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 시간에 늦어 나답지 않게 쿨하게 택시를 탔다.
아르헨티나에 다녀온 이후로 툭하면 택시를 타는 버릇이 들었다며 스스로를 조금 타박하던 찰나,
맑은 하늘 아래 한강의 멋진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항상 지하철과 버스노선에 따라 보던 풍경과 사뭇다른, 처음 보는 한강의 풍경에
비싼 돈을 내고 택시를 탄 것이 하나도 아깝지 않았다.
아니, 이런 광경을 볼 수 있다면 이 정도 택시비는 기꺼이 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푸르게 펼쳐진 하늘 아래 서울의 모습이
유난히도 아름다워 보였다.

문득, 이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사람이 생각났다.
어이 없어 실웃음이 나면서도
그게 내 솔직한 마음이라고 순순히 인정하기로 했다.

 

"Hey, dear. See. I want to show you this beautiful Seoul."



from rooftop of Artnine.


영화《미라클 벨리에》를 보았다.
이미 평점에서 내 취향의 영화일거라고 각오하고 들어갔지만
영화가 끝나갈때 정말 흐르는 눈물을 주체 못했다.
영화 한 편이 주는 감동이 이렇게 크나클 수 있을까.
영화를 보는 내내 마음이 가득차오르는 느낌이었다.
프랑스 영화만이 갖고 있는 감동과 위트, 스토리와 연출의 힘이 있다.
헐리웃 영화의 강렬한 기승전결에 익숙해진 사람들에겐 밋밋하게 느껴질 수도 있고  또는 혹자는 잘 모른다는 이유로 예술적이고 어려울거라고 단정짓지만.
우리의 인생을 솔직담백하게 그러나 절대 무겁지 않게 풀어나가며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의 감동을 이끌어내는 명작 영화들이 얼마나 많은지.

 


이 한편의 영화 때문에 나는 오늘 얼마나 행복한지.
마음이 이렇게 가득찬 느낌은 또 얼마나 오랜만이지.


여의도에서 바라보는 한강의 야경



영화를 보고서 홀로 걸어나온 한강.
머리를 흐트러트리는 바람에 구름들이 휩쓸려가고
서울의 하늘이 모처럼만에 맑고 또 맑다.
고개를 들어 보니 하늘에 별 몇개가 반짝인다.

 


나의 감정은 시시각각 바뀌고
인생에 대한 나의 마음가짐도 손바닥 뒤집듯 바뀌지만

 


오늘, 지금 나는 참 행복하다고.
여기 이렇게 적고 또 세상에 대고 속삭이고 싶다.

 


사랑받지 못해 슬픈 날들이 있었고
혼자인 것만 같아 외로운 날들도 있었다.
내가 나 그자체로 이해받지 못할까 두려운 날들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 나는 이유없이 지금의 내 모습 그 자체로 행복하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그래서일까
지금 내가 있는 이 세상도 아름답게 느껴진다.
세상은 어제와 작년과 다르지 않을텐데
어째서 오늘은 이토록 아름다운지.



내일은 또 힘들 수 있겠지만
오늘은 지금만큼은 나 참 행복하다고.
어떠한 조건도 없이, 더 바라는 것도 없이, 희생해야 하는 것도 없이
참으로 행복하다고.


그렇게 말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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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hone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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