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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6월 4일
세계여행 제 35일 째 (2)
Bern, Switzerland


   

틈만 나면 그 날의 여행기를 글로 남기는 나.


생각보다 별 볼일 없었던 무제크 성벽을
내려와 우리는 호텔에서 캐리어를 끌고
또 미친듯이 달려서
아슬아슬하게 베른행 기차에 올랐다.
곧 죽을 사람처럼 헉헉거리면서
올라탄 열차는
꽉 차서 앉을 자리도 없었다.....................
OTL하던 순간, 열차칸 앞에 보이는 숫자 1.
오호라 1등석이로구나!
우리는 냉큼 짐을 끌고 1등석에 쳐들어갔다.
2등석이 있던 사람들이
"쟤네  1등석인거 모르고 들어가는거 아냐?"
라는 걱정스런 눈길을 보냈지만
우후~ 우리는 1등석 유레일패스거든요!
검표원도 웃으면서 펀치를 뚫어주셨거든요~
음하하하하



그렇게 1시간 30여분이 지나 드디어 스위스의 수도, 베른에 도착했다.
베른에서 로마로 떠나는 야간열치 시간까지 두세시간 남아있었고, 주영오빠와는 베른역 정문에서 만나기로 약속했었다.
우리는 이미 베른을 구경했었던 주영오빠의 조언을 듣고 장미공원으로 향했다.

곰공원이 있는 언덕에서 바라본 베른과 아레 강



루체른도 그랬지만 베른도 강을 끼고 있는 작은 도시였다. 생각해보니 정말 강, 아니면 바다를 끼지 않은 도시가 없구나.
서울과 한강, 런던과 템즈강, 파리와 세느강, 루체른과 로이스 강, 베른과 아레 강.
처음 도시가 생길때 식수와 농경수라는 필요조건에 의해 강 옆에 자연적으로 도시가 생겼지만
이렇게 강을 끼고 있는 도시들은 강 때문에 더 돋보이는 것 같다. 도시라는 곳에 강이 줄 수 있는 아름다움과 운치와 낭만.


음? 하늘로 올라가라고? ㅎ



곰공원에서 한참 걸어올라가 드디어 장미공원에 다다랐다.
근데....장미꽃이 만발해서 너무 예뻤다는 주영오빠의 말과는 달리;
전날과 오늘 비가 쏟아부어서인지 장미들이 죄다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ㅠㅠ
잉....또 이렇게 비때문에 장관을 놓치는거야?................................쳇.


쏟아지는 비에도 고개를 떨구지 않은 도도한 녀석들.


장미공원에서 내려다보는 베른의 구시가지.

비록 작은 도시이기는 하지만 베른은 중세의 유럽 모습이 가장 잘 남아있는 곳으로 유명하다고 한다.
루체른과 비슷비슷한 느낌의 도시였지만 확실히 베른이 훨씬 더 앤티크하고 올드한 느낌, 아기자기한 느낌이 강했다.
장미공원에서는 베른의 옛 시가지와 그 시가지를 끼고 도는 U자형의 아레강이 한 눈에 내려다 보였다.
빽빽하리만큼 오밀조밀 모여있는 빨간 지붕의 베른의 옛 시가지.
왠지 모르게 영화 '향수'가 머릿속에서 오버랩이 된다. 맞아..거긴 프랑스였지....하면서도-
난간에 걸터 앉아 마치 영화를 보듯이 베른 시내를 구경한다.
작은 성냥갑같은 집들 사이로 움직이는 사람들, 저 길을 걸어 집으로 들어가서 저녁준비를 할까?
자꾸 상상하게 된다. 뛰어가는 작은 소녀의 삶을 상상하고, 과일을 들고 걸어가는 중년 여인의 삶을 상상한다.

광속으로 움직이는 나의 입

해가 기울고 점점 날씨가 싸늘해지기 시작했다.

