夜밤생각

■ 삶 2010. 4. 2. 01:15


오랜만에 랩탑을 집에 데리고 왔다. 필기 프린트를 하려고...라는 명목이었는데
내일 오전 수업도 없겠다 (그러고 보니 원래 오전수업이 없구나-_-) 저릿저릿한 어깨를 들썩이면서
침대에 올라앉아선 벽에 등을 기대고는 이어폰따위 과감히 빼버리고 맘껏 노래도 틀어놓고
夜밤생각을 쓴다. 조금만 덜 피곤하면 좋을텐데, 어깨에 유난히 힘이 없다.


이렇게 다리위에 랩탑을 놓고 벽에 기대 앉아있으니
빨리 영화라도 한 편 다운받아서 깜깜하게 불도 다 끄고 쿠키를 아작아작 씹으면서 보고 싶다.
밤이 유독 길었던 밴쿠버의 겨울밤엔, 그렇게 밤새 보고 싶은 영화들을 다 받아보았었다.
(본 아이덴티티 시리즈를 9시간 몰아보곤, 순식간 늙어가는 맷데이먼의 얼굴을 보며 가슴이 아프기까지 했더라는 ㅠㅠ)


시험이 열흘 정도 남았구나- 그냥 일정정도의 시험이라는 압박만 있을 뿐
사실 생활 패턴에 크게 변화가 있을 것 같지는 않은데다 성적에 욕심내볼 자격도 안되는지라
그냥 평소 공부하던 시간에 시험과목을 대신해줄 뿐,
사실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 모른다는게 조금 난감한 상황이긴 하다.
이거 뭐 교과서와 논문을 손으로 써서 정리해가며 해야하는건지 아님 그냥 계속 읽으면서 이해만 하는건지...
될대로 되라...에잇..



힘이 드는 것과 힘이 없는 것.
힘이 드는 것은, 말 그대로 힘이 들기 때문에 어떻게든 그 상황을 타개해보려고 발버둥이라도 치게 되는데
힘이 없는 것은, 역시나 말 그대로 힘이 없어서 그 상황을 타개해볼 노력이라던가 의욕조차 생기지 않아 계속 침잠하게 된다.
한편, 힘이 드는 건- 발버둥치다보면 일상생활의 흐름을 흐트러놓기도 하는데
힘이 없는 건, 일상생활에 맥아리가 없을 뿐 별 문제 없이 흘러가기도 한다. 다만 그 이상의 폭발력을 못 낼 뿐.


어쨌든, 힘이 나는 것이 제일 좋을텐데
그 힘을 내 안에서 이끌어내는게 최선이고, 그게 힘들다면 주변에서 그 힘을 조금 나눠 받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그러고 보니 목요일이었구나. 일주일중에 가장 지치고 배터리가 거의 나간 것 같은 그런 날.
이것도 조금씩 적응되는건지 점점 목요일의 피로감을 실제 체감하는 것도 무뎌지는 것 같다.
처음엔 '힘들다!'라고 할만큼 나를 쥐어짠 그런 피로감이었는데 지금은 '배터리를 다 쓴것 같아'라며 늘어져버리는...


어쨌든, 사람들은- 날 꽤나 오래 알았던 사람들도 날 잘 모른다는 거다.
그건 그 사람들이 날 제대로 파악을 못해서라기보다는 -
내가 진짜 나는 가장 깊은 곳에 감춰두고, 대외용 내 모습으로 잘 위장하고 있어서일꺼다.
그리고 그 대외용 내 모습은 꽤나 일관적이기도 하고 내 마음대로 컨트롤을 할 수가 있어서
정말 내 깊은 마음 속까지 (운좋게) 들어온 사람들이 아니라면 날 오래 알았어도 그 대외용 모습을 나로 알고 있다.
조금 더 어렸을 땐, 실컷 대외용 카드를 꺼내놓고는 사람들이 그 반대인 내 모습을 알아채주지 못해서 외로워했다.
누군가는 내가 내 진짜 모습을 들키고 싶지 않아서 그런 대외용카드를 꺼낸걸 알아채주길 바랐는데
순진했다. 보이는 것만 보고 들리는 것만 듣는 나 아닌 그 사람들이 내 진심을 알아줄리가 없잖아. 당연히.

그래도 여전히 나는 내 진실한 모습은 들키고 싶어하지 않아서, 깊은 사이 아니면 역시나 껍데기에 불과한 -
얼마든지 내가 스스로 꾸며낼 수 있는, 그러나 진정한 나와는 다른 그런 인격체의 나를 만들어서 행동하는데
(사람들을 속인다기보다....그냥 그것도 일종의 나이기는 한데, 깊이가 없는 나랄까)
공부하느라 바빠서 세상일도 신경쓰지 못하는 대학원 사람들이야 물론 알아챌리도, 알아채고 싶은 마음도 없고
나랑 그래도 꽤 인연을 쌓았다고 자부할 사람들도 여전히 내 본질을 못 꿰차고 핀트를 못 맞추고 있다.
이제는 알아채주지 못해서 느끼는 외로움따위도 없다. 알아채지 못하길 바랐는데 못했으니 목표달성이다.
다만 사람들이 알고 있는 나의 피상적 모습들이 .... 그래 보였나보다.
뭐 사실 내가 그렇게 보이게 유도하기도 했지만.....



피곤하다.
시간을 잠시 멈춰두고 싶다.
할 일들은 닥쳐오는데,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극심한 피로감들이 몰려와서
시간을 잠시 멈추고 나도 죽은듯, 멈춰버린 시간 속에 함께 멈춰버린 것처럼 그렇게 생각도 활동도 멈추고 쉬고 싶다.
대외적인 나의 모습은 잠시 멈춰두고, 온전히 진실한 나로서 쉬고 싶다...

'■ 삶' 카테고리의 다른 글

Be a good writer.  (0) 2010.04.06
사랑과 우정 사이  (0) 2010.04.04
時をかける少女  (4) 2010.03.30
夜밤생각  (0) 2010.03.26
오늘은 왠지.............  (0) 2010.03.25
Posted by honey,H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