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6월 3일
세계여행 제 34일 째
Lauterbrunnen, Switzerland



어제의 여흥을 다 즐기기도 전에 새벽일찍 잠에서 깼다.
패러글라이딩 예약이 되어 있거든! 야호!
오늘 오후엔 루체른으로 옮길 예정이라 졸린 눈을 비벼가며 짐을 쌌다.

옆 침대에 세상모르고 잠들어있는 어제 만난 주영오빠.
어제 얘기할때 다음 여행지는 이탈리아인데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고 했다.
그래서 딱히 정해진 여행지가 없으면 우리랑 같이 가지 않겠냐고 살살 꼬드겼는데
흔쾌히 그러노라 대답은 했는데, 정작 어제 웃고 떠들고 노느라 앞으로 어떻게 할지 정하지 않고 잠이 들어버린거다.
시은언니는 설마 진짜 우리를 따라오겠냐고 그냥 짐을 빼자고 했지만
주영오빠가 아침에 눈을 떴을때 여행같이하자던 사람이 쏙 사라져버리면 얼마나 허탈할까 싶어
일단은 패러글라이딩하러 간다는 쪽지를 남기고 패러글라이딩을 하러 나왔다.


아직 이름 아침이라 추위에 덜덜 떨며 라우터브루넨 역 맞은편에서 서있는데
저어기 커다란 짐가방을 멘 남자가 휘적휘적 걸어오더니 패러글라이딩 타냐고 묻는다. 응!
그리하여 우리는 케이블 카를 타고 알프스의 이름모를 산꼭대기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케이블카에서 내려서 한참을 걸어올라가고 평평한 언덕배기에 이르렀다.
패러글라이딩 조종사는 둘이었는데, 우리에게 선택권을 주겠단다.
그래서 나는 나랑 계속 얘기하고 있던 조종사를 냉큼 찍었다.
패러글라이딩도 조종사에 따라그 재미가 복불복이기 때문에 조종사를 잘 찍어야 했다 ㅠ


헬멧을 쓰고 방한복을 입었다. 몸에 낙하산(?)을 장착하고 이제 남은건 하늘로 날아오는 것 뿐!

비행시작 전, 대략 고도가 1700m정도 된다.

먼저 뛰어내린 시은언니!



시은언니가 먼저 도약하고 내 조종사 Dino가 이륙법을 일러줬다.
앞으로 전속력으로 달리는데 뒤에서 당기는 느낌이 나도 계속 달리라고,

Are you ready??? YES!!!
RUN, RUN, RUNNNNNNNNNNNNNNN !!!


언덕아래로 힘차게 달리기 시작했는데 금새 등 뒤로 강하게 당기는 느낌이 나더니
점점 발이 땅에서 떨어져 허공을 휘젓기 시작했다. FLY!!!

신나서 입이 귀에 걸릴것만 같네요!


저 멀리 시은언니가 알프스 계곡사이를 날아갑니다.


끼야아아아아아! 정말이지 기분은 Fantastic!!!!
비록 조종사에 매달려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지만 하늘을 나는 느낌이 이런걸까?
갑자기 아빠가 마구마구 부러워지기 시작했다. 아빠는 얼마나 이런 하늘 속을 날았을까?
나도 모르게 자꾸 튀어나오는 어마어마한 감탄사들...ㅠㅠ 감동이야...


구름이 나의 발 밑에 있군요 하하하하하


정말이지 알프스 계곡 계곡을 돌아 하늘을 날아다니는 느낌은 최고!
처음엔 좋아서 비명만 지르다가 조금 정신을 차려서 Dino와 수다떨기에 재미를 붙였다.
Dino는 원래 컴퓨터 프로그래머였는데 하루종일 사무실의 컴퓨터앞에만 앉아 있다가는 병들어 죽을 것 같아서
패러글라이더로 직업을 바꿨다고.
정말 최고의 선택인것 같아 ㅠㅠ이렇게 알프스 하늘을 몇번이나 날아다니면서 돈도 벌 수 있다니...

어제 우리가 놀러왔던 폭포

폭포랑도 사진 한 방!


바람에 이리저리 휘날리며 비행하며 점점 하강하고 있는데
갑자기 Dino 뭐라고뭐라고 물어보는데 제대로 못알아들어서 그냥 YES라고 해버렸는데
알고보니 직접 조종해보라는 얘기였다! 진짜야??!?!?!?!?!!!!!

