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6월 1일
세계여행 제 32일째
Monserat. Spain
세계여행 제 32일째
Monserat. Spain
아침일찍 민박집에 짐가방을 맡겨놓고는 기차를 타고 몬세랏으로 떠났다.
나의 계획에 몬세랏이란 곳은 없었는데 그렇다고 바르셀로나에서 또 죽치고 놀기도 그래서...
당일치기로 가능한 몬세랏으로 가기로 결정!
몬세랏에 뭐가 있냐구?
몬세랏에 가면 높은 산에 있고 절벽같은 곳에 유명한 수도원이 있다고 한다.
그리고 예배시간에 맞춰가면 소년합창단의 영롱하고 아름다운 합창을 들을 수도 있다고.
새벽같이 몬세랏으로 향했는데, 한치 앞도 안보일만큼 안개가 그득그득했다......OTL
수도원의 예배가 시작하기 전에 우리는...힘도 뺄겸(?) 등산을.....
아주 잠깐 안개가 걷혀서 산의 정상이 깨끗하게 보였다.
저 절벽에 서 있는 것이 몬세랏수도원.
가까이서 보니..사람들이 바글바글하니 모여있다!
한참 산을 오르다가 갑자기 정신이 들었다; 아차, 합창보러 가기로 했었지!!!
서둘러서 산을 내려오는데 쿵쿵! 울리는 소리와 합창 소리가 나서 살펴보니
수도원 야외에서 사람들이 잔뜩 모여 다같이 가볍게 뛰고 있는게 아닌가.
아마 무슨 축제나 행사를 하고 있었던 것 같다. 예상치 못하게 볼거리가 생겼다고 신나서 달려갔다.
가까이서 보니 서로 옷을 맞춰 입은 교인들끼리 손을 붙잡고 원을 만들어
모두 똑같은 율동을 하고 있었는데 축제...라기보다 무슨 대회였나보다.
춤추는 사람들 표정이 진지하고 결의에 차있었는데...
그 표정에 비해서 춤이 너무 단순하고 쉬워서 뭔가 아이러니 해보였다.
교회 밖에서도...
교회 안에서도...
그래서 합창은 어떻게 되었냐고?
저 춤추는 거 보다가 합창 시간을 놓쳐서......합창은 못봤다....이거 볼라고 왔는데....-_-;;;;
그래도 이 교회 안에 소원을 이뤄주는 유명한 동상이 있다고 해서 우리도 줄서서 그 동상을 뵙고 왔다.
오른쪽 손에 구슬 같은 것을 들고 있는 성모마리아 상이었는데, 그 구슬을 만지면서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고....
사람들이 다른 부분은 못 만지게 유리관으로 막아놓고 구슬부분만 내놓았다.
나도 소원을 빌었는데..무슨 소원 빌었는지 까먹었어....후..
천사그림에서 방금 튀어나온 것만 같은 아이. !!
수도원이 있는 산중턱에서 바라본 몬세랏 마을의 모습...
사실 이날 몬세랏에 대한 특별한 기억도, 특별한 감흥도 없다.
그냥 안개 가득한 어느 날, 바르셀로나 주변에 있는 산에 올라서 교회를 구경하고 내려왔다는 거 말곤.
딱히 강추하고 싶지는 않은데 그래도 여행하다가
갑자기 산에 가고 싶거나 자연경관이 그리워진다면 가볼만한 것 같은 곳.
바르셀로나로 돌아오니 어느 새 오후가 느즈막히 지나가고 있었다.
햇살이 조금씩 기우는걸 느끼면서 3일동안 머물렀던 정든 민박집에서 캐리어를 끌고나와 기차역으로 향했다.
바르셀로나에 도착했던 첫 날, 햇살이 환하게 부서지던 아침에
어리버리하게 야간기차에서 내려 민박집 아줌마를 따라갔는데
벌써 이렇게 정들어서 작별을 하는구나. 아쉽지만 Adios, Barcelona.
