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de AGOSTO, 2015 

Viaje en Sudamérica 5 (2).

 Cuzco (Perú)

 

 

 

 

 

#12 de Agosto, 2015.

 

아르마스 광장에서 따뜻한 햇살을 즐기고서, 오늘은 꼭 해야 하는 일이 있었다.

바로 내일 마추픽추의 베이스먼트라고 할 수 있는 아구아스 칼리엔테스까지 가는 투어를 예약하는 일!

한국에서 미리 오얀따이땀보 → 아구아스 칼레엔테스까지 가는 페루레일을 예매했기 때문에

시간맞춰서 오얀따이땀보까지 가는 투어만 예약하면 되었다.

보통은 모라이/살리네라스 투어를 하거나 성스러운 계곡 투어를 해서 오얀따이땀보까지 간다고 한다. 

 

처음에 한국인이 하는 투어회사에 갔는데,  살리네라스 투어가 끝나고 마라스(Maras)에 내려주고

거기에서 택시를 타고 오얀따이땀보까지 가야 하는데, 과연 택시가 거기에서 손님들을 태우러 대기하고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고 하는 거다.

8월의 페루는 마추픽추를 보러가는 성수기라 오얀따이땀보에서 마추픽추 가는 기차도 거의 매진인 상황이라

우리가 예약한 기차를 놓치면 일정이 다 엉망진창이 된다.

 

어쩌지, 하고 다시 나와서 인터넷에서 알아온 페루사람이 하는 투어회사에 갔는데

똑같은 투어로, 똑같은 마라스(Maras)마을에 내려줄테지만 거기에 반드시 택시가 있다는 거다.

그리고 우리가 오기 전에 브라질 남자애 한명이 똑같은 투어로 오얀따이땀보까지 가니까 셋이서 택시비를 나눠내라고까지 해줘서

우리는 몇번이나 정말 택시가 있냐고 Seguro? (확실해?) 확인하고서 내일 모라이/살리네라스 투어를 예약했다.

처음으로 여행 전에 배워왔던 스페인어를 원없이 써먹었는데,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스페인어로 한다니, 너무너무 신이 났다!

그리고 투어회사 사람에게 쿠스코 전통 음식 먹어볼 만한 곳을 추천받았다. 그곳은 바로 라 촘바 (La chomba)

 

 

라 촘바(La Chomba)

 

 

 

이미 라 촘바가 있는 곳 분위기가 관광객은 1명도 없을 것 같은 동네였는데,

조심스럽게 식당에 들어가니 음식을 먹던 사람들이 다 쳐다본다. 완벽하게 이 곳 주민들의 맛집이었던거다.

나와 찐찡이도 뻘쭘 반, 쑥쓰러움 반 가장 구석진 자리에 앉아서 각자 주문을 했다.

찐찡이는 꽃보다 청춘에도 나왔던 기니피그 구이(꾸이), 그리고 나는 그냥 돼지고기 구이(친차로)

그런데, 찐찡이가 뒷 테이블에 앉아있는 아저씨가 마시고 있던 딸기주스처럼 생긴 걸 가르켰다.

 

우리도 저거 한 잔 줘!

 

 

 

 

 

그렇게 등장한 딸기 주스 같이 생긴 음료수

 

 

 

맛있다며 추천해준 원주민 아저씨와 건배하고 있지만 표정은 울고 있는 찐찡..

 

 

 

일단 시키긴 시켰는데, 도대체 이게 뭐로 만들어진 건가- 너무 궁금해서 말도 안통하는 웨이터를 붙잡고

손짓 발짓을 다 동원해서 이게 뭐로 만든거냐...는 시그널 보냈더니, 그는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마이스(Mice)!"

 

 

...마...마이스? 너 지금 마우스 복수형 마이스를 말한거니?!!! 지금 이게 쥐로 만들어졌다고 말하는거니?!!!!

 

 

헐...

 

 

당황한 우리는 뒤에서 이 주스를 벌컥벌컥 마시고 있는 할아버지를 쳐다보고

손으로는 책상을 달려가는 쥐흉내를 내고, 입으로는 찍찍찍 거리며 다시 한 번 "마이스?!!!" 냐고 외쳤다.

 

 

 

"씨! (Yes)!, 마이스!"

