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 관람은 생각했던 것 보다, 기대했던 것보다 (사실 기대를 안함;;;) 훨씬 좋았다. :)

에르미타주 미술관 관람을 끝내고 우리는 네바강을 건너 여행 일주일만에 한국식당 밥집에서 한국음식을 먹었다.

사실 나는 여행하면서 한식을 먹지 않아도 크게 상관하지 않는 편인데

함께한 K와 J는 매일 아침 한국 컵라면인 "도시락"을 사다 먹었다는........

(참고로, 러시아에 "도시락" 컵라면 완전 널리고 널렸다. 심지어 한국에서보다 찾기 쉽고 맛도 다양함!)



한국음식을 먹고 한층 기운이 난 K와 J, 그리고 나는 네바강을 건너온 김에

에르미타주르 마주보고 있는 토끼섬으로 산책 겸 걸어갔다.

표트르 대제가 이 섬에 스웨덴 공격을 방어하기 위한 요새를 지으면서 이 섬이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초석이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 섬은 페트로파블롭스크 요새로 둘러싸여져 있고 그 안에 페트로파블롭스크 성당과 형무소 박물관 등이 있는데

우리가 갔을땐 이미 개관시간을 지났기 때문에 들어갈 수 없어서 크게 섬을 따라 걸었다. 




우리가 건너온 네바강. 저녁 9시가 다 되어가는데 이제야 노을이 지는지 붉은 빛이 감도네. 



토끼섬이라고 토끼동상이 있는데 러시아 토끼는 삐쩍 말랐나봐요. 전혀 토끼다운 귀여움이 없음....




요새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요새 바깥을 따라 걸으면, 네바강 맞은편에 줄지어 서있는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전경이 한 눈에 들어옵니다. 




저 멀리 빼꼼이 피의 구원 사원의 돔도 보이고요, 네바강 선착장을 따라 정박해있는 유람선들도 보이고, 운치있는 풍경 :)




이 도시의 넓은 하늘을 가득 채운 거대한 구름.




요새의 성곽을 따라 걷다보니 해변같은 모래 사장이 나왔다. 넘나 한적하고 낮에 소풍오면 딱 좋을것 같다 ♡ (바람이 미친듯이 분다는게 함정)





저녁도 훌쩍 지난 시간.

해가 지면서 무거운 구름 아래로 황금빛 노을이 도시를 비추었고, 

토끼섬 쪽에서 바라보는 네바강변에 늘어선 아름다운 건물들을 바라보는 것은,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또 다른 모습의 발견이자, 생각지도 못한 운치와 분위기가 있었다. 




때론 가이드북에 쓰여지지 않은 곳에서, 

혹은 가이드북이 가르쳐주는 곳 바로 그 옆면에 서면

새로운 풍경을 만나게 된다.

그런 곳을 발견하는 것이 여행의 또 다른 즐거움이고 :)







관광지가 아닌 주민들의 따뜻한 일상 풍경 




특히, 강 하나 건너니 

반대편의 관광객으로 바글거리던 복잡한 관광지가 아닌

이 곳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주민들이 산책하고 일상 생활을 즐기는 동네가 나타났고, 

그래서인지 한결 여유롭고 포근해보였다. 




며칠 뒤 조금 시간 여유가 있으면 느긋하게 이 동네를 돌아다니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우리들은 다리를 건너 라스트랄 등대가 있는 바실리 섬의 비르제바야 광에 들어섰다. 





비르제바야 광장족에서 바라본 토끼섬과 페트로파블롭스크 성당의 실루엣. 그리고 그 뒤에 옅게 깔린 노을 




우뚝 솟은 라스트랄 등대





러시아인들의 흔한 춤바람. jpg





어라, 
그런데 이 늦은 시간에 라스트랄 등대에 사람들이 바글바글 모여있다. 

궁금해서 보니, 등대앞의 작은 공터에서 러시아 사람들이 흥겨운 남미풍의 음악을 켜놓고

Fiesta (피에스타)라는 간판을 걸고서는 살사(?)같은 흥겨운 춤을 추고 있었다.





대박...............



춤 동호회에서 나왔나? 다들 쑥쓰러움도 없이 리듬에 맞춰 신나게 춤 춘다.

다들 열심히 추긴 추는데 다들 키가 너무 커서 살짝 허우적거리는 것 같아보임.........(..)


(러시아라고 그런 흥겨운 춤을 추지 말라는 법은 없지만)

무뚝뚝하고 츤츤하기만 한 러시아 사람들이, 

길거리 한복판에서 남녀 짝을 지어서 이렇게 열정적인 춤을 추는 모습은 상상도 못했는데!

