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지금까지의 내 인생을 탈탈 털어서 가장 중요한 면접이지 않았을까 싶다.
그리고 동시에 가장 간소하면서도 가장 잊지 못할.

면접대기실에 들어섰을때, 생각보다 여자들이 너무 많아서 깜짝 놀랐다.
오전 면접때는 여자가 1/5밖에 없었다고 했는데, 오후 면접조에는 여자가 더 많은 듯한 느낌.
사실 이젠 경쟁자도 아닌데 나혼자 괜히 신경전을 느낀건, 
 ............................................ 그녀들이 생각보다 이뻐서였나?..................



어쨌든, 내 차례가 되어 면접실 앞 의자에서 쿵쾅거리는 심장소리를 들으며 기다리다가
드디어 내 차례가 되어서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생각보다 아니 어떤 기업면접보다도 편안한 분위기로 반갑게 어서들어오라고 손짓하는 면접관님들 덕에 한결 기분이 나아졌다.
왜그런지 몰라도 조금 어두운 복도에서 문을 열었는데 면접실이 너무 환해서 마치 큐브 엔딩장면같았달까.

의자에 앉자마자 제일 가운데 계시던 분이 "아~ 언론학부~"하면서 굉장히 흥미를 보이셨다.
언론학부 출신들은 졸업하면 어떤 길로 많이 가는지, 왜 나는 그 쪽 길을 선택하지 않았는지 가장 유명한 PD는 누구인지...;;;
(..........무한도전 김태호PD라고 대답했다....................-_....)

그러다가 내 학점 얘기가 나오고... 이번 시즌에 가장 학점 덕을 많이 봤다고 장담할 수 있다.암.
언론학부면 미디어법에 관심있냐고 물으시길래 관심있다고 하면 추가 질문 들어올까봐 적당히 방어하며 에둘러 대답했다.
뭔가 면접관님 3분 중에 2분이 깔깔 웃으시며 뭐라뭐라 하셨는데 웃음 소리에 묻혀서 나는 무슨 말이지 못 알아들었고
그 다음 질문이 뭘까 준비하고 있는데 면접 내내 가장 호탕하게 말씀하셨던 면접관님이
"수고했어요~ 들어와서 열심히 하세요" 라는 말로 짧디 짧은 5분짜리 면접이 끝났음을 알려주셨다.

아..벌써 끝난건가...너무 짧아서 살짝 아쉽다고 느꼈지만 마지막 한마디에 '감사합니다, 안녕히 계세요' 라고 말씀드리고
9센티 하이힐때문에 조금 어설퍼보일 수 있는 발걸음을 최대한 숨기면서 면접장을 나왔다.
면접장 문을 닫으며 후~ 크게 심호흡을 하고 가방을 집어 들었다.


또각 또각, 하이힐 소리가 로비를 울리는데
아침부터 보슬보슬 내리던 비가 그치고 가득했던 구름이 걷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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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hone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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