Dino가 잡고 있던 조종간을 내가 잡고 오른쪽을 당기면 왼쪽으로 돌고, 왼쪽을 당기면 오른쪽으로 돌고 이히히히히!
거기다가 Dino가 핑고핑고를 해보겠냐고 해서 뭔지 모르겠지만 한다고 했더니....
갑자기 급 스핀!!!!....알고보니 "빙글빙글"을 말한 거였다.

끼야호!!!!

이전 사진들의 내 손은 할일없이 놀고 있었는데 이 사진은 조종간을 잡고 있다!

발 밑의 라우터브루넨.

사진의 왼쪽 들판이 착륙할 곳이래요


이제 점점 땅에 가까워져 간다. 길가던 사람들이 얼굴을 들어 손 흔들며 인사해준다.
안녕하쎄요~ 코리아에서 온 칸민이에요~
Dino가 착지할때도 이륙할때처럼 열심히 달리면 된단다. 좋아 +_+
슬슬 가까이 다가오는 땅. 열심히 공중에서 발구르기를 하다가
땅에 발이 닿으면서 타다다닥 달리다 앞으로 고꾸라졌다.
패러글라이딩 성공! Good Job!!!!

이 이쁜 꽃밭으로 착륙했다. 꽃밭으로 떨어지는 기분도 판타스틱!



아하하하하 완전 최고의 재미를 선사했던 패러글라이딩이 끝나고 Dino는 비행중에 찍은 사진을 CD로 구워주었다.
시은언니 말을 들어보니 시은언니는 비행사와 별 말도 안하고 조종도 안하고 핑고핑고도 안하고 그냥 앉아만 있다가 내려왔다고 ㅠㅠ
아, 역시 내가 조종사를 잘 뽑았어. Dino최고!!

최고였어, Dino!

새벽부터 패러글라이딩하느라 초췌했지만 아드레날린은 폭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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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6월 2일
세계여행 제 33일 째 (3)
Lauterbrunnen, Switzerland



앞 편에 이어서, 라우터브루넨 동산 오르기. 이번 편은 사진감상으로....:)


철길옆에 핀 이름모를 꽃.

평화로운 꽃밭속의 작은 기차역

바구니를 들고 밝게 인사해주셨던 친절한 스위스 여인.

집 옆의 아름드리 나무가 너무 탐나더군요...

나무 위에 걸어놓은 그네가 바람에 흔들흔들..

폭포와 어우러진 라우터브루넨..


이 조용하고 한적한 라우터브루넨의 평화로움을 혼자서 만끽하고는 저녁시간에 맞춰 다시 호스텔로 돌아왔다.
한국인 민박집도 아닌데 이상하게 한국인들로만 바글거리는 이 특이한 스위스 호스텔.;
그래도 오랫만에 한국인들끼리 모여서 한국음식을 해먹는 이 즐거움!
오늘은 시은언니와, 또 같은 방을 쓰게 된 주영오빠까지 함께 하는 저녁.
주영오빠가 여행경비가 거의 바닥난 상태였기 때문에(근데 그 상태로 3주나 더 여행해야한다는;;)
저녁은 간단하게 볶음밥!
나의 벤쿠버에서의 자취실력을 십분 발휘해볼까!!!..............라고 했는데 볶음밥 볶을 식용유가 없다네요....헐.................


옆 팀은 퐁듀를 만들고 우리는 볶음밥을 마가린으로 볶고;;



아니...그렇다고 오늘 밥 한번 해먹고 나면 밥해먹을 일 없을텐데 식용유를 사기도 그렇고...쩔쩔매는데
옆에 있떤 한국인분들이 "마가린 쓰세요 ㅋㅋㅋ 마가린도 기름이라 볶아지긴 해요...저희거 좀 드릴까요?"
라고 구원의 손길(?)을 내밀어와 마가린으로.....볶음밥을 볶았다는.....과연 맛은......


마가린볶음밥

하....이걸 무슨 맛으로 먹었을꼬


지금 생각하면 진짜 어이없지만; ㅋㅋㅋ
저때는 마가린으로 볶은밥도 (마가린 맛이 풀풀났어도) 배고프고 쌀밥이다보니 정말 불평불만 안하고 맛있게 먹었다.
옆팀에서는 맛있다고 나눠달라고 했을 정도!! ...(진짜??)


설거지 게임을 제안했다고 자폭한 바칸민씨....



