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강스트레스

■ 삶 2010. 8. 25. 01:27




적어도 1학기가 시작하기 전에,
나는 민법도 헌법도 형법도 몰랐지만 이정도로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았다.
그건 아마도 정말이지 아무것도 몰라서였을까.

방학이 끝나가는 지금
다가오는 2학기는 머리가 쭈뼛설정도로 걱정이 되는건지
이번주 들어서 정말 급속도로 스트레스가 머릿속 끝까지 뻗치는 느낌,
민영오빠가 지난번 기말고사때 그렇게 여름방학 때 다음학기 공부를 해놔야 한다고 말씀해주셨건만
나는 무슨배짱으로 이렇게 놀아제낀......
아 이렇게 말하면 너무 슬프다.
다음학기 예습을 하지 않았다 하여 그외의 모든 나의 시간들을 다 "놀아제꼈다"라고 말하는 건,
정말 공부밖에 모르는 답답한 인간들이나 하는 말인데.
이렇게 말해버리면 여름방학동안 여러모로 알차게 보내려고 애썼던 내 노력들과
또 세상사는 기준을 '공부'에만 두는 nerd로 나를 폄하하는 짓이야.


기말고사가 끝나고 2주간은 좀 놀면서 다음학기 민법책을 1회독하면서 판례정리를 했고
7월부터 2주간은 계절학기로 U.S. Contract Law 를 들었고
동시에 그로부터 3주간 민법 GS1순환을 꾸역꾸역 다 들었고
7월 마지막 1주는 동경에서 녹아내릴듯한 무더위와 함께 휴가를 보냈지.
8월 첫주는 민사소송법 호문혁 교과서를 반 읽었고
8월 둘째주는 지난학기에 못배운 형법의 위법성과 책임부분 동영상강의로 혼자 메이크업을 했다.
8월 셋째주는 BKL에서 International Arbitration Intership을 시작했고 형법 죄수론 동강을 들었지.
8월 넷째주, 여전히 Internship 중...

.........
나 아예 놀지는 않았는데.....
이정도면 나름 공부휴가실무를 겸한 3박자를 고루 갖춘 방학이 아니었느냐 말이다.
휴. 내일 아침까지 Oral Pleading Script를 다 써야 하는데
점심때 먹었던 강가 커리까지 다 게워낼것처럼 속은 미식거리고
머리는 지끈지끈 아프면서 울렁울렁 어지럽다.


너무 무리했나. 여름방학.
내가 너무 욕심부렸나...싶기도 하고.
급기야 야근하는 와중에도 새벽에 동강까지 듣고 잤으니..(...)


개강 스트레스.
진짜 이렇게 극심한 개강 스트레스는 난생처음 겪는 것 같아.
정말이지 토할 것 같네.


후우- 심호흡 한번 크게 하고 -
한민! 할 수 있어. 왜이렇게 쫄아있어.
공부? 학점?
지난 1학기는 뭐 너가 법학사여서 그렇게 뚫고 지나왔어? 아니잖아.
기말시험때까지 법전만 보면 요건이 다 나온다는 것조차 몰랐어도 다 잘 해냈잖아.
왜 이렇게 소심한 공부쟁이가 되어버린거야? 잘봐봐. 내가 비웃던 그런 인간이 되어 있어!

오히려 이번 여름에 내가 가진 것들을 깨달았잖아.
나만 가지고 있는 것, 나만이 할 수 있는 것, 그런거.
남들은 얼마나 예습했나, 남들은 얼마나 열심히 하고 있나.
그런 남들과 비교하는 잣대, 평가 이런거 다 무시해버려.
지난학기에 내가 정말 열심히, 그리고 즐겁게 공부할 수 있었던 이유는
햇살 좋은 봄날에 도서관에 앉아서도 행복했던 이유는
내가 남들보다 잘해서, 내가 남들보다 뭔갈 많이 해서가 아니라
나 스스로 공부하고 깨달아가는걸 즐기면서 공부했기 때문이었잖아.
남들을 보지 말고, 내가 가는 길을 보고 뛰어가면 돼.
내가 만족할만큼 공부하고, 내가 공부하는 기쁨을 느끼고,
그리고 나 스스로 그것에 대해서 후회하지 않을만큼 최선을 다했다면
분명 그 결과는 내가 노력한만큼 따라온다는 걸, 1학기에 이미 깨달았으니까.

너무 겁내지말자.
혼자라고 해서 너무 걱정하지도 말자.
언제나 그래왔듯이, 즐겁게 - 그리고 또 잘 할 수 있을꺼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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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hone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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