장미 공원 안에 고급스러워 보이는 레스토랑의 유리테라스에
하나 둘씩 불이 켜졌다.
점심때 배가 터지게 먹었는데 무제크 성벽을 뛰어다녀서였나,
배가 고팠다. 
히히, 점심때 몰래 싸온 빵이 있구나!
베른 시가지가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이 성벽같은 난간 위에 앉아서
나와 시은언니는 조금 딱딱하고 조금 눅눅해진 빵을 씹었다.
이런 적이 한 두번인가, 비참하지도 속상하지도 않았다.
여행하다보면 굶을 때도 있는데
빵도 있고 버터도 있고 잼도 있고 이정도면 호화롭지 ~
게다가 낮에 비싼 점심을 먹었으니까 !



날이 어두워지고 우리들은 사람도 없는 장미공원에서 내려왔다.
올때는 버스를 타고 왔지만 베른이 워낙 작은 도시라 돌아갈 땐 도심을 걸었다.
베른 관광의 하이라이트는 사실 아레강에 둘러싸인 옛 시가지 길이라고 가이드 책에 써있었다.
베른 중양역에서부터 곰 공원까지 슈피탈 거리, 마르크트 거리, 크람거리가 일직선으로 이어져 있고
그 거리 중간중간 16세기에 제작된 작은 분수들이 서있어서 그 분수들을 하나하나 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즐겁다.

가로등이 켜지기 시작한 크람 거리

이런 분수들이 길 중간중간 서있다.


베른의 상징, 1530년에 제작된 시계탑



밤이 되어서인지 조용해진 베른의 구시가지를 타박타박 걸어 중앙역으로 돌아왔다.
아직 약속시간 전인데 주영오빠가 중앙역 정문앞에 서 있었다.
이제 만난지 3일째 되는 사람인데 약속 장소에 서 있는 모습만 봐도 왜이렇게 반가운지.
오빠는 로잔에 갔는데 거기도 하루종일 비가 내려서 별로 구경도 못하고 기차만 실컷 타다 왔댄다.
차라리 우리랑 놀았으면 심심하지라도 않았을텐데 ㅋㅋ

사실 주영오빠는 우리랑 이탈리아 여행을 하면...난감한 상황이었다.
우리는 로마로 내려가서 피렌체, 베네치아쪽으로 1주일동안 올라오는 계획이었고 (남>>북)
주영오빠는 2주뒤에 로마에서 바르셀로나로 가는 비행기표가 예약되어있기 때문에 북쪽에서 남쪽으로 이동해야 했는데
과감하게 우리와 함께 1주일동안 북행했다가, 우리랑 헤어지면 다시 1주일동안 남행한다는 계획으로 우리를 따라나선거다.

사실, 처음 라우터브루넨에서 맘속으론 우리랑 같이 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도
너무 무리한 일정이라, 상식있고 이성적인 사람이라면 그런 무모한 결정은 하지 않을꺼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덜컥 따라나선다니. 어쨌든 이탈리아는 오빠와 함께한다!


드디어 기차가 들어오고 다들 기차에 올랐다.
처음에 표를 같이 끊은 시은언니와는 같은 칸을 쓰고, 나중에 따로 표를 끊은 주영오빠는 다른 칸으로.
처음 6인용 쿠셋에 타는 거였는데 (그전까지 호텔차만 탔었다...;;) 한쪽 벽면에 3층 침대모양으로 6명이 눕게 되어 있었다.
호텔 차보다 침대간 높이도 짧고 세면대도 없고 정말,,,,타면 누워서 잠만자야 할 것 같은 그런 답답한 구조 ㅠ
다행히도 3층침대중에 언니랑 나 모두 1층 침대에 배정받았고
침대에 누워서 다음 일주일동안 여행하게 될 이탈리아 책을 읽다가 잠이 들었다.
굿바이, 스위스.




+) 뮈렌에서 빼먹은 폴라로이드

하이디 뒤에 물음표 있습니다.

Posted by hone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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