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n giorno! 좋은 아침 :)! (이탈리아 여행간다고 생활 이탈리아도 배워서 갔는데 다 기억에서 희미해진지 오래...)
이탈리아에서 맞이하는 8일째 아침! (실제 여행에선 10일째 아침!)
오늘은 피렌체를 떠나 시에나(Siena)까지 내려갔다가 산 지미냐노(San Giminano)로 살짝 올라오는 여정이다.
산 지미냐노의 아그리뚜리스모(Agriturismo, 농가민박)이 이번 여행의 마지막 하이라이트여서 기대 만발인데
체크인 시간까지 시간이 뜨는데 피렌체보다는 새로운 도시를 가보고 싶어서 시에나를 루트에 넣었다.
피렌체에서부터 시에니까지는 차량으로 약 1시간 거리.
오전에 부랴부랴 짐싸서 피렌체를 떠나 시에나로 왔는데
야....이거 1시간씩 내려올때마다 8월 한여름의 햇볕 장난 아니다야.........(-ㅅ-;;)
심지어 오전에 이동하다보니 매번 제일 뜨거운 정오 한낮에 돌아다니게 된다는 함정이 ㅠㅠ
여름의 이탈리아 중부/남부는, 사실 너무 힘들다.
어쨌든, 시에나 구도심 외곽에 차를 주차하고, 시에나의 관광의 핵심인 캄포광장(Piazza del Campo)으로 향했다.
여느 이탈리아 중세 도시가 그렇듯, 구도심안으로 들어오면 중세시대에 들어온 듯, 영화 세트장에 온듯
지금껏 내가 살아온 세계와는 전혀 다른 공간 속을 걷고 있는 듯한 착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난 참 이탈리아가 좋더라. 2008년에도 그랬고, 2019년에도 그랬고.
캄포광장(Piazza del Campo)는 부채꼴 모양으로 생긴 광장인데
고대 로마의 공회당과 시장 자리에 1293년 시에나 의회가 공공장소를 만들기 시작하면서 조성되었다고 한다.
여기 캄포 광장에서 시에나 대표 축제인 팔리오(Palio)도 개최되는데, 나는 아슬아슬하게 그 축제를 비껴서 가게 되었다.
원래 여행자들이 여기 광장에 드러누워서 토스카나 하늘을 즐긴다는데,
지금 이 시간에 여기 누웠다가는 화상각...
부채꼴 모양의 광장을 조망하려면, 광장의 푸블리코 궁전(Palazzo Pubblico)의 만지아의 탑(Torre del Mangia)에 올라가야 하는데
계단이 무려 500개나 됩니다요.......무릎 괜찮은 분들만 추천드립니다.
캄포광장은 중심지답게 그리고 관광지 답게 관광객들이 복작복작 거렸다.
그래도 피렌체에 비하면 출퇴근길 2호선에 있다가 한낮의 널럴한 2호선을 탄 듯한 느낌이다. 휴.
피렌체는 전 세계 관광객이 다 모인 것 같은 느낌이라면, 시에나는 주로 유럽 관광객들이 모인 것 같은 느낌.
정오를 지난 시에나의 햇살은 정말 뜨거웠다. 사진이고 뭐시기고 찍고 싶지 않을 만큼 뜨거움....ㅠㅠ
오늘 일정의 핵심은 시에나가 아닌 아구리트리스모였기 때문에 시에나에서 머물 시간이 넉넉하지 않았다.
그래서 점심은 캄포광장의 카페테리아에서 샌드위치와 신선한 샐러드, 그리고 오렌지쥬스로 간단히 해결!
사실 내 여행에서 맛집 기대하면 안된다. 엄마아빠 닮아서(?) 굶거나 대충 때우면서 관광하는 스타일임..(-ㅠ-)
점심먹고 그래도 시에나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 두오모(Duomo)로 가봅니다.
캄포광장에서 두오모는 그리 멀지 않은 거리에 있는데 입장권을 사는 줄이 또 한참 늘어져있다.
거대한 이 두오모는 무려 12세기에 시작되어 200여년에 걸쳐 완성된 로마네스크와 고딕의 혼합양식 교회인데
원래는 세계에서 가장 큰 교회가 되었을지 모르지만 14세기 페스트 때문에 설계대로 완성되지 못하고
지금 규모에서 멈추어버렸다고 한다.
