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08월 15일 (1) 

여름휴가 7일째

로비니(Rovinj)

 

 

 

 

 

평소보다 조금 일찍 눈을 떴다.

오늘은 로비니(Rovinj)에서의 마지막 날이기 때문에 짐을 싸야했다.

스플리트(Split)로 가는 야간버스는 출발시간이 저녁 7시.

하지만 3일간 우리가 묵은 에어비앤비의 체크아웃이 10시여서 짐을 놔둘데가 마땅치가 않았다.

예약할때부터 주인한테 짐을 놔둬야 한다고 확답받고서 예약했는데 또 사정이 그리 호락호락하지만은 않다.

이럴땐 리셉션이 있는 호텔이 좋은데......ㅜㅠ 에어비엔비의 최대단점 ㅠ

 

 

 

여러가지로 짱돌을 굴려봤지만 그리 좋은 대책이 없었다.

 

1. 그냥 에어비앤비 통로에 두고 간다...? ☞ 도둑님, 마음껏 가져갑솨...^^

2. 바로 옆 Casa Garzotto의 리셉션이 맡겨본다...? ☞  찐찡이가 백번 용기내어 물어봤으나 거절...ㅠ

3.....1층의 제페토 할아버지한테 부탁한다...?  ☞  지금까지 신세진것도 많은데 공방에다가 짐까지 맡겨달라고 하면 너무 민폐아닌가...ㅜㅠ

 

 

 

제페토 할아버지에게 부담을 드리긴 싫었다.

우리가 짐을 내리는 걸 알았는지 제페토 할아버지가 무거운 캐리어까지 1층으로 내려다주며 굿바이 인사를 했는데

우리가 옆 Casa Garzotto 앞에서 알짱알짱 거리자, 할아버지가 자기 공방에 짐을 놓고 놀다오라며 우리 짐을 끌어당겼다.

3일 내내 신세만 졌는데...이런 민폐를 끼쳐서 죄송한 마음이............ㅠ...

하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이 돌로된 언덕길을 캐리어를 계속 끌고 다닐 수도 없는 일이었다..ㅜㅠ

우리는 짐을 맡겨 놓은 채 , 어제 유페미아 성당의 꼭대기에서 보는 멋진 뷰를 놓친 찐찡이를 위해 다시 성당으로 올라왔다.

 

 

여전히 상쾌한 로비니의 풍경

 

 

찐찡이를 끌고 성당 앞의 너른 잔디밭에 있는 카페도 보여주었다.

찐찡이가 여기서 커피한잔 하면서 바다를 구경하고 싶다해서 여유로운 마음으로 자리를 잡고 앉았다.

엇........아이스 커피@.@?.................시켜보자.......

 

 

 

크로아티아에서는 아이스커피를 찾아보기가 여간 쉽지가 않은데,

아이스커피가 왜 없냐고 물어보면 "음...커피는 원래가 뜨거운건데...?" 라고 우리한테 되묻는다. OTL (틀린 말은 아님)

혹시 메뉴판에서 있어서 시켜보면, 에스프레소에 우유를 병아리 눈물만큼 부어주는 정도?

여기 라떼도 우리가 생각하는 얼음 동동 띄운 아이스커피는 아니었지만 어찌나 달달하게 맛있던지. ㅎㅎ

 

 

생크림이 잔뜩 얹어진 아이스라떼. 맛있어서 호로록 호로록 .

 

 

그런데 한참 앉아있었더니 먹구름이 저 먼 바다위에 깔리기 시작했다.

 

설마....비가 오진 않겠지?;;; 크로아티아 오면서 우산은 챙기지 않았단 말이다.....

우리는 급하게 성당꼭대기위에 올라가 로비니의 뷰를 감상했다.

하지만 이미 구름이 온 로비니의 하늘에 가득해서 어제의 청명한 하늘아래 빛나던 로비니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먹구름아래 우중충하고 을씨년스러운 로비니의 모습이 덩그라니 놓여있었다.

 

 

어제 혼자라도 오길 잘했다.

역시, 시간은 사람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할 수 있을 때, 볼 수 있을 때.

최선을 다해서 해야한다...

 

 

 

 

바다와 맞닿은 골목길의 아름다운 디스플레이

 

 

 

어제 마음이 급해 못다한 골목길 탐방을 오늘은 하리라 마음먹었는데,

저 멀리 바다의 먹구름이 기어코 로비니의 올드타운 위로도 드리워졌다.

저 먼 바다에선 폭우가 쏟아지고 천둥이 쳤다....헐.....

 

 

비라니!!!

것도 폭우라니!!!!!

태양이 작.렬.해.야. 하는 크로아티아에서!!!!

 

 

우리는 비가 더 쏟아지기 전에 근처 레스토랑으로 피신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로비니의 올드타운에도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천둥도 치고 하늘 뚫린듯이 비가 쏟아졌다.

오.마이.갓.

