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de AGOSTO, 2015 

Viaje en Sudamérica 7.

Machu Picchu (Perú)

 

 

# 14 de Agosto, 2015

 

 

 

창 밖은 아직 캄캄한 밤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아직 새벽 4시, 게다가 이 곳은 깊은 안데스 산맥.

 

 

오늘은, 바로 마추픽추에 가는 날이다.

이 남미 여행을 하게 만든 이유.

 

 

잠을 많이 잔 건 아니지만, 그 곳에 간다는 기대감 때문이었을까-

그리 피곤하게 느껴지지도 않았다.

 

 

아침을 먹으러 1층 식당에 내려가니,

이 곳에 묵는 모든 손님들이 이미 한 테이블씩 차지하고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있었다.

여기 아구아스 칼리엔테스의 조식시간은 새벽 4시부터다.

다들 첫 버스를 타고 올라가려고 하다보니 조식시간이 이렇게나 이르다.

우리도 짐을 창고에 넣고 버스를 타러 나왔다.

 

 

 

아직 캄캄한 아구아스 칼리엔테스 5시 43분. 그런데도 앞에 줄이 어마어마하다.

 

 

 

 

아직 캄캄한 밤 같은데, 이미 버스 타는 곳에는 사람들이 어마어마한 줄 행렬을 이루고 있다.

조금씩 동이 터오자, 어딘가에서 짹짹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오늘 날씨가 좋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우리 뒤에 서있던 외국인이 우리에게 말을 걸었다.

- 너네 되게 운이 좋구나, 3일 동안 날이 흐렸는데 오늘은 날씨가 아주 화창할 것 같아! LUCKY!

 

 

드디어 날이 밝아오기 시작하고, 우리도 버스에 올랐다.

버스는 구불구불한 비탈길을 힘차게 오르기 시작했다 .

 

 

 

구름보다 높이 솟은 안데스 산맥

 

 

 

저 높은 산 너머로 해가 뜨기 시작한다.

 

 

버스는 20여분간을 구불거리는 산길을 따라 달렸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안데스 산맥의 모습이 장관이어서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멋있다 생각하면서

도대체 이 높은 곳에 어떻게 돌을 가져다 마추픽추를 만들었단 말인가. 약간 섬뜩하기도 했다.

 

 

버스는 마추픽추 입구에서 우리를 내려주었고, 어느새 따뜻한 햇살이 마추피추 입구를 밝히기 시작했다.

 

 

 

식량 저장소 꼴까를 지나 조금 더 위로 올라가본다.

 

 

 

 

입구에서 망지기의 집 쪽으로 올라가다 보면, 망지기의 집에 닿기 전에

마추픽추의 전경이 내려다보이는 야트막한 평지가 등장한다.

굳이 여기가 어디라고 말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알게 될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이 곳에서 발걸음을 멈추고 있기에.

 

 

 

 

아침 햇살이 비치는 마추픽추. 여기다.

 

 

마추픽추를 내려다 보는 나.

 

 

 

 

그랬다.

청명한 하늘 아래 안데스 산맥을 넘은 햇살이 저 마추픽추로 쏟아져 들어왔다.

여기였다.

마추픽추.

나는 인터넷에서 본 그 어떤 멋진 마추픽추보다도

가장 깨끗하고 선명하고 찬란한 마추픽추를 두 눈으로 보았다.

 

마추픽추가 내 남미여행의 제1의 동기는 아니었지만, 

얼마나 힘들게 준비했는지, 얼마나 고생해가며 나 스스로 잘 알기에

제발, 내가 마추픽추에 가는 날만큼은 맑게 개인 하늘 아래 햇살에 눈부신 마추픽추를 보기를.

구름과 안개 낀 그런 슬픈 장면은 마주하지 않기를 바라고 또 바랐었다. 

 

그리고, 안개의 산같은 이 안데스 산맥 골짜기에서

나는 내가 그렇게 바라고 바라던 마추픽추를 만났다. 

 

 

 

"나는 평생 올 줄 몰랐던 곳, 마추픽추에 와있다.

온다면 평생 한 번 올 수 있는 곳이겠지.

여기 오기까지 우여곡절도, 고산병도 있었고,

계속 날씨가 흐려서 맑은 하늘의 마추픽추를 못 볼까봐 마음 졸였는데.

 

새벽 4시, 마추픽추에 가기 위해 일어났을 때

캄캄한 하늘 가운데 지저귀는 새 소리를 들으면서

오늘은 날씨가 맑겠구나.

왠지 마음이 가벼워졌다.

 

그렇게 새벽에 줄을 서서 입장한 마추픽추.

사진으로만 보아왔던 그 광경을 보았을 때.

난 아무 것도 한 게 없지만, 이상하게도 뭔가를 이룬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아 - 이거구나. 여기구나.

 

감사하게도 아침 햇살이 마추픽추를 밝게 비췄고,

이렇게 맑은 마추픽추를 보려고

그동안 흐리고 비가 내리고 아팠구나.

새삼 감사했다. "

 

 

 

산 속이라 금세 구름이 몰려오기도 했다. 페루 가이드 북과 함께!

 

 

 

잉카의 다리

 

 

 

합성같은 순간들. 마추픽추와 함께.

 

 

 

날아가자보자!

 

 

 

 

조금 다른 방향에서 보는 마추 픽추. 저 건너편의 산이 잉카인의 얼굴을 닮았다고 한다.

 

 

 

정말 인생 사진.

 

 

사실 마추픽추에 가면서 날씨 다음으로 가장 신경쓴 건, 조금 당황스럽게도 '옷'이었다.

