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6월 22일 출국

우리가 탔던 에어프랑스. 에어프랑스도 12년만이네.

 

 

나이가 들기는 제대로 들었나보다. 고작 3개월 전 여행의 기억이 흐릿하다.

여행기를 쓰려고 노트북을 열었다가 순간 매우 당황스러웠다. ㅠㅠ.......

 

사실 올해 여름휴가는 오랫동안 미정인 상태였다. 늦어도 봄에는 여행지와 비행기표까지는 정해두는 나답지 않게.

그도 그럴것이, 모든 걸 자유롭게 정할 수 있었던 싱글인 때와 달리 이제는 도리(남편)의 스케줄도 중요해졌기 때문인데

도리가 올 초부터 이직 준비를 하고 있어서 타이밍 잡기가 쉽지 않았던 것이다. 

(결혼의 장점 : 같이 여행 갈 사람이 있다😀 vs. 결혼의 단점 : 그 사람과 맞춰야만 한다🤣)

그러다가 드디어 도리가 확정적으로 회사를 옮기게 되었고, 갑자기 3주 뒤에 떠나야 하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사실 그때까지도 딱히 떠오르는 여행지가 없었는데 (내 취향 여행지는 결혼하기 전에 다 돌아다녀버렸.....................)

갑자기 커다란 나무들이 있는 정원과 돌로 지은 프랑스 주택에서 느긋한 휴가를 보내고 싶다는 뽐뿌가 와서

이번 여름 휴가 여행지를 프랑스로 정하게 되었다. 

그렇게 아직 새벽 공기는 서늘하던 6월 하순, 우리는 서울을 떠나 무려 14시간을 날아 파리에 도착했다. 

 

* * * * * 

 

12년 만에 도착하는 파리의 샤를 드골 공항은, 내가 걱정했던 것과 다르게 특히 한국인에 대해 매우 호의적이었다.

12년 전만해도 중국인 취급을 받았었는데, 공항의 직원들은 우리에게 먼저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해주고 한국어를 더 배우고 싶다고 했다. 

@_@ 이것이 BTS와 블랭핑크의 힘인가요.............? 요즘 해외에서 대한민국 위상이 높아졌다더니. ㄷㄷㄷ

하지만, 이 기분좋은 파리의 첫인상은 오래 가지 못했는데,

입국심사 줄에서도, 나비고 카드를 사는 창구에서도 비효율적인 일처리로 어마무시한 시간을 기다려야 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다른 나라 외국인들이 항의하는 지경이었는데 프랑스 직원은 태연하게 "이게 바로 프랑스야"라고 웃으며 대답했다.

그래, 프랑스는 이랬었지.

무얼 해도 너무 오래 걸리는 일처리 때문에 여행 일정이 의도치 않게 질질 늘어지던 경험과

미묘한 인종차별이 그동안 프랑스를 여행지로 선택하는데 기피하게 하는 이유 중 하나였던 것이다. 

우여곡절끝에 두시간여만에 공항을 빠져나와 공항철도를 1시간 가량 타고서

(아참, 공항철도 의자 상태를 보고 도리와 나는 진짜 기겁을 했다. 정말 앉기 싫을 정도....ㅠㅠ)

파리 바로 아래 아르퀘이(Arcueil)에 있는 숙소에 도착했을 땐, 정말이지 녹초가 되어 있었다. 

출발전 3시간 + 비행 14시간 + 파리공항 2시간 반 + 숙소 이동 1시간 .......휴...................

너무 힘들어서 나는 저녁도 스킵하고 바로 뻗어버렸고, 도리만 호텔 근처에서 저녁을 먹고 돌아와 잠이 들었다. 

제대로 된 여행은 내일부터! 

 

 

 

 

 

 

Posted by hone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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