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de AGOSTO, 2015 

Viaje en Sudamérica 9.

Puerto Iguazú

 

 

 

 

# 16 de Agosto, 2015

 

 

말...말도 안돼...

 

내 카메라....

 

 

온 몸에서 피가 빠져나가는 듯한 느낌이랄까.

열린 가방 문 사이로 선블록이며 계속 물건이 떨어지는데

나는 거기 그렇게 얼어버린채로 멍을 때렸다.

거울을 보지 않아도 지금 내 얼굴이 새하얗거나 새파랗거나 둘 중 하나일 것 같았다.

 

 

 

 

그런데 갑자기 미국에서 온 덩치 좋은 오스틴이 줄을 넘어 내려가더니

카메라를 꺼내 올려주고는 바지에 흙더미를 뭍이고서 기어 올라왔다.

 

 

 

 

"Tha...Thank you!! Thank you so much!!!!"

 

 

 

 

그렇게 영영 이과수의 계곡 속으로 사라져버리는 줄 알았던 나의 카메라는,

돌바닥에 튕긴 탓에 렌즈 경통이 망가져 더 이상 쓸 수 없었지만

그와중에 천만 다행이도 페루에서 찍은 사진은 고스란히 다 살릴 수 있었다.

 

 

 

그 때 오스틴에게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그렇게 카메라는 구했지만, 순간적으로 지옥과 천국을 오간 탓에 심장이 벌렁벌렁 거렸다.

사실은 아무것에도 집중이 되지 않았다.

어디 앉아 잠시 숨이라도 고르고 싶었지만

우리 그룹의 보트투어시간이 다가와서 서둘러 우린 선착장으로 이동했다.

 

 

 

여기서부터는 찐찡이 카메라로 찍은 사진들 - 내가 웃는게 웃는게 아니야.

 

 

 

 

 

 

 

 

 

 

 

보트투어는 정해진 시간단위로 타게 되는데, 선착장에서 튼튼하고 커다란 방수팩을 나눠준다.

거기에 젖을만한 것들을 다 집어넣고 보트에 타면 되니 별도로 방수팩을 준비할 필요는 없다.

다만, 보트에 타기 전까지는 맨발로 걷지 못하게 하니 여분의 신발이 없다면

보트에 탈 때까진 신발을 신고 있다가 보트가 출발하면 얼른 벗어서 방수팩에 넣는 것도 방법.

 

 

참고로 보트의 오른쪽 끝자리에 앉으면 폭포물을 정통으로 맞을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오른쪽 끝에 앉았다.

 

 

폭포를 향해 달려가는 보트

 

이과수 강을 달리는 느낌!

 

 

아직은 입수 전.

 

 

 

 

 

보트는 산마르틴 섬을 둘러 폭포수 아래로 우리를 밀어넣었다.

이과수 폭포를 온 몸으로 두들겨 맞는 이 느낌!

그런데, 물이 너무너무너무 차갑다!!!

 

산마르틴 섬 왼쪽에서 한 번, 오른쪽에서 한 번.

그렇게 두 번을 시원하게 이과수 폭포수에 적셔주고 다시 선착장에 내려다 주었다.

 

 

 

짧지만 강렬한 느낌!

우리가 언제 이과수의 쏟아지는 폭포수를 맞아 볼 수 있을까?!

이과수 폭포에 간다면 놓치지 말고 꼭 해봐야할 보트 투어!

 

 

 

보트투어에 쫄딱 젖은 우리들은 미리 챙겨온 마른 옷으로 갈아입고서

이제 드디어 아르헨티나 이과수 폭포의 하이라이트,

악마의 목구멍 (Devil's Throat, Garganta del Diablo)로 가야한다.

 

 

 

이과수 폭포의 하이라이트, 악마의 목구멍

 

 

 

악마의 목구멍에 가려면 보통 Central Station에서 정글 트레인을 타고 악마의 목구멍 역까지 간다고들 한다.

우리가 보트 투어를 마치고 2시 반이 넘어 Central Station에 갔을 땐, 그야 말로 줄이 어마어마했다.

물어보니 정글 트레인을 타려면 줄을 선 채로 1시간 반을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1시간 반을 기다리면 마지막 기차도 타지 못할 것 같은데?!

이대로 악마의 목구멍도 못보고 돌아가는 건가?...

 

 

 

하며 망연자실하고 있는데,

누군가가 악마의 목구멍까지 걸어갈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왔다.

역에서 악마의 목구멍까지 3km정도라서 충분히 걸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평소의 나라면 왕복 6km쯤이야 아무렇지 않았을텐데

봄에 회사 워크샵에서 골반을 다친 이후로 오래 걸을 수가 없는 나로서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하지만 여기에서 한시간 반을 기다릴 수도 없고, 악마의 목구멍을 스킵할 수도 없으니 걸을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나를 비롯한 8명의 친구들은 기찻길을 따라 흙밭을 걸어나가기 시작했다.

악마의 목구멍에 가는데 카메라가 없다니! 이걸 위해서 내가 방수팩까지 사왔는데!

착잡한 마음이 몰려왔다. 어쩔 수 없었지만 속상한 것도 어쩔 수가 없었다.

이미 하루 종일 걸은터라 오른쪽 골반의 통증이 심해지기 시작했다.

다리를 절뚝 절뚝 거리면서 천천히 뒤쳐져 걷고 있는데 어느 덧 웅장한 물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드디어 가까이 온 것이다. 악마의 목구멍에!

 

 

 

 

저기 하얗게 부서지는 물결이 악마의 목구멍이다. 집어삼킬것 같은 포포의 힘.

 

 

 

 

 

이과수 폭포의 하이라이트 답게, 악마의 목구멍은 그야말로 전 세계에서 온 사람들로 발 디딜틈이 없었다.

