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부터 밤까지 꽉 찬 일주일의 끝.
금요일에서 토요일로 넘어가는 그 자정에
자취방에서 공부하다 홀로 심야영화를 보러 갔다.

사실 건축학개론을 볼까하다 한국영화는 영 내 취향이 아니어서 전날 개봉한 프랑스 영화 언터쳐블(Intouchables. 2011) 을 보게 되었는데-


영화 시작한지 10분만에 이미 심장은 쿵쾅쿵쾅 뛰기 시작했다.
드리스와 필립이 경찰차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터널을 달려가는 그 때.
Earth,wind & Fire 의 September를 신나게 따라 부르며 터널을 달리는 그 때.
심지어 그 뒤로 110분이 형편없었다 하더라도 나는 이미 그 장면 때문에 이 영화를 인상 깊었다 말했을 거다. 하지만, 영화는 나머지 110분조차도- 한 장면 한 장면 흠 잡을 데가 없었다.


패러글라이딩 사고로 전신마비가 된 품격있는 집안의 백인 필립, 그리고 임대아파트에 바글바글한 가족들과 살며 강도전과를 가지고 생활보조비를 받으며 살려하는 흑인 드리스. 그 드리스가 필립의 간병인으로 지내는 이야기.

이렇게만 보면 왠지 이런 예상을 하게 된다. 영화에서 이 둘이 만나 어쩔 수 없이 드리스는 필립의 수발을 들고 돈 많고 잘 배운 백인 아저씨가 흑인을 무시해대고, 배운 것 없고 강도전과있는 드리스도 못해먹겠다고 때려치거나 해대가면서 우여곡절끝에 그들이 잘 지내게 되었을 거라는 그런 감동적이고 교훈적인 얘기?


노노. 아니올시다.
영화는 내내 즐겁다. 유쾌하다. 행복하다.
영화에선 아무도 다투지 않는다.
드리스와 필립은 서로가 다르고 서로가 다른 배경을 가지고 있다는 것 때문에 상대방을 무시하거나 열폭하지 않는다.
120분동안 유쾌하게 그들이 서로 다른 그들이 여전히 자기 스타일 그대로 즐겁게 서로를 이해하고 배워간다.

영화는 어디 하나 억지스러운 곳이 없다.
감동을 강요하지 않는다.
이 영화에서 어떤 의미를 찾으라고 압박하지도 않는다.
영화는 가볍고 유쾌하며 자연스럽다.



영화가 클라이막스로 달려갈 때,
두 주인공이 알프스에서 패러글라이딩을
타는 장면이 있다.
두 주인공이 알록달록한 패러글라이딩을
타고 파란 하늘을 가로지를 때,
나도 모르게 하- 탄성을 내질렀다.



어떤 설명을 가져다 붙인대도
한 번 보는 느낌의 백분의 일도 느낄순 없을 거다.

이미, 올해 최고의 영화를 만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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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hone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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