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2월 17일 * 이베리아 여행 제 2일 째 * Barcelona, Spain

마드리드를 통해 스페인에 입국하여 바로 바르셀로나로 이동했다.



한정된 돈과 시간이라는 제약안에서 새로운 곳으로의 여행을 계획하다보면 한 번 갔던 도시는 자꾸만 순위에서 밀리게 된다.
그렇게 밴쿠버를 찬양하면서도 이번 여행추천지list에서 top3안에 들지 못했으니까.
사실 이번 스페인과 포르투갈여행을 계획하면서도 너무나도 당연하게 바르셀로나는 방문도시에 없었다.
18개월 전에 그것도 아주 넉넉하고 여유롭게 볼 걸 다 봐서 - 라는 이유로.
그러나 아직 바르셀로나를 가보지 못한 친구에게, 스페인에서 바르셀로나를 빼자는건 스페인의 50%를 포기하는 것과도 마찬가지기에
이번 18일의 여정속에 짧지만 이틀간 바르셀로나를 가게 되었다.



바르셀로나까지 가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이번 여행에 유럽유행에서 가장 피해야한다는 크리스마스와 새해가 끼어있었기 때문에 야간이동을 조절해야했고
때문에 우리는 인천>모스크바>마드리드의 항공이동에 곧바로 바르셀로나로의 야간버스를 타는 경로를 택했다.
그 결과 16시간의 비행+2시간의 환승+2시간의 대기+8시간의 야간버스이동이라는 체력적으로 무리하며 바르셀로나로 입성(!)했다.
그렇게 어렵게 어렵게 기진맥진하며 바르셀로나까지 왔는데, 바르셀로나에 도착하는 바로 그 순간
같은 야간버스를 탔던 승객에게 내 카메라를 도둑맞는 어이없고도 황당한 일까지 겪었다.
Estacion Norte역에 허망한 마음으로 짐을 챙겨 내렸을 때, 일기예보에서 봤던 영상 17도와는 달리 날씨는 스산하게 쌀쌀했고
전날의 밤샘과 장기간의 이동, 그리고 카메라 분실에 나는 그만 힘이 쭉 빠져버렸다.
지난번 영국에서 지갑을 도둑맞았을 땐 당황해서 손이 덜덜 떨렸는데 그런 경험들마저도 모두 도움이 되는 걸까.
그냥 허망할 뿐이었다. 허망하고 조금 어이가 없고 마음껏 사진을 못찍는다는 사실에 아주 조금 짜증이 날뿐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짜증도 화도 낼 수 없었던 건
내 기억 속에 너무나도 즐겁게 사랑스럽게 각인되어있던 바르셀로나의 기억과 추억들이
두번째 맞는 이런 찝찝한 경험으로 인해 짜증나고 화가나는 기억으로 되덮일까 하는 걱정 때문이었다.
내 카메라를 가져간 그 사람은 이미 이 전 역에서 내려버렸고 나는 카메라를 다시 되찾을 길은 없었다.
이제 막 여행을 시작해야하는데, 그리고 내가 그렇게 좋아했던 바르셀로나에 왔는데 폭발하고 싶지도 않았다.



우리는 쉬지도 않고 바로 바르셀로나 관광을 위해 걸어나왔는데, 미친 체력이 아닐 수 없다.
15일은 시험을 보고 밤을 새서 레포트를 쓰고는 16일엔 30시간가까이 이동하고 17일 아침 바로 걸어나왔으니까.
그렇게 거의 바닥나다시피한 체력과 카메라 분실이란 찝찝한 경험에도
나는 람블라스 거리로 들어서는 순간 배시시 웃어버리고야 말았다.
바르셀로나구나. 바르셀로나야.

정말 뭐라 설명해야할까, 아무 이유없이 좋다는게. 분명 어떤 이유들이 있을텐데 그걸 뭐라 꼭 집어 말할수 없으니.
한 번 와봤던 도시라 시시하지는 않을까, 시간이 아깝지 않을까 하던 나의 걱정들은 그야말로 기우였다.
마드리드로 떠나는 비행기 안에서 18일간의 여행 일정중에 가장 기대가 되었던 곳이 바로 바르셀로나였으니 말이다.
한 번 가봤던 도시에, 그저 추억만 하던 그 곳에 다시 간다는 것은 옛 친구를 만나는 것만큼이나 두근거리고 설렜다.
그리고 바르셀로나에 발을 디딜수록 1년 반만에 만나는 바르셀로나의 모습에 나는 정말 이유없이 행복하고 웃음이 났다.