 

 

 

이게..쥐를 갈아 만든거라고?

제발 아니라고 해줘..............

 

 

 

내가 먹은 돼지고기 구이 친차로, 그리고 사람 치아보다 큰 대왕 옥수수.

 

 

 

나는 눈 앞에 있는 꾸이는 손도 대지 않았다.

여행가서는 최대한 그 곳에서 할 수 있는걸 하자는 주의이지만...기니피그는 못먹겠어...ㅜㅠ

 

그렇게 우리는 쥐를 갈아마셨다는 충격과 함께 숙소로 기어들어왔고,

나는 또 고산병이 도져서 그대로 침대 위에 쓰러져버리고 말았다.

그래도 시내를 걸어다닐 땐 걸어다닐 만 한데, 숙소에만 오면 숨이 차고 머리가 뽀사질것 같은 고통이 몰려왔다.

오늘 한 거라곤 아침에 아르마스 광장과 성당 두어개 둘러보고, 투어 예약하고 밥 먹은거 밖에 없는데

이렇게 숙소에 드러누워 있으니 내가 여행와서 뭐하고 있는 건가..라는 답답함과 속상함이 몰려왔다.

 

 

그렇게, 한참을 잤을까.

어느새 사방에는 어둠이 내렸고, 환전하러 나가겠다던 찐찡이도 옆 침대에 잠들어있었다.

이제 내일이면 마추픽추로 떠날 테고 쿠스코에서의 시간도 끝이 나는데

이렇게 침대에서만 누워있었던게 억울해서,

나는 조용히 옷을 걸치고 천천히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 별빛처럼 반짝이는 쿠스코의 밤거리로 나왔다.

 

 

산 블라스 광장과 저 너머 별처럼 촘촘한 쿠스코의 야경

 

 

 

산세에 둘러쌓인 이 도시는 밤이 훨씬 더 아름답다.

 

 

 

그래도 이제 쿠스코에 적응되어서일까, 혼자 걸어내려왔는데도 어제같은 싱숭생숭한 마음이나 긴장감은 없었다.

아르마스 광장은 여전히 이 아름다운 조명 아래 도시를 즐기기 위한 관광객들과,

그들에게 기념품을 팔려는 페루인들로 복작복작 거렸다.

그리고 광장 한켠에서는 꼬마 아이들이 축제준비를 하는지 북 소리에 맞춰 춤을 추고 있었고,

또 그 옆에서는 한 무리의 시위대 -그리고 그 중에 몇 명은 옷을 다 벗거나 토플리스 였다- 가,

이 추운 8월의 겨울 밤 공기 속에서 세뇨르!를 외치고 있었다.

성폭력을 규탄하는 시위처럼 보였는데, 이 추위에 당당하게 벌거벗고 외치는 소녀들의 외침은 뜨거웠다.

 

 

 

선생님의 북소리에 맞춰 춤연습하는 아이들

 

 

 

나는 조금 더 용기내어 아르마스 광장 너머까지 내려갔다가 돌아왔다.

 

 

 

밤에 보니 더욱 세심하게 드러나는 빠차꾸떽 기념비.

 

 

 

참 분위기 있던 아르마스 광장.

 

 

손바닥에 살포시 올려본 라 꼼빠니아 데 헤수스 교회

 

 

 

 

시간이 늦어 이제 숙소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했으면서도,

나는 아쉬워서 몇번이고 몇번이고 올라가려던 발걸음을 되돌려 대성당 앞에서 아르마스 광장을 내려다보았다.

아르마스 광장 너머로 산줄기를 타고 촘촘히 박힌 조명들 때문일까,

하얀 구름이 손에 닿을듯한 파란 하늘 아래의 아르마스 광장도 아름다웠지만, 

어제도 그렇고 나는 이렇게 조명이 하나둘 밝혀지고 어둠이 내려앉은 아르마스 광장이 더욱 사랑스럽고, 정감이 갔다. 

낮시간보다 관광객도 덜 붐비고, 한적하기도 했고. 

 

 

 

 

Buenas noches, Cuzco. 잘자요 - 쿠스코.

 

 

 

 

아. 참고로 마이스는 옥수수였다고 한다. 휴.

Posted by hone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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