모두가 악마의 목구멍을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에서 보기 위해 밀쳐댔고, 소리를 질렀다.

그 북새통 같은 사람들 사이에서 가방을 꽉 쥐어 잡고 드디어 악마의 목구멍에 닿았다.

 

 

 

 

엄청난 물이 쏟아져내린다. 엄청난 물보라가 피어 오른다.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겨우 한 컷!

 

 

 

 

 

엄청난 물이 쏟아져내렸다. 그리고 엄청난 물보라가 피어 올랐다.

그리고 그 곳엔 폭포가 흘러내리는 이상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무지개가 떠 있었다.

나이아가라 폭포도 보았지만, 그와는 비교되지 않을 압도적인 규모의 폭포였다.

모든 것을 다 집어 삼킬 것 같은 그런 폭포였다. 악마의 목구멍이라는 이름이 그렇게 잘 어울릴 수가 없었다.

 

 

 

 

힘들게 걸어간 악마의 목구멍이었지만,

사람들로 너무 붐빈데다가, 호스텔 투어차량과 약속한 시간이 있어서

아쉽게도 악마의 목구멍에서 오래 머물지 못하고

거대한 물소리를 뒤로 하고 돌아와야 했다.

 

 

 

그래도, 오늘 안에 다 못할 줄 알았는데 - 보트투어도 하고, 악마의 목구멍도 보았으니 목표는 다 이루었다.

돌아오는 길은 골반의 통증이 더 심해져서 나의 절뚝거림도 덩달아 심해졌다.

하지만 힘을 내 걸을 수 있었던 건,

악마의 목구멍까지 함께 걸어간 8명의 친구들이 있어서였달까.

고생스럽긴 했지만, 아침부터 투어가 끝나가는 순간까지

서로 살아온 얘기를 나누고 응원하면서

정말 즐겁게 같이 폭포투어를 했기에

같이 오길 정말 잘 했다는 생각을 하며 힘내 걸었다.

 

 

 

 

 

 

 

 

그렇게, 우리 모두는 - 세상에, 한 끼도 먹지 않고서

 Upper circuit과 Lower circuit, 보트투어, 악마의 목구멍까지 걸어걸어

약속한 시간에 처음 이 여정을 시작했던 입구에까지 도착했다.

이 모든 것이 불가능한 것 처럼 느껴졌는데, 심지어 우리는 이 모든 것을 다 걸어서 해낸 것이다.

 

우리는 땅바닥에 철퍼덕 주저 앉아, 운전기사를 기다렸고

드디어 우리를 데리러 온 운전기사가 나타났을 때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다같이 박수를 치고, 환호성을 질렀다.

 

 

 

"WE MADE IT!!!!!!!!!"

 

 

영문을 모르는 운전기사만 쑥쓰러워 했고,

이미 우리는 오늘 하루 모든 미션을 완수했다는 동지애로 똘똘 뭉쳐있었다.

 

 

WE MADE IT!!!!!

 

 

 

 

돌아오는 버스에서, 우리 모두는 녹초가 되었다.

보트투어때문에 홀딱 젖고, 흙길을 걷느라 흙먼지를 잔뜩 뒤집어 쓰고 돌아와서는,

일단 씻고 저녁을 먹으러 갈 계획이었다....만,

 

피곤한 몸을 이끌고 겨우 씻고 내려갔는데, 어쩌다 보니 1층 Bar에 하나 둘 모이게 되었고,

마침, 호스텔에서 저녁 8시부터 Caipirinha (브라질 칵테일)을 공짜로 나눠주면서  

그곳에서 흥겨운 애프터 파티가 시작되었다.

 

 

 

 

한 잔, 두 잔 술이 돌고,

서로의 얘기를 나누고,

오늘 우리의 여행이 최고였다고 곱씹고,

덕분에 함께여서 즐거웠다고 너희를 만난건 써프라이즈였다고.

모두 국적도, 성별도, 인종도, 나이도 다르지만 다같이 게임을 하고,

그러다 모두 흥에 겨워 엉성한 삼바 춤을 함께 추면서.

비록 카메라는 망가졌지만 이 즐거운 밤에 그게 무슨 대수랴 -

 

 

 

 

여행의 즐거움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나타났다.

이과수는, 마추픽추와 부에노스 아이레스 사이의 1박 2일의 아주 스쳐가는 일정일 뿐이었다.

장렬하게 떨어지는 물폭탄 말고는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았던 곳이었다.

하지만 이 곳에서, 극도의 피곤함과 배고픔과 통증 그리고 카메라를 부숴뜨린 절망 속에서도

나는 여러 사람들에 둘러쌓여 가장 즐겁고 행복한 순간순간들을 누렸다.

기대하지 않았던 것만큼, 아니 그 이상의 기쁨이, 행복이 그렇게 선물처럼 주어진 하루였다.

 

 

오늘 아침, 우리가 그대로 택시를 타고 가버렸다면 이런 하루를 보낼 수 있었을까?

오늘 우리가 브라질 이과수를 선택했다면 이들을 만날 수 있었을까?

한 순간의 선택들이 하루를, 그리고 이 여행의 추억을 새로 써주었다.

 

 

브라질에서의 한 여름 밤의 꿈이여!

Cheers!

 

 

 

9 walkers :)

 

 

 

 

# Che Regarto 투어비 (호스텔 <-> 아르헨티나 국립공원 왕복 이동) : USD 20

# 아르헨티나 이과수 국립공원 입장료 : 270 ps (아르헨티나 페소)

# 아르헨티나 이과수 국립공원 보트투어 : 260 ps (아르헨티나 페소)

 

Posted by hone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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