷가인지 알 수 없지만,

물가 옆에 잔디밭과 산책로가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고 있었다.

가족들이, 연인들이 이 물가를 따라 걷고

젊은이들이 열심히 땀 흘리며 뛰어갔다.

 

 

저녁 8시. 아직도 햇살이 오후 5시쯤 같은데

조금씩 빛이 기울어지며 연두빛 잔디에 황금 빛깔이 낮게 깔린다.

 

 

 

매일 이 곳에 시나몬 번을 먹으로 오는 사람은 어떨까.

매일 이 호숫가를 따라 조깅을 하는 사람은 어떨까.

매일 가족과 아기와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하는 사람은 어떨까.

매일 이 벤치에 앉아 이 풍경을 바라보는 사람은 어떨까.

 

이 자리가 내 자리가 아닌 것을 알지만

잠시 앉아보았다.

 

이 풍경이, 이 햇살이, 이 바람이, 이 녹음이

내 마음 속에서라도 내 것이길 바라면서.

 

 

- 2016. 8. 13. Travel Note.

 

 

 

 

 

 

완전한 노을까지 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그러면 돌아가는 길이 너무 멀고 늦을 것 같아

뒤돌아보지 않고 대충 방향을 잡아가면서 에어비앤비를 향해 걸어갔다.

걷다보니 주택가 근처의 공원을 가로지르게 되었는데,

토요일 저녁 가족들끼리 노는 모습이 진심으로 행복해보였다.

 

나도 이런 곳에서 살면 행복할 수 있을까?

 

상상이 되지 않는다.

그저 처음부터 이런 환경에서 태어나 자라는 아이들이 부러울 뿐.

나는 이제 다 커버린지 오래다.

 

 

3일을 지도만 보면서 열심히 걸어다녔더니,

이제는 지도가 없어도 방향감각만으로도 길을 찾아다닐 수 있게 되었다.

지도가 너덜너덜 해졌지만,

나는 구글맵보다 이 종이지도가 더 좋다.

더 불편하고 헤메기도 하지만

구석구석 걷고 방향을 생각하면

점점 그 도시가 머리와 다리에 각인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숙소에 도착했고, 창 밖에 달이 떴다.

이제 반달보다 조금 더 찬 달이다.

집에 갈 시간이 되었다.

 

 

내일 아침 출발해야하니 서둘러 짐을 챙겼다.

그동안 핸드폰에 꽂아두었던 러시아 유심칩을 빼고, 한국 유심칩을 꽂았다.

한국번호로 전송되었던 문자가 몇 개 있어 눌러보았다.

그런데 뭔가 이상한 문자가 보인다.

숫자 0이 쫌 많네? 

 

 

 

[ 해외승인 EUR  300.00, HSL ] 

 

 

 

300...?

 

300...유로?

 

3..300 유우우우로오오오?

 

 

3일 동안 이런 30유로 짜리조차도 쓴게 없는데!!!

내 신용카드 해킹당한거야?

이거 뭐야?!!!!!

 

 

 

 

 오늘 일정 정리 : Agata bakery → 키아즈마 현대미술관 → D오빠 데리고 헬싱키 대성당 잠깐 → 숙소 → Cafe Regat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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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낮.

날씨는 화창하고 어제보다 바람이 덜 불어서 한결 날씨가 좋게 느껴진다.

거리에는 생동감이 넘친다.

중앙역과 스토크만 백화점 사이는 관광객들과 (아마도) 헬싱키 시민들로 혼잡하긴 하지만

러시아에서처럼 불쾌하게 붐비는 정도는 아니다.

 

K와 J를 키아즈만 미술관으로 보내고

나는 너덜너덜한 헬싱키 종이지도를 보고서

마음이 닿는 곳을 정했다.

바로 중앙역 뒷편에 있는 Töölönlahti (퇼른라흐티) 만(Bay)의 커다란 호수.

블로그에서도 딱히 소개된 걸 본적이 없었지만

이 햇살 좋은 오후를 보내기엔 적당한 곳일것만 같아서.

 

 

 

 

 

Töölönlahti (퇼른라흐티) 호수를 찾아 가는 길은 넓은 잔디밭을 가로질러야 하는데

중앙역 바로 앞이 그렇게 혼잡했던 것과 딴판으로

그 바로 뒷편의 세상은 마치 어느 대학교 캠퍼스에 흘러들어온 듯이 한적하고 평화로웠다.

들판을 쭉쭉쭉 가로질러 어느새 호숫가에 닿았다.

 

 

 

 

 

 

Töölönlahti (퇼른라흐티) 호수가의 하얀 자작나무.

 

 

 

 

호숫가에 둘러앉아 도란도란 이야기 꽃을 피우는 핀란드 학생들

 

 

 

 

 

호숫가를 따라 울창한 가로수가 서있는 산책로를

나는 시계방향으로 걷기 시작했다.

걷다보니 카약을 빌려주는 작은 상점도 있었고

호수가를 바라보며 따뜻하게 커피 한잔 즐기는 여유로운 헬싱키 시민들의 모습도 보였다.

