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오래전 이야기

■ 삶 2009. 3. 16. 23:07



종종 삼성관 2층에서 나와 경영대 언덕을 오를때면,
난 무려 4년 전, 그러니까 2005년 3월의 어느 화요일, 조금씩 어둑어둑해지던 7시가량의 순간이 떠오른다.
광피 처음 세미나를 했던 그 날.
학교 지리도 다 못익혔던 그 때, 첫 광피 세미나는 무려 어디있는지도 모르는 경영별관에서 한다했고
나와 05 새내기들은 이름도 얼굴도 잘 모르는 04선배들을 따라 쫄래쫄래 그 언덕을 올라갔었다.
그때 조금 쌀쌀하긴 하지만 내가 몸으로 기억하고 있는 그런 기분좋은 봄바람이 불었던 것만큼은 확실하다


그리고 오늘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오길래 완전 경계태세로 전화를 받았다
"..........."
"...아..;;...저...;;....언론학부 광고피알학회 05학번 X한민 선배님이세요?"
수화기 건너편에서 들려오는 오달오달 떨리는 목소리
분명 나한테 전화건 09학번, 혹은 08학번 후배는 쿵쾅쿵쾅 긴장된 심장을 움켜쥐고 말을 하고 있겠지?

3월 28일에 신환회가 있다고 참석하실수 있냐는 말에
일단 확답할 수 없다고 대답했더니 당황했는지 어쩔 줄을 모른다.
08학번이면 위로 네학번 차이인데, 나도 저 때는 네학번이 뭐야-바로 윗 선배도 어려워서 쩔쩔 맸었다.
지금은 위로 네학번 차이인 01학번한테도 반말이 튀어나가는...막장 고학번이되었지만;;;

하,나도 저런 신환회, 졸환회 정말 많이했다.
특히 우리 바로 위에 선배들은 스크립트까지 써주면서 전화하게 시켰고
98학번, 90학번처럼 듣도보도 못한 선배들의 전화부를 보고 번호를 누르면서
차라리 제발 받지 않기를 속으로 수없이 빌었다. 그러다 전화가 연결되면
"아,..아.아...안녕하세요. 광고피알학회 9*학번 ***선배님이세요? 저는 05학번 X한민입니다"
라면서 혹시 바쁘시진 않은지, 전화 받으실 수 있는지.이번에 신환회를하는데 어디로 오시면 감사하겠다고...


그러면서 연쑤에게 문자를 보내다 갑자기 05년도 광피 세미나의 기억들이 물밀듯이 쏟아졌는데,
유난히 광피는 418에서 세미나를 많이했다. 418지하..세미나가 끝나고 나오면 418 앞에서 잠시수다를 떨고는 뒷풀이를 갔었고.
2학기부터 했던 경쟁피티가 너무 재미있어서 나는 정말 광고가 내 적성인가 보다 했었다.
첫 PT는 정대양심우산이었는데, PT의 여왕인 연쑤가 열심히 만들어왔었고 
그 세미나 날, 전설의 미혜선배가 조목조목 우리의PT를 뜯어분석하시며 역시 전설...이란 이미지를 확고히 하셨다.
그리고 진라면 PT. 영우와 연쑤와 같은 팀이었는데 PT를 하려면 먹어봐야 한다며....(...)
영우네 자취방에 쳐들어가서 같이 진라면을 끓여먹고는 아니, 이렇게 진라면이 맛있었어?! 감탄하며 PT를 만들었다.
그때 내가 사전식[진라면 : 1. ~한 라면] 카피를 만들어서 발표했다가 TVCF에는 안어울린다고 퇴짜를 맞았는데
바로 2주뒤에 [엑스캔버스하다] 광고가 대박을 터트렸다. -_-
그리고 마지막 PT였던 스와치 스킨. 
하하. 이 때 조추첨을 번호뽑기로 했었는데 06년도 부회장으로 당선된 내가 종이를 짤라서 번호를 돌렸다.
그 때 연쑤랑 꼭 같은 조가 하고 싶어서, 연쑤가 뽑은 숫자를 먼저 보고는 그 숫자가 적힌 종이를 엄지 손가락 밑에 숨겨놓고
제일 마지막에 마치 그게 하나 남은 것인냥해서는 결국 연쑤랑 상영오빠랑 같은 조를 하게 됐다.
그때 나왔던 우리들의 슈퍼맨 크리에이티브. 아직도 잊지못하는 상영오빠의 재치만점 카툰.


YB로서 05,06년을 광피와 함께했고 특히나 06년에는 큰 행사때문에 올인하기까지 했지만
내 기억엔 05년도의 광피가 가장 그립다. 뭔가 엉성했던 것 같으면서도 열정이 넘쳤던 그 때.
정말 광고가 좋아서, 광고가 배우고 싶어서, 광고가 하고 싶었던 그 때.
하늘 같던 언니오빠들만 졸졸 쫓아다니던 그 때.

이제는 정말 너무 오래오래오래된 이야기.

05년 광피 여름MT...대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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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hone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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