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5월 21일
세계여행 제 21일 째 (3)
London, UK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이 시작하기까지 여유가 있어서
극장에서 멀지 않은 피카딜리 서커스(Piccadilly Circus)를 잠시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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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도심 속을 걷는 시은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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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gent St. 입구에서.. (뒤가 다 날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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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유럽답고, 런던답다. 고전적인 건물과 빨간 이층 버스, 좁은 도로, 그리고 UNDERGROU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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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찍는 나..뒤에 samsung이 보인다. 사진만 보고 뉴욕인지 잠시 착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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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gent 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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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사진, 시은언니 고마워요!


피카딜리 서커스느 큰 로터리 같은 곳이었는데 사람들과 차들로 번잡했다.
명품거리라고 불리는 Regent St.이 시작되는 곳이면서
값싼 (결코 물가로는 싸지 않지만 ㅠㅠ) 기념품 가게들이 들어서 있고,
위의 Samsung 간판이 보이는 사진처럼, 유럽답지 않게 커다란 간판들로 뒤덮은 건물도 있다.

언니를 처음 딱 봤을 때, 눈에 띄었던게 바로 디카였다.
그리 흔치 않은 파인픽스를 것도 나랑 같은 F시리즈를 가지고 있었던 거다;!!
나는 F10, 언니는 좀 더 기능이 다양한 F11
보통 사진을 서로 찍어줄 때 카메라를 바꾸면 손에 익지 않아서 작동을 잘 못하는데
뭐 거의 기능이 비슷하고 장단점과 요령을 다 알고 있는지라
우리는 그냥 카메라를 바꿔 들고 서로를 찍으며 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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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발굽에 치이기 일보직전..;


피카딜리 서커스에의 짧은 구경을 마치고
뮤지컬이 상연되는 Her Magesty's 극장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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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곳이 Her Majesty's Theatre.




공연은, 참 한마디로 단정하기 어려운데..-_-
일단 배우들의 연기나 노래는 멋졌다.
작은 무대였지만 평면적인 무대를 지하와 지상, 자유자재로 공간변화를 시키는 연출력이 눈여겨볼만 했다.
하지만 후반부로 갈 수록, 아침 일찍 일어나서부터 돌아다니고
또 지갑을 잃어버리는 한 바탕 난리를 쳐서인지; 꾸벅꾸벅 졸립기 시작했다;
그리고 가장 기대했던 샹들리에는 별로였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더 큰 문제는, 낮에는 괜찮았는데 극장에 앉아 생각하니
자꾸만 잃어버린 돈이 생각이 나는 거였다.
액수가 크다면 클 수 있고; (사실 여행하며 잃어버리기엔 큰 돈이고)
또 어찌보면 까짓거, 과외 한 번이면 메꾼다는 생각도 들고
그 돈이면 뭘 할 수 있는지가 자꾸자꾸 머릿속에 맴도는 거다.
경솔하고 부주의했던 날 자책해보기도 하고, 이미 잃어버린 돈은 내 운명이 아니었단 생각도 해보고 ....-_-




어쨌거나 뮤지컬은 끝나고 밖에 나오니 시간이 이미 10시..밖은 컴컴했다.
그리고 오늘의 문제는 여기서 끝난게 아니었다.
내가 묵고 있던 사촌언니의 하숙집은 런던 시내에서 지하철을 타고, 버스를 갈아타서
1시간 정도 걸리는 교외에 있었는데
집에서 나올때는 언니가 지하철 타는 곳을 가르쳐줘서 잘 눈여겨 보았다가 지하철역까지는 왔는데
문제는 버스를 타고는 집에 처음가는데다가, 게다가 캄캄한 밤이라 눈길이 어두워졌다는 거다.;

언니가, 버스를 타고 오다가 교회가 보이면 벨을 누르라고 했는데
밤 11시가 넘은 시간의 작은 동네는 가로등도 하나 켜있지 않은 채 캄캄했고
두 눈을 부릅뜨고, 정신을 바짝 차려도 교회는 보이지가 않았다.
그렇게 한참을 달리다가 문득 너무 지나쳐왔다는 생각이 들어 버스에서 내렸는데,
언니에게 전화할 핸드폰도, 동전도 없고 언니 집 주소 조차도 없었다. 시간은 자정이 다 되어가고.
반대편으로 건너가서 버스를 기다린다고 해도 막차가 이미 지나갔을 수도 있고
되돌아간다 해도, 이번에 교회를 제대로 찾으리라는 보장이 없었다.
머릿속이 뒤죽박죽 엉망으로 엉켜갔고 시간은 자꾸 가는데 어떻게 해야할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마침 인적없는 그 거리를 지나가는 여자가 있길래 그녀를 붙잡고 자초지종을 설명하는데
턱이 덜덜덜 떨리고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침착하게 내 얘기를 해야하는데, 말도 뒤죽박죽 튀어나왔고 사실 내 상황도 웃겼다.
사촌 집에 놀러왔다면서 집주소도 모르고 집에 가는 법도 모르는 아이라니;
내 얘기를 들은 여자는 좀 띠꺼운 표정으로 핸드폰을 빌려줬고 다행히 사촌언니와 통화할 수 있었다.

터덜터덜 반대편으로 건너가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데
눈에 눈물이 그득그득 차오르기 시작했다.
울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는데 눈물이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여행을 시작한지는 21일 째. 그렇지만 한국에서 나온지는 9개월 째.
내 부주의로 유럽여행 시작하자마자 지갑이나 잃어버리고
내 돈은 그렇다 치고, 사촌언니가 밥 굶지 말라고 알바하면서 번 돈은 아까워서 어떻하고,
돈 몇 푼 아끼겠다고 사촌언니 방에 얹혀 자면서 이렇게 집도 못찾아서 언니 걱정시키고.
조금만 더 내가 덜 경솔했더라면, 조금만 더 내가 준비하고 주의를 기울였더라면
이렇게 나도 손해보고 주위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일은 없었을텐데..



바로 어제 내가 이젠 다 큰 것 같다고 뿌듯해했는데
아직도 난 일처리도 , 내 물건 하나도 제대로 간수 못하는 못난이였던 것이다.
 이 모든게 악몽 같았다.
- travel note, 5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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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hone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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