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니발치

■ 삶 2009. 4. 24. 19:32




오늘, 한달 전에 예약했던 사랑니를 뽑고 왔다.
그것도 정확히 누워서 난데다가 반쯤 매복되어 있는.

가기전부터 워낙 누운 사랑니 뽑는게 괴롭고 또 마취 풀리면 아프다는 얘기를 들어서
어제 네이버에 검색했는데, 아뿔싸.
모르고 수술 과정 사진을 봐버렸다.........(..)

잇몸에 마취를 하고, 잇몸을 찢은다음
드릴로 이빨을 상하 슬라이스로 조각내서는 부서진 조각들을 뽑아내고 꼬매는...
....너무 상세히 잘 알려주는 사진.................-,-
거기다가 이미 빼본 친구들의 처절한 경험담.......


원래 엄마가 같이 가주기로 했는데,
우리 엄마 지난 월요일 "한민아, 엄마 여행갈래, 터키로!"....라고 하더니
한달 뒤도 아니고, 일주일 뒤도 아닌 이틀 뒤에, 그래 바로 그저께 터키로 훌렁떠나셨다.

.........................제주도도 그렇게 훌렁떠나진 않아요 엄마.;


어쨌든, 막상 아침에 일어났을 땐 과정을 다 알고 있으니 뭐 별로 두렵지도 않았지만
예의상 터키에 있는 엄마에게 이빨 뽑으러 가는데 무섭다고 문자를 보냈더니,
"한민아, 엄마는 에게해가 내려다보이는 호텔방인데 너무 경치가 좋구나 ^^"

...................................엄마?.....


어쨌든, 예약된 보라매 병원으로 갔는데
일반진료로 예약했더니 수술실 같은 독립된 공간이 아닌 개방형 공동 진료실에서 수술한대...헐..
나 소리 막 지르면 다른 사람들이 비웃을 꺼잖아!!


난생 처음 잇몸에 마취주사를 맞고...(이게 아팠다;) 조금 있으니 오른쪽 턱부터 입술, 혀가 얼얼해지고
나를 눕히더니 드디어...드디어....시작;;
이미 어제 네이버로 수술과정을 다 보고 온게 문제였다. 진짜 대박 긴장.......-.,-
아래턱을 꾹꾹 누르더니 드디어 드릴이 이빨을 뽀개기 시작했다.

.
.
.
.
.
.
난 치과가 아니라 공장에 온줄 알았어!!!!

드릴로 덜덜덜덜덜 이빨을 뚫기 시작하는데 이빨이 부서져나가는지 뚝뚝 끊어지는 소리가 들리고
코로 숨쉬라 그래서 코로 숨쉬었더니 단백질이 타는 냄새도 아니고 여튼 뼈 갈리는 냄새?;
봉자 말로는 입안에 핸드폰이 진동하는 것 같댔는데,,,,난 내 잇몸안에 공장이 있는 줄 알았어.-.,-
그러더니 이빨을 뽑는다면서 왜 자꾸 아래턱을 꽉꽉 누르는데 ㅠㅠ
이빨을 뽑는게 아니라 심는거 아니에요?; 저 임플란트가 아니고 발친데.....

그렇게 한참 무지막지하게 드릴로 뚫고 아랫턱을 꽉꽉 누르더니
다했다면 꼬맨단다...나 난생처음 꼬매보는데 실이 살을 뚫는 느낌이 더 짜릿하게 아프다-.,-
짼 잇몸도 다 꼬매고 거즈를 뺀 이빨자리에 물리더니 한 두시간 꽉 물고 있으면 된단다.
마취가 안풀려서 입술도 혀도 안움직이고....진통제 받아 집에와서
얼음 찜질을 할려고 냉동고를 뒤졌는데.....얼려놓은 얼음이 하나도 없어.......;
그래서 얼려놓은 쌀떡꾸러미로 대신..;;
소파에 누워서 어금니 꽉 깨물고 볼엔 얼린 쌀떡 꾸러미를 놓고 티비를 보다가
슬슬 마취가 풀리는지 거즈 문 자리가 아려오는거다.....
한 시간 넘었길래 거즈 뺐더니 이햐, 비릿한 피가 스멀스멀 나.
근데 그것도 다 삼키라 그래서 열심히 삼키다가
차라리 자는게 덜 아플 거 같아서 오후에 한시간 잤나?

일어났는데....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짱 아파!!!!!!!!!!!!!!!!!!!!!!!!!!!!!!!!!!!!!!!!!!!!!!!
............







라고 할 줄 알았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상하게 아프지가 않아; 통증이 없어; 그냥 좀 얼얼하고 잇몸에 힘이 바짝 든 느낌이지
아프지도 않고 거어의 붓지도 않았다는거..

그래서 일어나서 설거지하고 휴지통도 비우고
조기도 구워서 지금 냠냠 안움직이는 턱을 살살 움직여가며 먹고 있다.
입술이랑 혀라 다 이제 감각을 찾은거 보니 마취도 다 풀렸는데
....가장 아프다는 하악(아래턱) 누운 사랑니 발치하고도 4시간만에 멀쩡해서
비명은 커녕 랄라라 콧소리를 내는 나는 뭔가요
사람 맞나요;



그리고 하나 슬쩍 말하자면,
나 무서워서 수술내내 이어폰으로 딴 노래듣고 있었다.....
최대한 경쾌하고 리듬감있는 노래로 ......
그래서 사실 의사가 나한테 뭐라고 하는지 하나도 못들었어-.,-


....의사가 날 비웃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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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hone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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