러시아에서는 매일매일 나의 선입견을 하나씩 깨뜨려주는 것 같다.

도대체 나도 러시아를 얼마나 딱딱하게만 생각한걸까?



한참을 이 흥겹고 신나는, 러시아 사람들의 춤 사위를 바라보다가 

궁전다리를 건너 다시 겨울궁전이 있는 쪽으로 건너왔다.  

걷고 걷고 또 걷고, 노을따라 걷고 노을 보며 걷고. 





노을빛에 멋있게 물들어가는 궁전다리. 저 멀리 라스트랄 등대.




인어 형상의 조각상이 달린 전등. 귀엽다 ♡




궁전다리를 건너오니, 이번에는 에르미타주 근처에서 또 다른 신나는 음악소리가 들린다. 

바로 겨울 궁전가 있는 코너에서 길거리 버스킹이 한창이다.

어제는 이 근처에서 클래식 바이올린을 켜는 버스킹을 봤는데...



늦은 밤, 

해가 지지 않는 이 여름밤.

토요일 밤 이 도시의 분위기는 이토록 흥겹고 생생하구나 :)



숙소가 관광지 한복판에 있어서 이리저리 관광객들에게만 치이다가

이렇게 한 여름밤, 이 곳 주민들이 삶을 살아가는 모습, 삶을 즐기는 그런 모습을 보니

덩달아 흥이 나고 마음도 들뜬다. 



숙소로 가는길에 궁전광장을 가로지르는데, 

낮에 보았던 겨울궁전 위로 양떼구름이 멋지게 깔려있다.

십자가를 지고 있는 전승기념비의 천사의 실루엣이 유난히 도드라진다고 생각하는데

갑자기 하나, 둘 건물에 광장의 건물들에 불이 켜지기 시작한다.



정확히 밤 10시에. 





불이 켜지기 직전, 이제야 조금은 캄캄한 밤 10시의 궁전광장과 겨울궁전.




갑자기 궁전과 가로등에 불이 들어오기 시작하고.




점점 환하게 불을 밝히는 겨울 궁전의 야경.




짜잔 ^_^V 역시나 바람이 미친듯이 불고요, 손에는 에르미타주 기념품샵에서 산 플라스틱 백 호호.




완전히 해가 지지 않아 푸른빛의 하늘과 Light up으로 한결 로맨틱한 분위기가 된 궁전광장. 




구 참모본부의 아치에 들어온 강렬한 하늘과 승리의 천사와 그리고 불밝힌 아름다운 궁전의 조화. 





흔한 러시아 언니들의 다리길이. jpg






밤 10시, 우연히 궁전광장에서 만난 겨울궁전의 Light up.

아직 해가 완전히 지지 않아 파란 기운이 감도는 멋진 하늘 아래

거대한 궁전에 하나, 둘씩 불이 켜지던 순간.



참 아름답다.



이 여름 밤.

이토록 해가 지지 않는 이 여름 밤.

등대 밑에 모여 뜨겁게 춤추던 사람들도, 

길거리의 공간을 가득 채우던 버스킹의 음악도, 

찬란하게 불을 밝히는 궁전의 불빛과 궁전 광장의 로맨틱함도,


상상하지 못했던 이 곳 러시아의 살아있는 삶 그 자체로구나.






또다른 운치가 있는 모아키 강의 야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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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궁전에서 다시 쾌속선을 타고서 네바강의 선착장으로 돌아왔다.

오전에 가득히 몰려오던 구름들도 바람 따라 많이 휩쓸려 가버린걸까.

하늘이 완전히 개이지는 않았지만, 이제서야 서서히 기울어지는 노을빛이 번잡한 네바강 주변을 촘촘히 내리쬐고 있었다. 





쾌속선에서 보이는 바실리 섬의 인류학 박물관 (연두색), 동물학 박물관 (오른쪽 노란색) 




돌아온 네바강의 선착장, 8시가 가까운 시간인데도 해가 대낮같이 중천에 떠있다. 




에르미타주 박물관 옆 공원에서 한가롭게 햇살을 즐기는 사람들.  여유로움이 느껴진다. :)





에르마티주 박물관과 마주보며 궁전광장을 둘러싸고 있는 거대한 구(舊) 참모본부 건물과 그 가운데 알렉산드로프 기념비






상트페테르부르크 관광의 핵심인 에르미타주 박물관과 궁전광장은 전 세계에서 몰려온 사람들로 북적북적 거렸다.