같은 한국인인데,,난 황인종이고 언니는 백인인것 같은....
...........라고 좋게 끝났으면 얼마나 좋아??!???!??!??!?!!!!!!
그러나 ....우리의 사건 사고는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도대체 언제끝나?)
여유롭게 바르셀로나 역에 도착해서, 스위스의 베른으로 향하는 야간기차에 올라탄 우리들!
이미 야간기차도 타봤겠다 승무원한테 기차까지 확인해가며 자신만만하게 기차에 올라 우리의 침대칸을 찾는데...
어머........왜 우리자리가.........................의자석이야??!??!??!
아무리 눈을 씻고 다시 확인을 해봐도 우리표에 찍힌 좌석은.....침대가 아니라 의자였다.
말도 안돼, 말도 안돼, 말도 안돼!!!
프랑스에서 이 표를 샀을 때 무려 43유로나 주고 샀다고!!!!!
우리가 알기로 2등석 침대칸 예약비는 대략 20유로사이, 의자는 6유로정도였는데
그 뚱뚱한 프랑스 역무원이 우리에게 개인당 43유로라고 적어주고 카드까지 긁었단 말이야!!
근데 왜 의자야.의자야.의자냐고!!!!
.......나........사기 당한거야??!??!??!?!!!!!
일단 우리 좌석이라고 쓰여있으니 앉기는 앉았는데......그야말로 황당 시츄에이션.
43유로나 내고 앉아가는 사람이 어딨어;;; 나 그 프랑스여자한테 당한거야?! 이거 어디가서 따져야돼??!?!!!!
지금 내가 43유로 내고 의자석 앉은것도 황당한데,,,,
유럽에서부터 모든 영어의사소통과 그로인한 발권은 다 내가 했기때문에....
시은언니는.....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43유로 내고 의자에 앉은거다.......
그렇게 기차는 덜컹덜컹 스페인을 출발했고, 감상에 젖어 있어도 모자랄 순간에
이런 황당한 시츄에이션이라니.....어쨌거나 따져볼건 따져봐야겠다 싶어서
나는 침대칸이 어디에나 있는지 찾아보려고 표를 들고 나의 의자석을 박차고 나갔다.
아니,,,,근데................
침대칸을 찾기는 찾았는데.....보통 유럽여행에서 이용하는 6인침대칸이 아니라...
우리가 스페인에 올때 타고 넘어왔던...그 호텔침대칸이 아닌가!!!
뭐야, 그럼 이거 그냥 기차가 아니라 또 호텔차인거야??!?!?!
이제서야 대충 상황파악이 된 유럽여행 10일차 박한민씨...
나도 모르게 피식 새어져 나오는 웃음을 참으며 역무원에게 물어봤다.
"이거...호텔차인가요? 호텔침대칸이랑 의자밖에 없는?"
" 넹 ^^"....아 너무 쌩긋 웃으며 답해주시는구나...
....그렇구나....어쩐지....내가 듣기로 일반 기차는 의자 딱딱해서 잠자기도 불편하다던데
내가 앉은 의자는 사장님의자 쿠션에 뒤로도 젖혀지고...왠지 고급스럽다 싶었어........(....)
그래도 그렇지....의자가 43유로나 하다니.....................................이럴바에야 좀 더 얹어서 침대살껄 ㅠㅠ
그랬다.....바르셀로나에서 스위스로 넘어가는 야간열차는...호텔차입니다....
파리에서 바르셀로나로 직행으로 넘어가는 야간열차도....호텔차에요.....^^
가난한 배낭여행객 여러분.....여러분들은 절대로 반시계방향으로 루트를 짜지 않도록...
미리 경험해본 제가 이렇게 말씀드립니다......대략 100유로 더 손해를 감당하실 수 있다면 괜찮고요 ^^
어쨌거나, 스위스까지 앉은채로 밤새 자면서(?) 갔다는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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