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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01월 28일

미국 서부 여행 제 7일째 (1)

Lake Mead, Nevada 



나는 아직도, 이 날의 이 시간들을 떠올리면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를 짓는다.

단언컨대, 미국 서부 여행에 있어서 가장 즐겁고, 행복했던 시간이었다.

그 순간을 다시 떠올리며 글을 쓰는 것조차도 소중하고 행복하다.


이 여행기를 읽는 사람에게는 어떤 감흥도, 감동도 없을 수 있고

또 여행지의 정보를 찾아 들어온 사람에게 아무런 정보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나에게 가장 즐겁고 행복했던 기억인만큼 - 

이 17편만큼은 최선을 다해서 그리고 정성을 다해서 쓰고 싶다.





2013년 01월 28일, 라스베가스에서의 첫 아침이 밝았다. 

그동안 말도 안되는 날씨변덕이 무색하리만큼 아침 햇살은 다시는 없을만큼 쾌청했다.

오늘은 지금까지 우리와 함께했던 Sue가, 여행을 마치고 샌디에고로 돌아가는 날이었다.

오늘은 Sue가, 내일은 막냉이가 우리와 헤어지고, 그리고 다음날 우리는 모두 뿔뿔이 흩어지게 된다.

그러면 이제 이 여행도 - 끝이 난다.


3대캐년만큼은 만반의 준비를 해온 대장오빠도, Las Vegas 만큼은 여행일정을 준비하지 않았고,

12시 비행기인 Sue가 오전에 시간을 내서 코카콜라 샵을 둘러보고 싶어한다길래

우리는 다같이 아침 일찍 모여 코카콜라 샵에 갔다. 다만, 막냉이는 혼자 구경하고 싶다고 해서 우리와 bye bye.



16가지 색의 코카콜라 ♬벌주원샷...



코카콜라샵은 갖가지 코카콜라 기념품을 파는 곳인데, 볼 것도 많고 은근 기념품 사기에도 좋다.

특이한 건, 2층에서 16가지 콜라맛을 볼 수 있다는 것! 7달러를 내면 16가지 맛이 담긴 콜라잔을 준다.

하나하나 맛을 볼 수 있는데, 맛있는것도 있고 머리가 띵할정도로 이상한 맛도 있다.

이거 저거 맛을 보다가 웅이가 맛 없는 것들만 섞어서 칵테일을 만들고는 사다리 타기를 했다.

OTL......................내가 걸렸다.....어쩔 수 없이 원샷 ㅠㅠ 웩..................................



두어시간 코카콜라샵에서 시간을 보내고, 나,웅이,이리, 대장오빠는 후버댐에 가는 길에 Sue를 공항으로 데려다주었다.

짧았찌만 즐거웠다고, 한국에 돌아가서 만나자고 작별인사를 하고 Sue를 보낸 뒤에

우리는 Las Vegas에서 멀지 않은 Hoover Dam에 가기 위해 출발했다.



Lake Mead National Recreation Area.


어제 Zion이 아쉬울만큼 하늘은 파랗고, 날씨는 포근했다. 

시간도 여유롭고, 마음도 여유롭고 

Las Vegas에서 이틀을 머물기때문에 창 짐도 싣지 않았고,

잠시 놀러가는 것 처럼 마음이 들떴다.

핸드폰으로 신나는 노래를 틀어놓고 다같이 흥얼흥얼하며 

Hoover Dam으로 가는 길에 차창옆으로 

커다랗고 파란 호수가 등장했다.



"저게 뭐지?"

"Mead 호수래!"

"오늘 할 것도 없고 시간도 많은데 한 번 가보자!"




그래서 우리는, 계획에도 없던 Mead호수를 보러 비포장 도로를 타기 시작했다.

한참을 울퉁불퉁 돌산같은 길을 달리다보니, 눈 앞에 커다란 호수가 짜잔! 하고 나타났다.




Lake Mead


담수호인 미드호수는 콜로라도, 버지니아, 마리 등 3개의강 물줄기가 후버댐에 막혀서 생긴 

길이 184km, 너비1.6~16km,둘레 880km의 세계 최대의 인공호수이다.

이 부근 일대는 Lake Mead National Recreation 지역으로 지정되어 있어서, 

낚시를 하거나 보트를 타는 등 레크리에이션을 즐길 수 있다.

호수 이름은 호수 개발의 책임자였던 엘 우드 미드의 이름을 따서 붙였다고. 




깨끗한 물과 산이 어우러진, 인공호수라기엔 너무나도 아름다운 미드호수의 모습!



생각지도 못한, 너무나도 평화롭고 아름다운 호수의 모습이었다. :)

레크레이션지역이라서 낚시도 하고, 보트도 탈 수 있도록 잘 가꾸어진 곳도 있는데

우리가 찾아온 이 곳은 사람들도 찾지 않는, 조용하고 아름다운 곳이었다. 

마치, 후버댐에 가는 길에 숨겨진 비밀의 호수를 찾은 느낌이랄까?


맑은 하늘, 따뜻한 햇살, 상쾌한 바람, 철썩철썩하는 시원한 호수의 물소리.

마치 우리에게만 허락된 것 같은, 그런 느낌마저 들었다.



모두 차에서 내려 햇살을 만끽하면서, 각자 호숫가에서 놀기 시작했다.

언제나 그랬듯이 이리는 카메라를 들고 가장 이 풍경이 잘 보이는 높은 곳을 향해 올라가고,

대장과 웅이는 물수제비뜨기 시합을 하고, 나는 물에 손 담그며 놀고..