그리고 이 길을 유유자적 걷고 있는 나 말고,

이 산책기에 있는 사람들은 대다수가 트레이닝 복을 입고 뜀박질을 하는 헬싱키 시민들 뿐.

 

일단 이 벌건 대낮에 청년들이 일은 안하고 어떻게 운동을 할 수 있는 걸까?...

하는 의아함은 둘째치고

너도 나도 할 것없이 다들 열심히 뛰는 모습은

또(!) 밴쿠버를 떠오르게 했다.

밴쿠버에서도 정말 남녀노소할 것없이 동네방네 조깅하며 뛰어다니는 시민들을 볼 수 있는데

조깅을 밥먹듯 하는 장면은 밴쿠버에서 처음 봤기 때문에 강렬한 인상으로 남았달까?

그런데 여기 헬싱키도 만만치가 않네.  :P

 

(헬싱키와 밴쿠버 자체 배틀 중)

 

 

 

 

 

이런저런 생각들을 하며 호수가를 따라 크게 반바퀴 정도 돌았다.

지도상에는 그래도 꽤 커보이는데,

헬싱키라는 도시 자체가 워낙 작기 때문에

지도상에 커보이는 호수조차도 막상 걷다보니 그리 큰 것도 아니었다.

 

 

 

 

 

 

우연히 만난,

헬싱키에서 마주한 최고의 순간.

수풀과 나무잎 사이 너머로 햇살이 눈부시게 반짝이는 호수의 표면과

그 속에서 편안히 휴식하는 이.

 

 

고요한 가운데 편안한 휴식을 생각하면 난 이 장면이 떠오를 것만 같다.

휴양지 같은 해변에서 드러누워 휴식하는 그런 장면 말고.

정말 내가 상상하고 꿈꾸는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그런 휴식.

 

 

분명 같은 장소, 같은 시간 속에 있는데도 

나는 내 눈앞에 펼쳐진 장면이

마치 비현실적인 것도 같다는 생각과 함께

토끼굴 너머의 다른 세상을 엿보는 것만 같은

몽환적인 느낌마저도 들었다.  

 

 

 

 

호숫가의 카페에 앉아 도란 도란 담소를 나누는 연인.

 

 

나는 크게 호숫가를 둘러 인적이 드문 한 벤치에 앉았다.

머리가 아파 조금 쉬고 싶기도 했고,

이 햇살이, 이 바람이 잠시 쉬어도 된다 하는 것 같아서.

그러다 나는 (누움 병이 도져서) 벤치에 누워버렸다.

 

 

 

 

 

 

하늘 투명하리만큼 맑고 깨끗하다.
구름 한 점 없다.
하늘은 원래 이런 빛깔이었구나.
마치 하늘을 처음본 것처럼 감탄하며 비라본다.
자작나무의 동전잎같은 나뭇잎들이 바람결에 차르라니 흔들린다.
바람이 차다. 그런데 나의 청바지에 닿는 햇살이 따사롭다.
패딩잠바를 베개삼아 벤치에 누웠다.
타닥타닥 이 호숫가를 따라 조깅하는 사람들의 발딛음 소리와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들의 찬란한 소리가 또렷하게 들려온다.


앓던 병마저 나을 것 같이 깨끗하고 맑은 자연인데 나는 이유없이 머리가 아프다.

헛웃음이 나온다.
맑은 공기와 호수와 바다와 나무와 잔디와 질서와 친절.
사람이 살기 좋은 곳은 다 이유가 있다.

 

 


2016. 08. 12.
Helsinki, Finland


 

 

셀카도...('ㅅ')a

 

 

 

 

 

너무 닳아서 너덜너덜할 때까지 가지고 다녔던

관광안내소에서 받아온 헬싱키 관광지도.

한국어로 된 관광지도여서 편하게 들고 보고 다녔다.

 

종이지도를 마르고 닳도록 보고다닌 덕분에 중요한 길 이름들과 방향을 다 외우게 되어서

나중에는 지도 없이도 마치 헬싱키 시민처럼 쭉쭉쭉 걸어다녔다는!

 

 

 

 

 

잔디밭에서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

어떻게 하면 이런 여유를 즐기며 살 수 있는걸까?

 

 

 

 

키아즈마에서 나온 K와 J를 만나 우리는 저녁식사를 하러

헬싱키의 남쪽 해안가를 향해 걸어가긴 시작했다.

시간은 이제 막 6시를 가리키고 있었는데

길거리의 상점들은 이미 문을 닫고 내부는 텅 비어있어서

조금 무섭기까지 했다.

이 밝은 대낮에 문 닫은 상점들이라니.

약간은 유령도시를 걷는 듯한 오싹한 기분.

 

 

 

저녁을 먹은 곳은 Cargo Coffee + Vegeterian food.

헬싱키의 남서쪽 항구 근처에 있는 컨테이너처럼 생긴 카페인데 베지테리언 식사도 가능하다.

(한참 다이어트에 꽂혀서 베지테리언 음식도 잘 먹었던 때...........)

그리고 컨테이너 위는 루프탑구조여서 날씨가 좋으면 야외에서 식사를 즐길 수도 있다는 거!

하지만 우리는 조금 쌀쌀한 것 같아서 실내에서 식사를 마쳤다.