오랫만에 저녁도 푸짐하게 먹고, 구경할 것도 없는 첩첩산중이라 다같이 스위스 와인에 치즈를 곁들이며
밤새 서로의 여행무용담 보따리를 풀어냈다. 체코에서 다이빙했던 이야기, 영국에서 지갑 잃어버린 이야기,
혼자 야간버스 타고 겁없이 국경을 넘나든 이야기, 낯모르는 외국인이랑 얘기하다가 내릴 역을 지나쳐서 미아가 된 이야기...


새벽 늦게까지 하하호호깔깔껄껄 거리며 그렇게 스위스에서의 첫날 밤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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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6월 2일
세계여행 제 33일 째 (2)
Lauterbrunnen, Switzerland




"현아는....아닌데요^^;;;"


그랬다. (당시)25살의 건강한 (?) 대한민국 청년 주영군은 그렇게 우리 앞에 등장하셨다.
우리와 정 반대루트로 프라하에서 독일을 거쳐 스위스로 흘러넘어온 주영오빠는
프라하에서 예상에 없던 스카이다이빙으로 프라하 하늘에 돈을 뿌려서 예산에 허덕이고 있었으며
스위스에 온지 3일째나 되었지만 편두통때문에 융프라요흐에도 못오르고 이렇게 그저 휴양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인이란 것 때문에 극 경계를 보였던 나였지만
그저 DSLR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사진찍기를 좋아한다는 공통점) 경계1호를 해제하고
또 얘기를 나눠보니 착하고 순수해보이고 마쵸니즘을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에 경계2호를 해제했다.
그리고 계속 둘이서만 여행하느라 슬슬 지루해질찰나에 새로운 대화의 상대가 생겨서 흥미가 발동하기도 했고.^^

다행히 오늘은 편두통이 많이 나았다는 주영오빠와 함께 주변에서 장을 보고
라우터브루넨 마을에 있는 폭포로 구경 나왔다.



시원하게 떨어지는 폭포수


아직은 거리감이 느껴지던 첫 만남.



폭포 뒤에 가려진 동굴로 들어갈 수 있는 계단.


폭포수 너머로 보이는 라우터브루넨의 아기자기한 모습



잠깐 폭포를 보고 다시 호스텔로 돌아왔는데, 라우터브루넨 이 작은 마을은 정말 할게 없는거다.
계획이라고는 패러글라이딩 하나였는데 그것도 예약이 꽉 차서 내일로 홀랑 넘어가고,
그렇다고 이렇게 오후 내내 호스텔에 앉아서 시간 죽이는 건 정말 싫어! 난 그렇게 못하겠어!!
....라고 생각한 나는 과감하게 우리 방 창밖에 보이는 언덕에 혼자 놀러갔다 오겠다며 나갈 채비를 했다.
날씨가 흐렸기 때문에 혹시라도 비가 올까봐 나의 만만준비 우비 착용!!
약 한달전 나이아가라의 폭풍우에 맞서줬던 용감한 나의 캐네디언 우비!!!

우비 입고 신나서 깡총깡총 뛰는 나...



아....근데.....빗물에 젖은채로 접어놨더니 어디선가 꼬리꼬리한 냄새가 나....ㅠㅠ바로 쓰레기통으로 직통!
어쨌거나 혼자 디카들고 필름카메라 들고 룰루랄라 신나게 나갔다.
그럼 모두들 나와 함께 라우터브루넨의 언덕에 올라가 볼까요???!!


앗, 뭐라고 쓰여있는지 알 수 없어요...ㅠㅠ

알프스 자락의 아기자기한 라우터브루넨..

구름보다 높은 산 융프라요흐가 잠시 모습을 드러냈다.

가는 길에 달팽이를 만나서 카니발의 '달팽이'도 흥얼흥얼



그야말로 고요함과 평화로움, 여유로움...이런 수식어는 다 갖다붙여도 좋을 그런 라우터브루넨이었다.
처음, 시은언니가 라우터브루넨에 호스텔이 좋다고 예약하자고 했을때만해도
듣도보도 못한 작은 동네라서 내키지 않았는데..
뉴욕, 런던, 파리, 바르셀로나...사람들이 바글바글 한데 있다가 갑자기 평화로운 산 속으로 들어오니
그동안은 느끼지 못했던 그런 여유까지도 느껴질 정도였다.
오길 잘했다. 오랫만에 사람들한테서 벗어나 쉴 수 있다니.

