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필승

■ 삶 2012. 6. 1. 16:11









딸이름 대한민국, 아들이름 성무대.
자녀이름에 충성하는 나라와 공군의 이름을 새겨넣은 아빠가,
2012. 5. 31. 자로 33년 만기제대하셨다.

그동안 무려 33년을- 수고했노라 축하받고 시끌벅적해도 모자를 날인데,
아빠는 제2의 인생준비를 위한 시험 때문에 퇴임식에도 못 가시고 텅 빈방에서 쓸쓸이 시험 공부를 하면서
대한민국의 전투기 조종사로서의 33년 인생을 마무리하셨다.


어깨에 실핏줄이 다 터져도 하늘이 맑은 날이면 전투기를 타고 싶어하셨다던 아빠.


아빠도 시험 전 날이고 나도 기말고사가 코앞이었지만 그냥 지나가는건 아닌 것 같아서,
수업끝나고 예쁜 꽃다발을 들고 예고도 없이 부모님 댁에 들렀다.

아빠아...하고 동생방문을 열었는데 돋보기를 끼고 공부하시던 아빠가 나를 보시고는 목이 잠긴 목소리로
"딸 밖에 없네. 아빠 전역하는 날 방안에 쭈그리고 앉아서 공부하고 있었는데.." 라며 나를 안아주시는데
집에 오길 잘했다 싶으면서도,
하필 시험일정이 전역 퇴임식 다음날이라 아빠가 평생을 바친 직장을 마무리 하는 날에 이렇게 후배들한테 환송도 꽃다발도 못받고 공부하고 계셔야 하는건지 마음이 아팠다.



아빠.
아빠는 제게 누구보다도 자랑스러운 군인이었고, 제가 아는 가장 멋진 전투기 조종사였습니다.
사랑합니다.

필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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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hone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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