 

 

 

 

Cargo라는 이름이 잘 어울리는 외관

 

 

 

하늘을 뒤덮은 양떼구름, 참 이쁘다.

 

 

 

 

물론 헬싱키는 정말 준비없이 오기도 했지만,

그래도 나름 블로그들을 뒤적뒤적하면서 맛집도 찾아보고 했는데

그 어디에도 퇼른라흐티 호수를 소개하는 글은 보지 못했었다.

 

그저 헬싱키 지도를 펴놓고

이 햇살과 바람이 좋은 날

어디를 가보면 좋을까 생각해보다가

마음이 가는대로 따라간 곳인데

헬싱키에서 만난 순간 중에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었던 것 같다.

 

구경하는 곳이 아닌, 상품을 사고 파는 곳이 아닌

헬싱키 시민들의 여유와 쉼과 땀이 뒤섞여 있는 곳.

난 그게 너무 좋았다.

이방인이지만 그들의 삶 속에 잠시 초대받은 느낌.

 

헬싱키에 하루이틀 조금 여유롭게 머무를 시간이 된다면

나는 헬싱키 대성당 같은 곳 보다 (성당에 안간 1인 ;ㅅ;)

가이드북이나 관광지도에는 안내되지 않은 헬싱키 곳곳을 다녀보라고

워낙 작은 도시이니 자전거를 타도 좋고 걸어도 좋고

그렇게 한 걸음 한 걸음씩 느껴보시라고

추천하고 싶다.

 

 

 

오후 일정 정리 : 퇼른라흐티 호수 산책 → 카고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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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plan! 헬싱키에서의 두 번째 아침. 휘바휘바!

에어비엔비의 창문 밖 하늘이 맑고 깨끗하다. :)

 

 

 

 

 

창밖을 내다보니 숙소 앞 히에타라하티 마켓에서 또 사람들이 주섬주섬 물건을 꺼내놓고 있네.

오늘은 일단 어제 저녁에 갔다가 문이 다 닫아서 구경하지 못했던 디자인샵들을 구경하기로 !

 

다들 준비를 하고 나가려는데 J가 약간 뾰로통한 얼굴로 나와 K에게 물었다.

"오늘 우리 자전거 안타?"

 

어제 다들 자전거에 너무 만족한 나머지

내일도 타자는 (공허한) 감탄사를 내뱉었는데

그 말을 철썩 믿은 J가 자전거를 탈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어제 카페 레가타처럼 시내 외곽의 먼 곳에 갈 때는 자전거가 편하기도 하지만

사실 도심의 골목골목을 돌아다니며 아이쇼핑을 할 때는

매번 자전거를 묶어둘 곳을 찾아야 하고

또 반드시 자전거를 세워둔 곳으로 되돌아와야 하는 불편함이 있어서

도심 속을 쏘다닐 예정인 오늘은 자전거를 타는게 썩 좋은 선택은 아니라는 판단하에

K와 나는 자전거보다는 걷는게 나을 것 같다고 J를 달랬고

J는 언짢고 아쉬워했지만 오늘은 걸어서 가기로 했다.

 

하....

 

나의 선견지명(?)

눈치없이 오늘도 어제처럼 그렇게 하루종일 자전거를 타고 다녔으면

내 통장은 텅장.....

 

 

 

 



디자인 지구로 가기 전에, 생긴지 100년이 넘었다는 카페 Kanniston Leipomo (깐니스톤 레이뽀모) 에 들렀다.

1914년에 첫 가게가 생겼는데 100년이 지난 지금은 헬싱키에 5개 지점이 있다.

여기 깐니스톤 레이뽀모 역시 시나몬 롤이 가장 유명하다고. 


화이트와 파스텔 핑크톤의 아기자기한 카페의 통유리로 아침 햇살이 가득 비쳤다. 

완전 여심저격 모던하고도 따뜻한 느낌의 인테리어!

100년전 처음 생긴 가게는 어디에 있을까?  






맛있게 진열되어 있는 빵과 파이들.

방앗간을 지나칠 수 없는 참새짹짹이도 빵 하나와 카페라떼를 사들고 나왔습니다. ♬ 눈누난나 =) 

핀란드에 1인당 커피 소비량 1위라더니, 어떤 카페에 들어가도 커피 맛은 걱정이 없네...

하루에 커피를 한 잔 밖에 마실 수 없어서 안타까울 뿐...( ;ㅅ; )







분홍색 컵홀더도 너무 이쁘다. 그런데 너무 반짝반짝 눈이 부셔~ 

청량한 하늘 아래 아침 햇살이 눈부시게 내리쬐고

그 햇살아래 반짝이는 작은 공원을 지나, 

아담한 4~5층 높이의 건물들이 늘어선 골목 사이를 걸어 디자인 지구로 내려갑니다. 






디자인 지구에 들어서서 몇 군데 가구가게도 들어가보고 다이소같은 샵도 기웃거려보고

그 다음에 갔던 곳은 어제부터 눈여겨 보았던 페이퍼샵! Paper Shop.

일단 아기자기한 분위기의 인테리어가 눈길을 잡아 당긴다.

거부할 수가 없다. 나도 모르게 문을 열고 들어감...