노란 기차가 덜컹덜컹 달려옵니다.

한적한 철로...

귀여운 동물모양의 (도)자기들 :)



못다한 이야기는 다음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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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6월 2일
세계여행 제 33일 째 (1)
Lauterbrunnen, Switzerland




밤새 의자가 불편하고 새벽은 추웠고, 거기에 국경을 넘으면서 불심검문까지 겹쳐서 잠을 설쳤다.
창 밖을 내다보니 바르셀로나에서는 보지 못했던 넓은 초원과 그 뒤로 높은 산이
그것도 아직 눈이 덮인 산이 보인다
알프스, 바로 스위스다.

-2008. 6. 2. Travel Book


스위스의 수도인 베른 (참고로, 스위스의 수도를 취리히나 제네바로 착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베른이다) 에서 내려
인터라켄 행으로 갈아타 오전 10시쯤 인터라켄 동역에 도착했다.

인터라켄 동역에서 '베른>로마'행 기차와 '베네치아>빈'으로 이동하는 야간 열차를
"아무 문제 없이", "프랑스와 달리" 너무나도 깔끔하게 예약하고
여행출발전에 미리 예약해 놓은 Valley Hostel이 있는 라우터브루넨(Louterbrunnen)행 열차에 올랐다.
이 날 우리가 Valley Hostel에 가게 된 것은 나의 운명의 책에 이미 정해져 있던 것이었을까.
우리가 프랑스에서의 일정이 하루 줄게 되었을 때, 스위스에서의 일정도 하루 당겨버렸다면
아마 나의 여행과 그리고 그 기억은 너무나도 다른 이야기가 되어버렸을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우리는 2008년 6월 2일 아침.
스위스의 잘 알려지지도 않은 작은 마을 라우터브루넨에, 그리고 Valley Hostel에 도착했다.


한국인에게 인기 최고인 Valley Hostel-



한국인들에게 유명한 Valley Hostel은 정말이지 시설좋고 깔끔한데다가
주인인 알프레도 아저씨와 아주머니도 너무 친절하고 좋았다.
창 밖으로 알프스가 펼쳐져있는 경치좋은 방을 배정받았는데
한국인으로 추정되는 사람의 짐가방이 한 쪽 침대에 풀어져 있었다.
여행하면서 한국인을 만난적이 별로 없는데다가 한국인들이랑 몰려다니는걸 좋아하지 않아서 경계하고 있었는데
왠지 혼자 여행온 사람인것 같아서...거기다가 DLSR 카메라 박스를 보고는 급 호감이 갔다.
널어놓은 수건에 "현아" 라고 적혀있는걸 보니 아마 여대생쯤 되나보다.

방 발코니에서 내다보이는 풍경...여기가 스위스군요.





어쨌든 우리도 짐을 풀고 기다리고 기다리던 패러글라이딩을 예약하려고 리셉션에 나왔다.
안내책자를 보면서 패러글라이딩을 할까, 스카이다이빙을 할까....하면서 고민하고 있는데

저어기 구석에서 노트북을 두드리고 있던 일본인으로 추정되는 남자가 갑자기 슬금슬금 걸어와서 너스레를 떤다.
"앗 한국인이세요? 패러글라이딩 타시게요? 제가 스카이다이빙 뛰어봤는데 스카이다이빙 하세요.
진짜 끝내줘요"


.................이 남자 뭐야............급짜증.........
한국인인것도 짜증나는데 만나자마자 스카이다이빙하라고 호객질이야...........


급 씹어주고 타이트한 예산을 고려해서 패러글라이딩을 결정했다.
그런데 오늘은 이미 스케쥴이 다 차서 내일 해야한단다 ㅠㅠ
으잉...우리의 계획은 오늘 패러글라이딩만 타고 쉰 다음에 내일 아침일찍 융프라요흐에 오를 생각이었는데!!!
!....또 꼬이냐..............
어쩔 수 없이 내일 제일 이른시간에 패러글라이딩으로 예약했는데
이 남자 계속 우리를 쫄래쫄래 쫓아다니며 말을 건다.
그래도 사근사근 친근하게 구는게 나쁘지 않아서 응대하고 있는데,




어머, 같은방? ............근데......님, '현아'님 수건이 걸린 침대에 걸터앉은신거 보니....당신이 현아? ^^






Posted by hone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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