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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9.01.10 [11] 또!미서부 로드트립 - 거대한 델리케이트 아치! 2


모뉴멘트 밸리에서부터 북쪽으로 달려 아치스 국립공원으로!



DAY 11. _18.9.4. (2)

오전에 모뉴멘트 밸리를 돌아보고서 원래 내 계획대로라면, 남쪽 그랜드캐년으로 내려가야 했으나....

내가 서부에서 친구와 여행하는 동안 엄마가 가이드 북을 읽어보다가

유타주의 아치스 국립공원 (Arches National Park)을 꼬옥 꼬옥 가보고 싶다고 하셔서 

아치들이 무너져내리고 있어서 더 늦게 가면 못 볼수도 있다나 ?


결국, 모뉴멘트 밸리 숙박을 1일 늘리고 모뉴멘트 밸리를 베이스 캠프 삼아 편도 3시간/왕복 6시간 걸리는

아치스 국립공원에 다녀오기로 한 것이다.

(만약 일정을 짤때 고려했다면 브라이스 캐년에서 아치스 국립공원으로 가는게 더 효율적이었을 것이다 ㅠ)

앞으로는 여행 루트를 짜기 전에 미리 엄마에게 가이드 북을 드리는 것으로...

음................엄마와 로드트립을 또 간다는 것인가? @@....



모뉴멘트 밸리를 지나가며 조망하는 풍경도 너무 아름답다....ㅠㅠ 또르르



포레스트 검프 촬영지!




모뉴멘트 밸리에서 아치스 국립공원으로 달리다 보면

아무 것도 없는 길 한가운데 차 몇 대가 멈춰 서 있고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바로 그 곳이 영화 포레스트 검프 촬영지!

나는 영화를 보진 않았는데, 포레스트 검프가 저 장면을 뒷배경으로 달리기를 했다던가 달리다 멈췄다던가

생각해보면 현실적으로는 인적도 없는 이 허허벌판에서 왜 달리기를 했는지 의문이지만

어쨌든, 영화 촬영지가 아니라고 해도 너무나 멋진 풍경이긴 했다. 



그리고, 아치스 국립공원에 가는 길은, 사실 힘이 들었다.

이번 여행은 무리하지 않는 것을 컨셉으로 

첫날, 둘째날 조금 빡세게 운전하고

점점 운전하는 거리를 줄이려고 했는데

오히려 중간에 운전거리가 늘어나게 되면서

첫날, 둘째날의 피로도 누적되고 해서 

루트를 바꾸자고 해서 미안하셨는지 엄마가 거의 운전대를 잡긴 했지만

뒷좌석에 앉아서 내내 툴툴거렸던 것 같다.

..가 아니고 툴툴거렸다.  @@



게다가... 가지 더 복병이 있었으니..

아치스 국립공원까지는 약 3시간 걸렸는데

공원 입구에서부터 아치를 보러 또 30분을 차를 타고 들어가야했고

주차장에 차를 대고 나서는 40분 가량 야트막한 언덕을 올라가야했던 것이다......

(참고로 아치스 국립공원도 국립공원 Pass 사용 가능하다)

즉! 구글맵으로만 검색하는 것보다는 훨씬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는 것!


꿱...





툴툴거리는 나와 달리 군말하지 않고 씩씩하게 걸어가시는 부모님 흥 !



이런 돌산을 가다보면 작은 창문같은 아치도 만날 수 있다.



아치스 국립공원에는 2500여개의 다양한 아치들이 분포해있는데, 

그 중에 가장 유명한 것이 델리케이트 아치(Delicate Arch)와 랜드스케이프 아치(Landscape Arch)인 것 같다.

유명한 아치들은 차로 휙~ 둘러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트레일을 따라 걸어들어가야만 볼 수 있기 때문에 

아치 하나 보는데마다 시간이 꽤 필요하다.

우리는 시간이 넉넉치 않은 관계로 가장 유명한 델리케이트 아치를 보기로 결정했다.

델리케이트 아치는 유타주 차번호판에 그려져 있을 정도로 유명하다.

 

꾸불꾸불한 산길을 한참 (툴툴거리며) 걸어들어가다보니 갑자기 어느 순간

눈 앞이 탁 트이면서 델리케이트 아치가 등장했다.

사실. 처음에는 아치까지 거리가 꽤 있어서 아치가 얼마나 커다란지 느껴지지 않았다.



델리게이트 아치 등장의 순간! 아치만 보면 그리 커보이지 않는데 사람드로가 비교하면 어마어마하다



일단은 멀리 앉아서 아치를 감상해봅니다.어쩜 풍화작용에 저렇게 가운데가 뻥 뚫린 아치가 살아남았을꼬..



델리케이트 아치의 거대함은, 아치 앞에 다가섰을 때 비로소 실감할 수 있다.

아치의 높이만 해도 18m정도라는데 9층짜리 아파트 높이랄까?

사람들이 모두 자연스럽게 줄을 서서 델리케이트 아치와 인증샷을 찍는다.

우리 가족도 열심히 서로 카메라를 바꿔가며 인증샷을 찍었다. 



엄마랑 아빠 ㅋ 엄마만 브이를 하고 아빠는 반쪽짜리 하트에 맘이 상했나?



(언젠가 볼 수도 있겠지) 사랑의 하트 발사!



엄마랑 나랑 아빠! 사진을 보니 갑자기 무너지지 않을까 급 무섭네



툴툴거리던 나를 위해서 엄마가 이쁘게 사진도 찍어주셨다.



