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 삶/II. 삶 2014. 6. 11.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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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밭엔 지뢰가 심어져 있는 것만 같았다.

이미 헤집어져버린 마음밭을 조심조심 짚으며 걸었지만

이따금씩 마음 속 깊은 곳에 심어진 지뢰를 밟으면

마음 속에선 폭탄이 터지고 땅은 너덜너덜해졌다.

뒤늦게 터지는 지뢰들은 마음을 피곤하게 했다.

얼마나 더 많은 지뢰들이 묻혀있는지 알 수 없어 두려웠다.

헤지고 너덜너덜해지는 마음이 언제쯤 고르고 단단한 땅이 될지 답답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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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해도 기분이 좀처럼 떠오르지 않았다.

다이어트도 잊고 달달한 과자들을 먹어보아도,

한껏 걷고 달리고 땀을 흘려보아도,

친구들을 만나 한참 수다를 떨어보아도,

허전하고 허무했다.

의욕이 없었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로 어느 날 밤에 아주 약간의 음주를 하게 되었다.

술기운 탓일까,

다음 날 속은 미식거리고 쓰라렸지만

이상하게도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일이든 인생이든 뭐든 잘 해보겠다는 의욕도 생겼다.

이게 신기루 같은 것인지, 아니면 그대로 바닥을 치고 올라온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다만, 결국 쓰러진 마음을 일으켜 세운건

어떤 의지의 노력이 아니라

단순히 알콜덕분이라는 생각은

마음 한 켠을 씁쓸하게 했다.

 

스트레스를 술로 해결하지 않겠다.

힘든 일을 술로 위로받지 않겠다.

건강하고 건전하게 해결하고 회복시켜내겠다 자신했지만

결국엔 세상 많은 사람들처럼 술의 힘이 자신을 일으켜세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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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hone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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