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해

■ 삶 2009. 4. 19. 01:38



그래. 슬럼프였다고 생각하자.
아무것도 하기 싫었어. 아무것도 재미가 없었어. 누구와 있어도 즐겁지 않고
모든게 짜증나고 허무하게 느껴지고 .
그냥 이 모든게 실은 내 마음에서 시작된 슬럼프였지만
나는 '아프다'는 그럴듯한 핑계를 내세워 그냥 그렇게 멋대로 굴고 싶었어.

실은,
사실은 세상일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아서 수도 없이 짜증이 나고
또 내 자신을 내가 스스로 컨트롤할 수 없어서 수도 없이 자책하느라
자꾸 내게 실망하게 되고, 다 포기해버리고 싶었어.


나보다 뭐든 월등한 것만 같은 친구의 모습은
날 긍정적으로 자극하기보다
날 자꾸 친구와 비교하게 만들고, 나는 못할꺼란 겁을 먹게 하고 자꾸 견제하고 눈치를 보게 해.
내게 열등감을 느끼게 하고 내게 스트레스를 주는거야.
그래서 아팠나봐. 스트레스 받아서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더니 감기까지 찾아왔나봐


그리고 나는 사실 겁도 많이 났어
실패할까봐. 내 기대에 못 미치는 것에도 적잖이 실망할 것 같은데
날 바라보는 내 주위의 기대에 못 미치게 된다면 난 정말 부끄러워 어디 숨어버릴 것만 같아서.
부끄러워 할 일이 아닌데, 겁만 낸다고 될 일이 아닌데
나는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가지고 실패할 것을 먼저 걱정하는 거 있지.



생각보다 마인드 컨트롤이 쉽지 않아. 어떻게 된 걸까.
지금까지 살면서 마인드 컨트롤만큼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거라는게 나의 자부심이었는데
그렇게 날 타이트하게 쥐고 살아왔는데 내게 너무 달콤한 자유를 느끼게 했나.
한 번 풀어져버린 나는 생각보다 쉽사리 잡히지 않는구나.



그러나 단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내가 순간순간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그 누구보다도 내가 가장 잘 알고 있다는 것.
남들에게는 이런저런 핑계와 변명으로 사실을 감출 수 있어도 내 자신에게는 그럴 수 없다는 것.
내가 1분 1초, 한 순간 한 순간 최선을 다 했다면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부끄럽지 않다는 것.
그게 내가 부모님의 반수 권유에도 1년간 흔들리지 않을 수 있었던 나에 대한 당당함이었으니까.


그래. 지금 내 실력이 많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솔직하게 인정하자.
아직 많이 부족하니까 그러니까 더 열심히 해서 그 부족함을 열심히 메우자.
요령피울 생각도 하지 말고, 지겹다고 투정부리지도 말고.
순간순 간을 즐기면서 최선을 다하면서.
실패해도 까짓거 당당하게 실패해서 부끄럽지는 말자고 생각하고.
그리고 절대로, '실패'를 가정하지 말고 -


18살 가슴에 독을 품겠다고 매일 각오했던,
내가 가장 잘 알고 있는 나로, 내가 가장 자신있던 나로 돌아가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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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hone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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