이 아치를 보려고 한참을 차를 타고, 또 걸어 들어왔기 때문인지

사람들은 다들 느긋하게 아치 주변에 편하게 앉아 노닥노닥 거리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아마도, 노을이 지는 시간이 가까워져서 노을을 기다리고 있었던것도 같다.

그리고 엄청 좋은 카메라를 세팅하고 기다리고 있는 사진작가들도 많았다.


사실 델리케이트 아치가 있는 지형이 냄비처럼 움푹 파여진 경사형태라서 조금 위험하기도 한데 

우리 가족끼리 열심히 카메라를 바꿔가며 사진을 찍고 있는데

갑자기 위에서부터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고갤 들어보니 사진기자의 렌즈캡이 떽데구르르르 우리쪽으로 굴러 떨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모두가 떨어지는 렌즈캡만 바라보며 집중한 가운데

아빠가 떨어지는 렌즈캡을 잽싸기 낚아채서 보고 있던 사람들로부터 Nice Catch! 박수를 받았다. ㅋㅋ

다들 일면식도 없고 말도 통하지 않는 각 세계 사람들일 뿐인데

이런 좋은 일에는 인종도 국경도 없는 것 같다. 

모두가 한 마음으로 기뻐하고 박수치고 고마워하고 ㅋ

노을을 기다리는 심심한 가운데 작은 이벤트였달까? 



이렇게 외계행성마냥 동그랗게 파여 있다.



사실 처음에 아치를 보러 간다고 했을 때는 큰 흥미도 없었을뿐 더러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일정 때문에 특별한 느낌이 들 여유도 없었다.  

(당시엔 이제 해가 지는데 캄캄한데 운전해야하는게 더 부담스럽게 느껴졌다.ㅜㅜ

우리나라 고속도로와 달리 국립공원 일대에는 가로등도 없어서 밤 운전이 너무 힘들었다.)



그런데 막상 가서 델리케이트 아치를 보고 나니,

풍화침식의 결과로 이런 아치가 생겼다는 것도 대단한데

나는 아치 그 자체의 대단함보다도

아치가 거대한 자연 액자가 되고, 그 공간 사이로 아치 너머의 풍경들이 액자에 담긴 그림이 되는

특별한 자연의 프레임 구조가 너무 맘에 들었다.

아치와 아치 속에 담기는 너머의 풍경이라니.

종종 창문이 프레임이 되어 잘라내는 풍경은 감상해봤지만

이렇게 자연아치에 의해 담겨지는 풍경은 처음 본 것 같다. 

나는 거기서 그런 생각을 했네 허허.


그런데 신기한게, 이제 우리는 이런 자연 환경 속에 멋진 아치가 서 있는 곳을 알고

GPS로도 알 수 있고 트레일도 잘 닦여져 있으니 아치에 접근하는게 어려지 않지만,

도대체 이 아치를 발견한 사람은 어떻게 처음 발견했을까?


아치가 있다는 것을 알고 가도 이렇게 구불구불 오랜 길을 걸어가야 하는데

이걸 처음 발견한 사람은 아치가 있는 것도 모르고 그저 이런 산길을 헤메다가 발견한걸까?

아치에서 바라보면 내가 올라온 길이 보이는데, 반대로 올라오는 길에서는 아치의 끄트머리조차 보이지 않는데.

여하튼, 누가 무슨 이유로 어떻게 이런 아치들을 발견하게 되었는지 궁금....

 

 


다시 돌아가는 길. 비록 운전의압박은 있었지만 올라올때보다는 한결 마음이 가벼웠다.



우리도 노을을 보고 가려고 한참을 기다렸지만

아무래도 구름이 잔뜩 끼어 노을을 보긴 쉽지 않을 것 같았다.

게다가 우린 돌아갈 길도 멀고, 내일도 일정이 있기에 델리케이트 아치를 뒤로하고 하산하기 시작했다.

하산 하는 동안 잠시 해가 비추었고, 

아마도 끈기있게 노을을 기다리던 사진작가들은 금빛 햇살이 비추는 멋진 델리케이트 아치를 보았을 것이다. 

아쉬운 마음이 1% 정도 있었지만, 돌아가는 길이 고단함을 알기에 크게 아쉽지는 않았다.  



돌아오는 길은, 생각했던것 만큼 (혹은 그 이상) 피곤했다. 그랬던 것 같다.

그 피곤함이 내일 여정에도 약간의 여파를 끼쳤다. ㅠㅠㅠ



하지만, 아치스 국립공원에 갔다오긴 잘했다.

사실 뭐든 하기 전엔 조금 귀찮고, 별거 없을 것 같고, 몸이 피곤하고 그런 핑계거리가 잔뜩 생기지만

또 경험하고 난 뒤에는 그 나름 좋은 것이 있었고, 또 결국엔 거의 좋은 기억으로 남게 된다. 

나이가 먹으니 호기심이 줄어들고 기대가 줄어들고 

몸이 편한걸 찾게 되면서 점점 삶도 여행도 단조로워지는 것 같다..

그런 마음을 이겨내야지. 

내가 머릿속으로는 상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풍경과 느낌이 있을 거라고 

그렇게 기대하면서 꿈을 꾸면서 살아가야지.



이제 내일은 드디어 대망의!

그랜드캐년이다 두둥두둥두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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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hone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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