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에 산 노트북을 켜서 글쓰는 페이지까지 오는데 몇 시간이 걸린건지.....

그런데 이 노트북 키감 참 오랜만! 괜히 글도 잘 써지 것 같은 기분.......인데 다 쓰고 나니 오타가 많다. -_- )




드디어 여행이 반이 지나가고 있다.

오늘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맞는 일요일.  



오전에는 호스텔에서 워킹투어로 진행한 플리마켓(a.k.a. 벼룩시장)에 다녀왔다.

이 곳도 유럽이다보니 뭔가 벼룩시장도 팬시하지 않을까 생각하며 따라나갔지만

웬걸.

10년도 더 전에 사라진 청계천 시장보다 더 허름한 공터에서 (근데 크기는 또 엄청 큼)

이건 중고품도 쓰레기에 가까운 중고품 같은.. (-_-..)

심지어 지금까지 여행하면서 느꼈던 러시아의 모습과 달리

소매치기나 외국인을 바라보는 시선이 썩 기분 좋은 곳은 아니었다.



날도 흐려서 으슬으슬 한 가운데, 

상트페테르부르크 맛집 중 하나인 zoom cafe 본격 방문!

점심시간이 조금 지난 시간이었는데도 어찌나 인기가 많은지 

좁은 입구에서 20여분을 기다린 끝에야 겨우 들어갈 수 있었다. 





자칫 놓치기 쉬운 zoom cafe 입구.  그리고 기다리는 사람들! 거기 커플 떨어져.



테이블마다 색연필이 있어서 낙서하면서 기다리는 중 :) 배고파요, 빨리 줘영.



사과와 당근이 상큼한 샐러드 



또 나왔다! 메밀밥! 미트볼과 메밀밥!





Zoom cafe는 만족 ('ㅅ')=b 

조금 많이 기다리긴 했지만 아담한 반지하 공간에 분위기도 따뜻하고

단 나는 이 러시아의 메밀밥이 너무 좋아......

쌀밥처럼 쫀득하진 않지만 어느 정도 퍼슬퍼슬하면서도 든든한 느낌.

(항상 밤에 여행기를 쓰는데, 음식사진 올리면서 항상 먹고 싶다.....ㅠㅠ)



점심을 먹고서 K는 몸이 좋지 않아 호스텔에서 쉬기로 하고

J는 쇼핑을하고 싶어해서 자라(zara)에 데려다 준 뒤에

발길이 닿는대로 정처없이 걸었다.







여행 일주일 만에 홀로 걷는다.

이어폰이 있으면 더 좋으련만, 그래도 좋다.

이미 와 본 곳, 걸어본 길이지만 처음왔을때 보다도 더 찬찬히 본다. 

쫓기지 않으니 마음이 여유롭고

길가의 가로등, 건물의 조각상, 사람들의 표정들까지

찬찬히 눈여겨 볼 수 있어서, 

또 그리 보여서 좋다.

셋일때는 스쳐지나 보냈던 것들이 혼자 있으니 보인다. 


첫날, 조금 실망스러웠던 모습도

온종일 커다란 구름아래 무겁게 눌려있던 이 도시도, 

4일째가 되니 조금씩 정이 든다. 나쁘지 않다. 

이렇게 시간을 두고 보아 매력을 느껴서 다행이다. "


- 2016. 8. 7. Travel Note in Saint Petersburg, Russia.









마린스키 극장





오늘은 마린스키 극장에서 기다리고 기다리던 발레 <백조의 호수>를 보는 날. 

런던과 뉴욕에서 뮤지컬으 봐야하듯이, 러시아에서는 당연히 발레를 봐야지!



하지만 발레를 보고 싶다고 언제나 볼 수 있는 건 아니다. 

이미 모스크바 편에서 언급했지만, 8월이 발레단의 정기 휴가 시즌이기 때문에

볼쇼이 극장에는 아에 공연이 없었고, 

마린스키 극장은 다행히도 마린스키 발레단 대신 상트페테르부르크 발레단(?)이 마린스키 공연장을 대관해서 

8월 한달 동안 <백조의 호수> 공연을 하고 있었다. 



모스크바의 볼쇼이 극장과 함께 러시아 최고의 발레, 오페라 공연극장으로 알려진 마린스키 극장(Мариинский Театр)

참고로 마린스키 극장은 마린스키 구관, 마린스키2, 콘서트 홀 3개의 건물로 이루어져 있고

공연을 예매하고 보러갈 때 잘 구별해서 가야 한다. 

러시아에서 발레만큼은 꼭 보고 싶었던 터라, 한국에서 미리 인터넷으로 좌석까지 예매해놓았다. 후훗.

(그나저나 발레 예매 페이지가 영어지원이 안되어서 러시아어로 예매하느라고 러시아어 공부 지대로 함.)







발레 <백조의 호수> 공연 포스터. 





화려한 샹들리에가 반짝이는 마린스키 극장의 내부  






원래 러시아 사람들은 발레 공연을 볼때 격식을 갖추고 드레스업하고 공연을 본다고 한다.