유리창부터 너무 이쁘다 ♡


 



 

주인의 작업실 공간

 




여기 페이퍼샵에는 북유럽 느낌이 물씬 나는 디자인의 편지지, 엽서, 노트, 카드, 포장지, 액자, 달력 등등 

각종 페이퍼 관련된 아기자기한 물건들을 팔고 있다. 

일단 디자인들이 다 산뜻하고 세련되어서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움! ♡.♡

나는 헬싱키에서 만들어진 (← 중요하다. 사놓고 보면 made in China일 때가 있음) 엽서 2개와

애정하는 옆팀 부장님의 딸에게 선물할 어린이 색칠공부 책을 샀다. 

그리고 K는......정말 사고 싶은데 이 나이에 이런걸 사도 되는걸까 한참을 고민하더니, 

종이접기 시리즈를 샀다. 

(그리고 한국에 돌아가서 남은 방학동안 열심히 접어서 인증샷을 보내주었다.

결론 : 아주 잘샀다)



여튼, 그냥 구경만 해도 눈이 너무 즐겁고,

선물이나 셀프 기념품, 아니면 일상생활에서 쓸만한 문구용품을 사기에도 너무 너무 괜찮은 Paper Shop!

 

 



페이퍼샵 밖으로 보라색 전차가 지나가는데, 이 모든 순간이 다 아름다워 보이네.

 


 

 

 

다운타운으로 걸어가는 길, 초록초록한 잔디밭에 분홍색 이동카페, 그리고 해먹까지 - 너무나 평화로운 모습

 

 

 

 

전차와 자동차가 함께 다니는 헬싱키 도심 풍경

 

 

 

 

점심은 (나답지 않게) 무한리필 되는 곤니찌와 초밥집.

 

 

 

 

중앙역 근처에 있는 우체국을 발견!

아까 Paper Shop에서 산 카드에 편지를 썼다.

하나는 친구에게 (그러나 누구에게 썼는지 기억나지 않음...-.-)

하나는 4일뒤면 서울의 사무실에 갇혀 일하며 다음 여행을 꿈꾸고 있을 나에게....☆★☆

 

원래 여행다니면서 그 도시에서 산 카드에 편지를 써서 한국의 친구들에게 보내주곤 했는데

선물하는 작은 기쁨은 둘째치고, 그렇게 보내고 나면 나한테는 그 나라 우체국의 소인이 찍힌 편지는 없는지라

2014년부터는 나 스스로에게도 하나씩 써서 보내기 시작했다.

 

여행에서 돌아와 일상에 다시 적응하고 지쳐갈때쯤,

저 먼나라에서 써서 붙인 나의 편지가 사무실로 도착할 때-

마치 뜻밖의 선물을 받은 것처럼 행복해진다. :)

 

그런데 함께 편지를 썼던 K는,

주소에 South Korea라고 쓰지 않고 한국어로 "대한민국"이라고 썼다고 한다....OTL

과연 K는 헬싱키에서 보낸 편지를 받았을까.....

 

 

 

 

그저께 저녁, 헬싱키에 처음 발을 내딛었던 헬싱키 중앙역.

1919년에 완공된 이 중앙역은 아르누보와 엠파이어 양식을 접혹한 독특한 디자인으로

헬싱키의 랜드마크이기도 하다.

영국 잡지 <모노클>에서 핀란드 최고의 건축물로 선정했다던데  

(내 눈엔) 북유럽답지 않게(?) 초큼 - 아주 초큼 투박해보여. 쩜쩜쩜..(나만 그래?)

 

 

 

 

첫날 오후에 도착했을 땐, 자유로운 영혼들이 역 근처에서 머무시는 것 같은 느낌에

조금은 경계도 되었지만, 낮에 와보니 떠나고 도착하는 수많은 사람들로 훨씬 활기찬 풍경.

 

 

 

 

지구본을 들고 있는 4명의 거인조각상을 따라해봅니다. (내 손에 조각상이 없는게 함정)

이렇게 걸어걸어 숙소에서 디자인지구를 거쳐 캄피 교회를 지나 곤니찌와 초밥집에서 점심을 먹고

헬싱키의 중심 중앙역까지 왔습니다. 

이제 남은 오후에는 무얼 하면 좋을까요 -

저는 정말 헬싱키 대성당 같은 관광지는 갈 생각이 없는 걸까요 :)

 

 

 

오전 일정 정리 : 칸니스톤 레이뽀모 → 디자인지구 (Paper Shop) → 곤니찌와 초밥집 → 헬싱키 중앙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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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싱키의 동쪽 끝 에스플라나디 공원에서 다시 우리의 안장맞춤 자전거 City Bike를 타고서

헬싱키의 도심을 가로질러 서쪽의 푸르른 공원지대에 접어들었다. 

아까도 말했지만, 헬싱키 정말 작구나!

 

 

 

 

헬싱키의 서쪽 해변가를 따라 달리는 기분.

아마도 지도상으로는 바다인 것 같은데 울퉁불퉁한 지형 때문에 작은 호수 같아 보이기도 한다.

어쩌면 호수가 맞을지도 몰라.