평소에 멋 부리는데 관심이 없는 나인데,

이상하게 마추픽추에서 입을 옷을 서울에서부터 특별히 골랐을 정도다.

꼭 깨끗한 하얀색 티를 받쳐입고 싶었다. 

 

사실 마추픽추는 잉카트레일의 일부이기도 해서 등산복 차림으로도 많이 올라가는데

치마를 입고 올라가면 너무 튀지 않을까 저 옷을 넣었다 뺐다를 몇 번을 반복했는지 모른다.

게다가 아침에는 너무 추워서 겨울 니트에 패딩까지 껴입었는데, 

낮이 되니 날씨가 한여름이 되어서 소원하고 소원했던 저 하얀티셔츠와 

티셔츠 라인과 잘 어울리는 빨간 치마까지 입고야 말았다. 

이렇게 안 입었으면 정말 후회할 뻔 했다.

내가 옷 때문에 고민고민할 때, 한 번 하는 여행인데 남들 눈치보지 말고 입고 싶은 옷을 입으라던 찐찡이에게 감사를.    

 

 

여유롭게 풀을 뜯는 라마들.

 

 

 

라마 인형과 마추픽추 :)

 

 

 

참고로, 와이나픽추는 오르지 못했다.

마추픽추는 1일 입장이 2000명, 와이나픽추는 400명으로 정해져있는데

5월에 한국에서 인터넷으로 표를 예매려던 때. 

날짜를 고르느라 딱 하루 고민하던 밤 다음 날, 

분명 수십장 남아있던 와이나픽추 표가 모두 매진이 되어버렸다.

마추픽추는 7~8월이 가장 성수기라고 하니,

특히나 와이나픽추를 가고 싶은 사람들은 반드시 4~5개월 전에 예매를 해놓는게 좋다.

와이나픽추표는 환불도 되지 않아서 취소표가 풀리지도 않으니 말이다.

 

 

하루밤 사이에 와이나픽추표를 모두 놓쳤을 때는 너무 당황스럽고 어이가 없을 정도였는데,

사실 우리가 처음 와이나픽추 표를 고르던 날짜는

우리가 마추픽추를 왔던 날의 2일 前 표였다.

 

 

아마 그 날 표를 샀으면, 내가 그토록 바라고 바라던

화창한 날씨 아래 마추픽추는 영영 보지 못했을 것이다.

인생은 이렇게, 우리가 의도하지 않은대로 흐르지만

또 그렇게 우리가 바라는 것을 이루어준다.

문득, 그 날 우리가 와이나픽추 표를 사지 못했던 게

얼마나 다행이었나 감사했다.

 

 

 

 

장엄한 안데스 산맥.

 

 

 

아. 정말 산맥만 보아도 너무 멋지다!!!

 

 

 

 

보통 새벽에 오른 사람들은 오전에 둘러보고 와이나픽추를 오르거나,

아니면 오전에 마추픽추만 2~3시간 둘러보고 바로 하산해서 기차를 타고 쿠스코로 향한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는 이날 하루를 온전히 마추픽추에서 보내기로 해서 기차도 넉넉히 오후 늦은 시간 표를 예매했다.

 

덕분에 우리는 찍고 싶은 만큼 사진을 찍고,

앉아있고 싶은 만큼 철퍼덕 앉아 여기 내가 마추픽추에 있다는 사실을 온몸으로 느꼈다.

아쉽지 않도록.

 

 

 

 

이제는 꿈같은 장면들. 사진 속의 노란 머리카락이 저 주인공이 나임을 일깨워준다 .

 

 

 

새벽에 같이 줄서서 올라온 관광객들이 점심시간이 지나자 우르르 내려가고

오히려 오후의 마추픽추는 한결 한적하고 여유로웠다.

우리는 나가야 하는 시간 1시간전부터 마추픽추의 농작지 계단 어디 한켠에 앉아

아무 말 없이 - 그렇게 한참을 마추픽추를 내려보았다.

아마, 다시는 오지 못하겠지.

 

 

 

쿠스코로 돌아가는 페루레일.

 

 

 

오후 6시 50분.

마추픽추에서 쿠스코 포로이 역으로 돌아가는 페루레일 안에서

일기를 쓴다.

 

어느 새 차창 밖은 어두 컴컴해져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아마도 오늘 모두 마추픽추를 올라갔다가 내려왔을 승객들은

저마다의 방법으로 마추픽추에서의 순간을 되돌아보기도 하고,

책도 읽으며 쿠스코까지 가는 이 지루한 시간을 이겨내고 있다.

 

 

살면서.

단 한 번도.

마추픽추를 보고 싶었던 적도,

내가 마추픽추를 보러 이 곳 페루에 올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2015년 8월 14일. 나는 이 곳, 마추픽추에 서 있었다.

 

 

 

돌아가는 지금도 실감이 나지 않는데,

아마 이제는 내 의식 속에서- 그리고 내 사진 속에서만 존재할 테지.

 

 

마추픽추에 가겠다는 마음, 결심, 용기.

그리고 27시간의 비행과 이동, 기차, 버스...

이 모든 과정을 거치는 인내.

그리고 쉽게 허락되지 않는 화창할 날씨.

이 모든 것이 쉽게 되는 것이 아니기에.

 

 

나는 기대하지 않았던 마추픽추에 있다는 사실.

내가 여기 한국의 반대편에서 마추픽추를 내려보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이것을 충분히 누릴 시간과 날씨가 허락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참으로 좋았다.

굳이 무얼하지 않았도,

뭔가 억지로 하지 않으려 해도.

그냥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아주.  

Posted by hone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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