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y home.

■ 삶/II. 삶 2016. 7. 17. 23:42

캄캄한 밤.
침대에 가로로 누워 벽에 다리를 기댔다.
조금 선선해진 여름 밤.
열린 창문 사이로 저 멀리서 풀벌레 소리가 난다.
나의 유일한 명상곡을 틀어놓고서 가만히 천장을 바라본다.
조용하고 담담한 피아노 선율이 나를 10년 전으로 데리고 간다.
청량했던 캐나다의 여름밤으로 나를 데려간다.
내가 마음놓고 과거를 추억하게 하는 음악.
잠시 현실감을 다 떨쳐버리고서 과거 그 시절과 그 때의 내 마음을 그리워하도록 하는 음악.
조용한 피아노 선율 위에 잔잔한 드럼 소리가 얹혀질 때는 마음마저 뭉클하다.

 


사실 그 때 그 시절이 항상 좋지만은 않았다.
나는 불면증에 힘들어했고 새벽까지 잠못들다가 7시가 되면 장화를 신고 우산을 들고나와
방금 문을 연 비너리에서 따뜻한 런던포그와 쿠키하나를 들고서
촉촉하게 젖은 렉비치까지 걸어가 파도 앞에 한참 앉아있다 오곤 했다.
그 때 나는 무슨 생각을 그렇게 했던 걸까.
한국이 사무치게 그리웠던 것도 아니었던것 같은데.

 

이룬 것이 없던 시절.
그래서 잃을 것도 없던 시절.
불안하지만 또 자유로웠던 시절.
막연하지만 또 마음껏 그릴수 있던 그 시절.

 

이 음악을 끄고나면 나는 이제 침대에 제대로 누워 알람을 맞추고서 잠을 청해야겠지.
내일 새벽 5시 40분에 항상 그렇듯 일어나 운동하고 씻고 1시간의 지옥철를 타고 직장에 나가
사무실의 컴퓨터 앞에 앉아 회사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을 처리하며
그렇게 하루를, 이틀을
그리고 일주일을 보내겠지.

 


10년이 지나 이젠 기억들조차도 희미한 시간들.
영원히 돌아갈 수 없는걸 알지만
이렇게 아주 잠깐, 마음껏 그리워해본다.
그리운 시간을 마음껏 떠올려본다.
잠자고 일어나면 또 잊어버리고 살아야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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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hone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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