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ipulate

카테고리 없음 2024. 1. 26. 17:53


요즘 사진을 안찍어서, 블로그에 올릴만한 사진이 없네 :P


점심시간에 오랜 친구를 만났다.
사실 우리는 고등학교 동창인데, 과가 달라서 고등학교 재학 시절에는 서로 모르는 사이였다.
그러다가, 13년 전에 (하...;;) 대학원에 가면서 선후배 사이로 다시 만났고
당시에도 같은 학년은 아니라 겹치는 부분이 많지는 않았지만
고등학교 동창이라는 공통분모 때문이었을까, 우리는 그때부터 종종 만나서 맛집을 다니고, 영화를 보고, 수다를 떠는 -
그런 친구사이가 되었다.
똑똑하고 똑부러지지만 어딘가 모르게 약간의 허당기가 있고 유쾌해서
내가 만날 때마다 참 좋아라 하는 그런 친구.


여튼,
오랜만에 만나서 서로의 근황을 얘기하다가
내가 지난 달에 혼자서 부모님 댁에 놀러갔다가 엄마랑 한 판 하고(?)
지금까지도 나혼자 꿍해있는 에피소드를 말해주었는데
(그리고 그 마음속 응어리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 몰라 요즘 머리가 아프던 참이었다)
친구의 대답이 인상 깊었다.

야! (개인적으로 이 친구가 부르는 야! 가 너무 좋다)
진짜 의미 없다. 의미 없어.
그냥 한 귀로 네~ 하고 흘려.
(난 그게 안돼)
엄마가 뭐라고 했을 때 거기에 너가 휘둘려서 그러네.
거기에 Manipulate되는 너 스스로가 싫은거지.
엄마가 뭐라고 하든 거기에 너가 영향 받지마.
엄마는 바뀌지 않아.
너가 아직 마음 수련이 덜 됐네.


그리고, 우리 엄마 아빠는 이제 할머니 할아버지야.
예전엔 나도 아빠 마음대로 하려는거 꺾으려고 엄청 애썼어.
근데 지금은 그냥 하고 싶으신대로 내버려둬.
너 아직도 어머니랑 아웅다웅 하는거 보니까
너네 어머니가 엄청 정정하신가보다야.



친구의 말에 정답이 있었다.
사실 알지만 또 쉽게 되지 않는 일이기도 했다.
내가 영향을 안받고 싶다고 해서 안받아지는 일이던가?
하지만 적어도, 지나간 일에 대해서
시시비비를 가리고 내 의견을 관철시키지 않고서는 홧병일 날 것 같던
응어리진 내 마음은 한결 풀어진 것 같았다.
그걸 풀겠다고 끙끙거렸던 내 마음이 정말로 부질 없고, 의미 없게 느껴졌다.


Manipulate 되지마.
이미 끝난 일인데 나는 한달 가까이 그 날의 분함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그 안에서 절절 매며 마음을 소진하고 있었다.
그게 그 친구가 말하는 Manipulate되고 있었던 모습이 아니었나.


오늘 그 친구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나는 그 때 그 일을 곱씹고 곱씹으며
이번 주말쯤 다시 한 번 엄마와 담판을 지으러 갔을거다.
그런데 오늘 그 친구를 만나고서, 그런 마음을 버렸다.
그래, 엄마가 뭐라하든 내가 휘둘리지 말자.
그러거나 말거나 엄마가 좀 자제해줬으면 좋겠지만. :P

Posted by hone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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