 

한적한 해변가를 따라 헬싱키 사람들은 가볍게 산책하거나 조깅을 하고

우리는 가벼운 마음으로 해변가를 따라 계속 페달을 밟아 북쪽으로 북쪽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만난 빨간 카페 Regatta!

 

 

 

파란 하늘 아래 빨간 칠이 인상적인 카페 Regatta

 

 

건물은 굉장히 작아보이지만 (작다!) 실외에 넓은 파티오석이 마련되어 있어서 앉을 곳은 넉넉하다!

 

 

파티오 석에서 바라본 뷰! 아름다운 뷰!

 

 

이렇게 예쁘게 꽃으로 단장된 화단과 테이블이 많이 준비되어 있다.

 

 

하늘과 바다와 꽃과 햇살과 그리고 코코아 ♡

 

 

 

 

사실 카페 Regatta가 유명한 이유는 이 아름다운 경관과 아기자기한 카페 건물의 풍경보다도 이 곳에서 파는 시나몬 롤 때문이다.

시나몬 롤 말고도 여러가지 빵을 파는데, 이 시나몬 롤이 유명해서 다들 작은 건물 안에 길게 줄을 서 있었다.

커피를 비롯한 여러가지 음료도 같이 파는데 사실 음료 퀄리티는 다른 헬싱키에서 마셔본 다른 커피들에 비해 별로...(...a)

 

 

 

 

 

두둥! Regatta에서 파는 시나몬 롤 등장!!!!.

겉은 상당히 바삭하게 구워져 나오는데 겹겹이 시나몬이 발라져 있는데도 불구하고 꽤 담백한 편이다.

그리고 찐득한 아이싱대신 견과류가 오도독 오오독 뿌려져서 바삭한 씹는 감도 있다.

전체적으로 시나몬 롤이 담백한 느낌 :D

사실 시나몬 롤이라고 해서 캐나다에서 먹던 아이싱이 뚝뚝 흘러내리는 쫀득한 시나몬 롤을 생각했는데 (칼로리 폭탄)

핀란드의 시나몬 롤은 시나몬을 둘렀지만 훨씬 고소하고 담백했다.

한 개 먹어도 죄책감 느끼지 않아도 될 정도.

(사진 보니까 먹고 싶다..................)

 

그러나 내게는 아이상 처발처발하고 꾸덕꾸덕한 북미식 시나몬 롤이 너무 충격적인 첫인상을 남겨서인지

이거 하나 먹으러 찾아오기에는 조금 밋밋하다는 느낌이...

 

 

 

 

 

 

바닷가인지 호숫가인지 알 수 없지만 바람이 많이 불어서 체감 기온은 꽤 춥다.

그래서인지 여름인데도 빨간 담요가 준비되어 있던 카페 Regatta.

나같은 한국인까지 찾아오니, 당연히 외국인들에게도 굉장히 인기있는 카페인 듯 관광객들이 굉장히 많았다.

우리는 그렇게 잠시 잔잔한 바다(혹은 호수)를 보면서 시나몬 롤을 먹으면서 오후의 여유를 만끽했다. :D

그런데 개인적으로 솔직히 말하는 건데 나는 아침에 갔던 카페 Carusel이 더 좋았던 것 같다.

여기 Cafe Regatta도 나쁘지 않았지만, 굳이 비교를 하자면 약간.

 

......서울에서 두물머리에 놀러 나온 느낌?.........

...나.....는 이쁘장한 것도 좋지만 모던한게 더 좋아.........흠흠

결국 카페도 시나몬롤도 풍경도 그냥 그렇다는 결론이 되었네...(...)

 

 

 

파란 하늘에 펄럭이는 헬싱키 국기

 

 

 

우리는 다시 자전거를 타고 헬싱키 도심을 가로질러 디자인샵 거리에 도착했다.

나는 여행할 때 되도록이면 구글맵보다 종이 지도를 보고 그 도시의 구조나 도로 이름을 머릿 속에 넣어두는데

종이 지도를 들고 길목 마다 두리번 거리니까 (넘나 관광객인 것..) 

친절한 헬싱키 시민들이 먼저 다가와 길을 가르쳐주기도 했다.

친절도 하여라 ♡

 

그런데 아뿔싸....

 

시간이 6시 조금 넘었고 밝기로만 본다면 아직 해가 중천인데

북유럽 복지국가의 가게들은 이미 다 닫았구요...ㅜㅠ....

여기도 저녁에 할 게 없는 동네구요....................

 

여행하실 분들은 꼭 영업시간을 미리 잘 확인해보시길 바랄게요.

그래서 우리는 내일 다시 날 밝으면 다시 와서 구경을 하기로!

 

 

 

 

 

 

 

상점들은 이미 다 닫았지만 굶고 살 수는 없는 법!

우리의 저녁식사는 바로 헬싱키의 핫플레이스,  마스터쉐프 핀란드 우승자가 운영하는 NAUGHTY BRGR (너티버거)!

그래, 오늘 저녁은 너로 정했다!

마침 우리 숙소에서 겨우 두블럭 떨어진 곳이라 오가면서 몇 번 보았는데

핫 플레이스 답게 앉을 자리가 없을 만큼 사람들이 빡빡하게 앉아있었다.