그 동안 여행다니면서 공연이나 멋진 식사를 위해서 옷을 따로 준비해간적 없었는데

러시아에서 발레를 볼 때만큼은 나도 잠깐 지나가는 여행자가 아니라 

발레와 그 문화를 존중하는 한 명의 문화인이고 싶어서

비좁은 트렁크에 딱 1번 신을 하이힐과 딱 1번 입을 원피스를 챙겨갔다. 

(여름이니까 챙겨갔지 겨울이었으면 캐리어가 비좁아서 107번쯤 다시 생각했을 것 같음...특히 구두!!)



마린스키 극장 내부로 들어가니, 

여느 오페라 극장, 발레 극장처럼 화려하고도 아름다운 실내 장식으로 마음을 마구마구 흔들어놓았다. 

더더욱 원피스와 구두를 챙겨오길 잘했다고 생각하면서 (후후)

이제 공연이 열리는 곳으로 들어가봅시다. 





땨댠 :D 두근두근





무대에서 보는 좌석의 배치도. 우리는 2층 정 가운데의 Royal석 바로 옆! (분홍색 화살표) 자리를 예매했다.

사실상 거의 정중앙이어서 무대가 한눈에 보이는 최고의 좌석이었다. 




화려한 커튼과 황금빛이 번쩍이는 실내




장식 하나하나가 어찌나 화려한지!




빠질 수 없는 기념사진 (하트)




드디어, 오케스트라 연주에 맞춰 총 4막으로 구성된 <백조의 호수>가 시작했다.

사실 러시아에서는 물론이고 실제 발레공연 자체를 처음 보는 거라

어느 정도 수준의 공연인지 전혀 기초 견문이 없는 상태라 나 스스로가 걱정되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발레리나들의 몸짓 하나 하나에 굉장히 몰입하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발레를 조금 배우고 공연을 봤더니, 

동작 하나하낙 너무너무 자세하게 보여서 좋았다. :D

역시 아는만큼 보인다고......여행도 공부하고 올 수록 좋은 것 같아!



(그런데 수준 높은 공연에 비해서, 관광객들이 많아서인지 공연 관람 태도는 썩 좋지 않았다.

공연 중에 어찌나 핸드폰으로 촬영들을 많이 하던지, 중간중간 플래시가 터지기 까지 해서 

극장 관계자들이 저지하러 다닐 정도였다.)



마린스키에서 본 <백조의 호수>는 그야말로 청초하고 처연한 아름다움이 오롯이 느껴지는 공연이었다.

푸르스름한 무대에 하얀 백조들의 손짓과 발짓에서 몽환적이고 신비한 느낌이 그대로 전해졌다.






공연이 끝나고 커튼콜



인사하는 발레리나와 발레리노들 



다같이 인사, 좋은 공연 정말 아깝지 않은 공연이었어요!






차이코프스키의 <백조의 호수>의 오케스트라 연주를 들으며

발레리나와 발레리노들의 한없이 우아하면서도 발끝까지 힘이 실려있는 힘찬 공연을 보고있으니

새삼 러시아가 문화적으로 대단한 나라라는 생각이 든다.


세계3대 박물관 중 하나인 에르미타주 박물관. 

칸딘스키와 샤갈의 그림들. 

차이코프스키의 슬프고도 아름다운 음악. 

그리고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발레단.



많은 사람들에게는 시베리아와 스킨헤드 밖에 떠오르는게 없는 

이 나라에 대한 선입견을 한 꺼풀만 들추어내면 

이토록 대단하고 다양한 문화와 예술의 것들이 가득하다.

많은 사람들이 이것들을 보기 위하여 이 곳에 오고, 직접 관람을 하고, 그리고 박수를 친다.


그저 불곰국, 강대국 이런 이미지의 러시아 안에 이런 문화의 힘이 있었구나.

러시아인들이 자부심을 느낄만 하구나.

새삼, 눈에 보이지 않는 러시아만의 강렬한 문화와 정신이 느껴지는 

그런 밤이었다. 



좌석은 로얄석 다음으로 가장 비싼 좌석이었지만, 

그 값이 하나도 아깝지 않을만큼 너무나도 감동적이고 아름다운 공연이었다. 

내가 꼭 발레를 봐야 한다고 해서 (심지어 좋은 좌석에서 보겠다고 우겨서) 

얼떨결에 같이 발레를 봐야했던 K와 J도 대만족!

(심지어 K가 너무나도 감동받은 나머지, 

이틀 뒤 알렉산드린스키 극장에서 하는 <백조의 호수>를 또 예매해버림 )



  아직도 그 날의 감동, 여운이 잔잔하게 기억이 난다. 

  러시아에 간다면 그 어느 것보다도 꼭 경험해보기를 추천하고 싶은, 

  발레 <백조의 호수>였다. 

 

 

 

 

한국에서 러시아 발레 인터넷 예매하는 방법보러가기

http://sollos.tistory.com/1075 







Posted by hone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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