두오모의 전면부는 마치 밀라노 두오모의 축소판 같고, 대리석으로 지어진 부분은 피렌체 지오토의 종탑의 어딘가를 닮은 것 같다.
그나저나 두오모를 짓기 위해서 200년이라니, 유럽에 몇백년씩 걸려 지어진 성당들이 워낙 많긴 하지만
종교의 힘은 대단하다.
두오모로 들어가니 다소 캄캄하기는 하지만 내부 장식이 압도적이다.
황금빛으로 번쩍번쩍하는 성당이라든지, 스테인드글라스로 영롱한 빛감의 성당들은 많이 보았는데,
얼룩말 같은 흑백 줄무늬의 대리석 기둥들과 밤하늘 별이 총총 쏟아지는 것 같은 천장은
(많이 보지는 못했지만) 지금까지 보았던 그 어떤 성당/교회의 모습과는 다른, 시에나 두오모만의 독특한 느낌.
나중에 출처없이 사진만 보더라도, 시에나 두오모는 한 눈에 알아 볼 수 있을 것만 같다.
두오모에서 나와 왼편 건물로 가서 내려가는 계단을 따라가면 세례당(Battistero)이 나온다.
이 곳은 두오모내부와 다르게 황금빛으로 번쩍번쩍하는데 정교한 프레스코화 장식에 입이 떡 벌어졌다.
두우모 통합권에는 원래 두오모, 세례당 그리고 두오모 오페라 박물관까지 입장이 가능했는데
두오모 오페라 박물관은 바로 입장되지 않고 시간대마다 오픈인원을 제한하고 있었다.
땡볕에 사람들이 진짜 땀을 뻘뻘흘리면서 거의 악에 받쳐서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음....ㅠㅠ
여기까지 오고 티켓도 산 거, 웬만하면 오페라 박물관까지는 보고 가고 싶었지만
이런 땡볕에서 15분이상 기다리다가는 날씨요정과 철천지원수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곱게 포기하고 돌아섰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한여름 땡볕의 이탈리아 여행은 심각하게 다시 생각해보셔야 합니다....
지금의 이탈리아는 1800년대 후반에 통일된 나라이고, 중세시대에는 도시국가로 이루어져있었다.
잘 알려진 피렌체, 시에나, 밀라노, 베네치아, 나폴리 같은 도시들이 중세시대에는
피렌체공화국, 시에나 공화국, 나폴리 공화국 같은 하나의 나라를 이루고 있었다고 한다.
공화국마다 조금씩 문화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유산도 다르고, 심지어는 언어도 달랐다고.
그래서 지금의 이탈리아에 문화유산이 이토록 많이 남았다고 한다.
지금의 우리 눈에는 모두 한 나라의 여러 도시들 중에 하나일 뿐인데,
몇백년 전에는 모두 다른 나라여서 서로 경쟁하고 심지어 싸우기도 했다니.
이탈리아 여행이 한 나라 여행이 아니라 여러 과거 나라의 여행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
여행을 하면 할 수록 이탈리아의 역사와 문화를 더 잘 알아보고 싶은 욕심이 마구 생겨난다.
시에나는 15세기까지 교통과 상업의 교통지였는데 그 이후 피렌체에 밀려 쇠락했다고 한다.
관광지로서도 피렌체가 압도적으로 유명한 탓에, 시에나에 대한 자료도 풍부하지가 않아서
시에나를 짧게나마 돌아보면서도 아는게 없어 너무 겉핥기식 둘러보기만 한것 같아 아쉬웠다.
다음에 다시 한 번 기회가 된다면....(끊임없이 다시 올 핑계를 구상하는 중)
시에나에 대해서 깊이 공부해보고, 조금은 더 선선한 날에(핵심) 시에나에서 느긋한 시간을 보내며 찬찬히 둘러보고 싶다.
그렇게 시에나에 대한 깊은 아쉬움을 뒤로 하고, (그땐 너무 더워서 아쉬운줄 몰랐다...)
드디어 아구리뜨리스모(Aguritrismo)가 있는 산 지미냐노(San giminagno)로 출발! 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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