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06. 14
세계여행 제 45일 째 (1)
Prague, 


빈에서 프라하로의 이동! 이번에는 기차가 아니라 버스로 이동했다.



우리에게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으로 익숙한 그 프라하. 프라하 성의 야경이 정말 황홀하다는 그 프라하.
그런데 나는 아직도 프라하만 생각하면 열불이 난다. 왜냐고? 차근차근 설명해드리지요.

학생 아니어도 탈수있는 스튜던트 에이전시 버스 !

아침일찍, 체코로 떠나는 버스를 타기 위해 짐을 꾸렸다.
아직 유레일 패스가 쓰이지 않는 체코로 가려면
원래 기차를 갈아타고 가야 하는데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서
빈에서 프라하까지 한번에 가는 버스를 알아냈다.
게다가 학생 할인 받으면 기차값보다 싸고!

Student Agency라는 회사에서 운영하는
노오란 버스를 타면 빈에서 프라하까지 
한번에 데려다 준다 .
버스도 신식 버스에 셀프로 음료수까지 
뽑아 먹을 수 있어서 편안하게 
프라하로 이동했다.



프라하에 도착해서 나와 시은언니는 숙소를 따로 예약하는 바람에 잠시 헤어져야 했다.
나는 주영오빠가 추천해주고, 또 인터넷에서 최고 좋은 평을 받는 **민박집엘 예약했는데
분명 인터넷으론 픽업을 하러 온다고 했지만 전화를 하니까 버스를 타고 오라했다.
사실 난 프라하에 대한 정보는 하나도 없어서
그쪽에서 가르쳐준 버스 정류장이 어디있는지 또 버스표는 어떻게 끊어야 하는지 하나도 모르는데다
영어를 쓰는 국가가 아니라서 어디 물어보기도 힘든 그런 상황....;
정말 캐리어를 끌고 버스터미널을 10번은 더 뱅뱅 돌고 나서야 겨우 민박집에 가는 전차를 탔다.
캐리어 끌고 말도 안통하는 그 낯선 도시에서 버스터미널을 10번째 돌때 진짜......거의 빡돌았다.
캐리어도 무겁고 도대체 거기서 가르쳐준 버스정류장은 보이지도 않고 거의 미아가 된 그런 느낌?
근데 ...분명 민박집 주인이 4정거장 뒤에서 내리라고 했는데
3정거장 째 되니까 아저씨가 종점이라며 내리라는게 아닌가;;;;;;;;;;;;;;;;
분명 방향도 맞는데?;;;;
어떨결에 내려서 다시 민박집에 전화하려고 공중전화를 찾아 또다시 뱅뱅 돌았고
없는 체코 동전을 탈탈 털어서 전화를 시도했지만 망할 공중전화가 동전을 다 먹어버렸다...
ㅔㅈㄷㄱ해ㅏㅓㄱ려ㅑ학릳ㅈㅁㄹ야ㅕㅐㅓㅏㅁㅈㄷ리ㅏ어ㅡ너가ㅣㅈㅇㄹ포자ㅣ!!!!!!

...그때 진짜......터미널에서 정류장을 못찾아서 한시간동안 혼자 뱅뱅 돌아다닌것도 짜증났는데
엉뚱한 역에 내려서 지금 여기가 어딘지도 모르겠는데
전화기 찾는데 또 한시간 쓰고, 있는 동전 다 털었더니 동전을 먹어?!!?!??!!!!!!!?!?!?!!!!?!?!?!


........


화도 화지만,
민박집 까지 찾아갈 수 없다는게 더 문제였다. ..도대체 어떤 방법으로 찾아가란 말이야 ㅠㅠ
그때 진짜 절박한 마음으로 내 또래로 보이는 핸드폰 외판원에게 돈을 주고 핸드폰을 빌려서
다시 민박집에 전화를 해서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그런데 너무 편안하게 한다는 말이,
 "아 맞다. 거기 공사중이라 한정거장 전에 차가 끊길꺼에요. 거기서 언덕따라 쭈욱 올라와요"

......

아........제일 처음 말해줬음..내가 이렇게까지 힘빼고 시간쓰고 돈날리지는 않았을꺼 아니에요.
인터넷카페에서 친절하다는 둥, 음식이 맛있다는 둥  칭찬이 자자했는데
정말 너무 성의없는 태도에 나는 열뻗쳐서 정말 쌍욕이 나올 정도였다.
아니, 이렇게 영어도 안통하고 낯선 도시에 찾아오는 손님을 뺑뺑이를 돌리다니! 픽업도 안해주고!