인테리어는 캄캄해서 약간 Pub같은 분위기!

 

 

 

 

 

 

가게 닫고 너네들 다 여기 와서 앉아있구나.

다행히 우리도 가게 안쪽에 자리를 잡았다.

사실 이때부터는 일기를 안써서.....정확히 뭘 먹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

사진을 보니 (당연히) 햄버거를 먹었군요?

 

 

 

 

버거 종류로는 가장 기본인 너티버거(Naughty), 베이컨 버거, 머쉬룸버거, 뉴욕치즈 버거 등등이 있는데

난 시그니처 메뉴인 너티버거를 먹었(....을 것이)..다..99%의 확신으로.

사실 지금은 내가 뭘 먹었는지도 기억이 안나는데, 맛이 기억이 날리가 없...

하지만 맛있었던 건 분명하다.

다음날 헬싱키에 도착하는 지인오빠에게 강력추천해줬었기 때문...(..)

 

 

그렇게 우리는 하루종일 우리의 맞춤안장 자전거를 끌고서 온 헬싱키를 다 쏘다니고서

이틀뒤 어떤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는 채로, 너무나 만족스럽고 행복한 하루였다고 자화자찬하며

밤 10시가 되어서야 자전거를 반납하고 숙소로 돌아왔다.

 

 

어제만해도, 온통 하얗게 칠해진 숙소가 휑하고 을씨년스러워보였는데

이렇게 세명이서 하룻밤 자고 나갔다 왔더니, 어느 새 사람사는 집인것처럼 포근한 느낌마저 들었다.

원래 아무 계획이 없었다지만,

사실은 헬싱키에서 배 타고 바다 건너 에스토니아 '탈린'도 가려고 했고,

'탈린'까지는 아니지만 섬에 지어져있다는 요새, '수오멘린나'에도 가보려고 했지만

우리는 그 모든 '하기로 한 계획'을 접었다.

헬싱키에서의 우리 계획은 하기로 한 것대신 그냥 내키는 대로 하며 보내는 거야!

 

 

자, 이제 내일은 뭘 할까?

난 또 카페 카루셀에 가서 앉아있을 것인가?!

우리는 또 자전거를 탈 것인가!

 

 

 

오후 일정 정리 : 도심을 가로질러 Cafe Regatta → Naughty BRG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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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지난 주에 약 10주간 준비했던 시험이 끝났습니다. (야호)

낮에는 일하랴, 저녁에는 공부하랴, 주말에는 학원다니랴...(..)

도저히 여행기를 쓸 시간이 없었는데 이제 틈틈이 남은 핀란드 여행기를 써야지요.

핀란드 여행부터는 귀찮았는지 피곤했는지 일기가 없...어서 10개월 전의 기억에 의존하면서 쓰게 생겼네요.

그나저나 비행기와 숙소까지 다 결제해놓은 여름 휴가가 굉장히 불확실해지고 있어서 마음이 굉장히 불안합니다.

제발 무사히 여름휴가까지 잘 다녀와서 계속 여행기를 쓸 수 있기를!

 

 

 

 

어제 오후 (.............무려 10개월 전 이야기를 '어제'라고 쓰니까 엄청 어색하네.....-_-)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헬싱키까지 고속열차(알레그로)를 타고서 핀란드 헬싱키에 도착했다.  

고속열차로 고작 3시간 30분 거리.

상트페테르부르크와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헬싱키 중앙역에 내리자마자 청량하다 못해 차가운 공기가 여긴 또 다른 세상임을 온 몸으로 깨닫게 해주었다.

 

 

중앙역에서부터 예약해둔 에어비앤비까지 멀지 않은 거리라 택시를 타려고 했는데

중앙역 앞에서 대기 중엔 택시가 모두 검은색 벤츠다...

대박 벤츠택시...

간지난다....

그런데 왠지 탈 엄두가 나지 않아...

우리나라 모범택시일것만 같아....

게다가 여긴 북유럽이야...5분가는데 요금이 5만원일 수도 있는 나라야...

(그러나 후에 우리는 택시가 아니라 엄한데서 어마어마한 물가(?)를 실감했다.)

 

 

결국 쫄보 셋은 벤츠택시에 지레 겁먹고 에어비앤비까지 걸어가고야 말았다.

그렇게 도착한 날은 일단 짐을 풀고 쉬면서 3일간 헬싱키에서 무얼 할지 고민하다 

아무 대책없이 잠이 들었다.

 

 

러시아 여행은 준비를 꽤 했는데 헬싱키는 가이드북 1개도 읽어보지 않았다.

말그대로 무계획, 무정보, 무대뽀로 도착한 헬싱키.

3일 동안 이 곳에서 무얼하게 될지 새삼 (이미 알고있지만) 궁금해지네.. 

 

 

 

 

 

 

모두들, 굿모닝! Hyvää huomenta!

라고 쓰고 뭐라고 읽는지는 모르겠으나 구글에 돌려보니 알려줍니다. 히바아~후아멘다~

이게 바로 혹시 휘바휘바?

 

 

삼無 (무계획, 무정보, 무대뽀) 정신의 헬싱키 여행은 숙소 바로 앞에 있는 히에타라하티 마켓 (Hietalahden tori)에서부터 시작했다.

