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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9.03.06 The devil wears prada

페이퍼백이라서 금세 너덜너덜해졌다.


THE DEVIL WEARS PRADA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원서를 읽었다.

"읽었다"라는 말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그러니까 중간에서 포기하지않고 모두 읽었다는 뜻이다.

그래서 그게 어떻다는 거냐고 묻는다면, 영어교과서를 제외하고

"영어원서를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다 읽었다"는 사실을 

내 인생에 한 번은 기록해 놓을만큼의 나름의 의미가 있다는 말이다.



영어를 유창하게 하는 수준은 아니지만, 영어에 대한 마음의 장벽이 낮은 편이고

또 연초마다 세우는 목표 중 하나가 "영어공부"일만큼 영어에 대한 의욕은 높은데

단 한 권도 원서를 완독해본 적이 없다.

아주 얇은 동화조차도.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도 2007년인가 영화가 유행할때 쯤 의욕적으로 산 것 같은데

1페이지쯤 읽다가 포기하고 책장에 꽂아두었다.

매년 실패하는 목표라서 올해는 따로 영어공부에 대한 목표를 세운 것도 아니었는데

방바닥을 뒹굴며 전화통화를 하다가 우연히 집어든 것이,

오히려 읽어야겠다는 각오 없이 몇 장 넘겨보던 것이,

10장이 되고 20장이 되면서 결국 장장 2개월에 걸쳐 400여쪽을 읽어내게 된 것이다.

처음에는 완독하겠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는데

20여장을 읽다보니, 내가 이만큼 읽은것도 기특해졌고

 출퇴근하는 10여분 동안에 하루에 1쪽씩이라도 읽자, 

영어원서를 읽는다는 흐름 자체를 이어가자라는 마음으로 

아침 저녁 지하철을 타고 다니면서 꾸역꾸역 꺼내 읽었다. 

물론 그렇게 읽다보니, 어느 순간에는 내 인생에 단 한번이라도 완독을 해보자는 목표가 생겼고

매일 꾸준히 읽자 + 완독을 해보자라는 '과정 목표'와 '달성 목표'가 합쳐져 책을 다 읽게 되었다.

(물론, "다 읽었다"라는 정확한 정의가 필요하다.)

영어원서를 읽는 2개월 동안, 단순히 책 내용을 이해하는 것 외에도 

원서 읽기 혹은 영어 공부에 대한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이 곳에 간단히 정리해놓으려고 한다. 


* 모든 단어와 모든 문장을 완벽하게 이해한다는 마음을 버려야 한다.

-  영어원서 읽기를 실패했던 No.1 이유라고 생각하는 것.

영어원서 읽기의 목적이 읽기보다도 영어공부에 가깝다보니

내용의 정확한 이해 + 새로운 단어 공부를 위해

모르는 단어가 나올때마다 찾아보고 (더 나아가서는 단어장 정리) 했었다.

그러니까 몇 장 읽다보면 읽는 것 자체가 너무 큰 부담이 되어 포기하게 된 것 같다.

이번에는 모르는 단어는 모르는 채로, 이해가 안되는 문장은 이해가 안되는 채로 페이지를 넘겼는데

디테일은 많이 떨어지지만 전체적인 큰 줄거리는 파악이 되고 

매번 모르는 단어를 찾아야 한다는 부담이 사라지면서 원서 읽기의 진도가 나가기 시작했다.

그러다가도 정 궁금한 단어가 있으면 마음 편하게 찾아보았다.

원서 읽기에 대한 부담을 낮추려면, 공부한다는 생각보다는 책을 읽는다는 데 더 초점을 맞춰야 할 것 같다.


* 동사와 명사를 모르면 내용 파악이 안되고, 형용사와 부사를 모르면 디테일이 떨어지더라.

- 문장 그대로다.

동사나 명사를 모르면 내용 자체가 파악이 잘 안된다. 

앞뒤 문맥을 통해서 대충 유추할 수는 있었지만, 정확한 내용 파악은 어려웠다. 

그래도 그냥 형광펜 치고 넘어간다.

그리고 형용사와 부사를 모르면 줄거리는 파악이 되지만 섬세함, 디테일이 떨어진다.

그녀가 말은 했는데, 냉정하게 말했는지, 무관심하게 말했는지, 상냥하게 말했는지.

해서, 앞으로 모르는 단어 공부를 할 땐 동사>명사>형용사 순으로 공부해야겠다.


* 모든 단어를 아는데 문장 자체는 해석이 안될 때가 있다.

분명, 단어 하나하나는 모두 아는 단어인데 모아놓으면 해석이 안되는 문장들도 있다.

숙어표현인데 몰라서일 때도 있고, 어순이 익숙하지 않아서도 있고, 여러 가지 이유로.

이런 건 읽다보면 점점 잘 읽혀지게 될까? ㅜ.ㅜ

이럴 땐 옆에서 숙어 표현도 알려주고 정확한 문장을 한 번 해석해줄 선생님이 있었으면 좋겠다.

구글링이나 네이버를 통해서 해결하고 있는데 조금 아쉬운 부분. 


* 영어식(?) 영어 표현들을 만나게 된다.

원서를 읽으면서 가장 신기(?)할 때는 읽으면 의미를 해석할 수 있지만

영어로 이렇게 표현하는 줄 몰랐던 문장들을 만날 때이다.

가장 인상에 남는 문장은,  The chances were slim.

나는 Chance도 알고, Slim도 알고 The chances were slim의 뜻도 이해하는데,

Slim이라는 단어를 Chance와 함께 쓰는 줄은 전혀 몰랐다.

(한국식으로 해석하면 절대 나올 수 없는 단어 조합이니까)

아주 쉬운 문장이지만, 이렇게 순수한 영어식 표현을 새로 만날 때 

가장 즐겁다. (!)



살면서 한 번도 영어원서를 끝까지 읽은 적이 없고,

포기를 반복하다보니 아마도 나는 평생 끝까지 읽을 일이 없을 줄 알았는데

12년 전에 산 페이퍼백을 출퇴근시간에 오며 가며 틈을 내서 이렇게 다 읽게 될 줄은 나도 몰랐다.

읽기 시작하다보니, 오기가 생겨서 다 읽게 되기도 했지만.

뜻하지 않은 목표를 달성해서 오랜만에 스스로 뿌듯하다.

또 한 번 해내니,

(물론 모르는 단어들의 홍수 속에서 내용 파악을 하는게 쉽진 않지만)

두 번도 어렵지는 않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조금 생겼다.


이 책을 완독한 이후로, 

새로운 책을 읽을까 아니면

(이제 완독의 부담은 덜었으니) 단어를 찾아가면서  읽은 책을 다시 한 번 읽어볼까 하다가,

두 번째 루트를 타보기로 했다.

모르는 단어를 찾아가면서, 전체적인 내용보다 문장 하나 하나의 정확한 뜻을 파악해보기로.

물론 그러다가 지치면 새로운 책을 읽게 될지 모르겠지만.

기특한 나에게 화이팅 먼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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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hone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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