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쥴러도, 다이어리도- 꾸준히 쓰지는 못 했지만
고등학교1학년때부터 1년에 1개씩 일기장을 끄적거려왔다.

실은, 여행기수첩을 찾으려고 서랍을 뒤지다가
2007년- 그러니까 내가 21살때 잠깐 썼던 일기장을 발견했다.

2년을 사귀었던 남자치구와 헤어지고나서
하루하루 밀려오는 속마음들을 담담하게도 적어놓았다.
한 장, 한 장- 넘기며 읽다보니 나란 사람은 달라진게 없구나...싶으면서도
난생 처음, 정들었던 사람과 억지로 헤어지는 순간들을 어떻게 이렇게 단단하고 굳은 마음으로 버텨냈을까 싶다.

어렸지만, 아니 어렸기때문에
오히려 나는 경계선을 분명히 그을 수 있었고,
옳고 그름을 바르게 판단할 수 있었고,
내 판단에 맞추어 굳은 결심으로 행동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점점 나이가 들면서
옳고 그름이 무언지 불분명해지고
이래도 저래도 될 것 같고
당장 내가 행복하면 된다는 생각이
나를 더 미련하고 우둔하게 만드는게 아닌가 싶다.
정도를 걷지 않아도 세상은 그럴싸하게 돌아간다는 얄팍한 요령이,
스물한살의 맑은 마음앞에서 부끄러워진다.




" 어쩌면 나는 힘든게 아니라 외롭고 답답하기만 한 것일거다.
내 얘길 털어놓을 사람이 없고 투정부릴 사람이 없다는 외로움,
이제 나는 혼자라는 외로움.

내가 헤어지자고 하고 내가 미련을 갖는게 정말 미련하다.
헤어지고 나서 외롭지 않고 힘들지 않고 아쉽지 않은 사람이 어디있을까?
그것도 2년이란 시간을 함께했는데.
이걸 견디지 못하면 영영 미련할 수 밖에 없어.
이걸 이겨내지 못하면 영영 이별할 수 없으니까 참아야해.
참기 힘들어도 참아야해.
이별하려면."



21살의 내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27살의 내게 말했다.
그 때의 나에게서 내일을 살아가는 방법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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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hone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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