궁전 광장을 반원으로 둘러썬 참모본부 건물 (General Staff Building)이 노을빛을 받아 그 기세가 더욱 등등한 느낌마저 들었다. 

시간은 저녁 8시가 되어가는데,

백야의 도시 답게 하늘은 파랗고 이제야 햇살이 천천히 기울면서 여전히 환한 대낮같은 묘한 느낌이 들더라. 



나도 러시아 여행을 굉장히 오래 머뭇거렸던 이유이고 많은 사람들이 걱정하는 것 중의 하나가

러시아의 치안, 특히 동양인에 대한 스킨헤드들의 테러였다.

내가 러시아여행을 가고 싶다던 2006년에만 해도 정말 동양인에 대한 염산 테러 소식이 간간히 있었고

10년이 지난 2016년에 러시아에 가겠다고 했더니, 다들 이런 반응이었다. 



"러어어어시아?! 패키지도 아니고?!! 괜찮겠어? 살아돌아 올 수 있겠어????"

(혹은, 거기 겨울 아니야?)




하지만, 결과적으로 여행하는 동안 치안에 대해서는 전혀 걱정하지 않고 다녔다.

일단, 내가 여행하는 동안에는 스킨헤드족을 보지도 못했고, (단, 4월에는 조심해야 한다고 한다)

서유럽이나 남미에서 신경을 곤두세우게 하는 소매치기들 걱정도 없었다.

그리고 백야까지는 아니었지만 여름은 해가 굉장히 길었던 덕분에

늦은 시간에 돌아다녔어도 날이 너무 환하여서 어둡고 으슥한 곳조차 없어서 

시간적으로도 굉장히 여유로웠을 뿐만 아니라 캄캄한 길을 다닐 일이 없어 무섭지도 않았다.


하지만, 어떤 상황이 생길지 모르니 방심해서도 안되고 여행지에서는 반드시 조심해야 하는 건 분명하다.

내가 러시아에서 안전했다고해서 모두가 다 안전하기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하지만 그건 세계 어느 곳을 가더라도, 심지어 한국에서도 밤늦게 돌아다니는 것은 위험하니 각자가 항상 조심해야 하지 않을까.

다만, 우리가 막연히 러시아에 대해 가지고 있는 선입견에 비해서는 훨씬 안전하다고 느껴졌다.

(개인적으로는 파리, 바르셀로나, 로마, 남미 같은 곳이 소매치기 때문에 더 신경쓰였음!)


 



귀여운 마뜨료슈까 인형을 그려놓은 기념품 가게.





시계가 오후 8시 7분을 가리키는데, 구름이 조금 끼어서 그렇지 날 자체는 굉장히 밝다!




누가 보면 아침 8시 인줄....







숙소로 돌아가기 전, 가볍게 저녁을 먹고 들어가려고 

넵스키대로에 있는 러시아 전통 파이 가게인 슈톨(Штолле)로 들어가보았다. 

( 홈페이지 : http://spb.stolle.ru/en )



쭈삣쭈삣 거리며 들어가니 커다란 진열장 안에 두툼하게 속을 채운 파이들이 가득 있고, 

우리는 먹고 갈 거라고 했더니 안쪽의 테이블로 안내해주고 메뉴판도 가져다 주었다. 

파이 종류가 정말 많은데 고기 파이, 연어 파이, 버섯 파이처럼 식사로 먹어도 좋을 파이도 있고, 

사과 파이, 레몬파이, 럼 케잌, 치즈케잌 같은 디저트 파이도 종류 별로 있었다.

더 좋았던 건, 파이 크기가 그램 단위 별로 나뉘어져 있어서 조금씩 시켜서 다양하게 맛 볼 수 있다는 것! 

게다가 가격도 100~200루블 사이여서 부담도 없다. 


다만, 저녁 늦은 시간에 갔더니 이미 파이 종류가 많이 매진되어서 선택의 폭이 좁았다...(ㅜㅠ)

이것 저것 주문하려다 여러 번 실패하고 고기 파이와 연어 파이를 시켰습니다. 






고기 파이와 연어 파이



속을 꽉 채운 고기 파이 (250g짜리) - 맛있었다 :D 보니까 또 먹고 싶네.....






바삭거리는 빵 안에 고기가 두툼하게 꽉곽 채워져 들어가 있어서 먹고 나니 든든한 느낌!

내친김에 내일 아침에 먹겠다며 연어파이까지 테이크아웃으로 사들고 

가벼운 마음으로 호스텔로 돌아왔다. 



이제 내일은, 세계 3대 박물관 중 하나인 에르미타주 박물관에 가보렵니다! 

Posted by hone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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