그래서 또 낑낑 캐리어를 끌고 언덕을 기어올라가 초인종을 누르고 들어갔는데
아무도..................왔냐는 사람이 없다...................................................
손님은 왔는데...........주인이 나와보질 않아..............................................
장난하나............................................................................................

 
아씨, 내가 이때만 생각하면 유랑 싸이트에 완전 불만폭발 글을 올리려 했는데
다음날 아침에 함박스테이크가 나와서 ...........................................(..........난 먹는거에 약한 뇨자)

꺄~ 시원한 흑맥주! 버드와이저의 원조!

그렇게 프라하 시내에서 뺑뺑이를 돌고는
다시 프라하 시내에서 시은언니를 만나
프라하의 흑맥주를 마시러 갔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미국의 '버드와이저'의 원조가
사실은 프라하의 흑맥주 부드바르(Budweiser Budvar)! 
우리가 살짝 이른 시간에 레스토랑에 들어왔는데
흑맥주를 시키자마자 금세 사람들이 들어차서
레스토랑은 시끌벅적 만원을 이뤘다.

시은언니랑 시원하게 흑맥주를 한 잔씩 마시고
그 유명하다는 프라하의 야경을 보러 프라하 성으로 향했다.


주영오빠랑 헤어진 후로 다시 네비게이터가 된 나. 여기서 어디로 가야 하더라....


프라하 구시가지는 작고 아담해서 야경이 유명한 까를교를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지도를 들고 미로같은, 낯설어서, 밤이어서 미로같은 그 골목들을 요리저리 헤집고 다녔더니 금새 까를교에 닿았다.
까를교에는 역시나 세계 유명 관광지의 명성만큼 사람들도 바글바글.
야경보다는 노을 지는 풍경이 보고 싶었는데 다행히 해가 완전히 지지 않아 노을을 살짝 맛볼수 있었다.
지금부터 한번 그 유명한 프라하의 야경을 보러 가~볼까나~~

프라하 성의 실루엣 너머로 노을이 지고 있네요.

블타바 강 너머의 프라하 성. 실루엣 때문에 자세히 보이지는 않는 군요

블타바 강에 비친 노을의 오묘한 색감이 아름다웠다. 나는 이런 그라데이션이 들어가는 색들이 좋아.


구시가지 쪽에서 천천히 까를교를 건너기 시작했다.
무려 1350년부터 짓기 시작해서 150년만에 완공된 이 오래오래된 까를교에는
 다리 양쪽에 15개씩 체코 성인들의 조각들이 서있었다.
(로마의 천사의 성 앞에서 보았던 천사들 조각상이 새겨져있던 다리때문에 일종의 기시감이 느껴졌다.)

까를교 위의 예수 상. 노을지는 하늘에 십자가의 실루엣이 엄숙하게느껴진다.

전형적인 유럽풍의 가로등. 앤티크하면서도 분위기 있어서 참 좋아했던 이런 디자인.


까를교를 건너고 있는데 갑자기 프라하 성에 불이 켜졌다.
깜깜해서 실루엣만 비추던 프라하 성에 불이 들어오니 갑자기 노을지던 프라하에서 드디어 프라하의 야경이 되는구나.

아직 노을이 채 가시지않았는데 프라하 성에 조명이 켜졌다.

강 위에 떠있는 것 같은 프라하 성이 운치있어 보인다.


이렇게나 사진으로보면 아름다운데,
내가 그때는 너무 기대를 많이 해서였나. 아니면 이날의 이 모습이 프라하 야경의 진가를 보여주지 못해서였나.
사실 생각보다 프라하의 야경은 내게 밋밋하게 느껴졌다.
하긴 생각해보면 그 멋있다는 뉴욕시티의 엠파이어 빌딩 꼭대기에서 보는 뉴욕시티의 야경도 생각보다 별로라고 생각했으니.

내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야경은 아마 이탈리아 포지타노의 야경이었던 것 같다.
어디가 바다고 어디가 하늘인지 알 수 없던 그 칠흙같던 밤, 밤하늘에 총총이 박힌 별과 절벽에 총총히 박힌 불빛.

비행기가 지나간 하얀 자국이 마치 유성우가 떨어진 것만 같다. 소원을 빌어야할것 같아.


어쨌든, 내게는 그다지 감흥이 없는 야경이었지만 사진 찍기에는 참 분위기 좋은 곳이 아니었나 싶다.
까를교 동상의 실루엣들과 블타바 강에 둘러싸인 프라하 성.
이 모든 아름다움을 맘 편히 즐기기에 어쩌면 프라하로 입성하는 순간의 고생의 기억들이 가로막고 있었을 지도.
Posted by hone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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