미드호수를 찾아 들어온 길. 깨알같이 서있는 대장, 나, 그리고 웅.


파란하늘, 그리고 하얗고 이쁜 우리 타호 ♡


파란하늘, 파란 호수, 하얀 타호, 그리고 빨간 후디의 이리. 이쁘다.


으랏챠! 물구나무 서기!화보찍은 웅이.



시간에 쫓기지도, 날씨에 쫓기지도 않은 채 그야말로 한적한 여유를 마음껏 즐기면서 

호숫가에서 놀고 있는데, 맑은 물을 보니 갑자기 호수에서 수영이 하고 싶어졌다.

손을 담가보니 날씨가 따뜻해서인지 물이 그리 차갑지도 않고.

차에 여분의 옷이 있었으면 정말 거리낄 것 없이 뛰어들고 싶었는데, 하필이면 오늘은 짐을 다 숙소에 두고 와서

여분의 옷은 커녕 말릴 수건한장 조차 없었다.

웅이랑 수영이 하고 싶네, 근데 옷이 없네 투닥투닥하며 아쉬워하는데 갑자기 웅이가 내게 물었다.


"누나, 자꾸 수영하고 싶다고 하시니까 저도 수영하고 싶잖아요 ㅠ

....누나, 제가 수영하면 뭐해주실꺼에요?"


뭐해주긴임마..


"누나가 밥살게ㅋㅋ"



내 입에서 밥산다는 말이 튀어나오자마자 무섭게 웅이가 셔츠를 벗어제끼기 시작했다. 

셔츠를 벗고, 안에 티셔츠도 벗더니, 맹랑한 요 녀석은


"누나, 저 팬티만 입고 수영할거에요!"


라면서 바지도 훌렁훌렁......(...)

엇...고맙........아 이게 아니지..

이 녀석이 누나 앞에서 부끄러운줄도 모르고 바지를 훌렁훌렁 벗다니 @.@!!!!!!!!!!


집에 남동생도 있고, 외국생활 하면서 외국애들의 거리낌 없는 탈의상황을 많이 봐왔기 때문에

딱히 민망하다거나, 불편하지는 않았고 그냥 웅이녀석이 당돌하다고 생각했다. 

아마- 내 성격상 민망해하거나 불편해하지 않을거라는 걸 알았으니 그랬겠지.

뭐랄까, 오히려 친누나가 된 것 같은 느낌? 날 편하게 대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살짝 흐뭇한 마음도 들었다. (므흣아님.)



물속으로 훅훅 들어가는 웅이. 등판이 참 넓다...(응?)




ㅎㅎ

그렇게 웅이의 한바탕 수영도 끝나고, 

이 아름다운 풍경을 그대로 두고 돌아가기 아쉬운 마음에 우리는 단체사진을 찍기로 했다.



오늘 여행의 주인공들. 나/ 대장/웅이/ 이리/ 다들 웃고 있다 :D


이렇게 참 단정하고 이쁜 사진을 찍고 나서 우리는 단체 점프샷을 뛰어보기로!

이 날 점프를 얼마나 했는지 모른다...진심.

4명이 뛰는 걸 모두 맞추기가 어려워서 뛰고, 또 뛰고, 또 뛰고....


처음 찍는 단체 점프샷!! 잇힝...나 배보여..ㅠㅠ


타이밍이 안맞은 실패작. 나 완전 빵터졌다. 하하하하.


뛰는줄 모르고 나 혼자 폼잡은 사진 ㅋㅋㅋ 이거 찍고 또 한번 다 쓰러졌다. 나보고 뭐하고 있냐고..ㅠㅠ


드디어 성! 공! 그나저나 대장오빠 정말 높이 잘 뛴다!



자리 바꿔서 또 성공!

 

나랑 웅이랑 Fight@@하이파이브!!!




한바탕 뛰고, 또 뛰고

그러면서 까르르 웃고, 장난도 치고.

누구 눈치보지도 않고 이렇게 웃고 행복했던 순간이 얼마만일까.


3년 동안 숨소리조차도 들리지 않는 도서관에서 숨을 죽이고 살았었다.

펜을 책상에 놓는 "탁" 소리가 거슬린다고 지적받는, 

책장 넘기는 소리가 시끄럽다고 포스트잇이 붙는,

환기조차 잘 되지 않는 도서관에서

하루종일 책상 한켠에 내 세상을 다 구겨넣고

답답해하면서, 갑갑해하면서

나를 누르고 누르고 또 억누르면서,


마음껏 웃고, 마음껏 뛰고, 마음껏 행복할 수 있는 그런 시간.

책 속의 글자가 아닌, 사람들과 소통하고 이야기하고 공감할 수 있는 그런 시간들을 

나는 아주 간절히 바라왔다. 


함께 여행했던 다른 사람들에게, 미드호수에서의 시간은 사실 크게 감흥이 없을지도 모른다.

인상적인것으로만 따지자면 그랜드캐년이나, 브라이스캐년처럼 

한국에서 볼 수 없는 광활한 대자연이 훨씬 더 인상적일 것이다.


하지만, 나에게만큼은 어린아이처럼 뛰놀고 웃었던 미드호수에서의 시간들이 

가장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그 날의 따뜻한 햇살, 맑은 물, 시원한 바람, 그 속에서의 우리를

나는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우리 차 타호와 함께 :D


꿈같았던 미드호수 안녕 -






Posted by hone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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