관광은 커녕 이 빗속에 어떻게 짐을 되찾으러가며 짐을 끌고 다시 터미널로 간단 말인가.

주여 왜 제게 이런 시련을... ㅜㅠ 눙무리...

 

 

로비니 풍경이 담긴 설탕 잘 보이지 않지만 후두둑 비가 내린다.

 

 

식사를 다 하고, 느긋하게 커피를 다 마시고도 비는 그칠줄을 몰랐다.

비가 쏟아지자 따뜻했던 , 아니 뜨거웠던 날씨도 급속도로 추워지기 시작했고 사람들은 주섬주섬 점퍼를 입기 시작했다.

헐.................

나는 등판이 훤히 다 뚫린...........................OTL

 

 

 

그때, 에어비앤비의 숙소관리자에게서 문자가 왔다.

 

 

 

- 언제돌아올꺼야? 짐을 숙소에 다시 넣어놓았어. 너네 뒤 예약자들이 밤늦게 온다고 하니까 여기서 비를 피하고 있어.

 

 

 

.............우리 짐....제페토 할아부지한테 맡겼는데?;;;

 

 

 

쏟아지는 빗속을 뛰어 숙소까지 뛰어갔더니,

아뿔싸. 제페토 할아부지는 이미 공방을 닫고 집에 돌아갔고, 2층 숙소에서 관리자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혹시 우리 짐때문에 집에도 못가고 한참 기다리셨던건 아닌지.....ㅠ

관리자는 편하게 숙소에 있으라고 했지만,

이미 다음 손님을 위해 깨끗이 정리된 숙소에서 마냥 죽치고 있을 일도 아니었다.

지금이라도 그냥 비맞고 버스터미널에가서 밤이 될때까지 기다려야겠다.

 

다만, 마지막으로 감사하다고 인사도 헤어진 제페토 할아부지가 마음에 걸려서

작은 쪽지에 죄송하고 또 감사하다고 써서 할아버지 공방 문틈에 살짝 밀어놓고는

짐을 끌고 나왔다.

다행히, 비는 어느 정도 소강상태로 접어든 듯 했다.

 

 

첫 날, 패닉에 빠져 캐리어를 끌었던 돌길을 따라 버스터미널로 향했다.

코딱지만한 버스터미널 안에 어디 앉을데라도 있을까 싶었는데

티켓 부스 옆에 아주 작은 대합실이 하나 있었다.

 

 

엥...근데 문앞에.............<Left Luggage>

 

LUGGAGE !!!!!!!!!!!!!!!!!!!!!!!!!!!!!!!!!!!!

 

 

왜 표 사러왔을때 미리 알아보지 못했을까........................................................

 

 

 

 

그 자체로 예술인 로비니의 사랑스러운 골목길.

 

 

 

 

일단 우리는 짐을 맡기고서 남은 시간동안 로비니를 산책했다.

비가 부슬부슬 내렸고 산책하기에 썩 좋은 날씨는 아니었다.

마지막으로 로비니 기념품을 사러 다시 숙소 근처를 향했을때,

 

 

 

어라?

할아버지가 공방 문을 열고 다시 돌아와계셨다.

아침에도 마지막으로 인사했는데 또 뵈려니 민망 그자체  ㅋㅋㅋㅋ

 

 

그래도 감사하단 말을 꼭 직접 전하고 싶어서 살짝 공방문을 두드렸다.

제페토 할아부지, Hvala (감사합니다.)

 

할아부지가 우리가 써놓고 간 쪽지를 꺼내 가슴에 갖다대었다.

힝.................할아부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할아부지 공방에서 경직상태의 제페토 할아부지

 

 

 

 

우리가 그 동안 얼마나 감사해했는지, 구구절절 말해줄 수 없어서 답답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말이라고는, Hvala. 그리고 Chao 뿐.

그렇게 마지막으로 정말로 마지막으로 제페토 할아부지와 Chao를 말하고선

Good Bye.

 

 

 

 

 

 

 

 

3일 전, 이 곳에 다와갈 때의 시간대에 이 곳을 등지고서 버스는 떠난다.

비나 펑펑 쏟아부으면 좋으련만.

야속하게도 오후내 퍼부던 비는 그치고

맑은 하늘과 기울어져가는 햇살이 저 멀리, 저 작은 도시를 감싼다.

남들은 반나절만 보고 스쳐지나가는 이 도시에

무려 3일이나 있었으면서 여기를 떠나는 마음이 왜 후련하지 못한지.

 

다시는 아마도, 정말 큰 결심을 하지 않고서는

다시는 오지 않을 곳임을 알기에.

 

여유를 부렸던 시간들이 아쉽고, 미련이 남는다.

분명 흐바르, 스플리트도, 두보르브니크도 다 좋을텐데

이 조그만 도시가 어쩜 이렇게 마음에 새겨져 나를 뭉클하게 하는지.

안녕. 챠우.

제페토 할아버지가 했던 것처럼-

챠우챠우.

 

 

 

 

Posted by hone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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