맞아, 이 길을 쭉 걷다보면 까사 밀라가 나왔었지- 그 길에 명품점들이 꽤 많았는데.
이 거리에서 길거리 공연이 그렇게 많이 열렸었는데- 나랑 시은언니가 같이 옷구경했던 그 가게다!



그것은 낯섦과 낯익음의 미묘한 교차였다.
 
그때 그 파랗던 하늘, 뜨거웠던 햇살, 푸르렀던 가로수들을 추억하면서
구름낀 겨울 하늘, 구름에 가려 스산한날씨, 아직 잎이 다 떨어지지 않은 늦가을의 가로수 아래를 걷는 것은.
비록 날은 따뜻했던 초여름에서 쌀쌀한 초겨울로 바뀌고, 나시티를 입었던 사람들의 옷은 외투로 바뀌고
비키니를 입고 태닝을 하던 해변가는 관광객 몇명만이 걷고 있었지만
18개월밖에 지나지 않은 바르셀로나는 , 내겐 그대로였다.
여전히 지하철 환승통로마다 아마추어 악사들의 연주가 콧노래를 부르게 했고
아직 100년도 더 지어야할 사그라다 파밀리아도 얼만큼 더 지었졌는지 모를만큼 기괴하면서도 웅장했고
가이드 북에 나와찾아갔던 그 핀쵸스 가게에선 18개월전에 사먹었던, 모짜렐라치즈를 얹은 그 바게트를 여전히 팔고 있었다.



2009년 12월의 쌀쌀하고 나뭇잎들이 떨어져가는,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반짝거리는 바르셀로나를 찐찡이와 함께 걷고 있는데
정말 영화처럼 저 앞을 걸어가는 2008년 5월의 나와 시은언니의 모습이 자꾸만 눈에 밟혔다.
그리고 그 때처럼, 바르셀로나를 떠나는 시간이 다가올 수록 자꾸만 아쉬워졌다.
제일 처음, 가우디의 성당이 보고 싶어 무작정 왔다가 나도 모르게 빠져버린 바르셀로나.
다음 유럽여행에서 또 오게되더라도,  또 설레고 - 또 반갑고 - 그리고 또 그리울 것이다. 


겨울답게 조금(?) 쌀쌀하고 스산했지만 분위기만큼은 활기찼던 바르셀로나였다.


작년엔 입장하지 않았던 까사바뜨요의 2층 에서 내려다 본 바르셀로나. 12월 중순인데 아직 플라타너스의 잎이 채 지지않았다.


까사바뜨요의 꼭대기층. 다행히도 구름들이 걷히고 파란 하늘이 나와줬던 첫날. 날씨에 기분이 많이 좌지우지 되는 나는 기분까지 상쾌해졌다.


나도 한장 :)


1년반만에 다시 찾아간 까사밀라. 정말 하나도 변한게 없었다.파란 하늘까지.


까사밀라의 꼭대기에서 바라본 거리. 처음 왔을땐 울창한 가로수들로 길거리가 푸르렀는데.


그리고 또 여전한 사그라다파밀리아. 그래도 기둥을 둘둘감고 있던 장막들을 많이 걷어냈다.


처음 찾아갔을 땐 골목골목사이에 숨어있어 한참을 찾았는데, 이번엔 딱 두번만에 찾아냈던.


벨 항구. 밤은 밤대로 고즈넉한 운치가 있었다. 그리고 또 한번 밴쿠버를 떠올리게 했고.


항구 가득한 요트들.


북적북적 했던 람블라스 거리가 텅텅 빙어있었다. 연휴라서 그랬던걸까.


그리고 바르셀로나에선 빠질 수 없는 샹그리아와 빠에야. 단하나 변한게 있다면 조금 싱거워진 것 같은 샹그리아의 맛이랄까.



Posted by hone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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