히에타라하티 마켓(Hietalahden tori)은 헬싱키에서 열리는 유명한 벼룩시장 중에 하나인데

정작 우리는 아무 정보가 없어서 우리 숙소 앞이 바로 히에타라하티 마켓인지도 몰랐다는 거!

다만, 아침에 창문을 열어 보니 이른 아침부터 주차장에 사람들이 주섬주섬 물건을 꺼내놓고 있어서 장이 서는 정도를 눈치챘을 뿐. (ㅜ.ㅠ)

게다가 우리도 너무 일찍 나오는 바람에 아직 물건을 꺼내놓은 상인도 몇 없어서 무얼 구경할 수도 없었다.

 

 

 

 

 

오, 그런데 바로 히에타라하티 마켓 옆에 눈에 확 띄는 노란색 자전거들이 줄지어 서있었다!

 

나와 K가 샌디에이고에서 만끽했던 자전거!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는 자전거 대여소도, 자전거 타는 문화도 아니어서 차마 즐기지 못했던 그 자전거!

바로 헬싱키의 따릉이 같은 공용자전거, City Bike 였다!

역시 자전거의 천국 헬싱키.

(그러나 나는 자전거의 천국이 나를 지옥으로 끌고갔다....)

 

헬싱키의 City Bike는 신용카드와 인터넷만 되면 외국인도 손쉽게 이용할 수가 있다.

검색해보니 Daily pass가 24h 5유로였다.

5유로? 헬싱키 대중교통 1day pass보다 싸잖아?

값도 싸고 자전거도 타고 이렇게 좋을 수가!

신난 우리는 Daily pass를 3개 결제했고, 각자 마음에 드는 노란색 자전거를 하나씩 골라들었다.

북유럽아이들의 평균신장 때문에 자전거 안장이 허리춤을 넘는게 다반사라 깔깔거리며

우리에게 닥쳐올 카드값은 꿈에라도 생각지 못한 채

기쁜 마음으로 자전거를 타고 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우리는 조금 더 꼼꼼하게 규정을 읽어봤어야 했다.

서울시 따릉이도 1시간에 1천원이지만 30분마다 1천원씩 추가되는데

이 살인적인 물가의 북유럽에서 자전거 1대를 하루종일 5유로씩만 받고 빌려줄 리가 없잖아?

자세한 이야기는 지옥이 펼쳐질 때.... 

 

 

 

 

 

정말 헬싱키는 자전거의 천국이었다.

날씨는 화창했고 공기도 쾌청했다.

콧노래가 절로 났다.

우리는 항구를 끼고 남쪽으로 달려서 요트 정박지에 도착했다.

 

자전거가 타고다닐 땐 좋은데 사실 실내에 들어가 있으려면 주차시켜놓는게 조금 번거롭다.

근처에서 City Bike 정류장을 찾아서 반납하고 나중에 다시 대여할 수 있었지만

우리는 굳이 그러지 않았다.

그 이유는 여기 북유럽 애들이 맞춰놓은 안장 높이가 어마어마하게 높아서....(-.-)a

주차할 때마다 반납하고 다른 자전거로 바꿔서 타면 매번 안장을 낮추기가 귀찮을까봐

우리는 우리의 아담한(?) 키에 맞춰진 우리 자전거를 사수하기로 했다.

우리의 키가 아담했던 것이 이 모든 지옥의 시작이었달까.....

 

우리는 헬싱키 시민들의 대쪽같은 양심(?)을 믿고

자전거를 어디 한 구석에 묶어놓고서는

근처 카페로 들어갔다. 카페 이름은 카페 카루셀 (Cafe Carusel)

 

 

 

 

나는 라떼를 주문했다.

헬싱키의 물가를 처음 맞닥뜨리는 것이었는데

에, 생각보다 커피가격이 우리나라 커피가격이랑 비슷해서 안심이 되었다.

커피 한잔에 막 1만원, 2만원 할 줄 알았는데 한 5~6천원 정도?

 

 

라떼를 들고서 창가에 앉았다.

한 모금. 라떼를 마셨다.

아이씨. 천국이 따로 없다.

 

 

 

" 라떼의 첫 맛은 조금 쌉싸름하지만 따뜻한 스팀밀크에 섞여들어간 커피맛이 깊고 풍부하다.
한국을 떠나고 열흘만에 느껴보는 깊은 커피맛이다.

지금 내가 앉은 자리에서 보이는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서 조금은 슬픈 마음까지도 든다.
청량한 공기, 쾌청한 하늘, 파란 바다와 녹음짙은 나무와 잔디밭.
이런 풍경은 세상에 밴쿠버뿐인줄로만 알았는데 그 세상 반대편에 이런 곳이 또 있다.

이 곳도 너무 맑고 깨끗하고 아름답다.
사람의 마음을 한 순간에 사로잡아버린다.
오래도록 이 자리를 떠나고 싶지 않을만큼. "

2016. 08. 11.
Helsinki, Finland

Travel note

 

 

 

 

창 밖의 풍경이 너무나도 아름다워서 도저히 실내에만 있을 수가 없었다.

