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1월 20일

■ 삶 2009. 11. 22. 00:59



++
끝났다.
나의 미래를 위한 모든 관문을 거쳤다.
생각보다 떨지 않았고 덤덤했고 나중엔 기다리느라 지치기까지 했지만
문제를 받아들었을땐 꽤 당황했다.
제시문 두 개 중에 한 개를 파악하기 어려웠고
역시나 면접에서 말하면서도 내가 뭐라고 말하는지 모르는 사태가 발생했다.
에라이 모르겠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말은 참 차분히 했다.
생각이 안나면, "생각 할 시간을 주시겠습니까" 라는 스터디 팁도 써먹으면서.
생각보다 15분은 빨리 지나갔고 끝났을 땐 뭔가 허무한 느낌마저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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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일이다. 역시 사람은 외모로만은 스파크가 튀지 않는걸까.
스타일은 내가 전혀 호감가질만한 스타일이 아니었다.
키도 크고 좀 퉁퉁한 곰 같은 스타일.
근데 정말 삘이 온다는 느낌?
눈빛 때문이었나? 아님 목소리? 아님 사근사근한 말투?
웃는 얼굴에서 성격이 한 눈에 보였는데 너무 마음에 들었다.
남들보다 빠릿빠릿하지 않은 것도, 눈치 없이 그 자리에서 이름을 크게 부른것도
근데 하나도 민망하다거나 쪽팔려보이지 않고
아..이렇게 말하면 좀 그런데, 솔직히 말해서 '사랑스러워' 보였다고 해야되나
긴장된 면접 대기시간인데 나는 보고 있자니 흐뭇해서 자꾸 웃음이 났다.
아..........딱 좋았는데.
그렇게 느낌 좋은 사람 다시 만나기도 또 힘들 것 같아. 흠.

++
오랜만에 완전 '오지게' 놀았다.
면접보고 연쑤 옷 좀 봐주구 카페에서 완전 수다떨고, 영화보고 스티커 사진 찍고 펌프하고....
하........그래...바로 내가 바란거야 ㅠㅠㅠ졸업하기 전에 계속계속 오지게 놀아야지
근데....

한자시험 합격해야 졸업할 수 있다며?............


++
그렇게 오지게 놀다가 왔는데 연예부 기사에
동방신기 3인이 MAMA에 참석했다는 기사를 읽었다.

"지금 TV를 보고 있을 두 친구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전합니다"



마음이 참 좋지가 않네.
여러모로 참 좋아하는 가수였다.
작년부터 마음이 가긴 했지만
꾸준히 노력하며 실력을 쌓아가는 자세가 좋았고
항상 높은 자리에 있지만 겸손한 태도가 좋았고
나랑 같은 나이에 그와 같은 성공을 했다는게 부럽기도 했고 자극도 되었고
무엇보다도 정말, 형제보다도 더욱 각별한 5명의 우정이 나는 너무 부러웠다.

도대체 왜 2명과 3명으로 갈려서 이 힘든 싸움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그동안 5명의 우정을 생각한다면 쉽게 갈라설 그들이 아닐꺼라고도 생각했는데 역시나.


지금 정말 어려운 시간을 겪고 있고
여러가지 음모들과 루머들과 언플들에 뒤섞여 진흙탕을 걸어가고 있지만
항상 그들이 그랬든 세상풍파속에도 진실했던 그 마음을 잃지 않고 견뎌서
언젠가는 해피앤딩으로 끝이 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진심으로 내가 그렇게 바라는 이유는.
내가 제일 힘들 때, 어둔 밤길을 아무 불빛없이 걷는 듯한 불안함괴 외로움에 떨고 있을 때
미처 깨닫지 못했던 그들의 노래가 내게 많은 위안과 힘이 되어주었기 때문이다.
일본어라 어떤 가사인지도 몰랐고
그들이 부른 노래인지조차 몰랐는데
그렇게 아무것도 모르고 들었던 노래가
그렇게 불안하고 걱정으로 사로 잡혀 있던 내 마음에 와닿았는지.
나도 모르게 순간적으로 'Healing'이라는 단어가 떠올랐었다.

들으면서 기분좋고 흥이 나는 그런 좋은 노래는 많았는데
들으면서 불안한 영혼을 잠재우는 그런 음악은 찬송가를 빼고는 처음이었던 것 같다.
살다보니 나이가 들 수록, 그리고 안주하지 않고 도전할 수록
불안하고 확신이 들지 않아 긴가민가 하고, 나 혼자 인것만 같아 외로운 순간들이 많아지는 것 같다.

그럴 때, 들으면 내게 위안이 되는 그들의 따뜻한 음악을 계속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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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hone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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