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밤 10시쯤 헬쓰클럽에서 운동을 끝내고 집에 가는데
길 모퉁에 왠 작은 강아지 한 마리가 캉캉! 거리며 짖어대고 있었다
왠 강아지가 길가에서 주인없이 캉캉 거리나 싶어 봤더니
산책나왔다가 잠깐 그 곳에 둔것 같지는 않은게
강아지목에 노끈을 메서는 펜스에 묶어놓고
강아지 옆에 왠 작은 박스가 있는 걸 보니
머리보다도 마음으로 먼저 강아지가 버려졌다는 직감이 느껴졌다.

아주 잠깐이었는데
사람들에게 캉캉하며 짖어대는 강아지는 낯선이에 대한 경계하는 짖음이 아니라
불안하고 무서워서 목이 묶인 채로 이리저리 방방 뛰어다니는게
그 작고 귀여운 강아지가 덜덜 떨고 있다는 생각에
나는 차마 가슴이 아파서 캉캉거리는 고 녀석옆을 빠르게 스쳐지나갔다.
왜 저 이쁜 강아지를 버렸을까?
강아지 키우기 어려울만큼 가세가 기울었나? 못키우면 남이라도 주지 저렇게 밖에버리다니.

만화나 드라마에서 보면 버려진 강아지를 집에 잘도 데려가던데
강아지털 알레르기가 있는 엄마가 지금까지 강아지를 극구 반대해온걸 알기에
내가 하는 일이라곤 더 마음아프기 전에 빨리 그 옆을 벗어나는 것 뿐.


그리고 아파트 단지에 들어서는데
저 멀리서 외쳐대는 "찹싸~알 떠억~"하는 찹쌀떡 장사의 소리가 온 아파트에 울렸다.
사실 항상 이 시간이면 저 "찹싸~알 떠억~"하는 찹쌀떡 장사가 떡이 든 가방을 메고 아파트를 돌아다니는데
그것도 한 일주일이 안된것 같다.

우리 아파트는 통로에서부터 잠금장치가 있는 유리문으로 막아놓았기 때문에
통로만 들어가도 아파트를 울리는 '찹싸~알 떠억~"소리는 들리지도 않는데
집 안 사람들은 진짜 일부러 창문 열고 듣지 않는 이상 절대 들릴리가 없다.
이렇게 목이 터져라 "찹싸~알 떠억~"하고 외쳐도 사는 사람은 커녕 듣는 사람 하나도 없을 것 같은데
장사가 되실까? 얼마나 장사가 안되면 사람들이 못들을 걸 알면서도 저렇게 떡통을 메고 아파트를 돌아다닐까?

강아지 때문에 속상한데 공허한 아파트사이를 울리는 '찹싸~알 떠억~'소리에 더 마음이 무거워져버렸다.


그래서 집에 들어오자마자 엄마한테 찹쌀떡 판다고 했더니
엄마가 눈을 반짝이며 "좀 사먹을까?" 하고 돈을 쥐어주길래 얼른 달려나가서 찹쌀떡 아저씨를 불렀다.
아까보다 한층 힘빠진 목소리로 "찹싸~알 떠억~"을 외치던 아저씨가 반색을 하며 달려오셨다.
보니 찹쌀떡과 망개떡을 팔고 있었는데, 맛있는 걸 추천해주면 먹어보고 맛있으면 또 사러 온다고 했더니 망개떡을 추천해주셨다.
제발 맛있기를 바라면서 망개떡을 들고 집에 들어왔는데
한 개 집어먹어본 엄마는 "생각보다 별로네" 라고 실망한 기색을 내비쳤다.
다음에 또 사먹자는 얘기는 안하겠네 ㅠㅠ
그래도 망개떡을 판 아저씨는 지금 기분이 좋을꺼야. 또 힘내서 우렁차게 "찹싸~알 떠억~"을 외치시겠지.

떡을 집어먹으면서 강아지를 좋아하는 동생한테 길가에 버려진 강아지 얘기를 했더니
그걸 냅다 데리고 왔어야지 왜 안데려왔냐고 울상을 짓는다.
엄마가 못데려오게 하는거 아는데 내가 어떻게 데려오누...-ㅅ-


그렇게 한참 까먹고 있다가 자기 전에 갑자기 또 강아지 생각이 났다.
아직도 거기 그렇게 묶여서 캉캉거리며 방방 뛰고 있을까?
밥은 먹었을까? 춥지는 않을까? 으아 불쌍해 ㅠㅠ

차마 내가 다시 나가볼 용기는 안나고 한참 컴퓨터 게임중인 동생방에 들어가서
"그 강아지 아직도 거기 있을까?ㅠㅠ 배는 안고플까?ㅠㅠ 완전 어리던데 ㅠㅠ" 라고 울상짓고는 침대에 누워버렸는데
부시럭부시럭하던 동생이 새벽에 몰래 문을 열고는 밖에 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더니 한 10분 지났을까, 다시 들어오길래 방문을 빼꼼이 열었더니
동생은 바나나를 아작아작 씹어먹으면서 (강아지 주려고 바나나를 가져갔나보다-_-)
"강아지 없더라. 박스만 남아있었어. 누가 벌써 데려갔나봐" 라면서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다행이다. 경찰이든 주민이든 아니면 주인이든 이 추운밤에 떨고 있는 강아지를 따뜻한데서 재워주겠구나.
캉캉 강아지도, 찹싸~알 떠억~ 아저씨도, 그리고 힘든시기를 지나는 사람들 모두 마음만은 따뜻한 밤이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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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hone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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