우리는 야외에 마련된 테이블에 앉았다.

아, 정말 이리보아도 아름답고 저리 보아도 아름답다.

어느 쪽을 바라보고 앉아도 아름답다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그런데 여기 이렇게 앉아서 황홀해하는 사람은 나와 K와 J밖에 없다.

느긋하게 아침식사를 하는 여기 사람들은 이 풍경이 너무나 당연한가보다.

 

 

날씨가 허락한다면 3일 내내 여기만 와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니, 이렇게 맑고 깨끗하고 아름다운데 커피까지 맛있는 곳이라면

여기에서 한달 정도 머무르면서 이 청정한 자연과 아담한 도시와 맛있는 커피를

내 삶의 일부처럼 즐기고 싶다는 생각이 마구마구 솟구친다.

 

 

러시아도 좋았지만, 여기 헬싱키는 환호성을 지를만큼 좋다.

러시아는 여행하기에 좋은 곳이라면, 헬싱키는 살기에 좋은 곳 같다. (살아보지 않았지만)

 

 

 

 

 

마음같아서는 천년만년 여기 바다풍경을 보고 싶었지만

아무 계획 없이 자전거를 타는 것이 우리 계획이기에

일단은 자리를 털고 다시 자전거를 끌고 해안가를 따라 올라가기 시작했다.

 

 

 

 

 

자전거 타면서 한 손으로 찍은 사진 후훗.

보다시피 자전거 도로가 아주 잘 되어 있다.

 

그런데 자전거로 달리면서 깨달은 건데 -

여기 헬싱키 진짜 작다?........

솔직히 자전거만 있으면 대중교통 탈 필요도 없을 정도고,

어디 멀리 안다니고 골목골목 탐험할 생각이면 맘만 먹으면 걸어서도 다 다닐 수 있어....(내가 그랬음)

 

어쨌든, 달리다보니 15분도 채 되지 않아서

우리는 가장 유명한 마켓광장 (market Square), 카우파토리(kauppatori)에 도착했다.

일단 또 근처철망에 아담한 높이의 안장이 장착된 자전거를 잘 세워두고 카우파토리를 둘러봅시다.

 

헬싱키의 카우파토리는 배에서 가져온 갓 잡은 생선이나 주변에서 재배한 신선한 농산물이 주로 거래되며,

모여드는 관광객들을 위한 다양한 기념품과 먹거리도 함께 판매된다.

시장은 매일 오전 6시반부터 오후 2시까지 열리며, 5월~9월 사이의 여름철에는 야시장이 열린다. (네이버 지식백과)

 

 

 

핀란드의 상징물인 '발트해의 아가씨'라고 불리는 조각상과 분수대.

 

 

 

아침에 만난 히에타라하티 마켓보다 훨씬 더 규모가 크고 관광명소의 느낌이 강한 카우파토리.

야채, 과일 뿐만 아니라 각종 핀란드 기념품, 수공예품도 팔고 시장답게 맛있는 길거리 음식도 다양하게 팔고 있다.

 

 

 

 

이렇게 거대한 연어를 즉석에서 지글지글 굽고 있다!

밖에서 사먹어도 되지만 우리는 옆에 있는 마켓홀 건물로 들어갔다.

 

 

 

 

마켓홀 안의 아기자기한 상점들.

바깥에서는 팔지 않는 식료품들, 빵이나 햄, 치즈 같은 식재료를 다양하게 팔고 있었다.

우리는 돌아다니다가 싱싱한 연어가 올려진 샌드위치에 끌려 마켓홀 가운데의 가게로 들어갔다.

 

 

 

 

 

역시 북유럽이야.

연어의 살결이 쫄깃쫄깃해....

나 같은 연어덕후는 어떡하라구....

(10개월 전엔 갸름했군..............내일부터 다이어트...)

 

마켓홀에서 배를 채우고 나오니 바로 옆에 에스플라나디(Esplanadi) 공원이 있었다.

화창한 날씨 아래 다소 북적이는 관광객들.

나는 근처 가게에 아이쇼핑을 간 K와 J를 기다리며 에스플라나디 공원을 가볍게 걸었다.

공원 한 켠의 레스토랑 테라스에서는 사람들이 음식을 기다리며 햇살을 즐기고,

반대편에는 밴드가 공연 준비에 한창이다.

아침의 평화로웠던 카루셀도 좋았지만

낮이 되니 활발한 에스플라나디의 분위기도 좋은걸? :)

 

 

 

 

에스플라나디 공원 한 켠의 여유로운 테라스

 

 

 

으앙 저 노란 자동차 너무 귀여워.....

 

 

 

 

공연을 준비중이던 한 밴드.

아무리 기다려도 공연시작이 아니었는지 계속 튜닝만 해서 끝내 노래 한 곡 듣지 못하고 자리를 일어나야 했다.

 

 

자, 이제 또 아무 계획이 없이 자전거를 타는 오늘의 계획을 따라

또 다음 장소로 움직여 보겠습니다!

 

 

오전 일정 정리 : 히에타라하티 마켓(숙소) → 카페 카루셀 (10분~15분) → 카우파토리&마켓홀 (15분~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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